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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17. 1. 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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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전날인 오늘은 차가 어마어마하게 막혔다.
    3시 반에 퇴근해 벼르고 벼르던 벨무드에 들러 원피스 두벌을 사고 4시반쯤 다시 길을 나서서 집으로 향했다.

    조기퇴근했음을 자랑스럽게 아빠엄마에게 보고!!
    진짜 징글징글했던 오늘은 도로.
    6시 반이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려했는데 입구를 막고 서있던 suv한대.
    전화해서 무슨 주차를 이렇게 해놨냐고 난리를 치려다 새밑이니 참자. 다른곳 찾아보나 하고 차를 돌려나오는데 구급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그리고 우리집 앞에 멈췄다.

    구급대원을 잡고 몇호가시냐 그랬더니
    우리집 홋수를 말씀하신다.
    구급차 뒤에 차를 세웠다.

    동생 둘에게 연락을 하고
    부랴부랴 집으로 올라갔다.
    엄마가 차분하게 대원님께 설명을 하고 있었고 짐을 꾸리고 있었다.

    도로상황이 너무 안좋아 이대병원 응급실을 가자던 대원분께서 아빠가 의식을 차렸으니 그냥 서울대로 가자 하셨다.
    이대병원가도 결국은 서울대로 옮기라 할것이라면서....

    다행히 차가 많이 줄어있었다.
    아마도 내가 피크시간대에 귀가를 한것 같다.
    응급실에는 나보다 먼저 도착한 아빠와 엄마,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온 동생이 있었다.
    아빠는 휠체어에 앉아서 아픔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고 있었다.

    공장을 하면서 커다란 쇠망치에 손을 찌여서 손가락이 다 으스러졌을때도..... 기계에 끼어 몸이 다쳤을때도 아빠는 저렇게 아파하고 괴로워한적이 없었다.
    우리 아빠는 고통을 묵묵히 잘 참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그런 분이었다.

    근데 그런 아빠가 너무 아프다며 괴로워했다.

    긴 대기끝에 아빠의 이름이 불리고
    엄마와 남동생 아빠가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L에게 연락을 했다.
    그냥.... 막막해서 연락을 했다.
    이모든일을 나보다 먼저겪은 그녀는
    차분하게 상황을 하나하나 세세히 물어보고는
    수녀님 연락처를 주겠다고 했다.
    명절때도 연락 드리면 오실꺼라고... 아빠가 괴로워하지 않게 진통제 처방을 부탁하라며.

    아빠가 원하는대로 호스피스로 옮기려고해도 명절 끝나고 주치의를 만나 소견서를 받아야만 했다.
    그 전에 아빠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만한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전화를 끝고 수녀님의 전화번호가 메시지로 넘어왔다.
    그리고 나서 다음 메시지로 호스피스 전화번호가 왔다.

    -고마워
    라고 했더니
    -미안해
    라는 답이 왔다

    -호스피스 전화번호 남겨서 내가 너무 미안해
    라고.....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또 눈물이 글썽해졌다.
    아빠가 우는 걸 싫어한다.
    아빠를 힘들게 바라보는것도 싫어한다.

    엄마가 대기실로 다시 넘어왔다.
    오늘 아빠가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날이 좋다며 두분이 외출을 했고
    아빠의 계좌에 있는 돈을
    매번 얘기했던대로 엄마 계좌로 이체했다고 했다.
    우리같이 가난한 사람들은 상속세나 증여세에서 완전 자유로움을 아무리 얘기해도 아빠는 혹시 모른다며 계좌의 돈을 옮기겠다고 했다.

    아빠의 작은... 전재산이 오늘 엄마에게로 갔다.

    그리고 지난번 응급실 이후 잠시 끊겠다던 타세바를 오늘 아침 드셨다고 한다.
    내가 진작 호스피스로 전원을 했어야 하는데... 기어이 미련이 남아 계속 미뤘다는 아빠의 한탄속에... 타세바라는 미련이 남아있었다.

    늘 그렇듯 응급실 간다고 나아지는 게 하나도 없다.
    아빠는 몰핀을 맞고 추가 진통제를 처방받아서 11시에 응급실을 나섰다.

    나의 새해 소망은 하나밖에 없다.
    아빠가 아프지 않길
    아빠의 고통이 덜해지길..
    아빠의 통증이 잦아들길..
    아빠가 다시 웃기를...

    암까페에서 봤던 어느 딸의 절규가 요즘 자주 머릿속에 맴돈다.

    나의 1년을 아빠의 건강한 하루와 바꿀수 있다면
    나의 7년을 아빠의 건강한 일주일과 바꿀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나의 30년을 아빠의 건강한 한달과 바꾸어
    나의 건강하고 행복한 아빠와 한달만 더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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