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쭈의 등산일기] 드디어 공룡능선_20220625
산을 다니는 사람들이 "산,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대화를 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공룡능선"이다.
산으른들이 공룡능선에 대해 어쩐지 으스대듯(;;;;) 이야기하고 자랑을 늘어놓을 때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산이길레 저래?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디 나도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게 설악산은,
작년에 대청봉에서 호되게 당한 이후로 무찔러 해치워야 할 것 같으면서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두려운 산이었다🙄🙄

그래서 매우 어려워 하던 설악산님께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오랜 고민을 했고 장고끝에 악수가 아닌 장고끝에 횡재한 하루가 되었다.
요즘 계속 몸이 안 좋아서 끝까지 고민하다가 합류를 결심했고
처음부터 나는 천천히 느리게 가겠다-고 선언을 했음에도 동무들을 따라갈 수 있을지 무거운 마음과 걱정을 가득 안고 조심스럽게 밝힌 참석 의사.

소공원 주차장은 새벽부터 분주하다.
주차 안내하시는 분들이 목소리 높여 차량 안내를 하시는데...
저분들 임무 교대를 얼마 만에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심히 성대가 걱정되는 업무환경이었다.
미지의 세계, 무시무시한 공룡을 마주하기 전에 든든히 밥을 챙겨 먹었다. 김밥 한 줄을 꼭꼭 씹어 꾹꾹 눌러 넣었다.
오전 2시 30분. 소공원 주차장을 출발한다.

반짝이는 별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하늘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던 우리는 어느새 묵묵히 작은 조명에 의지해 땅만 보며 걷기 시작했다.

비선대까지 어두운 임도를 걷는데 물소리가 우렁찼다.
이틀 전의 폭우가 설악산의 수량을 얼마나 풍부하게 만들어놓았을지 기대가 될 정도로 시원하게 들리는 계곡물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요 근래 극심한 가뭄때문에 이산 저산 물이 마른 모습만 보아온지라 설악산의 물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지만(!) 새까만 어둠 속이니 물과의 조우는 나중으로 미루자.

드디어 비선대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방이 막힌 비선대에 들어서자 바람이 뚝 그쳤다.
어둠 속에 축축한 공기가 나를 짓눌렀다.
잘못 왔나.....
또 무모한 도전이었나......
슬픈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랐지만
-대체 뭐하자고 이러고 있나
라는 의문은 생기지 않았다.
오늘의 목표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공룡을 만나는 것이었으니까!
내가 네 녀석을 꼭 만나고야 만다.
그리하여 이를 악물고 뒤를 쫓았다.
오늘은 쉼의 텀이 아주 길었다.
다른 때라면 벌써 한 번은 쉬었을 텐데 다들 묵묵히 오르기만 했다.
공룡 만날 생각이 들뜬 건지 신이 난 것인지 속도조차 너무 빠르게 느껴졌다.
제일 뒤로 빠졌다.
산태기가 끝난지 알았는데 아니었다.
몸이 힘들어 죽겠는데도 난 누구 여긴 어디? 같은 근원적인 물음에 시달리지 않은 것은 너무나도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었다.
또다시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정신없이 앞사람 뒤를 쫓아가다 보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무 사이로 살짝 보인 설악의 모습에 얼어붙듯 충격을 받았다.
모든 사고와 동작이 잠시 멈춤으로 얼어버렸다.
뾰족뾰족한 봉우리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정신이 멍~~했다.
매주 산에 가다시피 하며 많은 산을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산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설악산의 뾰족한 암봉을 처음 마주한 이 순간을 아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오늘의 일출은 5시 44분.
요즘 보면 일기예보는 똥망인데 일출시각은 기가 막히게 딱 맞는 것 같았다.


저 멀리 동해바다 너머로 해가 떠올랐다.
찬란한 오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설악산을 온통 따스하고 다채롭게 물들였다.
세상 식상한 표현이지만 입이 떡 벌어지는 장관이었다.

드디어 공룡의 발톱에 올라선 느낌이었다.
조심조심 오를께, 조금씩 천천히 다가갈께- 내치지 말아 줘.
두 손을 모아 떠오르는 해를 향해 다정히 속삭여본다.

알고 있는 감탄사를 다 쏟아부어도 모자란 풍경이었다.
그냥 알고 있는 모든 감탄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방언이 터진 것 같았다

축축하고 무겁던 공기는 사방이 트인 곳에 나오자 바람에 씻겨 사라졌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한여름에서 늦가을로 넘어온 듯 꽤나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정말 산타기 조오오오오옿타!!!!!

해가 뜨니 좀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태양열 전지도 아니고 날이 밝아져야 힘을 쓸 수 있는 것인가🙄
그래서 조금 오를 만 해졌다.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 마등령 삼거리까지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너무 놀라운 것을 봐버린 마음이 붕붕 뜨기 시작했다.

마등령은 아침식사의 성지인 듯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이 유쾌하게 혹은 지친 기색 역력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우리는 유쾌함과 지침의 어드메쯤에서 자리를 펴고 앉았다.
시원하던 바람이 점점 차지고 돌풍처럼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바람은 기나긴 인생을 살아온 내게도 유례없는 경험을 선사해줄 만큼 강하고 또 강하게, 세차고 호쾌하게, 무섭고 위협적으로 산행하는 내내 불어닥칠 예정이다)

느릿느릿 식사를 마치고 동무들이 탄성을 지르는 곳을 보니 운해가 밀려오고 있었다. 강풍에 밀린 운해들이 엄청난 속도로 쏟아져왔다.
감탄사를 쏟아내다 저 구름이 공룡능선을 덮어버릴까 걱정을 했지만 오늘 로또 당첨급 행운을 거머쥐고 날씨 요정과 함께한 우리에게 그런 불운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등령에서 식사를 마치고 마등령 삼거리를 거쳐 진짜 공룡능선에 진입했다.
마등령삼거리까지 오면 힘든 오르막은 다 온 거라고 했다.
산에서 산사람이 하는 말은 80%가 거짓말인 것 같지만 어쨌든 믿어보기로 한다🤣🤣

공룡이 앞발을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그 발 위에 우리도 조심스럽게 올라탄다.
가자!!!


공룡능선의 시각적 비주얼은 봐도 봐도 충격의 연속이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미처 모르고 살던 때와는 다른 삶이 펼쳐진 것 같았다(물론 달라진 것은 쥐뿔도 없는 지루한 인생이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공룡능선에 선 순간만큼은 공룡을 알기 전과 후가 드라마틱하게 다른 것 같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대장횽님 말대로 마등령을 지나 공룡에 들어서자 크게 힘든 길은 없었다. 길도 유해지긴 했지만 풍경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힘들었어도 힘듦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은 길이었다.

몸이 휘청거릴 만큼의 강풍이 불어댔지만 덕분에 구름이 빠르게 움직여 하늘은 시시각각 변했고 올려다볼 때마다 새로이 구성된 하늘조각이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나한봉을 지나고 큰새봉을 지나 1275봉과 큰새봉 사이에 있는 사진 명소에 도착.
바람이 더욱 거세져 기어올라간 바위에서 몸을 움츠리고 바람이 자기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모자에 얹은 손은 사진을 찍기 위한 포즈가 아니라 강풍에 날아가버릴지도 모르는 모자를 사수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공룡능선 하면 항상 함께 들려오던 단어가 1275봉이었다.
공룡 가기 전부터 내가 1275봉에 오를 수 있을까 없을까에 대해 얘기하던 대장형님은 돌찔이가 어느 정도 성장했으니 1275봉은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장담하셨다.
그래서 아무 정보도 없었던 나는 어쩐지 조금 기대를 하며
- 내가 그만큼이나 성장했나?
싶어서 1275봉을 마주하기 전부터 설레었고 1275봉으로 내 산 인생이 크게 나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1275봉에 다다랐을 때, 바람이 거세다 거세다 이렇게 거셀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불어닥쳤고, 지나가던 산객 한분이 오늘은 바람이 너무 거세 이른 아침에 1275봉에서 누군가 사고를 당했다는 말씀도 해주셨다(사실여부 확인 불가🙄)
그리하여 잔뜩 쫄아버린 우리는 1275봉을 포기하고 그 아래서 간식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간식을 먹던 중에 1275봉을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고, 우리도 어찌 됐건 도전을 해보기로 한다.
장비벌레선생님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돌꿈나무인 나는 호기롭게 따라나섰다.
응. 그냥 객기였어.

돌을 잡고 게걸음으로 걸어가야 하는 코스에 도착하자마자 두어 번 시도를 하고 바로 포기를 선언했다.
그리고 그럼에도 그곳까지 올라온 스스로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인증사진이라도 남기려고 밑에 있는 장비벌레 선생님을 애타게 불러봤지만... 그녀는 달콤한 오침을 즐기느라 답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부질없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욕심으로 절벽 중간에 서서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대는 동안 다른 동무들은 1275봉에 올랐고 정말 잊지 못할 절경, 비경을 마주했다고 했다.

그리고 절벽 중간에 서있던 나는 인증샷은 남기지 못했지만 아주 많은 산객들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기게 됐다.
장비벌레 선생님을 소환하는 것은 포기하고 홀로 돌을 타고 내려왔다(크~~~장하다!!! 난 여기까지야)

그리고 꿀잠을 자는 장비벌레선생님을 이끌고 와, 이곳이 돌찔이들의 1275봉이라며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이 정도만 해도 눈이 휘둥그레 해질 만큼 멋진데 굳이 저런 데를 올라가야 하겠냐며 스스로에게 소소한 위로를 건넸다.
그렇지만...
젠장!!! 1275봉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은 완전 저세상 풍경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생 못 오를 곳 같아서 미련은 남지 않았지만 그런 장관을 내 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좀 슬프긴 했다. 돌몽툥이의 슬픔.

이제 공룡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인 신선대로 가자.
가는 길의 유명한 포토스팟들에 잠시 들러보지만
바람이 너무 거세서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고운 흙이 아니고 잔 자갈이 섞인 모래가 눈으로 입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움츠리고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돌아서기를 여러 번 해야 할 정도로 바람이 거셌다
그렇게 비선대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다가 대포 카메라를 든 산객이 있던 포인트가 눈에 딱 들어왔다.

대충 1275봉에서 보는 뷰와 비슷하다고 했다 ㅋㅋㅋㅋ
(실은 내가 우겼다! 이거랑 비슷하지 뭐 있겠어?? 하고 ㅋㅋㅋ)
그래서 이곳도 또 다른 돌찔이를 위한 1275봉으로 명명하고 돌찔이 둘만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1275봉 다녀온 산동무들은 안 찍더라- 췟~
그래도 괜찮아! 난 어차피 죽을 때까지 못 갈 곳이야 1275봉.
돌선생님 H도 아찔했다는 1275봉은 돌찔이에게는 절대 도전조차 하지 말아야 할 곳.

이제 공룡능선이 점점 끝나가고 있는 시점이 왔다.
신선대를 지나 희운각대피소에 가면 하산이다.
긴 시간 산을 타면서 질리거나 식상해지기는 커녕 감동과 감탄만 연발하게 되는 산은 처음이었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하고
신계와 인간계의 그 어디쯤이며
볼수록 신기하고 생경한, 놀라움이 계속되는 곳이 공룡능선이었다.

까마득히 높은 기암괴석을 옆에 두고 저 끝에 파란 하늘이 보이는 잡풀 하나 자라지 않는 흙길을 오를 때, 문득 머릿속에 아주 오래전에 읽은 디스토피아 소설 "더 로드"가 떠올랐다.
그러다 디스토피아의 끝인 파란 하늘이 있는 그 능선에 올라 눈앞에 펼쳐지는 날 선 암봉들을 마주하면 그곳이 유토피아였다.

신선대에서는 강풍이 극에 달했다.
조금만 방심하면 몸이 바람에 밀려 휘청거렸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다.

그럼에도 이곳은 나의 유토피아였다.
여러 산들이 나의 산 인생에서 원픽으로 떠오르며 각축전(ㅋㅋㅋ)을 벌였지만
공룡능선에 다녀오니 그 산들이 올망졸망 귀엽게 느껴졌다.
앞으로 나의 원픽은 무조건 공룡능선!!!
무조건 무조건이다!

공룡능선이 아니었다면 작년에 호되게 고생한 설악산을 다시는 찾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공룡능선- 공룡능선- 했기 때문에 산을 시작했으니 한 번은 가보아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고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고 의무감에 찾은 곳이기도 했다.
그런 곳에서 인생 최고의 산을 만날 줄이야!
잠시 공익광고로 넘어가자면
도전하는 젊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만...)은 언제나 아름답다!
는 진리인 것이다.
소공원에서 시작해 희운각 대피소까지 약 9시간 동안 한 번도 화장실을 가지 못한 여성 동무들은 희운각 대피소가 얼마나 반가웠을지, 남성 동무들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ㅋ

각각 1.5리터씩 물을 준비했고
날은 엄청 덥고 습했음에도
희운각 대피소까지 물 500ml로 버틴 동무들!
증말 장하다!!!!!

👉희운각 대피소는 공사 중!! 하지만 매점도 운영 중이고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어요. 당황하지 말고 당당하게 다가가세요~ 희운각 대피소❤
희운각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재정비를 하고 긴 하산을 준비했다.
여유 있게 공룡을 즐기자고 급하게 가지 말자고 했다.
특히나 체력이 바닥을 치던 나는 천천히 가자고 몇 번이나 다짐을 받아낸 터였다.
초반에 속도를 못 내고 힘겹게 따라가던 나의 투덜거림에 속도를 늦춰준 고마운 산동무들.
그리고 역대급 하늘과 날씨가 공룡능선을 우주에 다시없을 절경, 비경으로 빚어내어 보여준 덕분에 우리는 정말 공룡에 흠뻑 빠져들어 모든 걸음에 감동을 담고 감탄을 담아 느긋하고 여유롭게 즐기고 느끼며 눈에 담고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취미가 등산인 산꾼들이 야무지게 챙겨 온 간식과 먹거리로 배고플 틈이 없이 풍요롭게 산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비선대까지 5.3km.
공룡능선 이야기에는 늘 따라붙던 하산길인 천불동.
속에서 천불이 난다 하여 천불동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지만 그 속에는 진심이 묻어나 있었다.

하지만 하산길에도 공룡의 빼어난 산세는 단 한순간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이미 오대산 소금강의 하산을 경험했던지라 천불동으로 하산하며 속에 천불이 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지리산 백무동보다 짧고 길도 험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출발하던 어두운 새벽, 우리의 귀를 자극하던 우렁찬 물소리가 드디어 실체가 되어 눈앞에 나타나 또다시 외계어 같은 감탄사가 마주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나에게는 속에서 천불이 나는 천불동이 아닌, 붉게 단풍이 들면 천개의 불이 켜진듯 하다하여 천불동이라는 전설을 가진 곳, 천불동이 되었다.

시리도록 맑고 깨끗한 물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쏟아져내렸다. 그간 가뭄이 심해, 이렇게 유량이 풍부한 폭포는 오랜만이며 물이 풍부한 계곡도 너무 오랜만이라 천불동 계곡의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참 반갑고 기뻤다.

계곡의 디테일과 계곡 한가운데 기암괴석이 웅장하게 서있는 소금강에 비하면 어쩐지 소박한 느낌의 천불동이었지만 계곡을 둘러싼 날카롭고 서늘하게 날이선 웅장한 설악산의 산세는 그 어느 계곡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압도적이었다.

👉 희운각대피소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양폭대피소가 있어요. 화장실, 매점 모두 이용 가능합니다. 공룡능선의 하산길은 참 너그럽지 말입니다


공룡능선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이미 다음 공룡을 계획했다.
그래서 다시 찾아올 것이 분명함에도 공룡능선을 떠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매주 오자고 해도 오고 싶었다.
어두운 밤 마등령 삼거리까지 오르는 길이 힘겹다 해도 몇 번을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공룡능선.
그리하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면-
산 으르신들이 공룡능선을 훈장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이제는 그냥 자랑하는 것으로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공룡에 대한 애정과 경외심이 가득하고 공룡을 다시 찾고 싶은 열망이 가득할 것이리라.

나 역시 앞으로 수도 없이 입이 담게 될 오늘의 공룡능선 산행은-훈장을 달게 된 자랑스러움이 아닐 것이다.
공룡에 대한 어떻게 표현해도 충분치 않을 것 같은 폭발할 듯한 사랑과 심장을 찌르는 듯한 설악산 암봉들의 서늘함에 반해 지독한 짝사랑을 어쩌지 못하고 자꾸자꾸 공룡을 꺼내 돌아볼 것이다.

그리고 산행 내내 함께 감탄하고 감동받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던 시간을 선물해준, 선물 같은 산동무들❤ 역시 공룡과 함께 끝없이 영원히 소환될 것이다(놓치지 않을 거예요~!)

🎯공룡능선 올라타기🎯
✔ 산행거리 : 24.69km(애플워치 기준)
✔ 산행시간 : 16시간
✔ 산행코스 : 소공원 - 비선대 - 마등령 - 나한봉 - 큰새봉 - 1275봉 - 신선대 - 무너미고개 - 희운각대피소 - 양폭대피소 - 천불동 계곡 - 비선대 - 소공원
✔ 소공원 주차비 5,000원(선불) 설악산 입장료 4,500원/1인
✔ 앞으로도 쭉~~~ 계속될 공룡능선을 향한 사모곡의 시작. 오늘의 공룡능선은 말로도 글로도 사진으로도 표현 못할, 표현되지 못할 저세상의 어딘가!
✔ 국립공원 제1경 이라는 표현은 공룡능선을 향한 가장 겸손한 찬사였다
👉갤럭시 워치4. 아무래도 12시간 넘는 운동은 기록 못하는 것 같음(굉장히 빡쳤으나.... 심한말심한말은 속으로 쏟아냄) 지리산 종주에 이어 공룡능선 기록도 날려버림. 게다가 트랭글 역시 6km라는 어처구니없는 기록을 보여줌😤😤😤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산동무들의 기록이 제대로 남지 않았다. 비록 한 시간을 날렸지만 열심히 기록해준 장비벌레 선생님의 애플워치 뤼스펙~!!! 역시 장비벌레 선생님의 장비답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