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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린이의 등산일기] 민주지산 우중산행등산일기 Hiker_deer 2021. 7. 4. 01:09반응형
-저도 민주지산 너무 가고 싶어요 ㅠㅠ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꺼에요
-네!! 꼭이요 ㅠㅠ 저 민주지산 이름이 너무 좋아서 꼭꼭꼭꼭 가보고 싶어요. 민주씨 꼭 만나게 해주세요!!
라고... 본격산행을 시작한지 한달이 갓 지났을 때였나..
대장님의 민주지산 산행에 참석하지 못한 산꼬맹이는 민주씨에게 직진하는 마음을 우장창 내비치며 꼭 만나고 싶다고 질척거렸었다
그리고 장마 시작이라는 토요일.
본격 우중산행으로 민주지산에 가게됐다.
원래는 지리산 천왕봉에 가는 날이었더랬다.
나에게 무슨일이 생기건간에,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라는... 읊조릴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정상석에 오른다면 그어떤 상황에서라도 마음을 단단히 하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무리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 불안감을 가득 안고 신청한 산행이었는데 비소식 및 방역수칙 변경으로 지리산행은 취소되고 우중산행이 가능한 민주지산으로 변경되었다.
이래저래 좋은 산.
이산저산 어딜가도 좋은 나.
게다가 팬심으로 오랫동안 지켜봐온 블로거 O님과 함께하게 되어 전날 잠을 설칠만큼 두근두근 벌렁벌렁 심장이 나댔다 ㅋ
팬미팅 가는 빠순이, 성덕의 느낌이랄까😆
비가오는 것을 알고 단디 준비를 했음에도 준비한 모든것이 무용지물이 됐던 주흘산과 조령산(우비는 너무 무겁고 덥고.. 넘나 습해서 몸에 뭔가 얹는것이 버거웠던 날)
비오는 것을 몰랐다가 산에서 만난 폭우 덕에 덜렁덜렁 비를 다 맞아버렸는데 어쩐지 그 비가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던 명지산 이후로 우중산행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고 여름의 우중산행에 대한 애정이 쵸큼씩 커져가고 있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대장님이 다이소 판초우비라도 준비하라고 하셨지만
파워당당하게 맨몸으로 가겠다고 선언!
차타고 민주씨를 만나러 가는 길.
하늘이 너무 예쁘고 바람은 시원해서 비가 오는걸까 싶었다.
물한계곡 주차장에 도착하자 낮게 깔린 구름이 보인다.
비가 오긴 오겠다.
저세상 체력을 가진 김사범님이 우다다다 속도를 내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늘 두번째 자리를 고수하는 나는 꾸역꾸역 따라 올랐다. 비가 오기전에 최대한 많이 이동하자는 생각이 컸다.지금까지 다니던 산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평이한 숲길이 이어졌다.
비가 온다면 강풍을 동반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시원한 바람이 내내 우리와 함께했다.
이 여름에 이렇게 시원한 산행을 하다니! 나중에 쏟아질 비는 차치하고 마냥 좋았다.치악산 이후 몇주만의 산이고
앞으로 장마가 시작될 터이니 당분산 산에 가기 힘들어질 것 같다는 느낌에 한걸음 걸음, 산에서의 호흡, 산의 바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하나하나 다 소중했다
(이정도면 산치광인가 싶고요🙄)
지난 몇주동안 등산을 영영 못하게 될까 마음졸였던지라 모든것이 더 애틋하고 소중했던 것 같다.
게다가 아주 오랫동안 만나고 싶었던 민주씨인데 말해 뭐해~~고도가 높아지고 우리는 구름속으로 들어왔다!
(산을 오르면 이전에는 상상도 해볼 수 없었던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구름속의 나, 역시 이전에는 전혀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일)
안개와 구름이 자욱하게 내려앉아 또다시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이전에 보았던 이런 풍경에서는 요정이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어쩐 노루귀신이 나올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잠시 쉬는 동안 김사범님이 선곡했던 BGM 황병기님의 미궁 때문이었으리라🙄🙄)
구름이 머금고 있던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지만 울창한 나무가 막아주어 정상까지는 무리없이 오를 수 있었...
지만!!! 정상에서 미친듯이 부는 바람에 간만에 또 날아갈뻔한 짜릿함을 경험했다.광각기능 감솨합니다 ㅋㅋㅋㅋ🤣🤣🤣 민주씨! 우리가 드디어 만났엉!
어쩜 당신은 이렇게 멋진 이름을 갖게 된걸까!인누와 인누와~ 한번 안아보자!
정상석 인증까지 마치고(블랙야크 100대명산 열두번째 인증!)
석기봉 가던길에 점심을 먹으려고 앉았는데 빗줄기가 거세졌다.
주르륵 흘러내리던 비에 쫄딱 젖더라도 포기할 수 없었던 최고의 점심!
복숭아 덕후에게 올해 첫 천도복숭아를 안겨준 김사범님.
대장님의 베이글 샌드위치와 김사범님의 레드와인파우치에 돌고래 리액션 연발!이래저래 여러모로 산이 참 좋아!
밀당따윈 없이 너에게 직진!!!!🤩🤩🤩🤩
빗줄기가 거세져서 모두 우비를 챙겨입었다.
난!
산의 모든것을 오롯이 다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내리는 비를 그냥 맞으며 걸었다.
그런데 민주씨...
왜.. 자꾸 나를 때려 ㅠㅠ
적어도 열번 이상 나뭇가지에 머리를 얻어맞고
네녀석 때문에 뇌세포 다죽겠다고 칭얼거리다
나중에는 지리산에서 건너온 반달곰처럼 포효했다.삼두 마애불.
얼굴이 옆으로 세개일 줄 알았는데 위로 세개가 좌르르 있어서 세상 귀여우셨던 삼두 마애불ㅋ역시나 바람이 미친듯 불어 몸이 휘청였던 석기봉.
우유를 탄듯 진한 곰탕뷰
우비를 입지 않았어도 딱히 춥지 않았지만 다들 입고 있으니 어쩐지 나도 입었어야할까 싶었다.
그래도, 내리는 비를 오롯이 맞으며 걷는 경험, 내가 또 언제 하겠어~~~그래서 이렇게 젖었다.
진심 온몸이 홀딱 젖었다.
그런데 춥지도 않았고 시원하고 좋았다.
거센 비바람이 몸을 때리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고, 정도를 벗어나 일탈하는 기분도 들어 신이나기도 했다.그리고 마침내, 세개의 도가 만난다는 삼도봉에 도착했다.
저렇게 멋진 정상석(!)이라니!
비바람이 점점 거세져 곰탕뷰라도 주변을 둘러볼 생각은 하지도 못한채 사진 한장을 남기고 부랴부랴 하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쯤부터 고작 샐러드 한통이 들어있는 가방의 무게가 너무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삼도봉에서 내려가는 내내 어깨쪽에 살짝 통증이 있었다.
고작 이런 가방이 불편하면 종주는 어찌하겠는가 싶어서 나 스스로에게 좀 짜증이 났다그래서였을까..
내려가는 길을 마음껏 즐기지 못했다.
스스로를 다그치느라고 내가 어디를 걷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산을 내려와버렸다산동무의 멋진 사진이 찍힌 이곳을, 지나갔는지도 모르고 생각에 잠긴채 산을 내려왔다.
어쩐지 속상했던 하산길.
스스로에게 조금은 너그러워져도 될꺼야.
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에서 한눈팔지 말자!!명지산과 다른 점이라면 오늘은 갈아입을 옷을 챙겨왔다.
그래서 정말 마음껏 비를 맞고 비를 즐길 수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뽀송뽀송한 상태로 먹었던 닭백숙과 김치전🐷🐷🐷🐷🐷🐷
매번 함께 산에 오를때 마다 감탄하는 대장님의 인품과 베품👍👍👍
유쾌하고 즐거운 체력왕, 산악생존전문가😆 김사범님, 덕분에 엄청 웃으며 걸었다ㅋㅋ
오랫동안 만나고 싶었던 O님, 진심을 담아 괜찮아요? 많이 놀랬죠? 라고 말하고 싶었을 지경.
이렇게 긴 산행도 처음이었는데 비까지와서 많이 힘들었겠지만 그럼에도 유쾌한 리액션과 산에대한 애정 뿜뿜한 감동을 뛰어난 언어구사력으로 표현해주셔서 함께 즐거웠다😍
두려움과 공포에서 막 벗어나 다시 똥꼬발랄함을 되찾은 나녀석.
시원하게 쏟아지던 비와 모든 근심걱정 날려버릴 기세로 휘몰아치던 바람.
어쩐지 눈물나게 감동적이었던 산행.
비바람에 펄럭이는 동무들의 우빗자락을 보며 내마음도 함께 벌렁벌렁 어디로라도 날아가는 것 같았던 산행.
이번에도 역시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을 오를 수 있어서 진짜 최고로 행복합니다🤗매번 산에 올때마다 갬성 터지는 중.
이 역시 산이 좋은 이유 중 하나!!!!혹서기 산악훈련 마치고 돌아온 산꼬맹이 한마리🐻 집에 돌아와 늦은 시간이지만 와인을 한병 오픈했다.
결국 다시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 나를 위해
눈물나게 감동적이고 애틋했던 오늘의 산행을 위해
오늘 하루쯤은 풀어져도 될꺼야
🎯민주지산 오르기🎯
✔산행코스 : 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
✔산행거리 : 14.2km
✔산해시간 : 5시간 30분(트랭글 기준, 쉬는시간 제외)
✔주차 : 물한계곡 주차장(무료)
✔난이도 : 비바람이 휘몰아쳐도 뚜벅뚜벅 즐거운 마음으로 갈 수 있었음😁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세요. 올라가는 길에 간이 화장실이 몇개 있지만... 들어가보고 싶지 않...;;;헤헤헤헤😅😅😅
✔담에는 하늘이 허락한 맑은 날에 와서 민주지산의 멋진 정상뷰와 신선이 되어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것 같은 능선길을 마주해야지!300x250'등산일기 Hiker_de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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