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일기] 두번째 무등산❤
20230128 무등산 깍두기에 하얗게 소금이 내려앉았더랬다
작년 이맘때 무등산을 찾았었다.
이틀 전 폭설로 입산이 금지됐었기에 잔뜩 기대를 가지고 간 무등산에 상고대는 온데간데없었고
눈이 녹다 질퍽하고 미끄러운 길만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날 무등산에서 본 반팔 입고 얼굴이 바알갛게 달아올라 산을 오르던 어린이가 아직도 생각난다.
그만큼 갑자기 온화해진 기온에 모든 것이 질퍽하게 녹아버렸던 무등산.
그리하여! 겨울의 무등산 리벤지매치를 위해 다시 무등산을 찾았다-
라기보다는 난 그냥 또 운동삼아 따라나섰다(응, 난 산책을 전라도 광주로 가😶😶)
상고대도 빙화도 다 봐버린 이번 겨울.
모든 것을 다 누린 기분이라 그냥, 작년에 그랬음에도 예쁘고 좋았던 무등산에 슬슬 산책이나 가자! 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파주의보가 내렸던 하루였고
아침을 먹던 휴게소에서 느껴지던 몸서리 쳐지던 추위.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 역시 이런 날은 집에 있는 거였어.
기어이 꾸역꾸역 따라나선 나shake it, 좀 맞자!
그렇게 우는소리를 하며 들머리인 만수마을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일?
새벽녘의 추위가 사라졌다.
오늘 엄청 춥다며????
안 춥다!
😝맨날 똑같지만 다시 보는 춥찔이의 혹한기 등산복 챙겨입기➡️내년의 나를 위한 기록 ㅋ
👕 상의 : 이돕 써모넷➕파타고니아 R1➕몽벨경량다운➕파타고니아R2테크페이스➕파타고니아 레트로X 후리스
➡️날이 따뜻한 하단부 운행 중엔 R1까지만 입고 운행하다가 능선에 올라 R2를 입었고 장불재부터는 레트로후리스를 입고 운행
👖하의 : 스타킹➕내복➕피엘라벤캡트라우저
➡️지난 태백산행에서 너무 두껍게 껴입어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 자체가 미션이었어서 가볍게 입어봤고 미친 듯 바람이 불어대던 서석대 위에서도 충분히 견딜만했다. 앞으로 겨울산행에서 이 이상은 입지 말기

오늘의 들머리는 만수마을 들국화찻집.

장불재까지는 3.4km
초반에 임도가 이어지고 이어서 계단이 쭉 이어진다.
주로 잘 다듬어진 돌계단과 데크 계단으로 이루어진 길이라 힘들지 않게 꾸준한 속도로 오를 수 있다.

눈이 아주 얄팍하게 깔려있었다. 어제 막 내린 눈.
뽀드득뽀드득.

계단에 폭신하게 쌓인 눈은, 눈인 듯 보이지만 작은 얼음알갱이가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발밑에서 부서졌다.

오늘 산행도 아이젠 없이 쌉가능?
아이젠만 안 해도 반은 성공한(응?? 기준은 뭐죵? ㅋㅋㅋ) 산행이렷다!

들국화 갈림길에서 장불재 쪽으로 걷는다.
얼마 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조망이 멋지게 터진다.

눈! 그거 없어도 돼!
하늘이 이렇게 파랗고 시원한걸-

눈과 어우러져 더욱 화려하던 산열매.

봄이면 철쭉인지 진달래인지가 만개한다는 길을 지난다.
딱히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데 예쁘기까지 한 코스.

저 멀리 오늘의 반환점인 서석대가 보이는데
하얗게 눈이 내려앉았다.
오!!! 저기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나 보다!
기대를 잔뜩 품게 된다.

이쪽을 보고 저쪽을 봐도 너무 사랑스러운 울 무등이!
무등이는 깍두기에 섞박지가 최고의 매력인 줄 알았더니 들국화찻집에서 시작하는 이 코스는 덕유처럼, 영알처럼 예뻤다.

오늘 하늘은 그저 그림!

오로지 우리가 가야 할 길만이 눈을 하얗게 이고 있다.
눈 카펫만 밟고 지나가면 된다며

우리가 지나온 멋진 길과(역시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등산은 이렇게나 배울 것이 많은 취미지😝)

우리가 가야 할 서석대!

그렇게 파랗던 하늘이 갑자기 하얗게 변하더니 하늘에서 눈송이가 떨어졌다.
겨울산행의 모든 것을 다 경험했다 생각했는데 설중산행을 빼먹었었네.
그리하여 오늘 눈 맞으며 산을 타네.
가늘게 흩날리던 눈발이 어느새 사라지고 다시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이게 웬 떡이야!

장불재로 가자!


난민촌을 방불케 하던 장불재 대피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겨울이라 다들 발열체가 들어있는 음식을 가져온지라 대피소 안에 뿌우~~ 흰 연기가 뿜어져 올랐다.
장불재 평원으로 나오자마자 마주한 어마어마한 강풍에 단단히 방풍준비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서자마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과 마주쳤다
어머! 이건 찍어야 해.


하아.
이쯤 되니 오늘 눈 호강은 여기서 끝나도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장불재는 무등이가 예쁜 날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날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바람이 어마어마해서 잠시 사진을 찍기 위해 장갑을 벗었던 손이 터지는 것 같은 통증을 한참 느껴야 했지만 그럼에도 매우 가치로운 순간이었다.
어느새 다시 몰려온 구름을 뚫고 입석대 도착.
우리가 올라온 들국화찻집(들국화마을) 코스는 사람 없이 고즈넉했는데 장불재에 도착하니 갑자기 인구밀집 도시에 온 듯 인파가 폭증했고 서석대까지는 내내 줄을 서서 올라야 했다.

입석대 전망대의 긴 줄을 피해 대충 찍은 입석대 ㅋ

깍둑썰기한 깍두기 혹은 섞박지처럼 길쭉하고 네모난 바위가 특징인 무등산.
본격적인 깍두기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다.

아까 쯔기 멀리서 보았던 하얀 세상이다!

왐마!!! 이게 웬일입니까아~

미쳤어요!
난 무등이의 최고 전성기를 만난 것 같았어요.

정상석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다 시선을 돌리니!!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은 서석대가 보인다.
완벽해! 하얗게 소금꽃을 인 섞박지닷!

서석대는 정말 추워도 추워도 이리 추울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칼바람이 불었다.
옷으로 잔뜩 가린 몸은 괜찮았지만 얼굴은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서 연진아!
난 결국 곰이 되었어(feat. 더 글로리)


뿌연 구름이 밀려왔다 잠시 파아란 하늘이 나타나길 반복했다.
춥지만 이 파란 하늘이 나타나기만 한다면 칼바람 따위 얼마든 참아낼 수 있었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를 눈 내린 서석대의 황홀함 모습.
다시 못 본다 해도 투덜대면 안 될 만큼 역대급 아름다움이었다.
그렇게 난, 오늘 참 운이 좋았다.

하산길의 상고대도 최고였다.
오늘의 무등산 상고대는 치토스 같았다 ㅋ

한 발만 옆으로 비켜나면 진짜 찐 설국이 나타난다.
줄지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 뒤에 줄을 서 기다렸다.
잠시 나타났던 파란 하늘이 우리 차례가 됐을 때 사라져 버렸지만
하얀 설산과 하얀 하늘도 예뻤다.
그리고 마침내
무등산의 백미 입석대가 우뚝 선 전망대에 도착했다..


서석대 섞박지를 하얗게 뒤덮은 눈과
마치 살아있는 듯 뻗어 나온 눈꽃을 가득 얹은 나뭇가지들.
아름답고 우아한 발레공연을 한 편 본 기분이었다.

서석대의 웅장함 암벽에서 뻗어 나온 눈꽃이 핀 나뭇가지들은 그 자체가 꽃 같았다.
나도 봤다! 서석대 상고대~😀😀😀

사방에 펼쳐진 눈꽃이 활짝 핀 눈산이 장관을 이루었다.
그리고 하산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란 하늘은 아예 사라졌다
계속해서 곰탕이었던지라 하산코스를 짧게 잡아 만연산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달리 커다란 눈송이가 떨어졌다.
제대로 된 눈꽃산행이네.
내려가는 길이 좀 미끄럽긴 했지만 눈이 워낙 얄팍하게 쌓여있어 아이젠을 하면 발이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스틱과 지형지물에 의지하여 매우 매우 느리게 하산을 진행했다.
이 속도로 가느니 그냥 아이젠 끼고 말지 싶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도 빈약하게 쌓인 눈.
대신 금세 내린 눈이라 다행히 생각보다 크게 미끄럽지 않았다.
아이젠마저 착용하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던 오늘의 산행.
모든 게 완벽완벽 또 완벽했다.

수만리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고
임도를 따라 쭉 걸어 주차해 놓은 들국화찻집 근처 주차장으로-
오늘의 산행 끝!
🎯무등산 오르기🎯
✔️ 산행거리 : 13.2km
✔️ 산행시간 : 5시간 30분
✔️ 산행코스 : 들국화마을 - 백마능선 - 장불재 - 입석대 - 서석대 - 장불재 - 원점회귀(아래 사진에 보라색으로 표기)
✔️ 주차 : 들국화마을 등산객주차장(무료 / 약 10대 정도 주차 가능해요)
✔️ 작년코스보다 더 좋았던 들국화마을코스!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