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여행 3일차] 영축산과 통도사 암자
2025. 5. 5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 생신파티를 위해 영축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통도사 19 암자를 돌아보자는 것이 이론에 충실한 계획이었다(올라가 보니 불가능🤣🤣🤣)
날이 날이니만큼 통도사 입구 주차장은 이른 아침부터 만차 직전이다.


하산길에 들르자며 통도사를 뒤로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멀리 보이는 영축산, 멋지다!!

인근의 집들이 모두 누군가의 꿈같다.
여유와 재력이 넘치는 집들이 툭툭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서 있는 길을 걷는다.
영축산을 빽으로 이런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어제까지 봄이더니 오늘은 여름 같다.
초여름 느낌이 물씬 나는 길 끝에는 축서암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아 폐암자가 되었다는 축서암.
축서암을 지나면 울창한 소나무숲이 나타난다.
빼곡한 편백숲과는 다르게 시원하고 서늘함이 느껴지는 웅장한 소나무 숲.

짙푸른 침엽수림을 지나 연두에서 짙은 녹음으로 변하고 있는 듯한 계절의 경계를 지난다.

이 길이 지나면 완만한 길과 가파른 길의 갈림길이 나온다.
가파른 길은 문자 그대로 가파르다.

너덜너덜 가파른 길.
어느 정도 오르다 생각해 보니 이곳은 알레버스로 영신간 종주 왔을때 영축산에 올랐던 길인 것 같다.
대장형님에게 물어보니 그 길이 맞을 것 같다고 한다.
어쩐지!!!!! 지산마을이라는 이름이 너무 익숙하더라니!! 알레버스의 출발지였다.
그래서 그때의 경험담을 풀어놓았지.
알레버스로 왔던 사람들이 둘로 나뉘어 가파른 길과 완만한 길로 산행을 했는데 속도는 똑같았더라~~
우리는 그 이후 취서산장까지 완만한 길로만 산행을 했다.

그동안 취서산장인지도 몰랐던 곳.
늘 어두운 새벽에만 잠시 숨을 돌리고 갔던 그곳이 취서산장이었단다.

오늘은 멀리까지 내다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테이블에 앉아 간식을 먹었다.
취서산장에서 영축산 정상까지는 다시 조금은 가파른 산길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길지 않다.
정상이 멀리 내다 보이는 곳에서 영축산의 풍경을 충분히 즐기고 정상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사람이 없는 영축산 정상은 처음이다.
영남알프스 은화에서 비껴 난 시기라 그런 걸까.
어두운 새벽 동이 터오는 시각에도 사람으로 가득했던 영축산이 아주 한가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정상석에서 찍어도

정상석 주변부 포토스팟에서 찍어도 걸리는 사람 없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영축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어느새 12시가 되었지 뭐야.
올라오기 전 편의점에서 산 미니호떡을 먹었다.
오늘 암자를 들를 예정이라 절밥을 먹어도 된다는 일행들의 의견도 있었지만,
만약에 만약에 시간이 안 맞아 못 먹으면 어떡해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가벼운 점심이었다.

영남알프스 환종주 코스에서 벗어나 반대방향의 길은 처음 걸어본다.
함박등까지.

알록달록 옷만큼이나 성격도 제각각 개성적인 산동무들이 걸어갑니다.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조용히 걷기도 했다.
늘 누군가는 옆에 있었지만 아무말 없이 걸어도 불편하지 않았다.

가장 스케일 큰 꽃꽂이.
색이 다른 나무들이 뭉치뭉치 꽃꽂이 하듯 꽂혀있는 것 같은 산등성이도 내가 참 좋아하는 산의 한 단면이다.
살짝 거친 오르막도, 줄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내리막도 있었지만 급하지 않게 걷고 또 걸어 함박등 도착.


사자산 만큼이나 귀여운 함박등 표지석!!
이제 쭉 하산을 하면서 암자 방문을 하면 되겠지?
신난다!!!


오늘은 이만~~~큼 힘들었으면 되었다.
조금 편한 길을 걸어 내려가고,
호젓한 암자를 만나러 가자.

첫 암자는 백운암.

깔끔한 화장실이 제일 기뻤다.
(불경스럽네🤣😂)
화장실에 들렀다 암자에 들어가니 보살님들이 식사하고 가라며 몇 명인지 여쭈신다.
- 여섯 명이요. 너무 많죠?

라며 머뭇 거렸지만 흔쾌히 내어주신 6인분의 비빔밥

그리고 동치미 국물. 후식으로 바나나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설거지를 마쳤다.

40분 넘게 식사를 하고 쉬어간 백운암.
그나저나 우리.. 점심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은 다들 기억하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거냐며.

첫 암자인 백운암에서 오늘 19 암자(폐암자가 2개이니 17 암자)를 다 돌기는 틀렸고 딱히 의미도 없다는 결론을 내고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암자를 들르기로 했다.
(우리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 호기심이 많고 흥이 많아 중간중간 딴 길로 새, 사진도 많이 찍고 수다도 많이 떨고 먹기도 많이 먹는다우~😎)

푸르름에 눈이 시리던 통도사 암자길.
함박등에서 백운암이 오기까지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하드쉘을 꺼내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등산 시작한 이래 가장 부지런한 산행을 했어야 했던 하루였다.

백운암에서 내려오며 만난 방문객이,
"벡운암 소원성취"라고 쓰인 나무 막대를 짚고 내려오시길래 신기하다. 불심이 깊은가 보네~라고 생각했는데 암자길을 다 내려와 보니 백운암에서 준비한 스틱이었다.

기발하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마저도 없으면 불자님들의 발길이 더욱 뜸하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었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좋아 죽겠는 숲길을 걷다 보면 극락암을 만나게 되는데 정식 출입로는 한참 돌아가야 만날 수 있어 그냥 건너뛰기로 한다.
그리고 거의 하산이 끝날 즈음 만난 자장암.

자장암은 차량으로 접근이 용이해 통도사 암자 중 가장 유명한 암자라고 한다.
그래서 자장암에 들르기로 한다.
자장암 주차장은 그 멋진 영축산을 두르고 있다.
주차장에 서있는 차들이 미워질 만큼 영축산의 풍경이 너무 멋지다.


자장암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비현실적으로 예쁘다.
동화 속으로, 설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자장암의 입구로 들어간다.
조용했던 백운암과는 다르게 자장암은 완연한 잔칫집 분위기였다.

식당에서는 비빔밥을 먹을 수 있었으나 백운암의 비빔밥을 먹었으니 패스하고 누구에게나 나누어주시는 디저트로 다가갔다.

배가 부른데 계속 들어간다.
디저트 배는 따로 있잖아요.

잘 먹었습니다.
잘 쉬고 갑니다.
인사를 전하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우면서도 화려하고 수려한 자장암을 떠났다.

이제 우리는 통도사로 다시 걸어가야 하는데 영축산이 배경이 되어 만들어지는 멋진 풍경이 자꾸 발길을 붙든다.

멋진 청보리밭.

화사한 유채꽃밭.
우리도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지만 암자에 방문했던 사람들도 암자를 떠나야 할 시간이었기에 긴 차량 행렬이 이어졌고 통도사까지 가는 좁은 길을 차와 함께 이동해야 했다.
늘 다니던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의 능선이 아닌 영축산의 반대자락을 걸었다.
올 가을의 영남알프스는 환종주 말고 다른 길을 길게 걸어보자고 대장 형님에게 산행요청을 해 본다.
그때쯤 다시 돌아오마.
결국 시간이 늦어 통도사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들어가 볼 수 있겠지 뭐!
🎯영축산과 통도사🎯
✔️산행시간 : 7시간 30분
✔️산행거리 : 18km
✔️산행코스 : 산문주차장~지내마을~영축산~함박등~백운암, 자장암~산문주차장
✔️영남알프스는 이쪽저쪽이 다 좋더라. 은화의 욕망을 비워냈으니 앞으로 영남알프스는 이쪽저쪽을 다 걸어보리라.
✔️영축산 맛집-백운암 공양
+) 민족 대이동이 있는 명절인 줄 알았다. 서울까지 7시간 넘게 걸린 거 실화냐며. 난생처음 나이트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너무 풍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