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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광교산에서 청계산까지_광청종주
    등산일기 Hiker_deer 2023. 11. 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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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11. 12. 토요일. 개추움, 겨울인 줄.

     
    서울사람이라면 꼭 한번 해봐야 하는 종주가 바로 청광종주, 광청종주.
    라며 뻘소리로 일기를 시작해 볼까?

    몇 달 전, 청광종주를 했고 참 맘에 들었었다.
    운동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마음 편하게 냅다(?) 뛰쳐나가 시작하면 될 것 같은
    내 마음속에 꽁꽁 킵해둔 운동 중 하나가 되었다.
    지리산 우박싸다구 이후 주말마다 비소식이 있어 산행이 모두 취소되었었고, 또 몇 주 쉬다가 산행을 나가려니 그 추위가 더욱더 매섭게 느껴지는 터라 올해 산행은 접고 운동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혼자 도성길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모임에 광청종주 벙이 올라왔다.
     
    청광종주가 엄청 맘에 들었으니-정말 단순하게 운동으로!! ㅋㅋ
    광청종주도 좋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고
    광청이 청광보다 수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등산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하기에는 매우 적절하지 않을까..라는 복잡한 생각을 많이 했지만 그냥 운동다운 운동을 해야겠다 싶어서 또 냅다(!!!) 신청을 했다.
    그런데 토요일 김리틀을 만나 여의도를 돌아다녔는데 너무 춥다. 이렇게 추운데 등산이 웬 말이야.
    가기 싫다. 취소하고 싶다 ㅠㅠㅠㅠ
    라는 마음이 둥실둥실 두둥실 떠올랐지만 취소하기도 귀찮....

    그래서 일요일, 해도 뜨기 전인 어두운 6시 반.
    난 지하철을 타고 있네.

    집에서 성복역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안 걸려서 모임시간보다 30분 일찍 성복역에 도착해 버렸다.
    역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폰을 탐독하고 있으니 10여분 후, 누군가 말을 건다
    -XX이세요?
    그렇게 리딩님과 인사를 나누고 곧 참석자들이 모두 도착, 우리는 역을 나섰다.
     

    원래는 서수지 IC 인근 들머리까지 버스를 타고 간다는데, 왜 때문인지 그냥 걸었다.
    어차피 걸으러 나온 것이고, 기왕 할 거면 더 많이 하는 게 좋으니까 걸었다. 작은 언덕 같은 숲길을 지나 다시 도심으로 나와 길을 건너고 또 걸어 서수지 IC 인근 광교산 들머리에 도착했다.
    오늘 리딩님이 늘 장거리 산행을 하시는 데다 속도도 어마어마하다고 들어서 산행 신청 때부터 고민이 많았다.
    혹시나 뒤처지거든 부디, 제발, 꼭 버리고 가주시라는 꼬리를 달아 신청을 했던 터였다.
    그리하여 이수봉에 오후 3시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매봉까지 안 가고 옛골로 하산하기로 하고 본격 출발을 했다.

    우리가 걸어갈 산등성이

    어제 이미 롱패딩급의 추위를 경험한 터라 옷을 단단히 챙겨 왔는데도 추웠다.
    설마 귀마개까지 필요한 추위일 줄은 몰랐지.
    옷으로 감싼 부분이야 괜찮았는데 밖으로 드러난 볼과 귀가 괴로웠다.
    하필 이런 날 후디를 안챙겼어ㅠㅠ후회하다가 스쿼미시를 입고 모자를 쓰니 평화가 찾아왔다.
    산동무들이 그렇게 얇은 옷 가지고 되겠냐며 나의 볼과 귀의 안부를 걱정했지만 스쿼미시 녀석, 매우 훌륭!!!
    스쿼미시는 정말 아웃도어활동의 필수품 같은 요물이다. 사랑스러운 요물.
     

    들머리부터 형제봉까지의 길은 정말 최고였다.
    사람이 없다. 조용하다. 낙엽이 가득 쌓여 푹신하다. 해가 잘 드는 길이 쭉 이어진다. 이렇게 좋아도 되나?
    산행할 때 낙엽은 상당히 위험요소이긴 한데 길이 매우 완만하고 잘 정비되어 있어 낙엽의 쿠션감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추우면 에너지가 금세 바닥나는데, 어쩐지 오늘은 몸이 가벼운 것 같았다.
    실은 산행하면서는 잘 못 느꼈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런 것 같다.
    긴 산행 내내 힘들지 않았지만 때때로 힘에 부치는 것 같은 구간이 있었고
    추위가 너무 고됐지만 그렇다고 몸이 무거운 느낌은 아니었다.
    광청종주가 청광종주보다는 쉽다는 오래도록 주워들은 말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산행 내내 이 정도면 매주와도 되겠다 싶을 정도의 기분이었다.

    형제봉까지의 길이 인적이 드문 길인데도 정비가 엄청 잘되어있어 오늘만 사람이 없는 것이지 그래도 주민들이 자주 찾는 길이겠구나 싶었다.

    198계단 쯤이야. 10층도 안되는걸~

    형제봉에서 시루봉까지도 꽤 수월하게 올랐다.
    평소 엄청난 속도로 산을 오른다던 리딩님은 전날 과도한 음주로 인해 산행 속도가 딱 좋을 만큼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오늘 산행이 나에게 힘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시루봉에서 사진 찍으며 잠시 옷을 정비하고(마침내 살짝 열이 올라 패딩을 벗었다.
    패딩을 입고 운행하는 것은 극동계산행 뿐일 줄 알았는데.
    벌써 극동계인가 싶고요.

    시루봉정상에서 토끼재 방향으로 내려오면 작은 대피소가 있다.

    노루목 대피소.
    이름부터 큰~~~산에 있을 것 같은 제법 근사한 대피소가 있어 깜짝 놀랐다.
    오~~~~ 광교산 멋지네!

    대화를 나누며 오르기도 했지만 조용한 순간도 많았다.
    그럴 때면 낙엽을 밟는 소리가 세상을 가득 채웠다.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가장 귀가 시렵던 길을 지나 백운산 도착

    청광종주를 할 때 24 절기 계단을 지나 백운산 정상석 도착 전의 가파른 오르막이 제일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힘들었던 오르막을 내려가자니 신이 날...
    줄 알았는데 내려갈 때도 세상 가파르더라.
    게다가 낙엽이 잔뜩 쌓여있고 그 믿에 나뭇가지들이 많아 잘못 밟으면 나뭇가지가 굴러가는 대로 내 몸뚱이도 내동댕이쳐질 길이었다.
    그렇게 청광종주 할 때 버거웠던 가파른 오르막이, 광청종주할 때는 가파른 내리막이 되어 미끄러질뻔한 위기를 몇 번을 겪으며 조심스레 걸었다.
     
    청광종주 때 모두를 기함하게 만든다는 24 절기 계단도 가뿐하게 내려가며 신나는 산행을 계속했다.
    급경사로 내려가는 길만 아니라면 수북이 쌓여있는 낙엽이 참 기분 좋았다.
    아.. 대신 건조한 날씨 탓인지 낙엽에서 먼지가 엄청 날아들어 앞사람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지만 쾌적한 산행이 가능했다.

    우담산(발화산)을 지나고 하오고개를 지나 다리를 건너는데 건너편이 노랗다.
    세상에.. 꽃이 피었다.

    작년에도 11월경 철 모르고 나온 철쭉을 보고 정신 나갔다고 깔깔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는 성격 급한 개나리를 보게 되었네.

    다리 난간사이로 갸웃갸웃 한참 꽃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긴다.
    그러면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나는데 이구간이 광청종주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라고 한다.
    아.. 이러니까 남 말하는 것 같네.
    나도 이 구간에서는 조금 힘들었다.
     
    거의 9시간을 걷는 내내 땀이 한 방울도 나지 않았는데 이 구간에서는 몸에 열이 올라 외투 두 개를 벗고 스위프틀리테크와 스쿼미시만 입고 산행할 수 있었다.
    옷을 벗으면 몸은 가벼우나 가방이 무거워져서... 실은 그냥 계속 추운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오고개에서 국사봉까지는 금방이다.

    깔딱 고개만 넘으면 작고 귀여운 국사봉에 도착.
    그리고 약 2~3km를 더 가면 이수봉이 나온다.
    이수봉 도착시간이 3시가 넘으면 오늘산행은 중단이었는데 우리는 2시 반에 도착했다.
    실은 리딩님이 이수봉 도착시간을 언급한 게 "엄살을 떨며" 꼬리를 달아 산행신청한 나 때문이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느려 못 따라오고 부담을 가질까 봐 사전에 완주를 못할 수도 있다고 공지한 것이었단다.
    세상 서윗한 리딩님이시네!
     

    오늘은 세상 수월했던 산행, 힘듦 코스프레 한번 하고 갈께요

    이수봉까지 왔으니 진짜 진짜 종주가 끝나간다.
    이수봉에서 매봉까지는 한번 오르고 한번 내리고 또 한 번 올라가면 끝이다.
    엄청 신났다.
    내적 흥이 둠칫둠칫 올라왔다.
    발걸음이 세상 가벼웠다.
    다시 돌이켜보면 오늘 컨디션이 매우 좋았나 보다. 그냥 추위 때문에 덜덜 떠느라고 못 느꼈을 뿐이지.
    이수봉에서 매봉까지의 발걸음은 세상 가벼웠다
    원래 산행할 때 오르막에서는 힘에 부쳐 늘 말없이 걷곤 하는데 종주 중반부터 내내 동무들과 수다를 나누며 걸었다.

    매봉에 도착해 서로 악수를 나누며 고생 많았다고 산행 끝났을 때나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잘 정비된 편한 길로 꼽으라면 손가락 안에 들 것 같은 청계산의 하산길은 바람같이 내려왔다.
    26km의 광청종주 끝!!!

    객관적으로도 청광종주보다는 수월하다는 광청종주지만 오늘 몸 상태가 생각보다 좋았어서 더더더더 수월하게 느껴졌던 것 같은 광청종주.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들머리까지 가는 귀찮음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자주자주 하고 싶다.
     
     🎯광교산에서 청계산까지-광청종주🎯
    ✔️산행거리 : 26.6km
    ✔️산행시간 : 8시간 42분
    ✔️산행코스 : 성복역-서수지IC-형제봉-광교산시루봉-백운산-발화산-국사봉-이수봉-청계산 매봉-원터골
    ✔️청광종주, 광청종주 둘 다 최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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