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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르웨이 등산일기] 쉐락볼튼
    등산일기 Hiker_deer 2023. 8. 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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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20 쉐락볼튼 오르기

    조식을 배불리, 아주아주 배불리 먹고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쉐락볼튼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비 300 크로네!

    주차장 도착하자마자 양들이 반겨준다. 차 밑을 왜이리 좋아하나...
    쉐락볼튼 주차장

    어제 고된 이동을 했어서 9시에 숙소를 나섰다.
    코로나 산린이가 되어 전국의 산을 휘젓고 다니더니 드디어 해외로 원정산행을 왔다.
    우와.. 이건 쫌 감개무량하쟈나

    쉐락볼튼 들머리.
    시작부터 이렇게 끝장나는 뷰라니!
    이때는 완전 감동&흥분의 도가니였다.
    등산을 시작하면서 자연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그 이후 첫 해외여행이라 감탄하고 놀라게 되는 포인트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날씨가 웬일이야.
    들머리 들어서자마자 쇠사슬을 잡아야 할 만큼 가파른 길이다. 바위 접착이 잘되는 등산화라면 그냥 올라도 되지만 길동무 두 명의 오래된 등산화는 미끄러지기 일쑤였고 등산화를 신지 않은 여행객들은 전적으로 사슬을 의지하며 올라야 했다.

    쉐락볼튼은 꼭 등산화 신고 가십쇼.
    괜히 쇠사슬 잡고 힘 뺄 필요 없잖아요.

    넘나 외국외국 이국이국적인 이정표😎

    산을 덮은 생소한 식생과 낯선 산세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T자만 따라 오르면 된다. 붉고 인상적인 길 안내표지

    내딛는 발 걸음걸음마다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다들 어쩐지 사진에는 관심이 없어 보여 사진촬영 부탁을 할 때마다 신중을 기해 장소를 선택해야 했다.

    구불구불 곱슬머리, 구불구불 오솔길

    요정이나 트롤이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아니 안 나오면 이상할 것 같은 초원을 눈앞에 보니 현실감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진짜.. 꿈인지 생시인지.
    이 공간이 정말 존재하는 공간이 맞는 건지.
    꿈만 같아서 하나도 힘들지 않았던 시간.

    전 세계 어디나 바람을 가득 담은 돌들
    만년설. 얼핏보면 바위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

    요정의 초원을 지나 올라가면 아주 넓은 바위밭(?)이 펼쳐진다. 요정과 트롤의 시간을 지나 고대 지질의 시간에 도착한 느낌이다.

    이렇게 두꺼운 눈 뚜껑을 마주한 나는 반팔을 입고 있다.
    이런 사소한 것에도 신이 났다.

    쇠사슬이 몸을 긁는 양선생들도 세상 멋스러워 보이고요!

    그렇게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시간을 가로지르는 앨리스가 되어 뚜벅뚜벅 걷다 보면 차원을 가로지르는 느낌의 신비한 벽이 나타난다.
    물줄기가 떨어진다.
    물방울을 맞으면 뿅~ 하고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것 같아!

    그래서!! 요기!!
    요기에 도착하는 거다.
    사진을 찍어주려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바위를 보고 있으면 마치 연극무대처럼 등장인물이 한 명씩 등장하고, 인사를 하고 뽐내기를 한 후 사라진다. 무성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모두가 함께 웃었다.
    즐거운 에너지가 가득 찬 곳이었다.

    사진 찍는 줄이 길 줄 알았는데 길지 않아 다른 곳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바위에 올라가는 줄을 기다리다가 잠시 뒤쪽에 있는 절벽에 앉았다.
    어쩐지 나는 이곳이 더 멋있다.
    저런 곳에 앉는 건 하나도 무섭지 않은데 쉐락볼튼 동그란 바위에 올라서는 건 정말 아찔했다.
    바위와 바위를 받친 절벽 사이로 아찔한 바다라 내려다보이는데 걷듯이 발을 옮겨 이동할 수 없고 살짝 뜀박질을 해야 바위로 올라설 수 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그냥 사진 따위 포기하고 싶었다.
    한국이었음 빠른 포기였음이 분명한데..
    내가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포기를 어떻게 해 ㅠㅠ

    겨우겨우 올라갔다.
    올라가 있는 내내 떨어지는 상상 때문에 심박수가 요동쳤다.
    내 앞앞에 있던 인도형님은 온몸이 덜덜 떨리는 게 보일 정도로 무서워했고
    바로 앞에 있는 미국언니는 파워 당당하게 자기 손 좀 잡아달라고 해서 뒤에 줄 서있던 우리가 손을 꼭 잡아드렸다

    전 세계인들 모두가 쫄보가 되는 곳.
    그곳에서 나도 여지없이 쫄보가 되었지.

    그런데 길동무들이 나의 첫 번째 사진이 맘에 안 든다며 다시 올라가 보라고 했다.
    무서워 죽겠는데 ㅠㅜ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잖아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발을 내딛는다.
    첫 번째보다는 훨씬 안 무섭다.
    하지만 여전히 바위 위에 올라 선 후 앉아서 가부좌를 틀고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큰 움직임을 하면 떨어져 버릴 것 같이 무서웠거든.
    아마 열 번째 즈음에는 바위 위에서 앉았다 일어섰다도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납작복숭아씨, 오랜만이야! 반가워. 아주 많이.

    끝장나는 풍경을 앞에 두고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
    넓은 바위가 펼쳐진 곳에 철푸덕 앉아 길동무 한 명과 수다를 떨었더니 조심스럽게
    - 감사합니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노르웨이인인데 남편 따라 부산에서 6년을 사셨다는 여자분.
    그리고 그분의 동행인 프랑스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남자분과 한참 수다를 떨었다.

    마음을 열고 친밀감을 내보이지만 딱 그만큼인 이곳의 분위기가 정말 맘에 든다.

    시선강탈 양선생들은 사진 찍힘을 즐기는 것 같았고 오르고 내려가며 계속 마주친 사람들과는 내적친밀감이 쌓여 눈인사를 나누고 스치듯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나 쉐락볼튼 바위에 올라갈 때 손을 잡아줬던 대륙의 기상이 하늘을 찌르던 미국언니는 우리를 앞서 내려가며
    - 베이비들,  나 먼저 갈게!
    라는 말을 건네 신나서 빵 터졌지 뭐야.
    키즈도 아닌 베이비들이라니 ㅋㅋ
    이 나이에 베이비! 너무 좋지 말입니다.

    (하지만 미쿡언니 나보다 어렸... 🤣🤣🤣)

    올라올 때보다 내려갈 때는 조금 더 미끄러움이 느껴지던 바위라서 올라갈 때는 사슬을 안 잡았던 나도 내려갈 때는 사슬을 잡고 뒷걸음질 치며 내려갔다.

    우리가 내려갈 즈음에는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아져 외길에서의 기다림이 길어졌다.
    아마도 바위에서 사진 찍는 줄도 꽤 길었으리라.
    그리하여 목적지 근처에서 숙박을 한 보람을 엄청나게 느끼며 산행을 마무리했다

    🎯쉐락볼튼 오르기🎯
    ✔️ 산행시간 : 5시간 20분
    ✔️ 산행거리 : 12.70km
    ✔️ 주차비 : 300 크로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면 산행시간을 넉넉하게 잡으세요. 정말 정신줄 놓고 사진만 찍고 싶을 정도의 아름다움!
    ✔️ 등산화는 꼭 신기로 해요! 미끌미끌 미끄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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