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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또, 공룡능선🦖
    등산일기 Hiker_deer 2023. 9. 1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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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910

    엄청난 충격과 감동이 한 번에 밀려왔던 첫 공룡능선 이후, 설악산은 나의 원픽이 되었다.
    설악산행이 있으면 웬만하면 따라나서려고 신청을 했고, 그리하여 올해 네 번째로 설악산을 찾게 되었다.
    5월 서북능선
    6월 대청봉-천불동
    8월 대청봉-봉정암
    9월 공룡능선

    이번 모임에서 산행을 시작하면서 무박산행의 패턴을 정리하지 못해서 늘 이른 새벽 빡센 산행을 공복으로 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너무너무 힘들었었는데 이제는 대충 감을 잡게 되었다.
    특히나 공룡능선은 참석자 분 중 한 분이 24시간 식당에 들러 출발 전 식사를 하자고 제안하셔서 오전 2시, 든든히 콩나물국밥을 먹었고 이 에너지로 아주 활기차고 유쾌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2시 반, 소공원 도착.
    이번 산행은 유유자적 공룡 타기가 테마였다.
    그리고 S언니와 J오빠 빼고는 모두 처음 만나는 분 들 이어서, 첫 만남에서는 늘 그러하듯 밑장을 깔았다.
    - 제가 너무 느려서요
    라며 밑장을 까는 오빠에게
    - 저도요! 저랑 같이 후미에서 가요오오오~ 제발요!
    하며 후미 동행을 약속받았다.

    개인정비를 마치고 2시 50분, 소공원을 출발했다.
    설악산국립공원의 입산은 오전 3시부터인데 소공원 들머리의 경우 비선대에서 입산통제를 하기 때문에 3시 전에 출발해도 된다.

    하늘을 촘촘하게 수놓은 별들과 은하수인지 구름인지 의견이 분분했던 아름다운 흔적.
    그것이 무엇이었든 간에 소공원의 밤하늘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고 오늘 일출이 얼마나 아름다울지를 기대하라며 우리의 등을 떠밀었다.

    공룡능선은 3보 1 사진을 해야 할 정도로 나의 최애인데 들머리부터 반짝이는 밤하늘에 눈길을 사로잡혀 계속 폰을 들이대고 사진을 찍었다.

    3시 30분 비선대 도착.
    스틱을 꺼내고 다시 한번 스트레칭을 하며 마등령과 마주할 준비를 한다.
    마등령.
    마등려어어어어엉!!!
    실은 공룡능선은 마등령만 정복하면 끝났다고 봐야 하는데 이 마등령은 정말 만만치 않은 녀석인기라~

    등산 관련 게시판에서 주말의 설악산은 추울 테니 경량패딩을 챙기라는 글들이 올라와 잠시 고민하다가 얇은 바람막이와 하드쉘을 하나 챙겼는데 추위가 웬 말.
    더웠다.
    아니.. 기온 자체가 높았던 것은 아닌데 습도가 높아서 더운 것 같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의 비선대에서 마등령삼거리까지 3.5km 산행은 세상 다시없을 것 같이 길게 느껴진다.
    작년 첫 공룡 때는 마등령삼거리까지가 참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콩나물국밥을 든든히 챙겨 먹어서 그런지 마등령삼거리까지의 산행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오늘 산행은 콩나물국밥이 다했다

    산행속도가 꽤 빠른 편도 아니고, 일출은 이 정도면 되었다. 그만 봐도 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도 일출은 보면 좋고 아님 말고~의 심정이었다.

    비선대를 떠나 1킬로 정도 갔을때 버스 한 대분의 으른들 산악회를 만났다.
    몇 명 빼고는 모두가 쉴 새 없이 큰 목소리로 수다를 떨며 산을 오르는 분들 사이에 껴서 잠시 기가 빨렸고 넋이 날아갔다.
    힘을 내어 그분들을 뒤로하며 빠르게 올랐다.

    체력은, 이럴 때 제일 필요하다.
    싫은 사람들을 만나면-음악 플레이리스트 공유하시는 분, 베어벨딸랑이, 산을 전세 낸 듯 큰소리로 수다 떠는 분, 생리현상 마음껏 뽐내시는 분 등등-그들을 뒤로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체력이다.

    그래서 오늘도 난, 더더더더더더 열심히 운동해서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평화를 찾아주는 체력.

    500미터에 한 번씩 쉬며 산행을 계속했고 2km가 지나 일출을 보고픈 오빠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먼저 가요. 난 틀렸어

    바람처럼 사라진 그분들을 따라갈 재주가 없어 나는 내 속도로 걸었다.
    그러다, 이걸 보고 말았지.

    일출 따위 그만 봐도 된다고 깔깔대며 말하는데,
    늘 해뜨기 직전 불타오르는 하늘을 보면 모든 것을 잊고 만다.
    오늘 일출 예정 시각은 6시.
    마등령 오르는 길, 뒤를 돌아보면 붉디붉은 하늘이 나를 붙잡는다.
    -그냥 여기서 일출을 볼까? 시간 맞춰 일행들과 만나기로 한 마등령 전망대(!)에 오를 수 있을까?
    짧은 순간 엄청난 갈등에 고뇌가 깊었으나,
    기다릴 시간에 올라가 보자!
    결심하고 묵묵히, 하지만 조금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5시 50분!
    마침내 마등령전망대(마등령 삼거리를 도착 50m 전에 끝내주는 전망 명소가 있다)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오빠들이 격하게 반겨줬다.
    - 빨리 여기 앉아봐!!

    도착하기 바쁘게 가방을 내려놓고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의 사진에 담겼다.

    해가 바다 위로 빼꼼히 떠올랐다.
    수평선위가 아닌 수평선에 깔린 구불구불 뽀글뽀글한 운무 위로 해가 올라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산에서 본 일출 중에 최고였다.

    6시 반까지, 마등령 전망대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을 정도로, 이보다 더 뭉클할 수 없을 정도로 오늘의 태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세상밖으로 나왔다.

    하아... 너무 행복했다.
    오늘의 태양에게 감사하며 간단히 식사를 마쳤다.
    오늘 힘든 코스는 다 끝났지~ 이제 즐기자! 공룡능선-

    마등령 삼거리를 지나 짧은 오솔길을 지나면 또(!!!) 나오는 사진명소!
    일출의 여운을 만끽하고 공룡 만나러 출발!

    나를봐요 나를봐. 요깄지롱!

    새벽엔 춥고, 해가 뜨면 엄청 더우리라 예상되었던 오늘의 날씨는 산타기 딱 좋은 날씨였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더위가 느껴졌지만 기온이 높은 게 아니고 그냥 우리가 계속 산을 오르고 있으니 더운 거였다.
    게다가 공룡능선은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고 또 내리는 것이 반복되니까 올라갈 때는 더워도 내려가며 열을 식힐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코스지 않은가!

    어둠 속의 마등령만 극복할 수 있다면, 당신도 올라탈 수 있어요. 설악산에 사는 공룡의 등위로~

    킹콩바위 도착!
    킹콩은 오디????

    요깄지이이이~!
    킹콩바위는 킹콩바위보다 그 뒤의 풍경이 최고다!

    킹콩뒤의 풍경

    잠시 서서 간식을 나누고 서로의 컨디션을 체크한다.
    마등령 올라올 때 속이 좋지 않던 언니는 다행히 상태가 좋아졌고 무릎이 좋지 않던 오빠는 내리막마다 고전을 면치못했으나 공룡능선이니,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니 견뎌야 하는 통증이었다.....🥲

    촛대바위도 지나칠 수 없지.
    촛대바위 뒤로 들어가면 양옆으로
    -여기서는 사진을 찍어라 찍어라 찍어야 하느니라
    말을 걸어오는 포인트들이 있다.

    무서워? 쵸큼 무서워🥹🥹

    엉덩이 먼저 붙이고 엉금엉금 이동한다.
    뾰족뾰족, 아슬아슬 톡 치면 와르르 무너질 듯한 유리세공품 같은 설악산의 암봉들. 볼 때마다 신기하다.

    비경에 홀렸다가 시선을 잠시 내려보니 들꽃이 아름답다.

    촛대바위에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돌길.
    안전지지대를 잡고 뒤로 돌아 조심스래 한 발씩 옮긴다.
    레펠을 하는 기분이라 이럴 거면 군대를 갈걸 그랬다고 너스레를 떨어본다.

    공룡능선일기는 늘 사진자랑이지 뭐!
    사진만 왕창 올리고 싶은 공룡능선의 산행기록.

    공룡능선을 타며 마등령 말고 또 힘든 구간은 신선대에 오르는 마지막 깔딱 고개.
    이곳만 지나면 쭉 내리막이다.

    신선대에서는 우리가 걸어온 공룡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신선대에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은 힘들지만 여기만 지나면 공룡능선이 끝나가는지라 이쯤 되면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 소중하고 아쉽다.
    - 이제 공룡능선 끝이라니 너무 속상하다아아!
    했더니 언니오빠들이 너는 반대로 다시 타고 넘어가라며 깔깔 웃는다.
    롸????

    공룡능선을 타면 희운각대피소에 들러 화장실을 이용하곤 하는데 누군가는 땀을 많이 흘려서, 누군가는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아서 딱히 화장실이 필요치 않아 양폭대피소에 들르기로 했다.
    실은 신선대에서 희운각대피소를 들러 천불동으로 하산을 하려면 살짝 오르막을 지나 희운각대피소에 가야 하고 또 살짝 올라와서 천불동 하산을 해야 한다.
    약간의 오르막을 피해 간다고 다들 신났다

    희운각대피소의 새 단장이 끝나 물을 내릴 수 있는 수세식 변기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냥 양폭대피소 갈래!

    오늘 산행이 많이 힘들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서 물 500ml로 산행을 마쳤다. 그리하여 양폭대피소까지도 아주 평온한 상태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떠나왔던 소공원에 다시 돌아왔다.
    뒤를 돌아보니 설악산이 구름 속에 잠겨버렸다.

    신선대에서는 울산바위만을 뒤덮어 신비로움을 자아냈던 구름이 우리가 하산을 마치고 나니 설악산 전체를 뒤덮어 곰탕이 되어버렸다.

    오늘의 행운 무엇!
    최고였다!

    설악산을 더욱 반짝반짝 빛내주던 파란 하늘과 얇게 깔린 구름,
    오를 때도 많이 힘들지 않게 도와준 덥지 않던 날씨가 내리막에서는 열을 금세 식힐 수 있게 해 주었고
    이른 새벽 발걸음을 멈추고 쉴 때도 하드쉘 없이 얇은 바람막이 만으로도 충분했던 "등산하기 참~~~ 좋았던" 오늘의 날씨.

    역시는 역시!
    설악은 설악!
    공룡은 진짜 진짜 찐사랑이어라❤


    🎯공룡능선 타보기🎯
    ✔️산행거리 : 24.20km
    ✔️산행시간 : 10시간 40분
    ✔️산행코스 : 소공원 - 비선대 - 마등령 - 나한봉 - 큰새봉 - 1275봉 - 신선대 - 무너미고개 - 희운각대피소 - 양폭대피소 - 천불동 계곡 - 비선대 - 소공원
    ✔️매주 설악만 가고 싶다. 코스를 바꿔가며 설악만 쭈욱 가고 싶엉😍갈때마다 감동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나의 설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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