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노르웨이 등산일기] 트롤퉁가(Trolltunga)
    등산일기 Hiker_deer 2023. 8. 27. 02:48
    반응형

    20230822 트롤퉁가에 오르다


    노르웨이 3대 트레킹(누가 만든 거야 이 묶음?)의 마지막인 트롤퉁가에 오르는 날.
    우리는 꽤 인근에서 숙박했음에도 P3 주차장까지 이동하는데 30분이 걸렸다.


    거두절미하고.. 트롤퉁가는 꼭 P3 주차장을 예약하고 가세요.
    안 그러면 트레킹 전 후로 탈탈 털리지 말입니다.


    P1 주차장에서 안내하시던 직원분께 P3 주차장 티켓이 있다고 하다 대체 언제 예약한 것이냐며 당신들은 대단히 운이 좋다고 궁디팡팡을 해주었다.

    관문을 통과해 P2 주차장에 올라서는 도로 사용료를 내야 한다
    P3 주차장 비용을 이미 600 크로네나 지불했음에도 도로사용료 200 크로네를 현장에서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머신에서 도로통행료를 지불하고 다시 길을 올랐다.
    P3 주차장으로 향하는 우리 차를 향해 직원분들이 다들 엄지 척을 해주었다.

    P3 주차장까지 오르는 길은 굉장히 가파른 데다(트롤퉁가 트레킹코스를 통틀어 가장 가파른 경사) 커브가 가차 없고 길이 좁아 올라가고 내려가는 차들이 서로를 피해 멈추거나 후진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트롤퉁가 P3주차장에 올랐다.

    주차장이 이미 고도 831m라서 눈앞의 뷰가 엄청나다.
    트롤퉁가 정상(?)에 오르면 고도가 약 1100미터이다. 10km 동안 약 250m의 고도를 오르는 것이라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거의 없다.
    완만한 경사를 오~~~~~래 걸으면 되는 것이다.

    갑시다! 트롤퉁가-

    드넓게 펼쳐진 평지.
    진짜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신비로운 지구의 느낌이랄까-

    노르웨이 산에 오른다면 생명줄처럼 여겨야 하는 붉은 T표시, 다양한 지형지물에 표기되어 있다.

    어찌 보면 황량한 느낌이 드는 이곳에도 집이 있다.
    그리하여 곳곳에 사상활 보호를 위해 시끄럽게 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의 표지가 세워져 있다.

    평지를 한참 걸으면 이제 경사가 나타나는데 이 역시 매우 완만하다. 하지만 평지만 걸어와서 그런가, 어쩐지 매우 힘겹게 느껴졌다

    뒤로 보이는 산넘어 산너머에 있는 만년설은 눈을 떼기 힘들 만큼 신기했고

    완만한 오르막 뒤에 나타나는 황량한 느낌의 평지는 세상이 끝나간다면 걷게 될 길 같았다.

    날이 살짝 흐린 영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장엄하고 준엄한 느낌의 트롤퉁가는 아름답고 예쁘다로 시작한 감정이 늘 세상의 끝~으로가 멈췄다.

    우주전쟁 이후의 지구.
    인류멸망 이후의 지구.
    이런 상황의 영화를 찍는다면 무대는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이곳, 트롤퉁가면 딱이겠다는 생뚱맞은 생각을 하며 걸음을 이었다.

    글보다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을 본격 사진자랑일기, 트롤퉁가 등산일기.
    발걸음을 내딛는 곳마다 감탄과 경탄이 쏟아져 나오는 풍경이었고 생경한 아름다움에 매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함이 너무 아쉬웠다.

    저 머리 보이는 텐트  두 개.
    백패킹은 이런저런 이유로 절대 하지 않겠다 혹은 하지 못한다의 범주에 들어가는 행위임에도 이런 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면 인생의 모든 모토를 거스르는 한이 있더라도 용기를 내어 도전하고 싶을 정도였다.

    중간정도 올랐을 때, 트롤퉁가 캠핑장에서 1박을 하셨다는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만났다.
    1박 하는 비용이 엄청 비싸지만 매우 아름다운 하룻밤이었다고 말하던 그분들이 트롤퉁가 사진 찍는 줄이 엄청 기니까 얼른 올라가라고 하셨다.

    그리하여 느긋하게 사진을 찍으며 올라가던 우리는, 아니 나만! 빨리 올라가서 먼저 줄을 서기로 했다.
    올라가며 못 찍은 사진은 하산하며 찍기로 했다.

    모두가 사진을 찍는 피오르드를 빠르게 패스하며 20여 명을 뒤로 제꼈고 그 이후로도 빠른 걸음으로 사람들을 뒤로하며 앞으로 전진했다(군인 행군하는 줄!)
    꽤나 쌀쌀했음에도 빨리 걸으니 땀이 났다.
    왜 이러고 있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음 주에 있을 육구 종주 훈련한다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

    황량함 속의 푸르름이 생명이 시작되는 태초의 지구를 보는 듯해 마음이 웅장해졌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낮아졌고.
    빠르게 이동하던 나는 옷을 입었다 벗기를 신속하게 반복해야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감기 당첨의 확률이 꽤 높았던 날씨.

    목적지에 도착했다.
    3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너무나 허무하게도 10명 남짓의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호되게 사기당한 느낌이었지만, 뭐... 그분들이 봤을 때는 진짜 사람이 많았겠거니 생각하기로 한다.
    일행을 30분 넘게 기다렸다.
    그사이 비가 내렸다.
    망했다 싶었다.
    그런데 일행이 도착하고 내가 사진 찍을 때가 되자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었다.

    오래 기다렸다규!! 간다아아 트롤퉁가! 우다다다~ 달려 나가 절벽 끝에 선다.

    아니 앉는다.

    목표달성하여 뿌듯한 마음으로 일행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올라온김에 사진을 왕창 찍자며 주변 이곳저곳을 돌았다.
    활짝 개인 하늘이 너무 예뻐 사진을 찍는 족족 예술이었다.

    트롤퉁가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었다.
    굽이굽이 흐르는 물에 비친 하늘이 기가 막혔다.

    트롤퉁가의 뒤쪽으로 살짝 내려가면 미니트롤퉁가가 있다.
    사진 찍는 곳과의 거리가 트롤퉁가보다 가까워서 사진은 오히려 이쪽이 훨씬 좋은 느낌이다.

    그리고 또 뒤로 돌아가서 마지막 사진을 찍어본다.

    물그림자가 또 하나의 하늘이 되어 나를 떠받쳐주는 느낌이다.
    3대 트레킹 내내 날씨가 좋기는 어렵다는 글을 읽고 갔었는데 우리는 세 번의 트레킹 내내 날씨가 너무 좋다며 날씨요정강림을 찬양하며 하산을 시작했는데...
    날씨요정 드립이 무색하게 하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렸다.
    처음에는 살짝 흩뿌리는 수준이었는데 점점 빗방울이 굵어졌다.

    우리.. 내려가면서 못다 찍은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틀렸어요.
    그래도 올라가서 본 풍경이 압도적이어서 참으로 좋았다고 아쉬움을 달래 본다.

    비에 젖어 어쩐지 푸르름이 더해진 것 같은 트롤퉁가.
    한 시간가량 비가 왔음에도 길에 물웅덩이가 생기거나 진창길이 되지 않아 하산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비가 내리더니 세상 변덕스럽게도 하늘이 오늘 하루 중 가장 예쁘게 활짝 열렸다.

    하늘빛과 물빛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물그림자가 선명하게 비친다.

    눈이 부실만큼 햇빛이 내리쬐었지만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색감을 선글라스로 가려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한 번만 더 내려가면 이제 평지가 계속되는 지점에서 트롤퉁가에 안녕을 고하며 사진을 찍었다.

    트롤의 혀가 아닌 진정한 트롤의 땅인양 신기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움 충만했던 트롤퉁가 트레킹을 마무리한다.

    실은 10km를 오르고 같은 길 10km를 그대로 내려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우리는 등산만 3일째.
    고저가 심하지는 않더라도 20km를 걷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오른 길을 그대로 돌아 10km를 되짚으려니 막판에 와서는 살짝 지루함이 느껴졌다.
    이 아름다움이 지루해지다니!!! 그럴 리가 없어!
    그냥... 걷는 것이 지루해진 것으로 치자.

    🎯트롤퉁가 오르기🎯
    ✔️ 산행거리 : 22km
    ✔️ 산행시간 : 8시간(동무들 기다리며 30분, 사진 찍으며 1시간 이상을 보냄) 사진을 왕창왕창 찍어도 트레퉁가 트레킹은 8시간 정도면 충분할 듯
    ✔️ 오래, 긴 거리를 걷는 것이다 보니 편한 신발이 좋을 듯. 그런 의미에서 등산화 추천😎
    ✔️ 트롤의 땅, 트롤의 혀, 태초의 신비와 지구 마지막 날의 황량함을 함께 간직한 곳!

    300x250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