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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프로알바러의 금수산
    등산일기 Hiker_deer 2023. 10. 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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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프로혼산러가 되려면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나는 초보혼산러였다.
    최소한 오늘은 프로알바러, 초보혼산러.

    제천의 산세와 호수를 좋아하고 월악산의 멋진 뷰를 좋아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금수산을 가보고 싶었다.
    그러다 오늘을 그날로 잡았고, 충북에 새 친구가 생긴 나는 산행 후 그 친구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주 만족스러운 일정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주에 속초 5시간 운전하느라 개고생을 했쥬.
    오늘도... 연휴였네유.
    깜박했어라~
    상천리주차장까지 4시간 걸렸슴돠.
    딱히 할 일도 없는데 내일갈껄 그랬나 봐요.
    그렇지만 난 제천에서 약속도 있으니까 차를 돌릴 수 없어요.
    무조건 가는 거야!!!

    상천리 주차장, 혹은 상천 주차장에 도착(티맵으로 검색하면 상천리주차장만 나와서 갸웃갸웃했으나 같은 겁니다)

    늦게 왔는데도 자리가 여유 있었다.
    그리고 내려왔을 때 저 차들이 그냥 있었던 것 보면... 금수산이 쉬운 산은 아니라는 점~~~~
    아니면 등산객의 차가 아니었거나

    금수산탐방로로 올라갑니다.
    사람이 없다.
    주차장에서 거의 같이 출발한 부부 한 팀, 3명이 함께 온 산악회 한 팀. 그리고 혼산러 나!
    올라가면서 저분들한테 사진을 부탁해 볼까~
    혼산러는 사진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 신났다.

    옥순봉이 왜 여기서 나와? 반가우면서도 뜬금없는 느낌. 옥순봉길

    용담폭포는 안중에도 없고 금수산 탐방로 안내표지만 보고 따라간다.

    지난주 청인대구 하면서 낮은 숲 속에 갇혀있었어서인지 시원하게 뻗은 길과 푸르름을 보니 오랜만에 등산하는 느낌적인 느낌.

    혼산 할 때는 탐방로 안내사진을 꼭 찍는다.
    난.. 길치니까.
    그런데 사진만 대충 찍고 지나가느라 금수산 탐방고에 검정색이...시커먼색이 난무한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안내도에 금수산(망덕봉) 코스만 나와있었는데... 제대로 안 보고 반대로 코스를 선택한 나샛기!
    머리 박아라.

    지금 보니 내가 고생한 이유가 다 있었다.
    사전에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음 현장에서라도 좀 챙겼어야 해....

    자! 여기서 굳이 굳이 짧은 망덕봉을 안 고르고 금수산 길을 택합니다.
    그니까... 주차장에서 함께 출발하신 분들과 이 앞에서 머뭇머뭇하다가 누가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나 아니면 부부팀이 먼저 금수산 쪽으로 향했고 뒤이어 우르르 금수산 방면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공복이었던 나는 조금 올라가다가 챙겨 온 떡을 먹었다.
    부부팀이 걱정하며 올라가신다. 힘들다고.
    - 떡 먹으면 더 힘들어!
    롸????
    여튼 첫 끼니를 챙겨 먹고 다시 길을 오른다.
    부부팀을 뒤로하고 한참을 앞서갔다.
    그리고.. 계곡을 건너야 하는 지점에서 설마 저길 건너가는 게 길일까 싶어 직진하다가
    손가락 두개만한 거미랑 아주 오래오래 대치해야 했다.
    길이 안 나와서 거미줄과 쓰러진 나무사이를 고라니처럼 헤매다가 한참 뒤 부부팀이 올라와 길을 건너 가시길레 나도 원시림에서 탈출하여 뒤를 쫓았다.

    길을 잘못 들었는데 감사하다며 인사를 나누고 뒤를 쫓다가 다시 앞서 가게 되었는데 뒤에서 당부를 전하신다.
    - 아가씨, 알바 하지말고 잘 올라가~
    눼 ㅠㅠ 저 알바 진짜 싫어해요 흐규흐규

    역시나 월악산 국립공원인 금수산이지.
    우리 금수산은요, 명지산인 줄 알정도로 너덜길이 많구요

    계단은 거의 수직절벽 같은 각도인 곳에만 놓여있어요.
    금수산에 오려면 급경사쯤이야 네발로 올라갈 각오,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정 못하게 될 각도가 나오면 계단을 놓아드릴게!

    한참을 올라가니 세 명이 온 산악회팀에서 여자분 한분이 낙오를 하셨는데 길을 잃으셨단다.
    이 길이 맞냐고 여쭈시는데... 저도 몰라요ㅠㅜ저를 믿으시면 아니되옵니다 ㅠㅠ
    다행히 카카오맵으로 길을 찾기 수월한 곳이라 그분을 이끌고(?) 바른길로 안내해 드렸다.

    급경사가 시작되는 곳이 금수산 1.5km 표지가 있는 곳이다.  1.1km 앞둔 곳까지 미친듯한 각도의 계단과 급경사가 끝없이 이어지는데 죽겠다고 헉헉대며 올라왔는데 고작 400m 왔단다.
    와... 월악산이 금수 하네.

    그리고 또 이런 너덜길과 급경사를 와구와구 올라간다.
    상천주차장코스는 킬로수가 참 안 줄어드는 코스다.
    이 정도 되면 능선길이 나올 줄 알았는데, 금수산 폼 미쳤다.
    능선길 따위 쉽게 내주는 산이 아니다.
    계속 올라라!

    그리고 드디어 금수산 삼거리 도착.
    여기서 또 다른 부부 산객을 만났다.
    -상천에서 올라오시나 봐요? 올라올만 하던가요?
    -엄청 헤맸어요. 근데 상천코스가 어려운 건가요?
    라고 여쭈니 어렵단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상학에서 올라오셨는데 상천코스가 뷰가 좋아서 내려갈까 고민 중이시라고 해서 진심 이쪽에 뷰가 없다고, 아무것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올라오다 봤는데 내려가시는 분들도 꽤 고전하시면서 내려가시더라는 말씀도 전했다.

    그리하여 그분들은 뷰도 없고 거지 같은 코스를 피해 상학주차장 코스로 내려가셨다.
    나.. 진짜 착한 일 했다.


    그리고나서 금수산삼거리에서 거의... 미친 알바를 하게 된다.
    저기... 저 착한 일 했는데 왜 이런 일을 겪는겁니꽈!!!!

    금수산삼거리에서 안내표지가 가리키는 길로 살짝 내려가는데 길이 곱지 않다.
    너덜터덜길을 쭉 내려가다가 산악회 띠지가 나무에 하나 걸려있는 것을 보고 그쪽으로 쭉 내려갔다.
    그런데 이길... 재난영화다.
    지난주부터 뭔 놈의 재난영화가 이렇게 자주 튀어나와.
    날카로운 바위들과 진흙과 낙엽이 가득한 길에 나무들이사방으로 가지를 뻗고 있어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가 안 잡혔다.
    길다운 길이 안 보이는데... 어디선가 우르르르 혹은 으르르르 하는 소리가 들린다.
    멧돼진가? 폭포 때문에 땅이 울리는 소린가?
    인간 놈이 발을 들이면 안 되는 곳에 들어와서 땅이 노한 것인가?

    지도앱을 켜보니 나는 정규등산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다.
    부랴부랴 돌아가려고 하는데 길은 안 보이고, 무작정 올라가는데 길이 너무 가파르고 험하다.
    스틱을 꺼내고 싶은데 잠시 멈출 곳도 마땅치 않고 나뭇가지들은 더욱 사정없이 내 앞을 막아섰다.
    울고 싶었다.
    땅이 울리는 것 같은 소리는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울고 싶은데 우는 것도 무서웠다.
    그냥 여길 벗어나고 싶었다.
    지도에서 대충 방향을 잡고 무조건 올라갔다.
    기듯이 구르듯이 올랐다.
    그래서 겨우 다시 금수산 삼거리로 돌아갔다가 다시 길을 나섰지만 또 길이 안 보인다.
    하아... 내려가야 하나.
    번민이 밀려온다.

    그러다가 스틱 찍는 소리가 났다.
    하산 중이신 산객!!
    -선생님 ㅠㅠ 이쪽으로 가면 금수산 정상 나와요? 여기가 길이 맞나요? ㅠㅠ
    절박하게 여쭤본다.
    그분도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계속 의아해하며 오셨는데 맞는 것 같다며 방향을 짚어주셨다.
    재차 가야 하는 방향을 확인한 후 어렵게 걸음을 내딛는다.

    와아... 누가 용문산을 욕해?
    용문산이 무슨 욕문산이야.
    금수만도 못한 금수산아!!!!

    같이 출발했던 두 팀도 알바를 하셨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하산할 때까지 마주칠 수 없었다.
    그래서 사진이 거의 없다 ㅋㅋㅋ

    여튼 그렇게 미쳐버리고 돌아버릴 것 같은 금수산 삼거리의 알바를 우여곡절 끝에 종료하고 금수산 정상에 도착했다.

    블랙야크 100대명산 예순한번째 인증-금수산

    좋아하는 산만 가다 보니 100대 명산 인증을 못한 지 꽤 됐다.
    오랜만에 새로운 산 100대 명산.

    나의 노르웨이룸메 충북친구가 기다리고 있으니 왔던 길로 빨리 내려갈까 싶었지만 지금 이 상태로라면 금수산은 다시는 안 올 것 같아 망덕봉도 가보기로 한다.
    그리고 정상에서 망덕봉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금수산삼거리에서 만났던 분들이 말씀하셨던 상천주차장코스는 뷰가 좋더라-는 이쪽 코스임을 깨달았다.
    그니까 그분들은 나를 매우 잘 만난 것이었다.
    괜히 뷰보신다고 그릇된 상천주차장코스로 내려갔다가는 뷰도 못 보고 고생만 하셨을 것이다.

    이런 길을 걸을 수 있는 코스였다.
    난... 뭐 한 건가 싶지만 뭐... 원을 그리듯 도는 코스이니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 둘 중 한 번은 내가 올라온 코스를 가긴 가야 했다.
    그치만 절대적으로 하산할 때 그쪽으로 가시라 권하겠다. 아니 강권하겠다.

    금수산 정상에서 망덕봉까지 약 1.9km
    능선길이라 금방 도착할 수 있다.

    내 너를 먼저 봤어야 하는데, 망덕봉!!!
    망덕봉에 발도장을 콩 찍고 다시 돌아와 상천주차장 쪽으로 내려간다.
    사람이 없다.
    조용하니 좋다.
    룸메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 쪽 길도 안내도에 보면 검은색으로 표시된 만큼 길이 좋지는 않고 급경사길이 이어지지만, 등산로가 명확하다. 알바할일이 없을 길이다.

    어쩐지 억울한 마음으로 내려가다가 S언니를 만났다.
    몇 주 전 공룡능선에서도 옛 모임 일원인 D언니를 만나 신기했었는데 공룡이야 모두의 공룡이니까 그럴 수 있다 치지만, 오늘 하루종일 20명도 만나지 못했던 금수산에서 언니를 만나니 진짜 신기했다.
    나, 산 오래 탔나 보네(2.5년 차 산린이)

    역시 산신인 언니는 옳은 길로 올라오시는군!! ㅠㅠ
    나만 바보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다시 빠른 하산모드로 진입.
    조금 내려가자 내려가는 내내 계단과 뻥~뚫린 뷰가 함께해줘 금수산 다시는 안 와!!! 의 울분이 사라졌다.
    역시 금수산, 이름 값하네.

    예쁘잖아.
    올라올 때 봤으면 길이 험하고 힘들어도 위안이 됐을 텐데..
    아쉽다 아쉬워.
    혹시나 다음에 온다면 나도 S언니의 방향으로 코스를 잡고 산행하리라!

    역시나 청풍명월 제천!
    제천 못 잃어.
    힝....
    제천 못 잃으니 앞으로 혼산 할 때는 열공 좀 합시다.

    조각 같은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산에 마치 조경을 해놓은 듯 조화롭게 나무가 자라 있고 뒤로는 물빛과 산빛이 어우러져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지막까지 안구정화 뷰가 함께해 준 나의 반대쪽 금수산.

    왼편으로 물소리가 들려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보니 깊고 신비로운 물빛을 가진 웅덩이로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내려가다 보니 폭포 전망대가 따로 있다.
    이게 용담폭포구나- 감으로 때려잡는다 🤣🤣
    용담폭포 반가워.
    근데 나 좀 바빠. 룸메 만나러 가야 해.

    우다다다 빠른 하산 신속하산!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별밤캠핑장으로 나오게 됐다.
    차박캠핑장이라는데 으리삐까한 차들이 즐비하게 서있고 캠핑온 사람들이 웅성웅성 앉아있다.
    불청객처럼 꾀죄죄한 나는 스틱을 탁탁 짚으며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 주었다.


    후우. 다시 상천 주차장 도착!
    간단히 정리를 하고 룸메를 만나기 위해 의림지로 갔다.
    그리로 노르웨이의 묵은 떼를 씻어내고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함께하기로 했다.

    오늘은 금수산 등산과 룸메와의 만남이 거의 같은 비중이었기 때문에 초반의 개고생이 그럭저럭 퉁쳐졌다(?).

    지식이 짧고 배움이 짧아 사서 고생하고 사서 알바한 프로알바러, 초보혼산러의 등산일기 끝.

    🎯금수산 오르기🎯
    ✔️산행거리 : 11km
    ✔️산행시간 : 4시간 20분
    ✔️산행코스 : 상천주차장-금수산 삼거리-금수산 정상-망덕봉-용담폭포-상천주차장(무조건 반대로 가십쇼)
    ✔️주차비 무료
    ✔️역대급 알바에 탈탈 털렸다. 내일 청계산 가서 익숙함에 위로받고 올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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