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일기] 2022년의 첫 등산 - 마니산
-마니산 가요가요가요!! 새해에 마니산 가면 을매나 좋게요~
라고 생떼를 써보았는데 당첨됨 ㅋㅋㅋ
그리하여 2022년의 둘쨋날, 2022년의 첫 산행으로 마니산에 가게 되었다.
실은 월욜 검사결과 들으러 병원에 가야해서 마음이 좀 심란하기도 했고(벌써 몇년짼데.. 갈때마다 심란하다)
작년 말, 신변에 변화가 생기기도 하여 마음이 좀 뒤숭숭했었다.
그래서 마니산 같이 영험하다는 산에가서 좀 징징대고 빌붙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작년 첫 산행이 마니산이었다.
산린이가 산린이로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던 첫 산.
그래서 더 의미있기도 했다.
작년에 단군로로 올라갔다가 계단로로 내려오면서
수월한 산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계단로 하산길에서 여러 산객어른들의
-아이고 나죽네~~~
라는 곡소리를 BGM삼아 내려오며
나역시
-뭐 이런 비인체공학적 계단이 다있어!
하긴 했지만 단군로로 올라가는 길은 정말 아름답고 정돈된 길이었던 기억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은 단군로가 아니다.
아.. 맞다. 대장님은 돌을 좋아하지!

함허동천 주차장.
작년 첫 산행으로 마니산에 간다고 했을때
지인들이 치를떨며
-거기 네발로 기어가야해! 너무 무서워!!!!
라고 했던 코스가 함허동천이었던 것 같다.

함허동천 코스로 원점회귀가 오늘의 코스였다.

새벽, 서울에서 출발할때까지도 제법 굵은 눈발 날렸었다.
그 눈 이었을까?
눈이 많지도 적지도 않지만 딱 미끄러울 만큼 쌓여있었다.

지난 2주동안 연말놀이 한다고 운동을 못했음에도 초반에 그렇게 힘들다는 느낌없이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많이 춥지도 않았다.

사람이 없었다.
앞서 간 사람들의 발자국도 남아있지않아
오늘 이 길을 가는 사람은 우리가 처음인가 싶을 정도였다.

눈이 살짝살짝 쌓인 흙길을 오르다 보면 드디어 돌길이 나온다.
오늘 오전부터 해가 뜬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어쩐지 쨍한 해는 절대 나올 것 같지 않은 풍경만이 우리앞에 펼쳐졌다.
올라갈수록 안개가 더욱 짙어져 한치앞도 보이지 않았고
해발 몇천미터의 돌길을 걷고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세기말적 묵직한 풍경이었다 ㅋ
요근래 로스트 인 스페이스를 보고있었는데
오늘의 마니산 풍경은
안개가 자욱한 행성에 떨어진 산치광이들의 에피소드 느낌이었다.

인적없는 등산로를 한참 오르다보니 하산하는 산객들 무리가 꽤 보였다.
다들 내려가시며
-길이 너무 얼어서 정상까 못가요!
라는 비극적인 말씀을 남기고 사라지셨다.
못간대요!!
우리 지금이라도 하산해서 다른산 갈까요?
새해 첫 산행을 이렇게 마칠수는 없어요~~~

라고 소심한 의견을 내어보았으나
우선 가는데까지 가보자며 우리를 이끄신 대장님.

원래 여럿이 안된다고 하면
거기에 의지하며 포기가 빠른사람!

그런데 기어이 기어이 못간다고 하는길을
걷는다.
새해 벽두부터 ㅋㅋㅋ


네발로 기어오르는 것에 더해
아무리 찾아도 발 디딜곳 하나 없이 꽁꽁 얼어버린 길고 큰 바위는
주저앉아 엉덩이로 미끄럼을 탔다.
겨울산이 이렇게 버라이어티 하구나~
온몸으로 깨닫는 시간이었다.
근데 재밌어!!!

아유~ 미끌미끌 얼어버린 바위들 위에서 발바닥이 부들부들 춤을 춰서 미쳐버리겠는데
이게 또 심장이 쫄깃 염통이 움찔!
을매나 재밌게요~~~
세기말적 묵직함으로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화창한 날에는 그렇게 예쁘다는 함허동천 능선길이
아쉬울 틈이 없었다.
미끌미끌 내 몸도 춤을 추고 마음도 휘청거리는 통에
주변을 둘러볼 짬이 안났거든 ㅋㅋㅋ

결국 우리는 해내고 말았지 말입니다!

안돼요, 못가요!
하는 길을 넘고 넘어
지나고 지나 정상 바로 직전의 계단앞에 섰다.

작년에 왔던 산신생아~
산린이 딱지 떼러 왔어요!

월요일 들을 검사결과, 부디 아무일 없으 웃으며 들을 수 있길!
올 한해도 건강하고 즐겁고 유쾌하길!
- 하늘님 하늘님~단군의 후손 곰돌이가 바라옵건데 올 한해도 안전하고 재미나게 산행하게 해주시옵소서!


그런데,
저기요!!
블랙야크 슨생님!!
정신차리세욧!!!!!
아직 2022년을 맞을 준비가 안되었는지 정신줄을 놓아버린 블랙야크알파인클럽 앱 덕분에 마니산 인증은 실패했다. ㅋ
긴급인증이 있다고는 하는데 일년에 두 번 밖에 못쓴다고 하니...
마니산은 다음이 또 오기로 한다!
완죤 재밌는걸~~~~
주차장으로 가려면 함허동천으로 하산해야하는데 이미 올라오며 미끌미끌 바위들을 경험했더니 그길로 내려갈 엄두가 나지않아 하산은 다른코스로 하기로 한다!
작년에 함께 마니산에 왔던 허니와 입을모아
-단군로로 내려가요!!!
를 외쳤는데 내려다가보니 우리는.. 계단로로 가고있어.

대체 어디서 놓쳐버린걸까.
그리고 계단로는 1년새 새단장을 한 것일까?
작년에는 분명 내려가는 사람 모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를 내며 내려가는 거지같은(!)계단이었는데
오늘은 눈이쌓이고 얼어 미끄러었웠음에도 수월하게 내려올 수 있는 계단이었다.
내가 그만큼 단단해진걸까.
아님 길이 좋아진걸까?
진실은 저~~~너머에!

계단길로 신속하고(함허동천 보다) 안전하게(함허동천 보다) 하산 성공!
내려오니 해가 반짝! 나타났다.

어쩜 2년 연속 곰탕곰탕 찐곰탕이야!
내 기필코 맑은 날의 마니산도 보고 말리라!
(라며.. 다음번엔 꼭 인증도 성공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마니산 오르기🎯
✔산행거리 : 5.3km
✔산행시간 : 3시간 10분(쉬는시간 10분 포함)
✔산행코스 : 함허동천 주차장 - 마니산 정산 - 화도주차장
✔입장료 인당 2,000원 / 주차 무료
✔화도 주차장->함허동천 주차장 택시비 : 약 9천원
✔마니산 함허동천 코스, 암릉 개꿀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