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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일기] 거위의 꿈-백아산(251123)등산일기 Hiker_deer 2025. 11. 24. 23:34반응형
두륜산행을 마치고 한 시간 반 정도를 이동, 우리는 전남 화순으로 넘어왔다.
백아산 자연휴양림에서 1박.
무려 14인실을 예약했고 우리는 5명인지라 아주 여유로운 휴양림 1박이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15호실 고인돌에 들어서자마자 이게 뭐여!!!!!!!!!! 싶었다.
방 하나 거실하나 있다고 했는데..
방이 없고 거실하나 주방하나가 있는 구조였다
아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설계해야 이런 구조가 나오는 걸까?
방 같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는 침구가 들어있는 작은 붙박이장이 있었고 성인 세 명이 온몸을 다닥다닥 붙여서 꾸겨넣으면 겨우 누울 수 있을만한 아주 작은 사이즈였다.
방이라고 부를만한 공간이 아니었다.
백아산 자연휴양림, 14인실 아주 실망일세 ㅠㅠㅠㅠ
그래도 자연휴양림 중 유일하게 수건을 주는 곳이어서 그건 또 놀라운 점이었다.
하지만 자연휴양림에 익숙한 우리는 다 수건을 챙겨왔지롱 ㅎㅎㅎ
정수기가 있어서 좋았고, (딱히 필요하지는 않지만) 수건이 14장이나 있어서-14인실이니까-좋았지만 구조는 정말 뜨악스러웠던 백아산 자연휴양림에서의 1박.
취향존중 시장이 반찬, 피곤이 수면제라고 저녁식사도 만족스럽게 마치고 꿀잠을 잤다.

단풍이 절정인지라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림보다 아름다웠다.
오늘의 산행지는 백아산.
휴양림에서 백아산 등산로가 바로 이어지지만 그 코스는 상당히 힘든 코스라고 해서 우리는 백아산 관광목장에 들머리를 둔 코스로 산행을 하기로 했다.
관광목장은 말 그대로 관광지를 지향하는 곳인지라 조경도 잘 되어있었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멋진 까페까지 있었다.
까페에서 아침 카페인을 충전하고 들썩들썩 신이 났다.
마음만은 파워업 풀충전으로 붕붕 날아갈 것 같았지만 몸은 어제 산행의 여파, 그리고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수다, 음주, 과식으로 인해 삐걱삐걱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상태였다.
어제 백아산 자연휴양림 가는 길에 엄지척을 하고 있는 오리 조형물을 보았다.
꽤나 귀엽게 생겼어서 화순은 오리로 유명한가 봐요~~~
하며 신나게 구경했는데 오리가 아니었나 보다.
관광목장에도 사방에 오리 느낌의 가금류를 활용한 그림과 조형물이 있었는데 가까이 가서 쓰인 글을 읽어보니 거위라고 한다.
거위가 오리보다 목이 길다네?
대장님은 보자마자 바로 거위라고 했다.
세상 신기한 가금류의 세계
백아(白鵝)산 - 산봉우리가 마치 '흰 거위'들이 모여 앉아있는 것처럼 보여 백아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정비를 마치고 마음을 다잡으며 들머리 앞에 섰다.
백아산 등산을 위해 화순군청에 연락하여 미리 입산신청까지 마쳤다.
으른냄새 물씬나는 대장님의 필체! 까페에 머물러 아름다운 늦가을의 풍경을 마음껏 즐기고픈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하고 온 산행인데 안 할 수 없잖아~!
백아산은 현재 산불예방을 위한 입산 통제 기간이어서 별도의 입산신청을 거쳐 허가를 받아야지만 산행이 가능하다!!
고 알고 있어 미리 준비를 했고, 백아산 등산은 산객 없이 널널하게 조용하겠구나 싶었는데 이게 웬일!
사람이 꽤 많았다.
백아산, 인기 좋으네!!!
산을 오르기 전 대장님에게 물었다.
- 형님, 백아산은 여항산보다 힘들어요?
- 아니~
절경의 기준도 여항산, 힘듦의 기준도 여항산이 되어버린 다.
여항산보다 쉽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여항산의 하산!!!
확실히 어제 산을 두 개나 타서 인지 다리가 매우 묵직했다.
그럭저럭 평탄하고 정비가 잘 된 길이 초반에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민둥산처럼 친절한 안내를 마주하며 갈림길에 서게 된다.
급경사 짧은코스 / 완경사 긴코스
우리는 급경사 짧은코스를 택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길이 가팔라지고 험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대장님 말처럼 여항산만큼은 아니었다.
가파른 오르막에 빼어난 경치도 볼 수 없는 숲길이었지만 늦가을 서늘한 정취가 너~~~무 좋았다.
스산하고 처연한 늦가을 숲길의 풍경이 쨍하게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백아산 명물 하늘다리 도착.
하늘색 다리가 아찔하게 뻗어있다.
정면에 두고 보면 마냥 멋있기만 한데 건너가기 위해 올라서서 옆을 바라보면 아찔함이 밀려온다.
특히나 돌산인 백아산의 절벽들을 바라보면 살짝 소름이 돋았다.

대체 이곳에 다리는 어찌 만들었나.
다리가 없을 때 산행은 어찌했을까.
산쟁이들이 할법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다리를 건넜다.
춥지 않은 날씨덕에 사진을 찍고 수다를 떨며 원하는 만큼 하늘다리에 머무를 수 있었다.
곧이어 펼쳐지는 넓은 평지, 마당바위.
마당바위에서 간식을 나눠먹으며 또 수다에 돌입했다.
어차피 서울 올라가는 길의 교통대란은 피할 수 없다.
우리는 느긋하게 산행을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출발하기로 했다.
마당바위를 지나면 백아산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평원이 나온다.


그리고 곧 진짜 돌산, 백아산을 만나게 된다.
설악산 서북능선의 집채만 한 바위는 두륜산에도 있고 이곳 화순 백아산에도 있다.
커다란 바위들을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
백아산 역시 돌찔이도 재미를 느낄만한 암릉이었고 안전시설이 매우 잘 갖추어져 있어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블랙야크 100플러스 백아산 정상 오늘도 바람 한 점 없는 따뜻한 날씨였다.
그래서 수평선을 따라 두터운 먼지띠가 내려앉았다.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정상에서 먼지 병풍에 둘러싸인 느낌.
사방이 뻥 뚫린 정상에 오르면 세상에 나만 존재하는 듯한 천상천하유아독존의 느낌이 들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이 넓은 세상의 수많은 물질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깊고 통찰력 있는, 또는 엉뚱하고 똥꼬 발랄한 사유하기에 적합한 남도의 돌산들.
높지 않음에도 세상에 우뚝 선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남도의 돌산들.
몇몇 험준한 산들을 제외하고는 돌찔이도 도파민 뿜뿜 발산하며 돌 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남도의 돌산들.
참으로 애정합니다.
산객들이 바쁘게 오고 가는 정상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짧은 가시거리와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를 느끼지 못한 아쉬움은 꾹꾹 눌러 다음을 기약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완만한 코스로 하산했음에도 하산길을 꽤나 가팔랐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어.
가파른 길, 완만한 길이 있다면 둘 다 가파르니 그냥 가파르고 빠른 길로 가자.
길고 시원하게 내리 뻗은 가파른 길을 잔발로 총총총총 걷는다.
하산길 중간쯤 평지가 나타난다. 늦가을의 정석 같은 느낌의 숲이었다. 정오의 뜨거운 가을햇살이 온 세상을 따스하게 비춘다
생각보다 빨리 하산을 완료했다.
원점으로 돌아와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를 못 본 대신 반짝반짝 빛나는 호수를 보고 가을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한 계절인지 새삼 감탄한다.
머나먼 해남까지 내려와 산행을 하자고 기획해 주는 산동무가 있고, 머나먼 길을 함께해 줄 동무들이 있어 산 탈 맛 난다.
2026년도 멀리간 김에 이산 저산을 걸어보겠다고 다짐하며 재빠른 산행신청을 위해 손가락을 단련해야겠다.
🎯백아산 오르기🎯
✔️산행시간 : 3시간 30분
✔️산행거리 : 7.5km
✔️산행코스 : 백아산관광목장-하늘다리-마당바위-백아산정상-백아산관광목장
✔️남도의 돌산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멀리간 김에 하나하나 다 올라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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