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일기 Hiker_deer

[산쭈의 등산일기] 내변산_20220601

Jinnia 2022. 6. 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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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가 온 것일까?
(뭔놈의 등산일기 서두가 갱년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친구랑 둘이 거의 매일 힘들다 피곤하다를 달고 산다.
병든 닭처럼 골골 거리는게 아니고 그냥 몸에서 기운이 쑥 달아난 느낌.
이것이 언니들이 말하던 그때인걸까.
살다가 체력이 한번에 훅 꺽이는 시기가 온다고....

요즘 멀미도 더 심해졌다.
심지어 아침에 집결장소까지 내가 운전해서 가는데도 멀미를 했다.
멀미가 심해서 운전을 하는건데, 운전을 하는 와중에 멀미를 했다.
그리고 변산반도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까지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길에 또 멀미를 했다.

그래서 나는 내변산 산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너덜너덜 누더기가 되었다.

서두를 슬픈 갱년기 의심증으로 시작한 것은 등산일기 내내 힘들다가 나오겠지만 그렇게 힘든산을 아닐지도 모른다.
아닐 것이다~를 미리 알리기 위함입니다.

변산반도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 주차장은 반 정도 차있었다.
지난주 소백산에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주차장과 사뭇 달랐다. 한가함과 여유로움이 뿜뿜해서 아무리 급한일이 있어도 이곳에서는 쉬어가야겠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평화로웠다.

탐방지원센터에 국립공원여권 스탬프를 찍으러 들어가니 직원 한분만 계셔서 스탬프 10개를 찍으면 신청할수 있는 잎새 메달을 신청이 가능하냐고 여쭈니 흔쾌히 신청서를 꺼내주셨다.

-오래 걸려요. 한 3개월 정도 잊고 사시면 돼요
를 여러번 말씀하시는 직원분께
-올해 안에는 도착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기다릴께요. 빵긋~
유쾌하게 웃으신다.

"하이킹 시작"
기록과 워치의 노예는 이렇게 산행을 시작한다.
내변산 산정호수까지는 산책로가 이어진다.
경사가 거의없고 아름다운 숲길이다.

귀여움 곧 힐링이지!
별처럼 내려앉은 꽃잎과 별처럼 반짝이던 물빛

이것이 진정한 힐링산행이라고, 어떻게 산이 이럴수가 있냐며 꺄르를 웃으며 도착한 산정호수는 파란 하늘, 푸른 산과 어우러져
-미쳤다 미쳤어~
를 소환하고야 말았다.

요즘 가물어서 물이 많이 없다는 소식을 미리 알고 갔지만
선녀가 몇 들어가야만 물이 찰랑일것 같은 선녀탕을 지나
폭포가 사라진 직소폭포에 도착하니, 그럼에도 산이 너무 예쁘니 되었다~ 싶었던 마음에 슬쩍 아쉬움이 올라왔다.
시원하게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폭포가 실종된 직소폭포

떨어지는 물도 고인물도 없는 직소폭포에 내려가보는 길은 과감히 생략하고 길을 나서면
이제서야 본격 산행의 시작이다.

평지인양 완만하던 길에 어느정도 경사가 생기기 시작하고 곧 계단이 이어진다.

그렇게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넓은 마당바위 같은 곳이 나타나는데 이곳에 오르는 길은 돌길이다.

돌길을 올라 확트인 풍경을 감상하고 또 숲길을 지나면 넓고 평평한 바위에 오르기 위해 돌길을 올라야 한다.

내변산행은 이렇게 숲길과 돌길이 번갈아가며 나왔다.
내변산의 돌은 주상절리인지라 넓은 바위임에도 켜켜이 촘촘히 얇은 바윗장(?)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었고
오르는 돌길 역시 마찬가지인지라 오르고 내리는 내내 지우개 같은 마파테스피드의 약하디약한 비브람메가그립이 떨어질까봐 걱정이 될 정도로 돌들이 날카롭고 켜켜이 붙어있었다.
(집에와 확인해보니 돌들에 스친 밑창의 옆면에 상처가 꽤 많이 생겼더라. 지...지우개 맞나보다)

커다란 마당바위가 나타날때마다 환상의 뷰가 눈앞에 펼쳐졌다.
낮지만 정말 넓게 펼쳐진 산세가 푸근하고 따뜻했으며, 산 사이로 보이는 호수와 저 멀리 보이는 바다의 조합이 어디서 내려다봐도 탄성을 자아냈다.

그런데요... 이제 6월 1일인데 이렇게 더워도 되는 겁니까? 이렇게 더운게 맞는 겁니까?
구름한점 없이 파아란 하늘에서 뜨겁디 뜨거운 태양볕이 작렬했고 불어주기만 하면 서늘한,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있는 바람은... 불어오지 않아 문제였다.

다행히 준비력 만랩 산동무들이 과일을 바리바리 싸 오셔서 중간중간 쉬며 과일로 기력을 보충하며 갔음에도 지친몸이 쉬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블랙야크 100대명산 마흔여섯번째 인증-내변산

어쩐지 동네 뒷산 느낌인 내변산의 정상 관음봉에서 한참을 쉬며 노닥거리다 세봉으로 이동했다.
세봉이라고 해서 뭔가 정상석이나 작은 표지석이라도 있을까 했는데 암것도 없더라.
그냥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판에 "세봉"이라는 알림 표지가 있었을 뿐.

세봉까지 왔으니 이제 하산이겠지!!!!
하고 신났는데,
-이 길이 아닌가벼
싶을 정도로 계속 오르고 내리는 길이 반복됐다.
이보게... 이정도 왔으면 그냥 쭉 내려가도 되지 않겠는가
싶을만큼 올라가고 내려가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내변산 주차장 2km를 알리는 표지가 나타나면 그때부터 진정한 하산길이 시작되다.

원래, 내변산이야 뭐..
하는 마음으로 슬링백에 물 하나만 담아올 생각이었는데 오우, 그렇게 만만한 산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산행내내 오르막 내리막이 꾸준히 반복됐었는데, 오르막을 한번 오를때마다 몸의 기운이 쑥-하고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진짜 너무 예쁘고 엄청 예뻤는데 내 몸뚱이 때문에 -망했어~ 라는 느낌만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산행이었다.

뜨거운 햇살과 야박한 바람의 인심으로 짠내나는 산행을 마치고 탐방지원센터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모든 산행이 허무해졌다.
이곳이 천국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아낌없이 불고 있었으며 군데군데 잘 조성된 그늘 아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천국을 버리고 불가마에 다녀온거였어!


🎯내변산 오르기🎯
✔산행거리 : 8.5km(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 4시간 30분(매우 느리게 간식도 여러번 먹으며 이동. 여름이다....)
✔산행코스 : 탐방지원센터-#직소폭포 -관음봉-세봉-가마소삼거리-탐방지원센터 원점회귀
✔내변산 주차장 2,000원
✔직소폭포는 너무 가물어서 물이 없어요. 폭포 실종사건.
✔넓게 펼쳐진 푸르름이 너무 좋아 비오는날 우중산행을 꼭 한번 하고싶어졌어요


차로 30분을 달려 내소사로 갔다.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을 몽땅 간직하고 있는 내소사에서
이세상의 모든 색을 입은것 같은 나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알록달록한 미니연등과 함께 H의 사진에 잔뜩 담겼다 ㅋ

H는 "저기 있는 색 너한테 다있어🤣🤣🤣🤣"라며 나무앞에 가 서보라고 했다.

✔내소사 입장료 1인 4,000원
✔주차비 3,200원

결국 하루종일 골골하더니 밤새 호되게 앓았다.
빨아버린 솜이불이 아쉬울만큼 너무 추워서 하는수 없이 얇은 이불 세개를 꺼내어 덮었다.
열이 후끈 달아올랐음에도 뜨거움을 온몸으로 내뿜으면서도 오한이 나고 추워서 덜덜 떨리는 몸을 웅크리고 밤새 끙끙 앓았다.
코로나인가....
몸을 질질 끌듯이 움직여 애드빌 두알을 먹고 다시 공처럼 웅크리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덜컥 겁이나면서 지리산종주는 못가겠네, 얼른 낫고 회복해서 공룡이나 다녀와야겠다.
하며 까무룩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열은 다 내렸고 몸은 가뿐했다.
코로나 아니었네.
지리산 갈 준비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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