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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일기] 신안 섬티아고 12사도 순례길
    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23. 7. 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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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년 동안 여름에도 매주 산에 올랐다.
    흠뻑 젖었지만 내려오는 길에 계곡이 발을 담그고 물놀이를 하면 그게 그렇게 꿀맛이었다.
    하지만.. 그 꿀맛을 맛보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고 축축하잖아.
    그래서 올해는 좀 우아한 여름을 보내볼까 싶어(그래.. 늙기도 했고...) 산행이 아닌 평지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제 선택은요?
    산모임에 올라왔던 섬티아고 순례길.
    섬티아고라니... 이름은 오글오글 하지만 설명을 읽어봤더니 예쁜 곳에서 사진 찍고 놀다 올 것 같잖아.

    그리하여 산린이들의 친구 알레버스가 아닌 진짜 찐찐찐 안내산악회인 좋은 사람들 버스를 처음 타게 되었지만 산이 아닌 섬을 가게 된 나!

    5시에 송공항에 도착하기로 했던 버스는 무려 한 시간이나 단축해 4시 좀 넘어 도착.
    우리가 5시에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던 식당 사장님이 일찍부터 식사를 준비해 주셔서 4시 반에는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게 웬 아침형 인간, 미라클모닝 사태냐며!

    이른 새벽 유일하게 불을 밝히고 있던 신안횟집

    6시 50분, 배가 출항하기 전까 송공항을 배회하던 우리

    우리가 탈 배 아님. 흑산도 가는 커다란 배
    이쪽은 서해인지라 바다쪽이 아닌 다른 곳에서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엄청 지루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12명의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 조금씩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배 탈 시각이 다가왔다.

    송공여객터미널에서 섬티아고에 대해 간략한 내용을 숙지하고(응... 처음이자 마지막;;) 배 타러 고고고!!

    배에는 방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에 들어갔다.
    좋은 사람들 대장님께서 멀미하는 사람은 누우면 괜찮다고 하셔서 냉큼 누웠다.
    1시간 10분, 배안에서 느긋하게 드러누워 멀미 없이 무사히 이동할 수 있었다.

    아주 살짝 여유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우린 병풍도에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병풍도는 10월이면 흐드러지게 핀 맨드라미로 온 섬이 붉게 변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여름!
    병풍도의 붉은 지붕만이 우리를 반겼다.


    맨드라미 시즌에 오면 참 예쁘겠다 싶으면서도 이 작은 섬을 가득 채울 인파를 생각하니... 그냥 유튜브로 볼까 봐 싶었음

    그리하여 맨드라미는 매우 실감 나는 벽화로 대신하고

    우리는 병풍도를 떠나 드디어 섬티아고 순레길에 발을 딛는다.

    이 길을 건너가 저 앞에 보이는 대기점도. 섬티아고 순례길의 시작이다.

    대기점도 선착장에서 시작하면 1번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지만 병풍도에서 시작하면 2번 생각의 집이 시작점이 된다. 그래서 실은 약간 동선이 꼬인다.

    1번은 공사 중이어서 지나가는 길에 멀리서 보고 4번 생명평화의 집으로 왔다. 새송이버섯 같이 생겼... ㅋㅋㅋ

    우리는 순례자의 길을 걷고 있고

    이 섬엔 오징어가 많다는 걸 알려주는 걸까?
    중간중간 보이는 스마일 오징어가 꽤 귀여웠다.
    아.. 오징어 아닌가?
    꼴뚜기인가???

    2번 1번 4번을 보고 3번을 가려면 길을 돌아가야 한다.
    갈까 말까 망설이는 일행들 사이에서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으니 다녀올게요
    라며 나를 포함한 세 명이 발길을 돌렸고 두어 명을 빼고 다 같이 3번을 향해 걸었다.

    3번도 예뻤고 근처에 있는 연못의 연꽃도 참 예뻤는데
    연꽃이 피었다는 것은 여름이라는 뜻이다.
    오늘 날씨는 해가 쨍하니 나오지는 않았지만 매우 습했고 구름에 가려져서도 뜨거움을 넘어 따가운 햇살을 쏘아대는 태양덕에 다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걸어야 했다

    사전에 검색해 봤을 때 다들 예쁜 옷 입고 사진 찍고 있길래 나도 샌들에 원피스 입을까 했는데, 개고생 할 뻔

    어쩐지 바이킹을 연상케 했지만 남프랑스 양식이란다 ㅋ
    5번 행복의 집.

    내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하자 리딩자 오빠가 이것저것 디렉팅을 주었는데 딱딱한 바닥에 아픔을 이겨내고 무릎을 꿇고 앉았더니만 결과는 외계생명체.
    기도합시다-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중이었고 뙤약볕은 가차 없었지만 아주 간헐적으로 찬 기운을 가진 바람이 불어왔다.
    생. 명. 풍.
    생명풍의 힘을 빌어 대기점도에서 소기점도로 넘어왔다.
    소기점도의 첫 집은 6번.

    6번 감사의 집은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감사해야 함.

    우리가 쉬어가기로 한 8번 앞의 카페를 뒤로하고 길을 빙 둘러 7번 인연의 집으로 향했다.
    이런 식으로 순례자의 실은 철저히 계획하에 만들어졌음에도 동선이 살짝 거시기하다.
    매끄럽게 쭉 이어갈 수 있었음 더 좋았을 텐데.

    다시 길울 둘러 순례자의 집 카페로 돌아왔다. 여기서 쉬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땀을 잔뜩 흘리고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에어컨바람을 마뜩잖아하는 나도
    - 이곳은 천국, 이곳이 순례자의 낙원
    의 느낌이었고 에어컨 바람이 한없이 성스럽게만 느껴졌다.

    기쁨의 집을 지나면 바다를 건너 소악도의 순례자의 길을 걷게 된다.

    실내가 고즈넉했던 기쁨의 집

    소악도로 길을 건너가는데 좋은 사람들 대장님이 오셔서 물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사전지식이 없이 버스에서 계속 물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나는 소악도로만 들어가면 물 시간은 상관없을지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12번 집에 가려면 짧은 바닷길을 걸어야 하고 그 길의 물때를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소악도에서 다른 집을 다 건너뛰고 우선 12번을 먼저 보기로 했다.
    일행 중 마음이 급한 일부는 먼저 가겠다며 달려갔다.
    하지만 난... 뛰기 싫었어.

    대기점도 카페에서 상쾌해져 나온 몸에 다시 땀을 묻히기(?) 싫었단 말이지.
    (그리고 결국 앞서간 사람들도 12번을 보지못했다.우헤헤헤헤)

    게다가 지나가며 본 소악교회는 그냥 보면 살짝 조잡한 느낌인데 사진으로 모두 담으니 그 색감이 너무 예뻤다.

    저 멀리 12번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그런데 물이 찰랑찰랑하다.
    오늘의 멤버들은 다들 백팩킹을 하고 특히 섬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상태를 보더니 이미 늦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빠르고 신속하게 12번을 포기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어쩐지 돌다 보니 관광지 수작에 놀아나는 기분이었거든.
    살짝 억지스러운 순례자의 길!?ㅋ
    그리고 뭐.. 무엇보다 너무 더웠어서 그 정도 포기쯤이야 마음에 작은 생채기조차 남기지 않았다.

    다시 길을 돌아와 9번 소원의 집을 보고 소원의 집에서 멀리 보이는 12번으로 들어가는 물에 잠기는 바닷길을 바라보았다.

    리딩오빠의 디렉팅에 모두 야유를 보내면서도 매우 잘 소화해 낸 우리 ㅋㅋ
    그리고 나도 모르게 섬을 또 하나 건너 진섬으로 오면 10번, 11번이 있다.

    10번 칭찬의 집.
    이제 하나 남았다!!!!
    뒤로 갈수록 더위에 지쳐 감흥이 덜해졌지만 그래도 왔으니까(그리고 두 번 올 것 같지는 않으니까 볼 수 있는 건 다 보고 가야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웠고 11번으로 가는 길, 민가에서 가꾸는 얼굴만 한 해바라기와 사진을 찍었다.
    리딩오빠의 지시에 따랐더니 해바라기와 키스신.

    이 정도면 다 준거지!
    내가 다 주고 간다. 섬티아고.

    드디어 마지막 사랑의 집!!
    저 안에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지나가는 집.
    사랑이어라

    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 10번 집을 지나 소악도 선착장 근처까지 가면 우리가 점심을 먹기로 한 쉬랑께 2호점이 있다.
    식사와 음료를 마실 수 있고 비용은 정해져 있지 않다.
    알아서 낸 돈은 지역인재 장학금, 해외 난민 기부금으로 쓰인다.

    웬만한 식당보다 맛있는 음식을 뷔페식으로 즐길 수 있고

    아메리카노, 카페모카, 라테, 단호박식혜 등 본격 카페 음료들도 즐길 수 있다.
    기분 좋고 배부르게 밥을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뱃시간이니 나가볼까 했는데 사장님이 우리를 붙잡는다
    1시 반이 배시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1시간에 들어온 배는 병풍도를 들러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그 시간이 2시 25분이었다.

    안내버스 대장님도 우리도 모두 배시간을 착각하고 부랴부랴 빠르게 걸은 것이다.
    실은 배시간이 아니더라도 12번으로 가는 바닷길을 물때를 생각하면 빨리 걸었어야 했지만 애초에 12번을 포기했다면 엄청 여유롭게 걷고 놀 수 있을 것 같아 살짝 아쉬웠다가 선착장 바로 앞의 무인카페에서 시원하게 쉬다 보니 아쉬움 따윈 싹 사라졌다.

    최고의 오션뷰.
    깔끔함의 끝판왕.
    소악도 무인카페!

    감사합니다.
    잘 쉬다 갑니다.

    배를 타려고 하니 하늘이 파랗게 열렸지만
    괜찮았어.
    이 하늘 아래서 걸었으면 누구 하나 탈수증상으로 쓰러졌을지도 몰라

    아름다운 하늘 아래 작별인사를 건넬 수 있으니 되었다.
    안녕, 섬티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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