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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일기] 푸르른 월악산등산일기 Hiker_deer 2025. 5. 25. 20:45반응형
나의 첫 번째 월악산은 너무 더웠고, 몸이 안 좋았어서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흐리고 습했다.
엄청난 뷰를 자랑하는 멋진 산인 것은 너무 잘 알겠는데 오롯이 즐기고 느끼지 못했던 터라 꼭 다시 가야지, 결심했다.
그리고 몇 번을 가려고 시도하고 약속을 잡았다가 어그러지기가 여러 번.
드디어 오늘 월악산을 다시 찾았다!보덕암 주차장은... 오전 9시, 이미 가득 차서 전쟁터였다.
역시나 아무리 생각해도 덕주사 주차장에 세우고 택시 타고 보덕암 오는 게 안전하고 마음 편한 방법이지 말입니다.
앞으로도 월악산에 올 때는 보덕암 주차는 시도하지 않으리.월악산 보덕암 탐방로는 들머리부터 대단하다.
쉽게 보지 말지어다!!!!
단디 경고를 받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지난번 안 좋은 컨디션에 제대로 고생했으니 오늘은 그보다는 덜 힘들겠지 생각했다.
그리고 금요일 소백산행으로 종아리가 살짝 뻐근하여 올라갈 때부터 스틱을 쓰기로 스스로와 쉽게 타협할 수 있었다.
(나와의 타협이 제일 힘든 나🤣🤣🤣)
스틱을 쓰며 올라갔더니 이렇게 수월할 수 있나 싶었다.
물론 절대적인 경사도가 장난이 아닌지라 쉬운 길을 아니었지만 나의 두 팔과 스틱이 도와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게다가 월악산!
너는 봄이다
봄의 절정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들이쉬는 숨마다 봄의 싱그러움이 가득했고 두 눈 가득 푸르름을 담았다.제법 긴 계단을 두어 번 올라오면 이렇게 멋진 뷰를 만날 수 있는 고즈넉한 보덕암이 기다리고 있다.
월악산 오는 길에 호수의 운무인지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자욱했는데 도착할 즈음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하더니, 오늘 날씨 미쳤다!! 가 절로 나오는 산행 하며 몇 번 만나기 힘든 날씨, 그 날씨를 만났다.
"오늘 같은 날은 하루 종일 걸을 수 있지"-부스터를 달아주는 날씨였다.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았는데 시원했다.
공기는 차가웠고, 습하지 않았으며,
햇살은 뜨거웠지만, 울창한 월악산은 예쁜 그늘을 계속 선사해 주었다.그늘이 이렇게 많으니, 월악산은 여름과 찰떡궁합이 아닐까 계단이 나오면 경사도가 엄청나다!
이렇게 오르기 힘든 산에 계단을 놓아주신(비록 한걸음 한걸음이 느리디 느려지는 엄청난 경사도를 자랑하는 계단일지라도) 분들께 감사하며 무념무상으로 계단을 오른다.오늘 산동무는 느린 편에 속하는 분들이 계셔서 마음 편히 천천히 걸었다.
그분들은 천천히 걸으며 쉬었고 나는 천천히 걷고 쉬지 않았다.
거의 혼자 산행하는 것도 비슷할 정도로 마음 편하게 산행했다.내 앞의 산동무. 낯가림 좋아요 😄 내 앞에 가는 산동무가 한 명 있었는데 그분이나 나나 낯을 가리는 지라 서로 기분 좋게 홀로 걸었다. 🤣🤣🤣🤣
나보다 먼저 길을 가며 쉬고 있다가 내가 올 때쯤 되면 다시 움직이는 그분 덕분에 그 자리에서 나도 쉬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을 안 해도 돼서 너무 좋았다.
정말 감사한 산동무!!!
울창하게 우거진, 그늘진 숲길을 계속 오른다.
전날 비가 온지라 길이 진 곳이 있어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했지만 흙먼지가 없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래서 더욱더 상큼하고 상쾌했던 오늘의 월악산.하봉에 도착하기 전 드디어 조망이 터졌다.
이거지!!
청풍명월! 명불허전이다.저 멀리 몽글몽글 악어섬까지 보인다.
와!!! 오늘 최고다!! 정말 정말 최고다.
이렇게 산타기 좋은 습도와 온도와 햇살을 내려주며 멋진 풍경까지 눈앞에 턱 내어주니 감격스러울 정도였다.이제부터는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오르락 내리락하며 하봉, 중봉을 지나 영봉까지 가면 된다(아.. 물론 쉽지는 않다. 물로 보기 금지!!)
연둣빛으로 물들 것 같은 계단을 내려가고 그늘이 시원한 숲길을 지나 또 계단을 오르는 것을 반복하며 월악산이 보여주는 제천의 청풍호(충주호)를 마음껏 즐기자!
우리와 반대코스로 온 산객들이 내려가며
- 좀 더 멀리까지 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나에게는 충분한 날이었다. 이 정도면 대만족, 더하고 뺄 것이 없다.가본 적 없는 악어봉을 한 껏 땡겨 찍어본다.
중봉에 도착하니 그늘이 없어 햇살이 따가웠지만 역시나 찬 공기 덕에 더위를 느낄 수 없이 쾌적했다.중봉에서 잠시 쉬었다.
간식을 나눠먹고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영봉으로 이동.
중봉에서 영봉까지 약 1km 거리인데, 초반에 쭈욱 내려가야 한다.
땅끝까지 내려갈 셈 인가 싶게 가파른 내리막을 한참 걸어야 비로소 반가운(?) 오르막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매우 가파른 오르막!안전지지대가 계속 있는 길이었다.
가파르기도 했지만 비가 온 여파로 길이 미끄러워 꼭 부여잡고 올라가야 했다.
하봉에서 스틱을 접고 영봉까지 가는 게 좋다.
난간을 잡아야 하는 길이 많아 두 손이 자유로운 게 좋다.마지막으로 올라야 할 까마득한 계단.
이 천국의 계단을 오르면 천국영봉이 나타난다.천천히 호흡하며 계단을 올랐다.
동무들은 영봉에 올라 기다리기로 한다.- 나 사진 잘 못 찍어요~
하는 분께 사진 한 장을 부탁드렸는데 이렇게 맘에 쏙 들게 사진을 찍어주셨다.
사진 잘 찍어주는 훌륭한 산객님!영봉에서 내려다본 충주호 아마 조금 더 편한 동무들과 왔으면 사진 찍느라 신나서 '우리는 사진동호회'라고 꺄르르 웃으며 산을 올랐을지도 모른다.
그만큼이나 오늘의 월악산은 참으로 멋졌다.
쪼끔 아쉽지만 괜찮아.
부산스럽게 사진 찍는 대신 고요하고 편안하게 월악산을 즐겼으니까.벌서는 줄... 영봉 도착!!
12시.
너무 빠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잘 올라왔다.
중봉에서도 한참 앉아 간식을 먹었는데 영봉에서는 본격적으로 식사를 했다.먹는 게 제일 좋아❤
보덕암에서 올라가는 사람들보다 덕주사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아마도 대형버스가 보덕암 앞까지 들어오기가 힘들어서가 아닐까 싶었다).
양방향 산객이 만나는 하산길 초입에서는 살짝 체증이 있었다.내려가며 볼 수 있는 풍경에 호수는 없지만, 쭉 뻗은 산맥이 웅장했다.
구름이 둥실 떠서 그늘이 드리워진 산을 내려다볼때면 내가 하늘에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신나고 신기하다.하산길에는 계단이 엄청나다. 물론 등산길에도 많았던 것 같은데 경치에 혹해서 올라올때의 계단과 힘듦은 이미 잊었다. 그리하여 오늘 처음 맞닥뜨리는 듯한 엄청난 계단.
진짜 진짜 계단이 많다.
송계삼거리에서 덕주사 대신 동창교로 내려가기로 했다.
동창교 하산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고즈넉했다.자연은 제멋대로 두어도 너무 아름답다.
아니, 제멋대로 두어야 아름답다.이 뷰를 마지막으로 하산 내내 뷰 없는 숲길을 걷게 된다.
하산길은 계단.. 계단..
데크계단은 감사했으며 돌계단은 버거웠지만, 계단 없는 야생의 길이 얼마나 험할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길이었으므로 묵묵히 걷는다.
뭐.. 딱히 다른 옵션도 없긴 하다.계단이 없는 구간은 이렇게 너덜터덜하다.
닥치고 계단찬양하산길도 덥지 않았다.
오늘 산행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쾌적함'!!
앞으로도 이렇게 산행하기 좋은 날씨를 만날 날이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매 주말마다 비를 뿌려 미안하다고 하늘이 산쟁이들에게 내려주신 날씨 같았다.이렇게나 푸르른 봄.
이렇게나 여린 초록.산행을 마치는 순간까지 원시림의 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날머리마저도 최고의 봄!
쾌적하고 상쾌하고 싱그러웠던 월악산 등산 완료!
보덕암에 차를 회수하러 간 동무님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안구를 정화하라고 하늘엔 구름이 둥실, 채도와 명도가 다른 초록이 시야를 가득 매웠던, 영롱한 월악산.
🎯월악산 오르기🎯
✔️산행시간 : 5시간
✔️산행거리 : 9.8km
✔️상행코스 : 보덕암 - 하봉 - 중봉 - 영봉 - 동창교
✔️딱 좋아하는 암릉길. 딱 좋아하는 난이도의 4족 보행 산행300x250'등산일기 Hiker_de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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