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무현입니다
요가를 끝낸 어느날 밤
터덜터덜 메가박스로 향했다.
영화시작 5분후부터 울기시작해서 중반부터는 오열을... ;;;;

혼자 보러온 사람들이 많았고
영화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는 분도 있었지만 모두가 한마음이라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옳커니~ 하고 맞추임새 넣고싶은 기분.

요가후라서 맨얼굴이었고 눈화장 생각안하고 ㅡㅡ;; 마음껏 울수 있었다.

2002년 호주에 있었고...
그때는 너무 개인상황이 안좋았던터라 정치는 내게 너무 먼 이야기였다.
대통령선거 끝나고 노전대통령의 당선에 대하 얘기하며 호주교민분들이 이제 대한민국은 망했다 빨갱이한테 넘어갔다고 분노하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억만 있다.

내가 없던 그곳의 시간들이 너무 신기하고 생소했고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그렇게 뜨겁게 몰입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했다.

나도... 살아가며 한번쯤은 내가 믿는 것을 위해, 정의를 위해 뜨겁고 싶다



2. 채식주의자
실장님께서 주신 책을 읽는 중
맨부커상을 탄 책이므로 영어로 샀다며 껄껄 웃으시던 실장님.
챕터 1을 다 읽었는데
읽는 내내 너무 불편해서 잠시 쉬는 중이다.
주인공을 불편해하는 이야기속의 사람들이 너무 불편하고 주인공과 그런 사람들을 불편해하는 내가 너무 불편해서 거참.. 이 감정을 어찌 표현해야할지...

여튼 잠시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시작해야겠다. 불편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


3. 아빠 병원
생일날이 아빠 병원가시는 날이라 휴가를 냈다.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찍어보자던 PET의 결과를 보러가던날.
며칠전부터 마음속에 나비가 한가득 들어온것 처럼 마음이 울렁울렁 했다.
밤마다 기도했다. 기적이 일어나기를...

짠뜩 긴장하고 들어간 진료실에서 의사쌤이
-소변보기는 괜찮으세요?
하고 물었고... 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폐와 췌장의 암은 커지지 않고 그대로인데 신장에 또 암덩이가 자라고 있단다.
이제 아빠의 몸에는 폐, 뇌, 췌장, 간, 신장에 암세포가 있다.
하늘을 보고 욕이라더 실컷 퍼붓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까지 쓰던 항암제는 더이상 쓸수 없고 이제 쓸수 있는 약도 거의 없는데 한가지 염두해둔 약이 있다는 쌤에게
아빠는 너무 힘들어 더이상 항암을 받고싶지 않고 호스피스 전원을 요청했다.

선생님은 이대로 호스피스 가기는 너무 아깝다며 한번만 더 생각해보자고 일주일의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조금씩 그 시간이 오고있나보다.
너무 두렵고 무섭다.
가끔은 미쳐버리는게 낫다는 마음이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게 사람을 미치게 한다.

아빠는 우선 이번주는 항암의 고통에서 벗어나서 한숨 돌리신것 같다.
온몸에 암세포가 있다해도 더 커지지만 않는가면 희망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기적이 제발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라본다.


4.
고대구로병원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주치의쌤이 정말 친절하고 다정하시다.
그간 서울대병원에서의 주치의쌤의 무심한과 차가움.. 아니 실은 그때의 감정을 되살리자면 싸가지 없음이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질문에 답도 안해주고 아빠 상태에 대해 먼저 설명해주길 바라는건 언감생심 기대도 못했던 지난 2년 반의 불편했던 병원 생활.

고대병원의 주치의쌤은 정말 인술을 펼치는 의사구나 싶다.
아빠 상태에 대해 먼저 알려주고 그간 불편한건 없었는지 물으시고 아빠의 답변에 하나하나 체크하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정말 감사하다.
어찌보면 당연한 진료실 풍경같지만 서울대 암센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빠의 마지막 주치의쌤이 되겠지. 강은주 선생님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드린다
by Jinnia 2017.06.20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