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nia 2021. 1. 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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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가 근처의 산에 다녀왔다.
아빠가 늘 운동다니던 코스이다.
아빠가 다시 건강해질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었을때, 암세포 따위 무찌를 수 있다고 생각하던 무렵 아빠가 매일 오르던 산.
그리고 나도 주말마다, 휴가때마다 아빠와 함께 오르던 산.

아빠의 팔짱을 끼고
아빠의 젊고 태산같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던 길.

아빠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그 산에 다시 갔다.
아빠와 한숨 돌리던 공터.
아빠가 운동하던 산의 정상.
턱걸이하는 아빠의 표정이 너무 웃겨 내가 빵터졌고 나의 웃는 모습에 팔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내려서며 아빠도 유쾌하게 웃던 그곳

자연스럽게 동생과 아빠의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 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데. 그 시절로 돌아가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 젊고 태산같았던 부모님.
볼때마다 오열하게 되는 응팔의 한장면.

나도... 밥사먹을 돈도, 동아리 회비낼 돈도 없이 빈곤했지만 그래도 반짝반짝 빛이나던 나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 아빠와 엄마가 젊고 태산같던 그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다.


2. 저녁을 먹으며 응팔을 보는데 결혼식 장면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되는 엄마의 한탄.
울 엄마는 잔소리가 아니라 한탄을 해서 사람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 전생에 죄를 많이지어 자식들이 다 결혼을 못하고 있네. 내가 죄인이네
이래저래 대화를 시도해봐도 저 얘기가 나오면 게임 끝이다. 그럼 나도 화가 치밀어
- 그렇게 생각해야 엄마 속이 편하면 맘대로 해
하고 돌아서버린다.

옛날옛날 아빠의 주식투자로 한순간에 길에 나 앉게 됐을때, 그때는 주식투자로 망한 이야기가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고 우리 식구는 그런 드라마를 보면 모두 애써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시선을 돌리곤 했다.

그리고 아빠가 암투병을 할때, 암환자가 나오는 드라마를 볼때도 마찬가지였다. 외면과 모르쇠를 꽤나 잘하던 우리 식구들.

그런데 이놈의 결혼!!! 결혼에서는 그게 안된다.
하아.. 역시나 성보라가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꺼버렸어야하는데 좀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하고 계속 보다가 결국 엄마와 각을 세웠다.

결국 후회할 꺼면서 매몰찬 말은 왜했나
새해부터 반성합니다.
결혼이 대해서라면, 엄마의 말에 모르쇠하자
그냥 못들은척 아니면 무조건 네네~ 하자, 각 세우지 말고😑


3. 영 좋지않은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조잘조잘 집에 간다며 밝게 인사를 나누고 나왔지만 역시나 불편해.

그래서 그냥 쭈욱 달려서 미음나루를 다녀왔다.
낮이었음 소양강 가는건데 이미 어두워진지 한참 된 터라 생각나는 장소가 미음나루 밖에 없었다.

강건너의 아파트가 다한 야경.
물그림자가 너무 예뻤다.
부르르 떨릴때까지 멍때리며 강을보고 있자니 맘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엔 신이나서 쿵짝쿵짝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돌아왔다.

휴... 나의 길지만 짧았던 휴가가 거의 끝나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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