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일기 Hiker_deer

[등산일기] 2022년의 첫 등산 - 마니산

Jinnia 2022. 1. 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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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 가요가요가요!! 새해에 마니산 가면 을매나 좋게요~
라고 생떼를 써보았는데 당첨됨 ㅋㅋㅋ

그리하여 2022년의 둘쨋날, 2022년의 첫 산행으로 마니산에 가게 되었다.

실은 월욜 검사결과 들으러 병원에 가야해서 마음이 좀 심란하기도 했고(벌써 몇년짼데.. 갈때마다 심란하다)
작년 말, 신변에 변화가 생기기도 하여 마음이 좀 뒤숭숭했었다.
그래서 마니산 같이 영험하다는 산에가서 좀 징징대고 빌붙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작년 첫 산행이 마니산이었다.
산린이가 산린이로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던 첫 산.
그래서 더 의미있기도 했다.

작년에 단군로로 올라갔다가 계단로로 내려오면서
수월한 산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계단로 하산길에서 여러 산객어른들의
-아이고 나죽네~~~
라는 곡소리를 BGM삼아 내려오며
나역시
-뭐 이런 비인체공학적 계단이 다있어!
하긴 했지만 단군로로 올라가는 길은 정말 아름답고 정돈된 길이었던 기억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은 단군로가 아니다.
아.. 맞다. 대장님은 돌을 좋아하지!

함허동천 주차장.
작년 첫 산행으로 마니산에 간다고 했을때
지인들이 치를떨며
-거기 네발로 기어가야해! 너무 무서워!!!!
라고 했던 코스가 함허동천이었던 것 같다.

함허동천 코스로 원점회귀가 오늘의 코스였다.

새벽, 서울에서 출발할때까지도 제법 굵은 눈발 날렸었다.
그 눈 이었을까?
눈이 많지도 적지도 않지만 딱 미끄러울 만큼 쌓여있었다.

지난 2주동안 연말놀이 한다고 운동을 못했음에도 초반에 그렇게 힘들다는 느낌없이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많이 춥지도 않았다.

사람이 없었다.
앞서 간 사람들의 발자국도 남아있지않아
오늘 이 길을 가는 사람은 우리가 처음인가 싶을 정도였다.

눈이 살짝살짝 쌓인 흙길을 오르다 보면 드디어 돌길이 나온다.

오늘 오전부터 해가 뜬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어쩐지 쨍한 해는 절대 나올 것 같지 않은 풍경만이 우리앞에 펼쳐졌다.
올라갈수록 안개가 더욱 짙어져 한치앞도 보이지 않았고
해발 몇천미터의 돌길을 걷고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세기말적 묵직한 풍경이었다 ㅋ

요근래 로스트 인 스페이스를 보고있었는데
오늘의 마니산 풍경은
안개가 자욱한 행성에 떨어진 산치광이들의 에피소드 느낌이었다.

인적없는 등산로를 한참 오르다보니 하산하는 산객들 무리가 꽤 보였다.
다들 내려가시며
-길이 너무 얼어서 정상까 못가요!
라는 비극적인 말씀을 남기고 사라지셨다.

못간대요!!
우리 지금이라도 하산해서 다른산 갈까요?
새해 첫 산행을 이렇게 마칠수는 없어요~~~

라고 소심한 의견을 내어보았으나
우선 가는데까지 가보자며 우리를 이끄신 대장님.

아주 딱 미끄러울만큼, 잘 얼어버릴만큼 얄팍하게 쌓인 눈 ㅋㅋㅋ

원래 여럿이 안된다고 하면
거기에 의지하며 포기가 빠른사람!

그런데 기어이 기어이 못간다고 하는길을
걷는다.
새해 벽두부터 ㅋㅋㅋ

우주 어느 행성의 산치광이들
로스트 인 스페이스 #산치광이 에피소드

네발로 기어오르는 것에 더해
아무리 찾아도 발 디딜곳 하나 없이 꽁꽁 얼어버린 길고 큰 바위는
주저앉아 엉덩이로 미끄럼을 탔다.
겨울산이 이렇게 버라이어티 하구나~
온몸으로 깨닫는 시간이었다.

근데 재밌어!!!

아유~ 미끌미끌 얼어버린 바위들 위에서 발바닥이 부들부들 춤을 춰서 미쳐버리겠는데
이게 또 심장이 쫄깃 염통이 움찔!
을매나 재밌게요~~~

세기말적 묵직함으로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화창한 날에는 그렇게 예쁘다는 함허동천 능선길이
아쉬울 틈이 없었다.
미끌미끌 내 몸도 춤을 추고 마음도 휘청거리는 통에
주변을 둘러볼 짬이 안났거든 ㅋㅋㅋ

대장님과 두 귀요미와 곰 한마리가 함께했던 오늘의 산행🐻

결국 우리는 해내고 말았지 말입니다!

안돼요, 못가요!
하는 길을 넘고 넘어
지나고 지나 정상 바로 직전의 계단앞에 섰다.

안내표지마저 영험함이 느껴지고 난리야~~ 마니계단.

작년에 왔던 산신생아~
산린이 딱지 떼러 왔어요!


월요일 들을 검사결과, 부디 아무일 없으 웃으며 들을 수 있길!
올 한해도 건강하고 즐겁고 유쾌하길!

- 하늘님 하늘님~단군의 후손 곰돌이가 바라옵건데 올 한해도 안전하고 재미나게 산행하게 해주시옵소서!

진지한 궁서체로 바라옵니다!🙏🙏
알고보면 곰🐻이 아니라 사자🦁일지도 몰라

그런데,
저기요!!
블랙야크 슨생님!!
정신차리세욧!!!!!
아직 2022년을 맞을 준비가 안되었는지 정신줄을 놓아버린 블랙야크알파인클럽 앱 덕분에 마니산 인증은 실패했다. ㅋ
긴급인증이 있다고는 하는데 일년에 두 번 밖에 못쓴다고 하니...
마니산은 다음이 또 오기로 한다!
완죤 재밌는걸~~~~

주차장으로 가려면 함허동천으로 하산해야하는데 이미 올라오며 미끌미끌 바위들을 경험했더니 그길로 내려갈 엄두가 나지않아 하산은 다른코스로 하기로 한다!
작년에 함께 마니산에 왔던 허니와 입을모아
-단군로로 내려가요!!!
를 외쳤는데 내려다가보니 우리는.. 계단로로 가고있어.

대체 어디서 놓쳐버린걸까.
그리고 계단로는 1년새 새단장을 한 것일까?
작년에는 분명 내려가는 사람 모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를 내며 내려가는 거지같은(!)계단이었는데
오늘은 눈이쌓이고 얼어 미끄러었웠음에도 수월하게 내려올 수 있는 계단이었다.
내가 그만큼 단단해진걸까.
아님 길이 좋아진걸까?

진실은 저~~~너머에!

계단길로 신속하고(함허동천 보다) 안전하게(함허동천 보다) 하산 성공!

내려오니 해가 반짝! 나타났다.

참성단 모형

어쩜 2년 연속 곰탕곰탕 찐곰탕이야!
내 기필코 맑은 날의 마니산도 보고 말리라!
(라며.. 다음번엔 꼭 인증도 성공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마니산 다녀왔다곰🐻

🎯마니산 오르기🎯
✔산행거리 : 5.3km
✔산행시간 : 3시간 10분(쉬는시간 10분 포함)
✔산행코스 : 함허동천 주차장 - 마니산 정산 - 화도주차장
✔입장료 인당 2,000원 / 주차 무료
✔화도 주차장->함허동천 주차장 택시비 : 약 9천원
✔마니산 함허동천 코스, 암릉 개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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