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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린이의 등산일기] 두륜산, 너마저?🤣🤣🤣
    등산일기 Hiker_deer 2021. 10. 1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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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009⛰

    작천소령에서 400미터 정도 걸어가면 우리가 묵었던 주작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이곳은 일출 맛집.

    이렇게 예쁘게 보일줄 알았다면 일찍 일어나서 일출을...
    보기는 힘들었을꺼야.
    전날밤 덕룡이와의 이별을 찐~~하게 축하했거든

    오늘은 두륜산.
    일출산행을 갈까도 했지만 이틀연속 일출산행은 내 몸의 노화를 촉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분명하므로 푹 자고 일어나 가볍게 산행에 나섰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두명이 가방에 물과 간단한 간식을 챙겼다.
    가위바위보 똥손 요깄어요

    오소재 약수터에서 시작하는 두륜산은 아주 완만한 경사의 평온한 길로 시작한다.
    오를수록 쥐도새도 모르게 경사가 조금씩 가파르게 변하며 바닥에도 돌과 바위들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순한맛.
    (아마도 어제 덕룡이한테 호되게 당한뒤라 어디를 갔어도 순한맛으로 느껴졌을지도...ㅋㅋ)

    불맛 덕룡을 해치우고 살방살방 두륜산 디저트 맛보러 왔어요

    너무도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던 오심재.
    두륜산의 길은 참 좋았는데 남도의 더위는 오늘도 여전했다.
    그리고 습하기도 했고.
    넓게 펼쳐진 오심재에 도착하여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며 평상에 벌렁 드러누웠다.

    평상에 누워 바라보는 하늘과 건너편으로 보이는 멋진 산봉우리,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쓰담쓰담 두륜두륜 어제의 마음고생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뜬금없이 다시만난 한여름의 가운데서 맞딱뜨린 것 같은 시원한 가을이 이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오심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흔들바위가 나온다.
    밀어봐도 흔들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흔들바위😆

    설악산 흔들바위는 밀어보면 살짝 흔들렸던것 같은데, 요지부동 움직임 없이 굳건하다 ㅋㅋ

    이제 이정도 돌맹이(!!)는 일도 아님돠~
    가위바위보 에서 진 자, 가방의 무게를 견뎌라🤣🤣🤣

    저 멀리 남해바다가 흐릿하게 보여 아쉽기는 했지만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풍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잘 안보이는 바다가 착한 돌찔이의 눈에만 보이는 것 같은 매쥑~!

    흐드러진 억새와 멋진 백골 병풍

    노승봉을 지나 두륜봉으로 가는 길이 참 예뻤다.
    데크계단과 어우러진 억새도, 커다란 암벽 사이로 보이는 남해의 풍경도... 두륜산 자체가 참으로 좋아지던 순간.

    막 웃어! 어제는 잔뜩 굳었던 얼굴 근육이 활짝 개방되어 마음껏 움직이던 두륜산🤭 헤벌쭉~!

    계단길이 참 잘 조성되어 있고 아주 잠깐씩 나타나는 암릉 구간은 암릉이라고 하기도 뭐할 정도로 짧았으며 아주 순한맛이었다.
    완전 안전하게 내려진 밧줄, 또는 사슬. 그리고 임플란트 보다 발로 디뎌지는 면적이 넓어 심리적 안정감을 옴팡 안겨주던 발판까지 참으로 배려심 뿜뿜하던 두륜산.

    블랙야크 100대명산, 스물일곱번째 인증. 두륜산 가련봉

    가련봉에서 만일재로 내려갔다.
    두륜봉까지 갈지는 만일재에서 결정하기로 한다.

    계단을 내려가 살포시 나있는 좁은 돌길을 따라 가면 건너편 언덕(?)에 도달할 수 있다. 뒤에 넓적하게 보이는 것이 두륜봉. 그리고 그 사이에 만일재가 넓게 펼쳐진다.

    두꺼비처럼 넙죽 업드려 있는 두륜봉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갈까?
    가는게 맞을까?
    산행에 맞고 틀린게 어딨겠냐마는...
    가려니 지치고 배도고프고, 안가려니 어쩐지 아쉬운 빼도박도 못하겠는 이마음.

    만일재 내려가기전 가장 뷰가 좋다는 바위에 올라서본다.
    몇군데 포인트에 엉금엉금 기어올라가다보니 깨달은 사실인데
    올라가기까지는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풍경때문에 덜덜 떨며 올라가다가 막상 올라서면 괜찮아지고 내려올때는 끝없이 떨어질 것만 같은 뷰를 등지고 내려오니 두발로 걸어내려올 수 있었다.

    -올라갈때는 네발, 내려올때는 두발인 생명체는?
    -정답!! 돌찔이~

     

    이제 진짜 만일재로 가자 돌찔아!

    마지막 포토스팟에서 사진을 남기고 이제 진짜 만일재로 내려가는 길.
    모두의 의견이 하산으로 모인다.
    두륜산은 어쩐지 다시 올 것 같아 아쉽지 않았다.
    근처에 월출이도 있으니... 꼭 다시 찾게 될꺼야.

    넓은 평원같은 만일재에 펼쳐진 억새밭과 뒤로 보이는 두륜봉으로 이미 행복게이지는 풀로 찼다.

    결정을 했으면 빠르게 행동으로 옮긴다.
    후다닥 하산을 시작했고 점심식사를 할 맛집까지 찾았다.

    하산길에 본 어마어마한 크기의 천년수

    천년수를 지나고 미륵암을 지나 쭉 내려가던 길.
    300미터쯤 내려가다 길을 잘못 들어셨음을 깨달았다.
    지도를 보니 좀더 내려가면 원래 우리가 가야할 길로 우회할 수 있다고하니 200미터쯤 더 내려간다.
    그리고.. 영 잘못된 선택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대흥사 까지 가서 택시를 타거나
    아님 다시 미륵암으로 왔던길을 되돌아 올라가야 했는데
    우리는 과감히 비탐을 통해 가로질러 가기로 한다.

    처음 경험해본 비탐로는
    고대문명의 발상지 느낌으로 커다란 돌들이 삐죽삐죽 땅위로 솟아 있었다.

    바위를 건너거나 그 사이를 지나며 열심히 걸었다.
    비탐이지만 생각보다 수월하다며 지도에 의존해 앞으로 전진했다.
    비밀의 문을 열어버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쯤은 된 기분이었다.

    거인국에 떨어진 걸리버여행기로 스토리가 전환되기 전까지는 생애 첫 비탐로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눈앞에 산죽이 나타난다.
    내 키보다 훌쩍 자라있는 산죽군락.
    앞서 간 사람도 뒤에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 산죽 지옥을 한참을 가야했다.
    밟아도 다시 일어나고 옆으로 밀어내기도 버거운 산죽때문에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산죽 지옥을 빠져나온 우리는 탄광에서 한바탕 구르다 나온 듯 꼬질꼬질 한 모습이었다.

    산죽군락의 한가운데서 오도가도 못하며
    앞서 이끄는 산동무들은 이길을 가면 탐방로가 나오긴 하는 것인지 불안해 했지만 뒤따르는 우리는 믿고 따랐다.
    믿고 가는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보다 든든했던 선두와
    어느 순간보다 든든했던 일행들.

    묵묵히 산죽을 헤치며 나아갔고, 산죽 군락을 벗어나자 마자 정식 탐방로를 지나던 산객을 만났을때 다들 환호를 질렀다.

    그제서야 다들 말문이 터졌고
    산죽지옥에 갇힌 우리의 사진을 못남긴게 아쉽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살방살방 가비얍게 달달한 디저트 먹으러 왔다고 생각했던 두륜산의 마지막 비탐로에서 제대로 매운맛을 보게 될 줄이야.


    비탐로의 끝에는 오심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복붙하듯이 또 평상에 드러누웠다.
    위로&쓰담쓰담 전문 오심재 선생이 또 시원한 바람을 보내준다.
    그리고 이제서야 보이는 동무들 사이의 찐득~~~한 전우애.

    오심재에서 오소재 약수터까지는 올라왔듯 편하게 내려갔다.
    오소재 약수터의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한층 가까워진 동무들과 꾀죄죄한 얼굴을 마주하며
    끝났다!!! 를 외친다.

    1박 3일동안, 우리는 언제 나누어도 우스울(!!) 것 같은 우리만의 스토리를 쌓았다.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서사가 강렬한 남도산행-덕룡&두륜-을 마쳤다.
    벌써부터 다시는 보지말자고, 죽어서도 만나지 말자던 덕룡산에... 맑디 맑은 날 다시 찾아가 리벤지 매치를 하고 있을것 같은 나색히가 그려지는 건... 강렬한 서사를 가진 산행을 마친 부작용일까?


    🎯두륜산 오르기🎯
    ✔ 산행거리 : 7.2km(극한알바 포함🤣 트랭글 기준)
    ✔ 산행시간 : 5시간(휴식 1시간 포함)
    ✔ 산행코스 : 오소재 약수터 - 오심재 - 노승봉 - 가련봉 - 알바알바알바- 오소재 약수터 원점회귀
    ✔ 주차 : 오소재약수터(무료)
    ✔ 담에는 알바없이~ 쭉~~~~!(또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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