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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쭈의 등산일기] 거제도 가라산, 지난 봄 내가 놓친것은?_220423
    등산일기 Hiker_deer 2022. 4. 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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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망각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니 이건 좀 망각이라기 보다는 그냥 나의 멍청함, 생각없음, 무지함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
    하아... 진짜...
    우선 시작하기전에 호되게 맞고 시작해보자!!

    그렇게 마음고생을 하고서 또 1박 산행을 신청해버렸다.
    이미 마감된 산행이라 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다른 산행을 신청하려고 대기 취소를 하러 들어가려는 찰라, 신청자의 취소로 내가 갈 수 있게(가야만 하게) 된 것이다.

    뭐 여차저차 저차저차해서 머릿속은 복잡하고 겁도나고 스스로에게 짜증도 나고 밀려오는 두려움과 소심함을 애써 꾹꾹 눌러대는 와중에 그날이 와버렸다.

    취미생활을 뭐 이렇게까지 비장하게 해야해?
    싶잖아. 내 맘이 딱 이랬어.
    그럼에도 나를 한번 시험해 보자는 도전정신이 아주 작게 있어서 끝끝내 그 날을 맞이해버린거야.
    난.. 가만보면 나름대로 편하게 살수도 있을 것 같은지 아주..아주.. 저놈의 도전정신때문에 늘 쫌 그래.
    자기팔자 자기가 꼰다는거- 나야나

    게다가 이번 산행 멤버중 친한 사람이 1도 없어서 쫄보는 더 잔뜩 쫄아서 출발을 했더랬다.

    입사 1년차때부터 3~4년간 매년 부산으로 여행을 갔었고 포항으로 취직한 친구 덕분에 포항을 자주 갔음에도 거제와 통영은 가볼일이 없었다.

    하긴.. 뭐 거제 통영 뿐이겠어.
    남해쪽도 산행 시작하면서 가봤는걸 ㅋ

    출발을 위해 모임장소까지 가기 - 5시 양재 시민의 숲.
    이 미션이 1박 2일 산행중 제일 힘들었다.
    뉴스에서 거리두기가 끝난 후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더니.... 정말 미치고 화...ㄴ...장할 노릇이었다.
    4시부터 카카오택시를 아주 다양한 종류로 불러보았지만 택시가 안잡힌다.
    20분간 계속 앱을 돌리다가 안되어 집 앞으로 나왔다.
    늘... 택시가 많은 우리집 앞이었는데 세상에....
    택시가 없돠.
    한대도 없돠...
    먼저 택시를 잡고있던 사람들이 연이어 승차거부를 당하는 것을 지켜보자니 한숨이 절로나왔다.

    40분간의 생쑈끝에 겨우 택시를 탈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모임장소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그시간에 아무것도 없는 인적도 드문 양재시민의숲까지 가려는 택시가 없는게 당연한 것이라고...

    그래서 또 하나 배웠지.
    이른 새벽 혹은 늦은 밤 양재시민의숲에서 출발하는 산행은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ㅋ

    참.. 시작부터 우여곡절이 많구먼!

    여튼 이 모든 난관을 뛰어넘어 난 학동고개 앞에 섰다.
    학동고개에서 노자산을지나 가라산 정상을 찍고 저구삼거리로 하산하는 코스였다.
    언젠가는 걷힐 것 같았던 뿌연 안개 혹은 구름 혹은 미세가 끝까지 함께했지만 이날 이때까지 한번도 본적 없는 "봄의 색"을 만나 끝없이 흥분하고 또 기뻤던 산행이었다.

    리딩자 형님께서 거의 산책수준이라고 하셔서.. 그런줄 알았다.
    저 예쁘기만 한 길좀 봐.
    세상 평온하기만 할것 같은 노자산

    동화속 풍경 같은 예쁜 노자산

    봄의 연둣빛이 다 모인 것 같은 길!
    그런데... 이런길은 잠시였고
    너덜너덜 큰 바위들이 덥썩덥썩 놓여있는 너덜길 + 급경사가 나타난다.
    응.... 산책 아냐, 산행이야~~~

    노자산 전망대까지는 너덜길을 따라 이동했는데
    올라와서 확인해보니 제일 빡센코스였다 ㅋ
    조금 수월하고 긴 코스도 있었으나 우린 찾지 못한 그길.

    우리의 오늘 산행은 남파랑길 21코스 였다.
    해파랑길을 다녀와서 그런지 참으로 반가운 남파랑길.

    그렇게 처음으로 조망이 터지는 곳이 나타났는데....
    이건 뭐야.....
    어느것이 하늘이고 어느것 바다인지
    참으로 알수가 없을정도로 뿌옇기만한... 잿빛하늘과 바다가 나타났다.

    뿌연 잿빛속에 숨겨진 풍경이 얼마나 예쁠지 알수 있을 것 같아서 더 슬프고 속상했다.

    아쉽다 아쉬워~~~ 멤버들과 아쉬움을 토로하며 산을 오르는데... 눈이 튀어나올만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봄의 산은...
    이런색이었던 거야?
    세상에 있는 모든 연두와 초록을 한데 모아놓은 팔렛트 같은 색의 향연이 펼쳐져있다.
    자연을 표현할 수 있는 예쁜 파스텔톤은 여기 다 모아 둔것 같았다.

    작년 봄에도 그렇게 산에 다녔으면서 이런 색을 보지 못했다.
    작년에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아니면.. 이것은 거제에만 존재하는 색채인 것일까?
    쨍한 태양 아래였다면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을 것 같은 아름다움이었다.

    가라산은 매우 특이하게도 장모종 강아지 같은, 혹은 부츳단 간은 길고 탐스러운 풀이 곳곳에 나있어 따스한 느낌이었다.
    산속에 사는 예쁜 생명체는 여기 다 있을 것 같은 그림같은, 환상같은 길.

    준태풍급으로 끊임없이 불어댄 바람 덕분에
    사정없이 누워버리는 풀의 눕방을 눈앞에서 관전할 수 있었다.
    짧은 잔디가 아닌 이렇게 긴 풀은 처음이라 이 역시 참으로 생경하고 신기한 풍경이었다.

    가라산 정상 - 블랙야크 섬앤산 두번째 인증

    하산길의 바람은 더욱 거셌다.
    이정도 바람이면 뿌연 하늘이 걷힐만도 하건만..
    끝끝내 나에게 보여주지 않던 거제의 절경

    섬에 있는 산이어서 그랬는지
    참 이국적이고 생경했던 노자산과 가라산.
    산동무들 중 두명이 몸이 좋지 않던 상태라 천천히 산을 즐기면서 힘든줄 모르고 올랐다.

    다른 산들은 언젠가 다시 올꺼야
    이번의 아쉬움은 그때 해소할 수 있을꺼야
    다시오려고 마음을 두고 가는거야!!!
    라는 생각이었는데 거제는... 멀어도 너무 멀어서...
    당당하게 다시 찾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참 예뻤다고
    그럼에도 너무 아름다웠다고
    그럼에도 감동적이었다고
    인사를 건넨다.

    그럼에도 신났었다고.... @노자산 전망대

    🎯노자산 & 가라산 오르기🎯
    ✔ 산행거리 : 8.6km(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 5시간 10분(쉬는시간 왕창)
    ✔ 산행코스 : 거제자연휴양림 - 학동고개 - 노자산 전망대 - 가라산 - 저구삼거리
    ✔ 주차 : 거제자연휴양림 주차장(주차비 2,000,원 / 입장료 1인당 1,000,원)



    +) 거제도 바람의 언덕

    도 다녀옴 ㅋ
    산행 후 짧은 관광으로 거제 1일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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