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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청인대구 종주
    등산일기 Hiker_deer 2023. 9. 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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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셋째 주 지리산 종주가 예정되어 있다.
    실은 기회가 좋아 화대종주를 도전해 볼까 하는데, 일행들에게 폐가 될까 싶어 성중종주를 할지 화대종주를 할지 아직도 오락가락 결정을 못하고 있다.
    아직 무엇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훈련을 좀 해볼까 싶기도 했고, 실은 가장 큰 이유는 기나긴 추석 연휴 돼지로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오늘 무조건 빡센것을 하고 싶었다.

    가볍게 생각한 것은 한양도성길. 너무나 익숙해서 길 잃을 걱정 없고 어느 길로 갈까 머뭇거림 없니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코스.
    두 번째는 청광종주. 종주훈련에 청광종주만 한 것이 없지만 광교산 하산 이후 집까지 오는 길이 내게는 종주보다 더 힘든 코스

    그리고 마지막 옵션은 언젠가 한번 해봐야지 해봐야지 했던 강남 5 산 종주인 청인대구우에서 우면산을 뺀 청인대구. 우면산을 뺀 이유는 집에서 멀어져서


    한양도성길은 이제 너무 익숙해서 훈련의 느낌이 없으니 청인대구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난 길을 잘 잃으니까 미리 이런저런 후기들을 검색하다가 청인대구 gpx파일을 주웠다! 유레카!!
    애플워치는 Gpx파일과 연동이 안되어 카카오맵에 연동하기로 한다.
    난 gpx파일 카카오맵으로 열 줄 아는 여자야!! 으쓱으쓱!

    등산 내내 지도를 열어보며 내 위치를 확인했다.
    물론 그랬음에도 알바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정말 싫다 알바천국 ㅠㅠ

    청계산 입구역.
    원래 청계산 트럭터미널 들머리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그런데 GPX파일을 올린 분은 청계산입구역 원터골을 들머리로 잡았다고 한다.
    나도 따라 하기로 한다. 굳이 트럭터미널까지 갈 필요가 뭐가 있겠어.

    들머리인 청계산 원터골 입구.
    하이킹 시작!
    조금 올라가서 옥녀봉과 매봉의 갈림길이 나온다.
    매봉으로 바로 가면 2,200m
    옥녀봉은 1,850m
    약 500m 차이라면 옥녀봉을 찍고 가자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렇다.
    나는 지도 따위 확인한 적이 없다.
    옥녀봉이 어디 있고 매봉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한참을 올라갔는데 뭔가 이상하다.
    옥녀봉까지 850m인데 매봉까지 1850m란다.
    응?????
    왜 갑자기 1,000m씩이나 차이가 나는 건데?
    우선 그냥 가본다.

    올라가면 갈수록 매봉이 멀어졌다.
    와... 망했다.

    지도의 루트에서 이렇게나 벗어나버렸다.

    결국 옥녀봉을 400m 남기고 매봉으로 방향을 틀었다.
    트럭터미널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옥녀봉을 찍고 매봉을 간다는 글을 읽었는데 그것 때문에 머릿속에서 모든 게 다 꼬였던 것이다.
    하아... 매봉까지 1,700m.
    이렇게나 많이 올라왔는데 어쩐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
    밉다 미워 나 색히

    옥녀봉에서 매봉으로 가는 길에 계단이 나온다.
    미리 읽었던 글에는 바라봉으로 가는 계단보다(청광종주 할 때 가장 고비가 찾아오는 곳) 더 많은 계단.

    1401? 1411?
    뭐가 됐건 1400개 이상의 계단을 올랐다.
    1400개쯤이야 70층 정도지 뭐.
    난 점심운동을 120층 오르잖아.

    가 아니고 어쩐지 안 올라도 됐을 계단을 오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영 별로였다. 췌!

    매바위를 지나고
    매봉에 도착했다.
    드디어!!
    1시간 4분 29초

    원터골입구에서 매봉까지 3.55km가 웬 말.
    길치, 방향치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

    어쩐지 마지막 사진일 것 같아서 매봉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오늘의 첫 끼니를 해결한다. 공복유산소는 여기까지!

    오늘 이동하며 두 끼를 먹을 생각으로 미니호떡이랑 탄산수를 챙겼다.
    실수다.
    오늘 이렇게 더울지 몰랐다.
    요즘 찬바람이 꽤나 불어와서 시원한 산행을 기대했는데 다시 여름인가 싶게 덥고 습했다.

    이수봉까지는 청광종주할 때 가봤고 지난겨울에도 한번 갔어서 잘 갈 줄 알았지.
    그런데 몇 번을 길을 못 골라 헤맸다.
    에잇!!!

    이수봉 도착. 2시간 4분 39초.
    앗! 이수봉에도 사람이 좀 있어서 사진을 부탁드렸다.
    이쯤 되면 한번 모든 봉에서 찍어보자고 생각했다.

    이수봉에서 옛골로 내려가야 한다.
    마침내 옳은 길을 찾아내고 나서 뒤를 돌아보면 대체 여기서 왜 헤맨 거야 싶은데.. 나는 거의 모든 갈림길에서 이러고 있었다.
    길을 못 찾고 지도를 열고 방향을 가늠하는 게 너무너무 피곤했다.

    그래도 우야든 둥 옛골에 내려왔다.
    하아.. 어렵다 어려워.

    청계산과 인릉산의 등산로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안내도를 지나 인릉산으로 향한다.

    대충.. 마포갈비를 찾으면 제대로 인릉산 들머리를 찾은 것이다.
    휴우... 조금 헤맸지만 많이 헤매지는 않았다

    세상 한적한 시골길 느낌.
    나만 있다.

    인릉산까지 3km라고 한다.
    그런데 이 코스는 정말 인기가 없는 코스인지 사람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거미줄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멋진 대문도 갖고 있다. 오~~~
    배가 고파졌다.
    역시 대식좌인 나에게 한 끼로 미니호떡 3개는 너무 적다.
    인릉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인릉산 1km 남았다는 표지를 지나쳐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인릉산 정상석 쪽에 벌레가 많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 정상석 이전에 먹어야지 싶었다.

    남은 호떡 5개 순삭.
    바람도 없고요.
    더워요. 공기는 넘 뜨거워요.
    1km만 가면 된다니 다시 길을 올라요.
    근데 1km를 지나도 정상석이 안 나와요.
    인릉산 1km라는 안내표지는 1km 가면  인릉산 자락에 닿을 수 있다~ 뭐 대충 이런의미였나보다

    난 어쩐지 서초구 쪽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인릉산 정상은 성남시쪽 이래.
    마음은 서초구로 보내놓고 발길은 성남시 쪽으로!
    한참을 더 가서 드디어 인릉산 정상에 도착했다.
    14.76km, 4시간 19분 13초.

    역시나 아무도 없는 인릉산.
    애플워치가 찍어준 사진구도는 똥망!
    그래도 인릉산 도착해서 씬나신나!
    정오가 지나서 그런지 기온은 더욱 올랐고 피부에 와닿는 해가 뜨거웠다.
    인디언써머냐능....

    인릉산 정상에서 한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걸었다.

    성남누비길은 아직 멀었다.
    안내표지를 꽤 많이 놓으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서울 곳곳으로 빠져나가는 길이 많아서 삼거리, 사거리마다 길을 못 찾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성남누비길 더 키우시려면 안내표지, 이정표를 더 만드셔야 합니다 시장님!
    그리고 보통 산에는 나무에 매달려 있는 산악회 띠지가 부족한 안내표지를 대신라는 경우가 많은데 인기 없는 성남누비길.... 띠지가 거의 없다.

    마지막 사거리에서 한참을 머뭇대며 오락가락했다.
    결국 방향지시표가 없는 길이 맞는 길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갈 곳 없는 짜증이 허공을 맴돌았다.

    범바위 산으로 간다.
    범바위산 근처에 가도 범바위 산이라는 안내가 없다.

    범바위산 왔다감.
    인증 ㅋㅋㅋ
    인릉산에서 대모산이 능선으로 이어질 줄 알았는데 크나큰 착각이었다.
    대모산은 하산하고 다시 새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계속 내려간다
    쭉 내려간다.

    내려가다 막혔다.
    세상에...
    벽채만 남은 폐가 몇 채를 지나쳤다.
    지도를 보니 길을 잘못 들었다.
    다시 뒤돌아가 방향을 가늠한다.
    응? 저기로 가라고요?
    가까이 가서 보니 노란 리본이 나무에 달려있다.
    강남 4050 산악회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잘 안 가는 이 길에 흔적을 남겨주셔서 살았어요.
    젠장!! 누가 이런 길로 가리라 생각하겠냐고요.

    폐가는 시작에 불과했다.
    무성하게 자란 나뭇가지를 헤치며 거미줄을 뒤집어썼다

    이거 재난영화예요!?
    나무들이 쓰러져 길을 막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나무를 넘고 넘어 좁은 길로 간다.

    나아지지 않고 더 심해진다.
    강남 4050 산악회 아니었음 알바천국 알바지옥 다 경험했을 판이다.
    길은 좁고, 나무들이 쓰러져 그 좁은 길을 막고 있고, 나무를 건너고 위로 자란 나뭇가지들을 피하면... 거미줄 공격에 벌레는 또 어찌나 많은지.. 진짜.
    길 잃어야 중탈이라고, 그 외에는 중탈은 절대 없다고 큰소리쳤는데.
    진짜 중탈 하고 싶었다.
    그런데 중탈을 하려 해도 이 거지 같은 길을 가야 해서 선택지가 없었다.

    힘들게 인릉산을 내려와 문명으로 돌아왔다.
    큰 차도가 갑자기 나타난다.
    그리고 여기서 또 10분여를 오락가락하며 방향을 못 잡고 고생했다.
    난... 길치 방향치인 내가 참 슬프다.

    같은 길을 왔다 갔다를 한참 했다.
    같은 길을 몇 번을 건넜다.
    처음에 지도상에서 내 위치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더 헤매게 되었는데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나의 빨간 점이 제대로 된 위치로 돌아왔다.
    휴...

    이제 대모산.
    다시 시작이다.
    명품강남둘레길의 큰 표지를 따라가면 안 되고 뒤쪽의 정상숲길로 가야 한다.
    대모산을 그렇게 많이 가봤어도 이쪽 코스는 처음이다.

    푸르지오는 뒷산을 대모산이라 좋겠다.
    숲세권, 살짜콩 찜해본다.
    비싸겠지? 찜하는 데는 돈 안 듦 ㅋ

    슬슬 몸이 무거웠다
    대모산 정상으로 가는 길, 무더위가 후끈하다.
    가파르지 않은 길을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오른다.

    대모산 정상 도착.
    20.75km, 5시간 56분 50초

    맨발 산행의 성지 대모산에서 스틱 쓰는 사람 나야 나 😎
    인릉산의 거친 내리막에서부터 스틱을 꺼냈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스틱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산이어서 스틱이 돌을 탁탁 찍는 소리에 사람들이 다 뒤돌아 봤다.
    난 괜찮아. 부끄럽지 않아.
    내가 죽겠는데 부끄럼 따위 웬 말이야

    구룡산 도착.
    22.69km, 6시간 29분 30초.
    배가 고파서 못 견디겠다.
    배고픔에 기절, 동네에서 실려가게 생겼다.
    구룡산에서 몇 개 안 챙겨 온 행동식을 먹고 이제 본격 하산이다.
    크흐흐흐흙흙흙! 다왔드아!!!

    헬기장에서 더위를 가득 담은 서울풍경 한 장.
    흐린 대기가 미세먼지와는 다르다. 저것은 더위 때문에 뿌옇게 뜬 하늘이다

    코이카로의 하산길.
    이 코스에서 스틱을 쓰는 건 처음인데 역시 하산에는 스틱이 최고시다.
    가파른 구간이 서너 군데 있어서 늘 조심조심 내려갔었는데 오늘은 스틱을 사용해 바람처럼 내려갔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내가 바람처럼 내려갈 테다.

    간식 먹었던 시간을 빼면 대충 하산은 30분 걸린 듯.
    스틱 만세!
    끝났다!!!!
    길이 좀 익숙해지면 괜찮을 코스일까 했는데 인릉산에서 대모산 들머리로 나가는 하산길이 정비되지 않는다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산행이다.

    한 번이면 됐다.
    긴 운동이 필요하면 차라리 청광종주를 하자.
    집에서 좀 멀면 어떤가~ 지하철에서 떡실신하지 뭐!

    🎯청인대구 종주🎯
    ✔️산행시간 : 7시간 3분
    ✔️산행거리 : 24.48km
    ✔️산행코스 : 원터골-매봉-이수봉-옛골-인릉산-대모산-구룡산
    ✔️gpx파일을 구해 카카오맵이 띄우고 갔으나 계속.. 심하게 알바함 ㅠㅠ 알바천국, 알바지옥 너무 싫다
    ✔️이정도면 나도 프로혼산러!!

    스트라바는 쉬는시간을 빼준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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