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산린이의 등산일기] 사도북(사패산-도봉산-북한산)
    등산일기 Hiker_deer 2021. 12. 5. 23:58
    반응형

    연말에 약속을 왕창 잡아놓고 먹을생각에 행복해하고 있는데 대장님이 사도북을 하신다고 합니다.
    워낙 약속도 많고, 많이 먹고 행복할 예정이라 guilty가 아주 없는 pleasure는 불가능 하겠지만 guilty PLEASURE를 위해 저도할래욧!!! 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늘 그렇듯 역시나
    사도북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모르고 그냥 하겠다고 함

    7시부터 산행 시작인지라 무려 4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샌드위치와 단백질미숫가루를 엉거주춤하게 서서 호로록 먹어치웠다.
    (앉아서 먹지 왜....;; 시간은 비슷할텐데....;;;;)

    신논현에서 대장님 차에 올라탄 시간이 6시.
    이미 피곤하다.
    하루를 끝내야할것 같은 기분이야.
    그리고 벌써 배고파....

    7시 10분. 안골유원지.
    오늘의 동무 6명이 모두 모였다.
    임도길을 따라 올라가면 사패산 입구가 나온다.
    나의 첫 사패산.
    넓은 바위에 귀여운 정상석. 난이도도 무난하다고 들어 언젠가는 언니들을 이끌고 다녀와야지 생각했는데 결국 올해는 실천하지 못했던 사패산을 산동무들과 먼저 오게 되었다.

    어두울때 만났는데 오르자마자 동이트기 시작했다.
    오늘 날씨 맑음.
    오늘의 태양은 빵긋!

    긴 산행이 될테니 오늘만큼은 속도를 빨리하겠다는 대장님은 정말... 엄청 빠르게 산을 오르셨다.
    나... 죽어요오오오오오

    사패산 난이도가 최상으로 느껴질만큼 올랐다.
    빠르게 빠르게...
    이세상에서 제일 힘든산은
    -내가 지금 오르고 있는 산.
    -나보다 빠른사람을 따라오르는 산.
    이라고 했는데...
    그 말들이 절절하게 와 닿던 산행이었다.

    꽤나 멀리까지 보일정도 날씨는 좋구요
    저멀리 보이는 도봉산을 내가 어떻게 오를지 아직까지 감도 안잡히던 순간

    사패산 정상은 정말 눈떠보니 정상이더라(물론 눈뜨기 까지 겁나 힘든 꿈을 꾸었어~느낌) 싶을 만큼 순식간에 올랐다.

    아침햇살, 찬란하게!
    정상석 괴롭히는거 아님 주의

    사패산에서 무릎이 안좋은 산동무 한분이 먼저 하산을 하기로 하셨다.
    다섯명이 도봉산을 향해 출발.

    나... 저 길을 가야한대. 와우!

    저 멀리 앞으로 가야할길을 바라보는데 군데군데 쌓인 눈이 있었다. 이때까지만하도 쌓인 눈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
    산을 시작하고 나에게 첫 겨울이었다.
    그러니.. 겨울산에 대한 감도 정보도 느낌도 없었다.
    그냥 추위가 늘 두려운 존재였던지라 가방에 옷만 잔뜩 무겁게 챙겼을뿐....

    추운만큼 쨍한 파란하늘. 추위와 파아란 하늘만큼 잘 어울리는 동무도 없을 것 같다

    포대능선까지 오르막 오르막 또 오르막을 오르다가 능선앞으로 탁 트인 뷰가 정말 멋졌다. 오늘은 정말 멀리까지 확보된 시야덕분에 우리가 가야할 도봉산이 아주 멋지고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포대능선에서 내려가는 길부터 응달이었는데, 이때부터 얼음이 얼고 눈이 녹지않은 길의 공격이 시작됐다.
    이렇게 애매하게 얼은 얼음과 바닥에 깔린 눈에는 아이젠을 하기도 뭣하다고 한다(물론 우리에게는 아이젠이 없기도 했다)

    돌산인 도봉산에 지천으로 널린 돌돌돌돌돌돌돌돌...
    돌위에 얼어있는 얼음.
    돌위에 쌓인 눈.
    잔뜩 쫄아 잔걸음이 아니라 거의 보폭이 없다시피 한 소심한 거북이워킹으로 산행을 이어갔다.

    대체 춥찔이 돌찔이는 무슨생각으로 이 겨울에 기나긴 돌산행을 신청한걸까요?
    모릅니돠. 진짜 모르겠습니돠.


    그래서 결국 기나긴 산행동안 제일 고생한 것은 잔뜩 쫄아서 긴장하느라고 심하게 웅크린 내 승모근이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소심한 발걸음을 계속하다보니 일행들과 떨어져 뒤쳐지기 일쑤였다.

    그나마 올라가는 것은 좀 낫지, 내려갈때는 쫄보도 쫄보도 이런 쫄보가 없었다.
    속도가 너무 느린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했지만 산에서 지나치게 많이 넘어진 나는 차라리 이런 소심함으로 느리게 가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얼음이 얼고 눈이 쌓인 돌돌돌돌돌 돌이 가득한 북한산과 도봉산에 오늘 거북이 한마리가 출현했다고 한다.
    🐢🐢🐢🐢🐢

    거북이는 거북거북🐢🐢🐢🐢🐢🐢🐢🐢🐢

    여름에 처음 도봉산을 탄 후, 이 돌산 너무 좋다고 한껏 들떳었는데 겨울의 도봉산은 그때의 호감을 몽땅 다 앗아가기 충분했다.
    돌과 얼음과 눈은 나에게 정말 최악의 조합이었다.

    신선대에서 우이암을거쳐 우이동 먹거리마을쪽으로 하산을 하는데...
    이 하산길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다들 끝날 것 같이 끝나지 않는 하산길에 당황.. 따위 하지않고 더 빠르게 하산을 감행했다.
    우린.. 북한산에 가야하니까유.

    원래는 북한산 남진이 목표였다.
    사패도봉은 목표시간에 맞췄는데 북한산 남진을 해야하면 점심을 허겁지겁 먹어야 할판이었다.
    그리고 대장님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도봉산의 눈과 얼음 이 북한산은 더 심할 수도 있으므로 코스를 줄이고 느긋하게 점심을 즐기기로 했다.



    배불리 밥을 먹고(심하게 많이 먹고 ㅋ)
    우이동에서 도선사까지 걸어올라가며 들리는 트랭글의 맑고 깨끗한 음성
    -다섯시간째 운동중입니다.
    그러게.. 우리는 왜 이러고 있는걸까요~라는 추임새가 절로나왔다. ㅋ

    이제 다시...시작입니돠.

    일출산행 갈때 주차했던 도선사까지..오롯이 우리의 두발로 심각하게 부른 배를 달래가며 올라갔다.
    자꾸... 뒤돌아 튀고(?) 싶은 생각이 밀려왔지만 많이먹길 잘했지.... 많이 먹어서 계속 간거야. 적당히 먹었으면 그냥 뒤도 안돌아보고 튀었을꺼야

    도선사 탐방지원센터에서 국립공원 직원분들이 내려오는 분들한테
    많이 미끄럽지는 않았는지를 묻고 계셨다.

    왐마! 겁나 미끄러운가봐요~
    하며 올라가려하는데
    -백운대 가시려면 아이젠 있어야합니다
    라는 직원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고는 하며... 백운대를 향해 올라가는데...
    습하고 해가 들지 않는 계곡길이 주를 이루는 도선사 코스는 얼음이 꽝꽝!! 아주 꽁꽁 얼어있었다.
    여기저기서 넘어지는 사람이 속출했고
    넘어지는 사람들의 -어이쿠!
    하는 묵직한 외마디와.. 주변사람들의 꺅!어떡해! 하는 비명이 산길을 가득 메웠다.

    눈눈눈 얼음얼음얼음 공포공포공포

    나의 공포는 극에 달했고 내 어깨와 승모근은 사정없이 움츠러들어 하늘로 치솟기 직전이었다.

    결국 우리는 위험하게 백운대까지 올라가지 않고 백운대 직전에서 멈추기로 했다.

    백운대 안뇽~ 우리 지난번에 만났잖아. 그러니.. 담에 봐 ㅋ
    백운대 직전의 포토존
    백운대는 못가도 사진 못잃어 ㅋ

    다행히 대서문으로 향하는 하산길은 남쪽이라(!!!) 해가 잘들고 얼음이 녹아있었다.
    하산길마저도 얼음길이었음 내 승모근을 하늘을 뚫고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제대로된 첫 겨울산행에서 아주 호되게 매운맛을 봤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공포감.
    미끄러질까봐 작디 작아진 내 마음.

    휴우.
    내 승모근 고생해쪄. 우쭈쭈~

    석양에 발그레해진 북한산
    고생한 우리에게 인사를 하는 태양. 오늘 하루종일 열일하심.



    🎯사도북 오르기🎯
    ✔산행거리 : 21km(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 10시간 20분(점심식사 등 쉬는시간 1시간 40분 포함)
    ✔산행코스 : 안골유원지 - 사패산 - 사패능선 - 포대능선 - 도봉산(신선대) - 도봉주능선 - 우이암 - 우이동먹거리마을 - 점심식사 - 도선사 - 백운대 - 백운봉안문 - 무량사 - 대서문 -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돌찔이 거북이는...겨울에 돌산 길게타지말자🙄

    300x250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