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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경주남산
    등산일기 Hiker_deer 2023. 6. 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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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어제 동해로 등산 다녀왔는데
    오늘 경주로 또 등산 가는 거 실화냐며 ㅋㅋㅋㅋ

    그런데 또 아침에 눈은 잘 떠진다.
    준비를 하고 사당역에 대기 중인 알레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늘, 두 번째 혼산은 알레버스와 함께!!

    지난번 혼산은 가기 전부터 엄청 검색하고 정보를 수집했지만 오늘의 혼산은 아무 준비도 안 했다.
    나에게는 알레버스의 가이드가 있기 때문이지.

    B코스로 가기로 했다.
    내가 경주남산에 가는 이유는 국립공원스탬프를 찍기 위해서였고 그러려면 A 혹은 B코스여야 하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긴 코스 아니겠냐며 큰 고민 없이 정했다.

    의도치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두 개만 찍으면 완성이 되는 국립공원스탬프여권. 딱히 완성할 생각이 없었는데 두 개밖에 안 남았으니 어쩔 수 없잖아. 해버려야지 ㅠㅠ
    그래서 정말 가볼 생각도 없는 경주남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들머리에서 숙제를 마쳤다.
    삼릉탐방지원센터에서 열아홉 번째 국립공원 스탬프 날인 완료!

    알레에서 1시간 40분 걸린다는 금오봉에 올라 만약 시간이 빠듯하다면 짧은 A코스로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역시나 국립공원답게 너무나도 품격 있고 우아하게 다듬어진 아름다움을 뽐내던 남산의 들머리.

    열일 중인 반달이를 지나 이보다 더 편할 수 없을 만큼 잘 조성된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이정표가 나온다.

    노란색은 유물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이정표이다.
    내가 이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알레버스 가이드.. 쿨럭.

    목이 잘린 불상은 실제로 보니 좀 섬뜩했다.
    어떤 사연이 든 간에 좀 서글픈 모양새로 남겨지신 분.

    마애관음보살상도 지나고요.

    노란 이정표를 따라 등산로에서 잠깐잠깐 벗어나 유물을 보고 왔다.
    알레의 시간과 거리는 유물을 보러 갔다 돌아오는 시간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지나칠 필요 없이 천천히 하나하나 보고 오면 된다.

    남산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남산 삼릉계 제6사지

    경주남산에는 수많은 보물들이 있어서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등산을 하면 된다고 했다.
    어제 산행을 함께 한 지은언니는 내가 오늘 남산에 간다고 하자 해설사님과 함께하는 코스냐고 물었다.
    해설사님이라니... 금시초문입니다. 눼???
    라고 했더니 해설사님의 해설 없이 그걸 봐서 무엇하냐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라는 반응이어서 순간 아.. 경주는 다음에 해설사님 코스로 와야 하는 것인가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산을 오르며 보물들을 찾으러 길을 오가며 깨달았다.
    나는 천 년 전 조상님들이 만들어놓은 보물보다 수억 년 동안 빚어진 자연이 훨씬 좋다는 것을!
    사람마다 무언가를 즐기는 기준점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언젠가는 나도 관심이 바뀌어 경주 남산을 해설사님 투어로 다시 오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 나에게는 경주남산은 돌산이 가진 매력을 모두 보여주는 낮지만 정말 예쁜 산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 보물 찾기보다 더 큰 즐거움이었다.

    높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돌산답게 금세 조망이 터진다.
    멀리 보이는 논밭뷰가 월출산에 오르며 본 그것과 닮아있어 문득 월출산에 가고 싶어 졌다.
    갑분월출이!

    산동무 셀카봉과 10분동안 씨름했지만 결과물은 모자람, 마이 모자람🥲

    늦은 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고 출발하는 아침에도 서울엔 비가 쏟아졌는데 경주날씨는 맑음. 아주 맑음이었다.
    (그래서 더움. 아주 더움)

    더위와 습함이 한번에 느껴지는 멋진(?) 풍경🤣🤣

    중간 기착지 느낌의 바둑바위에 도착했다.

    그리운 사람에게 글을 쓰라는데... 나의 아빠에게는 아무리 많은 글을 담아봤자 우편으로는 전달될 수 없으니 난 마음을 보내기로 한다.
    사방의 풍경이 아름다운 바둑바위에는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그리고 등산로의 레드카펫이라고 할 수 있는 폭신한 야자매트가 깔린 길이 사방으로 나있어 오늘 처음으로 당황했다.
    그래서 매트가 깔린 길을 모두 다 갔다가 금오봉 가는 길을 찾지못해 다시 바둑바위 우편함을 돌아왔다.

    돌아온 김에 엽서 한 장을 꺼내 사진을 찍어본다.

    그리고 또 다른 길을 걷는다.
    심각한 길치라 길 물어보기 대장인 내가 사람 많은 바둑바위에서 길을 쉬이 묻지 않았던 것은 대부부의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도착해서 바둑주점인 줄 알았다.
    무슨 술판을 그렇게들 벌이시는지...

    그래서 비록 내가 길을 못 찾아 헤매고 또 헤매더라도 그런 사람들에게는 길을 물어보지 않겠다는 꼰대 같은 나의 자존심 ㅎ

    술마시지 말라는데 왜 쳐...마시냐고요!!

    바둑바위에서는 내리막길을 택하면 된다.
    여러 야자매트가 유혹하겠지만 그리고 믿고 싶지 않겠지만(내려간다는 것은 곧 올라간다는 의미일지니~~)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당연히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고 금오봉에 도착할 수 있다.

    암릉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요래요래 멋진 풍경은 덤으로 따라온다.

    블랙야크 100대명산 예순번째 인증-경주남산 금오봉

    단체로 오신 산객분께 사진을 부탁드렸더니 예쁘다 예쁘다 하며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신다.
    혼산을 하며 느낀 건데 혼자 성큼성큼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으면 -아이고 예쁘네~ 해주시는 어른들이 종종 계셔서 어쩐지 기분이 좋다

    못났네 보다는 예쁘네~가 훨 좋은 게 인지상정 아닌가 껄껄껄

    하지만 찍힌 사진을 보니 내 눈은 이미 맛이 갔음.
    몸은 피곤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얼굴은 만성피로형 훼이스.

    사진찍느라 10분넘게 셀카봉과 씨름하고 바둑바위에서 길치 삽질을 하고 금오봉까지 1시간 20분이 걸렸으니 긴코스로 가도 될 것 같았다.

    금오봉을 지나 용장사지 방향으로, 용장사곡삼층석탑이 다음 목적지.
    알레버스가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 알려준 용장사곡삼층석탑은 그곳까지 갔다가 다시 고대로 돌아와야 하는 코스이다.

    문득 어제 함께한 일행들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시 돌아와야 하는 코스라면 그것이 단 50m에 불과할지라도 가지 않는 단호한 사람들.
    그들이라면 용장사곡삼층석탑에 갔을까 안 갔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진짜 하이라이트야?
    사람들이 안 갈 것 같으니 MSG를 살짝 친 거 아닐까 싶었던 용장사곡삼층석탑은 찐 하이라이트였다.
    배가 고파 금오봉에서 먹으려 했던 점심을 사람이 많아 패스하고 용장사곡삼층석탑 가는 길에 나온 뷰가 멋진 바위에서 먹으려다 돌아오는 길에 먹자며 패스했는데 그러길 잘했다며 나를 매우 칭찬했다.

    짠!!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단아한 석탑 뒤로 멋진 산세가 펼쳐진 이곳.

    이 멋진 곳에서 식사를 했고

    간식을 먹었다.

    혼산이 함산보다 에너지가 덜 소모되는가에 대해 지난 용문산 때부터 의문을 가지고 있다.
    산에 다니며 사탕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용문산은 꽤 힘들었음에도 사탕은 하나도 먹지 않았고 도시락도 창억떡 두 개로 대신했다.
    오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함께하는 사람을 신경 쓰고 배려하고 수다를 떠는 에너지가 사탕으로, 푸짐한 도시락으로 채워지는 것인가!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산행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나 바라는 일이고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하지만 혼산의 매력을 알아버린 지금은 좋은 사람과의 함산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자리 잡았다.
    당신과 함께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혼산!!
    단호한 단호박

    용장사곡삼층석탑에서 40분 넘게 간식을 먹으며 앉아 풍류를 즐겼다.
    뜨거운 햇살이 내려왔지만 덕분에 풍경이 아름다웠고 사진에 담기지 않는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와 땀을 식혔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몰려들었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제 이곳을 양보해 줘야지.

    느릿느릿 일어나 짐을 챙기는데 문득 시간이 촉박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출발까지 3시간이 남았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산길 코스를 카카오맵에 넣어 빠르게 걷다가 달리다가를 반복했다.

    내리막이 시작되자 생각보다 길이 험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 분명하다.
    경주남산이 아무리 보물 찾기의 성지라 해도 이쪽 보물은 사람들이 별로 안 찾나 보다 싶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가차없이 미끄러질 갓 같은 잔 돌이 많은 가파른길

    눈이... 만화 주인공 같은 요런 분을 만나고

    귀를 펄럭이며 날아오를 것 같은 이런 분도 만나고
    나만 있는 고요한 산길을 걷고 또 걸으면

    따란 따란!

    멋진 하늘을 배경으로 지암곡 제3 사지 삼층석탑이 나타난다.
    지도상으로는 오늘의 마지막 보물 느낌이었다.
    통일전 주차장까지 2km 남짓 남았다는 표지를 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너무 가까운데?
    산행이 너무 빨리 끝나겠는데?
    의아한 마음에 가이드를 다시 열어보니 짧은 코스의 지도를 클릭했더라, 내가!!!

    다시 돌아가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어제도 산행했으니 오늘은 대충 쉬라는 손꾸락님의 너그럽고 따스한 마음씀 되시겠다.

    풍경도 하늘도 구름도 다 멋진데 사진이 더워 보이는 건 내가 오늘 더웠기 때문이겠지.

    사람들을 다 뒤로하고 홀로 조용한 산길을 걸으며 너무 좋았다.
    다음 주는 설악산 함산이고 그다음 주는 알레버스를 타고 반야봉 혼산을 할 예정이었는데 날이 한없이 더워지니 긴 산행을 하기가 좀 두렵다.
    나의 사랑 지리산 혼산은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하며 등산로 날머리에 도착.

    너무 일찍 와버려 팔각정터라도 다녀올까 하고 그 방향으로 한참을 걷다가 오늘은 그냥 쉬어버리자는 마음에 산행을 마무리했다.

    한옥을 배경으로 펼쳐진 그림 같은 연못 서출지에서 산행을 종료하고 버스 출발 전까지 2시간 반동안 등산일기를 썼다.
    조금만 더 늦게 왔다면 연못에 연꽃이 한창이었을 거라 좀 아쉬웠지만 7월의 경주는... 연못을 피워내며 나를 폭삭 익혀버렸을 테니 푸르른 연잎으로 만족하자.

    🎯경주남산 오르기🎯
    ✔️ 산행거리 : 9.45km
    ✔️ 산행시간 : 3시간 20분
    ✔️ 산행코스 : 삼릉탐방지원센터 - 삼릉 - 상선암 - 금오봉 - 용장골 갈림길 - 용장사곡삼층석탑 - 금오봉 갈림길 - 지바위 갈림길 - 지바위골 - 통일전 주차장
    ✔️ 충청도만 됐었어도 자주 찾았을 멋지고 귀여운 돌산! 나무 멀어 아쉽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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