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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16. 10. 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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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0월 9일,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견진세례를 받고온 엄마가 성당에서 돌아왔을 때였다.

    어제 약속이 있어서 일요일 점심즈음 본가로 가고있는데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언제 올꺼냐며....

    무소식이 희소식임을 몸소 실천하시는 아빠는 먼저 연락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런식의 연락은..... 살면서 정말 몇번 없었던것 같다. 심지어 밤새 놀고 외박을 해도 전화하지 않던 아빠.

    대학교 1학년때 그당시 남자친구와 저녁을 먹고 까페에서 수다떨고 있는데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당장 집으로 오라고..
    그런 전화를 받아본적이 없는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쫌만 더 놀다가 갈께라는 내 말을 일언지하에 무섭게 자르는 아빠와의 통화에 쫄아 얼른 집으로 돌아갔고....
    그날 아빠는  우리가계의 파산선고를 했다.
    더이상 경제적 능력이 없다고.. 미안하다고..

    등록금도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하는 생활을 이미 일년 겪었던지라 집이 어려움은 알고있었지만 아빠가 공식적으로 저런말씀을 하셔서 그날 가족이 다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빠가 유언을 해야할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말을 꺼내며 결국 울어버린 아빠
    맨정신일때 이렇게 다같이 모여 얘기하고 싶으셨다며.... 그간 마음에 담아왔던 얘기를 다 하셨다.
    아빠는 아쉬운게 하나도 없다며 이미 마음의 준비가 다 됐다며 늘 담담하셨지만... 죽음을 앞에두고 아쉽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는가.

    아빠는.. 결국 가세가 기울어 우리들이 아무도 결혼을 못한것 같아 미안하다고 하셨다. 늘 집이 어렵게 되어 미안해하시고 장난으로라도 자식들에게 먼저 돈이 필요하다고 말씀늘 못하시던 울 부모님.

    2학년때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그야말로 일만하던때... 어느날 어린마음에 너무 서러워 엄마에게 전화해 나도 공부하고 싶다고.. 학교다니고 싶다고 울었던 적이 있었다. 엄마도 울고 나도 울고.
    그 이후로는 돈에 대해 부모님께 어떤 말도 한 적이 없고 취직한 이후로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경제적으로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다고.. 동생들도 모두 취직한 이후에는 우리집 이제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부모 마음에는 그게 아니었나보다.

    엄마 잘 챙겨드리고
    삼남매가 우애있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또 우시는 아빠.
    매주 볼때마다 살이 많이 빠져 점점 왜소해져가는 아빠를 보며 마음이 아팠는데 그렇게 작아진 아빠가 우는 모습을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누구에게라도 울며 매달리고 울 아빠좀 낫게해달라고 하고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너무 슬프고 또 슬프다.

    그렇게..
    다들 울고나서 우리가족은 다시 시트콤 가족으로 돌아왔다. 아빠가 살아있는동안은 늘 그랬던 것처럼 재밌게 살다가고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서로 농담을 하고 장난을 치고 밥을 먹고 간식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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