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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0122 제주 올레길 10코스
    내가 있던 그곳 2022. 1. 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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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설산이 을매나 좋게요~ 그중에 한라산은 또 을매나 을매나 좋게요~~~
    라는 꼬임에 넘어가 지난 12월 제주행을 준비했다.
    뱅기표도 사고 호텔도 예약하고 렌트까지 다 해놓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12월 말쯤 한라산 입산예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쥐.
    그리고 부랴부랴 사이트에 들어갔으나 이미 입산신청은 마감.
    수시로 들어가보면 분명 빈자리가 난다고 다들 서로를 위로했지만
    그와중에 하필 전현무 횽님이 제주도 한라산에 갈건 뭐람!
    그날 한라산 눈꽃이 그렇게 황홀했을건 뭐람!
    진짜 그렇게 눈물나게 예쁠건 뭐람!

    그래서 우린 망했지 뭐~
    한라산. 안뇽.....

    원래는 백록담 하루, 윗세오름 하루였던 1박 2일의 일정을(그런데 생각해보니 무슨 산변태들의 여행일정도 아니고 좀 그렇긴 하군...;;;) 윗세오름과 올레길을 걷는 일정으로 변경했다.

    토요일 7시 5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급행 첫차에 올라타서는 깜짝 놀랐다.
    만석임....
    우와... 이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니...
    옛날 같았음 나도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며 감동받았겠지만


    노는게 제일 좋은 뽀로로의 친구가 된 나색히는 어쩐지 빡센 인간 군상들을 마주한 것 같아 조금 슬퍼졌어요(라기엔 대부분이 김포공항에서 하차했기 때문에 결국 다같이 노는게 제일좋은 뽀로로 동무들이었던걸로!! ㅋㅋㅋ)

    이틀 내내 흐리고 일요일은 비소식마저 있던 제주에 우려를 앉고 도착했는데-
    공항에서 올려다본 하늘이 예술!

    먼저 와있던 일행이 렌트카를 찾아 공항으로 왔고
    4인의 완전체가 되어(방역수칙을 겁나 철저하게 준수하지 말입니다) 한라산 윗세오름으로 출발했다.
    내일은 비오니까... 굳이굳이 오늘 꼭 가고 싶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이동중에 과자로 배를 채우며 바지런히 움직였건만 10시 반 경 도착한 영실입구 주차장은 주차장 도착을 한참 남겨둔 쯔기 멀리서부터
    - 니들 오늘 탈락!!!
    을 가열차게 외치고 있었다.


    혹시나 빈자리...를 기대하며 주차장까지 쭈욱.. 2킬로 넘는 거리를 달려봤지만 갓길에도 주차장도 자리는 하나도 없고요..
    결국 다음날 다시 오기로 하고 차를 돌렸다.

    겨울만 아니었음, 신나게 빠른걸음으로 걸어갔어도 좋은 거리지만 겨울이라 엄두도 못내겠더라...

    바로 다음 일정이었던 올레길 걷기를 앞으로 끌어당겨 올레길 10코스의 출발지인 화순금해수욕장으로 출발했다.

    제주올레길 10코스는
    숲을 걷고
    바다를 걷고
    도심을 걷고
    슬픈 역사의 현장 또한 지나게 되는
    다채로운 길이었다.

    흐린 하늘 아래서도 제주 바다와 산방산이 예쁘다며 방방 뛰며 신이났는데 어느새 하늘이 열리며 내가 걸을 올레길을 비단길로 만들어 주었고 내가 걸어온 길을 찬란하게 비춰주었다.

    뽀로로 친구인 나색히는 역시 날씨요정인건가🐧
    하멜횽님이 타고오신 배
    산방산! 미쳤따리!

    미쳤다!!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걸었다.
    역시 세상은 살짝 미쳐야 즐겁듯이 날씨도 요래요래 미쳐야 풍경도 미치게 예쁘고요~

    그런 의미에서
    -우와 진짜 미쳤다!!!
    라는 감동의 표현이 어쩐지 점점 마음에 들어가는 요즘이다.

    사진의 주인공은 아라리김치 아님! 해녀밥상 ㅋ

    걷던중에 예뻐서 들어간 식당인 해녀밥상은
    -메뉴가 한가지 밖에 없는데 괜찮으세요?
    라는 사장님의 첫마디가 무색하게
    다양하고 풍요로운 맛을 선사해주었다.

    1인당 15,000원 해녀밥상
    쌀을 싫어하는 자(!)도 쌀을 씹게 만드는 마성의 솥밥

    먹고 또 걷는다.

    산을 오르며 느낀 것이 있는데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것.
    걷기 시작하면서 배운 것은
    -조금 돌아가도 멀리 돌아가도 괜찮아
    였는데 산을 시작하면서는 거기에 더해
    -뒤를 돌아볼까?
    였다.

    산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대자연과 어우러져 새삼 낯설어 보이는 장관을 선사해준다.
    매번 감동하면서도 늘 까먹는다.
    뒤돌아보기.

    올레길 역시 그랬다.
    신나게 앞만보며 걷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한라산이 거짓말처럼, 그림같이, 영화같이 뒤를 지키고 서있었다.

    산방산과 한라산
    산방산과 한라산과 제주의 바다❤

    어흥~~🐯오늘 같은 날 한라산에 올랐어야하는데!!!
    아쉬움이 더해져 미련처럼 뒤에 남겨지던 한라산.
    담에 만나! 꼭 만나!

    조만간 한라산 만나러 뛰어갈 근엄한 산토끼 한마리🐰

    기온은 무려 10도까지 올라 따뜻한 날이었으나
    제주답게 바람바람 똥바람이 나를 계속 후려쳤다.
    걷다 나온 예쁜 까페에서 잠시 몸을 녹이고 카페인 게이지를 채우고 다시 나와 걸었더니 어쩐지 더 피곤한 느낌 ㅋ

    그렇게 어느새 송악산에 도착.
    작년 제주살이하던 리틀이 집이 놀러갔을때 아버님 어머님께서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셨던 송악산 둘레길을 걷는다.

    어쩐지 한푼 도와주고 싶은 애/감사합니다/

    올레길 루트는 아니지만 잠시 벗어나 송악산 정상에도 오르고
    제주도민의 슬픔이 서린 다크투어리즘 코스에 들어섰다.
    이쯤 되니 드디어 기억이 난다.
    인생 첫 제주에서 오양과 함께 제주4.3 학살이 있었던 다크 투어리즘 코스만 걸으면서 엄청 울었던 기억.
    둘이 말없이 훌쩍거리며 한여름의 제주를 걸었었다.

    지금보다 더 감성이 풍부했던 꼬맹이 시절.

    역시나 한푼 주고 싶은 애

    점심도 배불리 먹고 커피에 케이크까지 먹었는데
    바람을 하도 맞아 그런가 배가 고팠다.
    그러니 걸음이 빨라졌다.

    17킬로 남짓한 올레길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것은
    다 추워서 일꺼야.
    고작 17킬로가 이렇게 버겁게 느껴진건 다 똥바람 때문일꺼야.

    식당앞으로 돌진중

    드디어 올레길 10코스의 종착지에 도착을 했다.
    올레길을 오롯이 걸어본 것은 첫 제주, 오양과 함께 걸었던 가파도 이후 처음이었는데-, 좋았다.
    제주가 강원도 만큼만 오가기 수월한 곳이었다면 때때로 찾아가 올레길을 걷고 싶을만큼!

    사용기한 지난 나의 진짜 여권에 하나씩 찍어보고 싶은 스탬프들

    이렇게 걸었으니 저녁식사가 얼마나 맛있었겠어~~
    10코스의 종착지에 있는 덕승식당에서 제철맞은 방어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올레길 10코스 맛집!
    첨 먹어본 쫄깃한 쥐치조림도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기름진 고등어 구이도 다~ 맛있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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