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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린이의 등산일기] 한국인의 기상이 발원된 지리산 천왕봉😍
    등산일기 Hiker_deer 2021. 9. 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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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세상 참 멋진 말들이 많지만
    이만큼이나 콕 와박힌 말도 드물었다.

    산을 시작했으니 저곳은 꼭 가야겠다.
    저 문구만큼은 꼭 내 눈으로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치열한 산행신청 경쟁을 뚫고 당당히 일뜽으로 신청한 자랑스런 내 손꾸락!!!! 풍악을 울려라~~~~

    밤 11시 15분, 동서울 터미널에서 만난 오늘의 멤버들.
    존경하는 대장님
    약팔이계의 거상 K
    최고의 산쉐프 Y

    산행신청이 끝났을때 지리산 멤버를 보고 입이 귀이 걸렸었다.
    이조합!! 꼭 가야해!


    첨 타보는 지리산행 야간버스.
    버스안에서도 참 잘 자는 나색히🤣
    크게 피곤한 느낌 없이 오전 3시 반, 백무동 도착.
    우리에겐 밤에 K가 나눠준 김밥이 있었는데 다들 아침(?)생각이 없다고 했고 나도 딱히 뭔가 먹을 생각이 안들어 도착해서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곧... 이렇게 줏대없이 남들가는대로 따라가면 망한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바래봉때보다 더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반달이가 반겨주는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백무동 코스가 너덜길이 계속되는 쉽지않은 코스이긴하지만 산행 시작과 동시에 급격히 몸이 퍼지기 시작했다. 너무 순식간에 태세 전환하는 몸뚱이에 당황😂😂
    아니 몸보다 머리가 띵~하며 감각이 사라지는것 같았다.
    꾸역꾸역 대장님 뒤를 따라가다가 눈물이 맺힐만큼 힘이들어
    -배고파요😭😭😭😭
    를 외쳤다.

    잠시 쉬며 작은 달달이를 하나 까먹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기력이 돌아왔지만 딱 작은 달달이 하나분 만큼이었다.
    다시 현실감각이 없어진 몸뚱이를 이끌고 꾸역꾸역 산을 올랐고 또 잠시 쉬며 작은 달달이를 섭취.
    혼이나간 몸뚱이를 이끌고 또 올라가다가 결국 대장님이 나에게 먹이를 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지.

    나중에 산동무에게 들으니 내가 진짜 중도포기 하는줄 알았다고 한다.
    한시간도 채 못가서 포기하고 돌아가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다고 한다.
    나와 산행을 꽤 여러번 한 대장님도 이렇게 연약한 내 모습은 처음 본 셈이라 아마.. 대모산 길치 바보때만큼 당황하신 것 같았다.

    늘 하던대로 전날 오후 5시에 요거트와 씨리얼로 간단한 저녁을 먹었고 그 이후로 쭉 공복인 상태로 다른산도 아닌 지리산을 올랐으니 퍼질만도 한 상황이었다.

    체하지 않기위해 기계적으로 김밥을 꾹꾹 씹어넘기는 모습마저도 산동무들에게는 걱정을 불러일으킨 나색히....
    그리고 김밥을 먹고나서야 조금씩 힘을 되찾기 시작했다.
    와.. 진짜 큰 교훈을 배웠다.
    산에가기 전에는 진짜 든든히 먹어야지!
    다음주 덕유산 영구종주때는 전날 저녁도, 출발하는 날의 이른 아침식사도 꼭 든든히 챙겨야지.

    어둠속에서 백무동코스를 더듬더듬올라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라니!!!!!!
    대피소 첨 와보는 산꼬맹이의 눈엔 신기한것 투성이.
    산 위의 뻥뚫린 야외에서 고기냄새가 진동하고
    세상에.. 이 위에까지 저런걸 싸들고 왔어?
    싶은 음식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걸 바로 사돈 남말이라고... 쿨럭)

    우리는 간단하게 작은 컵라면 하나씩을 먹으며 배를 채웠다.
    산에서 처음 라면을 먹어본 나는 산으른들이 왜 산에서 먹는 컵라면을 으뜸으로 치는지 알 수 있었다.
    으아..... 산라면 쵝오!!!!!

    장터목대피소의 음수대는 21년 4월 검사결과 대장균수 기준초과로 음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식수 보충은 매점에서 구매한 생수로 대신했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이미.. 오늘의 멋진 풍경이 시작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산그리메의 물결과 운해가 계속 돌고래 비명을 소환했다.

    이미 체력은 거의 회복됐고 라면을 먹고는 정점을 찍었다.
    천왕봉으로가자!
    나의 천왕봉으로 가자!

    장터목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는 1.7km밖에 안되지만 길이 썩 수월하진 않았다.
    천왕봉 가는길이 쉬우면 또 재미가 없지!

    반달이! 네 영혼의 주인을 만나러 가자!🐻

    가는 내내 발 동동 구르게 만들던 천왕봉 가는길.
    진짜 말 그대로 두발로 콩콩거리며
    우와!
    어쩜좋아!
    웬일이야!
    미쳤어!!
    를 연발하며
    저기좀 봐~ 저기좀 봐~
    눈에 보이는 풍경의 감동을 동무들과 공유했다.

    세상신난 발걸음!

    천왕봉 가는길은...
    아.. 진짜 문장력과 어휘력이 딸린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천왕봉 가는길은.. 그냥 천왕봉 가는길이다.

    파랗게 열린 하늘과
    시시각각 변하며 눈을 놓아주지 않던 웅장한 구름
    지리산의.. 지리산만의 산그리메.
    그리고 늦여름, 가을초입의 신비롭고 따뜻한 초록.

    그리고 드디어 천왕봉에 도착했다.

    블랙야크 100대명산 스물네번째 인증

    도착하자마자 꾸물꾸물 가방에 달려있던 반달이를 떼서 손에 들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는 무조건 반달이와 함께해야지 🤣

    요즘 가장 핫하다는
    천왕봉 정상석 위의 쪼만한 나!! 사진을 꼭 찍고싶어서 출발하기 전부터 산동무들에게 우리도 이런사진 꼭 찍어오자고 들썩였었는데...
    천왕봉에 사람이 너무 많아 포기해야했다.

    그깟 사진 좀 못찍음 어때!
    천왕봉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정말 온갖 아름답고 대단하고 위대한 수식어를 다 갖다 붙여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천왕봉에서 내려다본 천왕봉 가는길❤
    반달이와 함께, 천왕봉!

    그리고 천왕봉에서 내려오기 시작할 즈음.
    구름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구름이... 정말 그림같이, 환상같이 몰려와 금세 천왕봉을 둘러쌓다.

    구름을 다스리는 자!!😎😎

    떠나기 아쉬워 자꾸 뒤돌아보게되는 천왕봉을 뒤로하고 다시 장터목 대피소로 돌아오던 길.
    지리산의 좋은 기운을 듬뿍받고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천왕봉 가는 산꾼들에게 응원을 전하고 인사를 나눴다.
    모두를 살갑게 만드는 천왕봉의 마력😳

    장터목대피소에 돌아온 시간은 11시 반 즈음.
    점심먹기 딱 좋은 시간🐷

    이제는 어쩐지 익숙한
    회를 써는 Y와 그의 나무도마 ㅋ
    Y는 황새치 뱃살을 전문가답게 스윽스윽 썰어냈고

    그리고 대장님은 입에서 살살녹는 살치살을 구우셨다.

    오늘도 끝내주는 한상차림.
    감히 장터목대피소 한상차림 결투를 신청해본다😎

    김위에 황새치 뱃살과 살치살, 묵은지를 올려만든
    지리산삼합!
    평생 한번이라도 먹어보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자부해도 될 것 같은 맛이었다.
    크으~성공한 인생이다!!!!


    이미 산행을 끝낸마냥 대피소에서 느긋하게 오찬을 즐겼다.
    더이상 아무것도 못한다해도 행복해 미칠것 같은 기분이었다



    22리터 가방을 가득 채워도 기껏 나의 옷가지와 모두와 나눌 쪼만한 달다구리만 챙길수 있었던 나와는 달리
    커다란 가방에 모두와 함께할 장비와 음식들을 가득 챙겨와준 동무들 덕분에 정말 감사하고 또 미안한 마음으로 지리산을 오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큰 가방을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허리벨트가 없는 지금의 배낭은 테트리스에 성공해 꾸역꾸역 짐을 다 넣는다고 해도 그 무게를 오롯이 어깨로 짊어지자니 어깨가 빠질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

    나를 위해, 동무들을 위해 조만간 커다란 가방하나 장만하러 가야지!

    오감만족 벅차게 행복했던 점심식사를 마치고 연하선경으로 가는길.
    한쪽 하늘은 거짓말처럼 파랗고
    다른 한쪽은 거짓말처럼 하얀 구름이 가득찼다.

    연하봉에서 높은 바위에 올라간 대장님은 한참 하늘을 바라보며 고민을 하시더니,
    어차피 이런 곰탕에서는 연하선경이 안보인다는 판단하에
    우리는 연하선경을 포기하고 다시 장터목대피소로 돌아왔다.
    어느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이미 천왕봉가는길, 그리고 천왕봉에서 인생풍경을 보았고 인생산행을 했기때문에 연하선경이야 보면 좋았겠지만 못봐도 그만이었다.
    지리산이야 앞으로 오고 또 오고 또 올테니까.

    그리고 이렇게 하나씩을 남겨두고 와야 더 빨리 다시 찾게 될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백무동의 하산길은 지리지리했지만 그간의 산행으로 지루하고 긴 하산은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지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는 바람에 어기적어기적 발을 디딜때마다 마음속에 처참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ㅠㅠ
    아프다고 말도 못꺼내고 보법이 잘못됐나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며 내려왔는데
    가만히 보던 대장님이 신발끈을 꽉 조이지 않아 그런것 같다며 민간요법까지 알려주셨다.

    발이 계속 이렇게 아프면 다음주 덕유 영구종주를 할수 있을까 덜컥 겁부터 났다. 얼른 처치를 하고 당분간 엄지발가락 아껴써야지🙄

    이번 지리산은
    날씨와 하늘때문에 올라가는 내내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했고
    평생 다시 못본다 해도 이해할 수 있을만큼 멋진 풍경이 함께한 산행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오늘의 산동무들!
    음식도, 장비도, 마음도,
    모든것을 다 나누어주고 또 받았던 산동무들 덕분에 내게 지리산은 더 크고 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산이 되었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이 글귀를 내눈으로 보게되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고 누구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꼭 그렇게 될 것이다.

    🎯지리산 천왕봉 오르기🎯
    ✔ 산행시간 : 12시간(휴식 및 식사 3시간 포함)
    ✔ 산행거리 : 16.3km(트랭글 기준)
    ✔ 산행코스 : 백무동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연하봉 - 장터목대피소 - 백무동
    ✔ 교통편 : 백무동행 우등버스(하행 36,200 / 상행 32,900)
    ✔ 난이도 : 말해뭐해유~ 천왕봉인걸😎
    ✔ 산행기록 : 대장님의 릴라이브(세상신기함👍👍)
    https://www.relive.cc/view/vJOK2jK4Pw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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