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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두번째 캠핑
    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21. 10. 1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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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목요일 밤 출근해서
    금요일 덕룡산
    토요일 두륜산
    일요일은 장성 편백힐 치유의 숲으로 캠핑을 다녀왔다.

    정말 가열차게 노는중!


    2.
    - 언니, 제가 캠핑장 예약했는데 같이 가실래요?
    어딘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케이 했다.
    K를 보면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조금 안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매번 친구들과 언니들에게 무언가를 하자고 제안하다가 어느순간 지쳐버려 잠시 토라졌다가 또 다시 돌아와
    이거하자 저거하자
    그러다가 또 지치고.

    나보다 에너지가 더 넘치는 K는 지치지 않으려나?

    여튼 그래서 나는 나한테 뭐 하자고 해주는 사람이 제일 좋다!
    늘 내가 무언가를 하자고 제안하고 리드하는 삶을 오래살다보니
    누군가 무언가를 하자고 하면 그렇게 좋드라~!
    묻지도 따지지도, 재지도 계산하지도 않도 무조건 콜!

    하아.. 쓰고보니 왜때문에 왕따느낌이야



    3. 유류비는 자신이 내겠다고 했다.
    그럼 사이트 예약비도 같이 내자고 했더니 절대 안된단다.
    그래서 우선 그러자고 했다.
    안받으면 그만이니까

    출발해서부터 돌아올때까지 서로 계산하겠다고 투닥투닥.
    함께 장보기로 해놓고서 아니나다를까 음식을 바리바리 준비해왔다.
    여튼 못말려!

    나를 먹이고 재울 캠핑장비부터 음식까지 어마어마하게 준비한 그녀 덕분에 1박 2일, 나의 두번째 캠핑이 세상 흥겹게 끝났다.

    몸만 오면 된다던 첫 캠핑 다녀와서는
    할줄아는것도 할것도 없어 어쩐지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된 기분이었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만 가득해져
    앞으로는 절대 캠핑에 따라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어쩌다보니 또 다녀왔네 ㅋ


    4.

    자그마한 체구로 자기 몸보다 몇배는 될만한 짐들을 바리바리 챙겨와 빠르게 셋팅하던 K

    부디 편하게 앉아있으라며
    내가 앉을 의자를 제일먼저 셋팅하더니
    혼자 텐트를 치고 바닥을 깔고
    내가 잘 침대(세상에.. 캠핑장와서 침대가 웬말이야. 호강도 이런 호강이 없다)를 조립하더니 춥찔이를 위한 침낭을 내어줬다.

    그리고는 본인의 잠자리를 셋팅하고서야
    내 옆으로 돌아와 앉았다.

    둘이왔어유😆

    곧게 뻗은 편백나무들이 시원시원했고, 지레 겁먹었던 남쪽의 더위는 편백의 그늘 덕분인지 아니면 커다란 땅덩이에서 또 온도차가 생긴것인지.. 덥지도 않았다.

    원래는 변산이나 내장산에 오를 생각이었는데
    왼쪽 팔꿈치에 물이찬듯 심하게 붓고 열이나는 나 때문에 산행은 포기했다.
    팔에 문제가 생긴것이니 산은 두 다리로 오르면 되었을터인데
    K는 무리하면 절대 안된다고 등산도 하지 말자고 했다.
    그래서.. 미련도 생기지 않게 짐에 챙겨넣었던 등산용품들을 다 빼두고 캠핑장에 왔다.

    원래 캠핑은 셋팅을 다하면 그때부터 먹기만 하면 된다면서유????

    그래서 우리도 충실하게 먹기 시작했다 ㅋㅋ

    와인 한병에 살라미와 초콜릿을 안주삼아 마시다가
    점심으로 산 떡볶이를 후다닥 만들어서 느릿느릿 먹고 마셨다.

    잠시 들른 대장님과 수다를 떨고 또 술을 마시고

    고기를 굽고
    전골을 끓이고
    위장과 간이 스무개는 되는 사람처럼 먹고 마셨다

    그리고 캠핑의 꽃이라는 불멍도 하고요.

    오후부터 비가와서 타프를 쳤더니 그 아래서 더 아늑한 느낌이었고 타프 위로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렇게 좋더라.

    저렇게 한참을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고 또 고요함을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K가 준비해준 잠자리에서 정말 꿀잠을 잤다.
    웬만한 숙소에서 자는 것보다 더 편했던 침대와
    춥찔이를 위해 침낭에 미리 핫팩까지 넣어둔 세심한 그녀덕분에 차디찬 손발도 금세 따뜻해져 숙면을 취했다.


    5. 비는 밤새 내렸다.
    K말로는 밤에 고라니와 멧돼지도 내려와서 한참을 걱정했다고 한다.
    한번 잠들면 웬만하면 깨지않는 나는 그 진귀한 소리(😅😅)를 못들었다.

    혹시나 비가 샐까
    타프가 무너질까
    멧돼지가 너무 가까이올까
    이런저런 걱정때문에
    K는 자다깨다를 반복한 것 같다ㅠㅠ

    그럼에도 아침에 일어나
    불편하지는 않았냐며 나를 살뜰히 챙겼고
    커피 원두를 갈갈 갈아내고
    뜨거운 물을 끓여 비오는 아침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아침상을 차려냈다

    나야... 원래 비오는거 보는거 좋아하고(절대 빗속에 내가 있으면 안됨. 바라만 볼래😑)
    빗소리 듣는것을 좋아하니
    좋아하는 메뉴들로만 차려진 아침을 먹으며 빗소리를 듣고 멍하니 너무 행복했는데
    K는 잦아지지 않는 빗속에서 장비를 정리할 생각때문에
    내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시키는 건 잘해도 일을 찾아서 하는 재주는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K가 무언가를 요청할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것 뿐이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정말 좋기도 했던 이틀이었다.


    6. 주변에 캠핑 다니는 지인들이 늘어나며
    침낭과 의자만 사라고
    같이다니자던 제의가 많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집에 더이상의 짐을 늘릴 공간이 없어
    (라고 하며.. 등산장비를 겁나 사재낀 나색히 되시겠다 껄껄껄) 늘 미안하다며 제안을 거절했었는데
    이번에 다녀와보니 슬쩍...
    진짜 의자와 침낭만이라도 사볼까
    싶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뭐가됐건 더이상의 장비구매는 매우 엄하게 금하겠다.


    7. 비가 너무 많이와
    계획했던 백양사 산책도 접고 일찌감치 서울로 출발했다.
    올라오는 차안에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내 얘기를 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이야기를 했을때 그만큼 자신을 보여주는 상대라면 정말 마음을 홀라당 열고 다 내어주는 스타일이다.

    비슷한 둘이 앉아서
    오장육보를 하나씩 꺼내어 내보이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대화에 심취하다가 주유해야할 휴게소를 놓치고
    주유경고등을 띄운채로 50킬로 넘게 이동하며
    염통이 쫄깃해지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해야했다.



    8. K는 여러모로 나의 "업그레이드 버전" 혹은 "심화버전"이다.
    하루종일 집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과 먼지를 줍고 다니는 나
    준비를 제대로 안하면 불안해서 전전긍긍하는 나
    남에게 민폐끼치고 싶지 않아 늘 내 능력치보다 무리하는 나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정보를 과하게 수집하는 나

    등등등

    내가 가진 여러 면모들은 그녀는 더욱 심화된 버전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나에게 K는 참 여러 의미로 재밌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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