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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연천 고대산
    카테고리 없음 2024. 4. 10.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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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월요일, 인사상담을 하며 펑펑 울었다.
    난 요즘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한 발자국 떨어져 지켜보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데 나 같지가 않다.
    스스로를 챙길 여력도 없는데... 이 마저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 꾸역꾸역 산을 오르고 있다.
    산에 오르는 나 조차도 멀리서 지켜보는 것 같다.

    이런 스트레스라면..
    나도 곧 현대인의 일반적인 질병이 되어가는 정신질환에 당첨될 것 같다.

    그래도 5일의 스트레스가 아닌 2일의 스트레스만 얹은 채 찾은 고대산.
    차량지원을 신청해서 종합운동장역에서 3명의 산동무를 태워 길을 나섰다.
    리딩님이 지정해 준 곳에 갔는데 중앙선 부근에 경찰차가 비상깜빡이를 켜고 서 있어서 당황했다.
    주차 금지 지역인데 이곳에서 픽업하라고 하신 건가!!!

    당황하여 정차를 하지 않고 쭈욱 이동하다 보니 주말과 공휴일엔 주차해도 되는 곳이었다.
    휴우. 그럼 그렇지

    가깝지만 애매한 곳이 또 종합운동장이어서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나왔는데 경찰차 보고 당황하여 한 바퀴를 빙 돌아 다시 오느라 시간이 적절하게 허비(!) 되었다 ㅎㅎ

    작년 즐거운 1박 공룡에서 만난 후 거의 6개월 만에 만난 H언니와는 금세 시간을 되돌린 듯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무난하고 무던한 처음 뵌 두 산동무님들도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며 고대산 입구로 이동하였다.

    네비에 자연휴양림 주차장을 찍고 가다가 등산객을 위한 주차장을 지나 캠핑장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다시 돌아 내려왔다.
    차라리 고대산 산촌문화체험관을 찍고 가는 게 덜 헷갈릴 것 같다.

    요렇게 체험관의 둥근 정문 건너편이 주차장이고, 화장실은 체험관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

    캠핑장 주차장으로 올라가며, 이 정도 오르막은 별로 걸어 올라가고 싶지 않다고 깔깔거렸는데 그 길을 다시 내려온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다시 걸어 올라갔다

    연천군에서 열심히 밀어주고 있다는 고대산.

    우리는 2코스로 올라가 3코스로 내려올 예정이다.
    준비를 어찌해가야 하나 궁금하여 찾아보니 2코스는 좀 수월하고 3코스로 하산하는 길이 생각보다 험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짧은 산행임에도 스틱과 무릎보호대를 챙겼다.

    고대산 정상까지 2.65km. 800m가 넘는 정상을 올라가는 길이 꽤 짧은 편이다.
    그렇다면 뭐다?
    최단거리 느낌이지?
    뽝!!
    뽝뽝!!!
    자비 없는 오르막이다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자가 나타나고 전망이 트인 곳이 나왔다.
    원래 풍광이 좋고 저 멀리 철원평야까지 보인다는데...
    오늘은 날이 흐리다.
    뿌엥~~~~

    낮은 곳에서부터 이렇게 뻥 뚫린 조망이 가능한 산이면, 날만 맑았어도 오르는 내내 눈호강이 가능한 산. 오늘이 참 아쉽네.

    군데군데 안내도를 설치해 둬서 어디쯤 왔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현 위치 표기를 안 해놔서 현 위치를 가늠해 보는 꿀잼(?)을 누릴 수 있다는 것!

    길은 대충 요런 느낌인데 꽤 급경사.

    안내도에 전망대라고 표기된 곳에 도착했다.
    훌륭하신 산동무들이 저기는 무엇이고 또 무엇이다를 알려주시는데... 날이 너무 흐려 뭐가 뭔지 잘 모르겠...;;

    맑을 때 다시 옵시다, 우리!

    전망대를 지나니 오늘 등산에서 제일 재밌었던 칼바위가 나왔다.
    안전 지지대도 아주 두꺼운 철선으로 해놓아 든든했고 다리를 쭉쭉 뻗어가며 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날카로운 바위들이 매우 흥겨웠다.

    주작 덕룡처럼 극악의(?) 돌산이 아니라면 이제는 돌 타는 게 훨씬 재밌는 돌찔이.
    장복산에서도 고대산에서도 돌 위를 걷다 보니 설악산 서북능선 가서 집채만 한 바위를 걷고 싶네.

    첫 번째 봉우리인 대광봉 도착.
    대광봉에 도착하면 나머지 두 개의 봉은 능선으로 완만한 쉬운 길이다.

    낮은 산인줄 알았는데 810m라 살짝 놀랐다.
    어쩐지 가파르더라니, 좀 높은 산이었네.

    곧이어 아주 조금 더 높은 삼각봉에 도착.

    삼각봉에 있는 안내표지 위엔 솟대 위에 있는 새가 앉아있다. 세상 귀여워 한참을 바라보았지.

    그리고 고대봉 도착!
    블랙야크 100 플러스 명산 인증지이다.
    오산, 장복산, 고대산까지 연속으로 100 플러스 인증하는 중.
    열심히 하지 않는데 열심히 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제 3코스로 하산!!!
    아침도 안 먹었고 11시 즈음이 되니 배가 고팠다.
    점심을 먹기로 한 만두전골집을 그리며 전투적인 하산을 시작!!! 하려고 했는데 완전 급경사다.
    잔돌이 많아 밀끄러지기 십상인 길이 이어졌다.

    두 번을 미끄덩~ 했지만 따란! 성공적으로 균형 잡던 나는 기어이 세 번째엔 미끄러졌다.
    하지만.. 산쟁이 3년이면 낙법에도 능해지지~
    가 아니고 이산 저산에서 다 자빠지며 익힌 낙법이 이젠 제법 수준급이 된 나

    절반 이상을 내려와 만난 또 다른 솟대 안내표지.
    칼바위 다음으로 맘에든 나무로 된 새.

    2코스는 올라가는 중간중간 진달래가 피어있었는데 3코스 초반은 낙엽이 잔뜩 쌓여있고 메마른 나뭇가지가 무성한 나무들이 한가득이라 삭막한 풍경이었다.

    반 이상 내려가자 그제야 진달래도, 생강나무도 꽃망울을 달고 맞아주었다.

    표범폭포 전까지는 두꺼운 철선으로 된 안전지지대가 쳐진 길이 꽤나 길게 이어진다.
    맨손으로 그런 거(?) 만지길 싫어하는 나는 대충 엉성하게 잡고 내려오다가 넘어진 것이었다.
    장갑도 있는데 미리미리 낄 것을..
    미루고 미루다 한번 넘어지고 나서야 장갑을 꺼내 끼고, 그 이후로는 철선을 생명줄처럼 부여잡고 조심조심 내려갔다.
    늘..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

    그래도 맨손으로 잡으면 막 냄새나고 그렇잖아유~
    고대산 갈 때는 꼭 장갑을 챙기는 걸로~!

    워낙 가문날이 이어졌어서 표범폭포에 물이 없으리라 짐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폭포에 물이 있나 봐!!

    하지만 예쁜 것은 쉽게 볼 수 없지.
    다시 되돌아 올라와야 하는 계단을 내려가야 비로소 폭포가 보인다.

    내리막 경사도 좀 보소!
    적당히 뒤에서 진달래를 걸쳐놓고 보는 폭포도 멋있어서, 이쯤에서 멈춰야겠다 생각했는데 다들 쪼오기 밑까지 내려가는 게 아닌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도 다시 움직였다.

    내려가서 보니 더 멋지긴 하다!

    고인물은 더...러웠지만 가는 물줄기가 길게 이어지는 폭포는 멋있었다.
    내려가기 싫어 비척대며 우물쭈물 내려온 주제에 사진 찍어준다면 좋다고 앞에 나가 털썩 앉아버림.
    산행에서 남는 건 사진이지!!

    폭포에서 담소를 나누다 다시 올라와 하산을 시작했다.
    폭포를 지나면 완만하고 수월한 하산길이 펼쳐진다.
    배가 고팠다.
    이제는 전투적으로 하산을 마무리할 수 있다.
    만두전골을 그리며 보폭을 넓게 하여 호로록 산을 내려왔다.

    타원형을 그리며 산을 한 바퀴 빙 돌았다.

    정말 오랜만의 짧은 산행이었던지라 커피를 챙겨갔다.
    씁쓸한 커피를 마시며 하는 산행은 꿈만 같았다.
    화장실 걱정 때문에 늘 물도 제대로 못 마시는데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가끔 짧은 산행 한 번씩 해주는 것도 좋겠다.🐷

    다들 내려와 정리를 끝내고 등산보다 더 오늘의 목적지 같았던 철원 맛집, 솔향기로 이동!

    예전엔 예약도 안되던 집이어서 무조건 대기를 해야 했다던데 이제는 예약이 된단다.
    그걸 몰랐던 우린 예약 없이 갔지만 20여분 기다리고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뭐~

    그리로 영접한 만두전골!

    5분짜리 노란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면 칼국수를 먹고 뒤에 있는 10분짜리 모래시계가 끝나면 만두를 먹어도 된다.
    사장님이 진짜 친절하셨다.
    반찬을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 맛있게만 드시고 부족하면 편하게 말씀해 달라는 한마디가 반찬 리필할 때마다 어쩐지 미안해지던 여타 식당과는 다른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만두도 죽도 반찬도 다 맛있었다.
    손으로 밀어 만든 두툼하고 쫄깃한 칼국수 면발도 일품!
    만두가 김치만두여서 더더더더 좋았다.
    만두 덕후임에도 고기만두는 안 좋아하는 내게 최적화된 만두전골집.
    담에 주변 관광이나 다른 일정이 없더라도 만두만 먹으러도 가고 싶을 식당이다.

    식사를 하고 백마고지 전적기념관에 들렀다.
    일몰까지 보기로 했던 일정인지라 시간이 남아서, 그리고 철원까지 왔으니!라는 이유로 잠시 들른 곳

    도열한 태극기가 뭉클하다.

    기념탑과 정말 거대했던 태극기.

    바람이 쌀쌀해 생각보다 추웠던지라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싶었다.
    파란 아치를 넘어가면 짧은 산책로가 나오는데, 걷지 않았다. 이런 일, 매우 드문데 말입니다.
    뭐... 요즘은 매일 낯선 나를 바라보는 게 일이니 이 또한 매우 요즘스러운(!) 일이렷다.

    어쩐지 파워 J의 계획표에 도장 깨기 느낌이었던 백마고지 전적기념관을 지나 일몰을 보기로 했던 호로고루로 이동했다.
    거의 1시간이 걸리는 길이었다.
    와우!
    오늘 이동동선 끝내주네.

    가을엔 해바라기로 가득 찬다는 이곳은 이른 봄엔 딱히 볼 게 없었다.

    그리고... 세상 징그러운 나방 같은 날벌레들이 창궐 수준으로 어마어마하게 날아다녔다.
    얼굴로 날아들고 옷에 들러붙어 벌레라면 질색팔색을 하는 나는 내내 내적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벌레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었던.. 호로고루.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나쁜 기억만 남기고 간다며 😵‍💫

    벌레 없을 때 알려주면 그때 다시 찾아오겠다며.. 그전까지는 다시는 만나지 말자며.

    그리하여 호로고루 일정도 도장 깨기 혹은 발도장 찍기 느낌으로 마무리했다

    그래도 성심성의껏 고심하며 계획을 짜주신 리딩님 덕분에 하루를 정말 꾹꾹 눌러 담은 유부초밥처럼 토실토실 알차게 보냈다

    🎯 고대산 오르기 🎯
    ✔️산행거리 : 8.96km
    ✔️산행시간 : 3시간 40분
    ✔️산행코스 : 고대산입구 - 제2코스 - 칼바위 - 대광봉 - 삼각봉 - 고대봉 - 3코스 - 표범폭포 - 고대산입구(원점회귀)
    ✔️주차 : 고대산 입구 주차장(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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