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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납세자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25. 3. 14. 22:40반응형
1. 지난주, 모범납세자로 선정되었다는 카톡을 받았다.
내 말을 들은 회사 동료들은
- 피싱일 수 있다
며, 잘 알아보라고 했다.
아…. 각박한 세상모범납세자 톡을 받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 월급쟁이 지갑은 유리지갑
참.. 우직하고 정직하게 세금 냈나 보네.
부자감세가 판치는 세상에서 일말의 혜택 없이, 그리고 기대조차 하지 못하고,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참으로 평범한 소시민.
거기 더해 뭔가 혜택이라도 있지 않을까
부랴부랴 검색해 봤으나 쥐뿔도 없더라피싱인지 알고 건드리기 조심스러웠고
정직이 비웃음 당하는 비정상적인 세상인 줄 알았는데 정직하다고 칭찬해주기도 하는구나 싶었다가
이런 얄팍한 인사치레 말고 정정당당하게 의무를 이행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정의로움으로 가득한 사회가 되길-
아무것도 아닌 모범납세자로 선정되어 5초 정도 가슴이 웅장해진김에 생각해 보았다.
2. 이번 주도 PT 2회.
탈탈 털리면서 슬슬 인정하고 있다.
근육 부족, 웨이트체력 형편없는 나.
역시 유산소만 하고는 살 수 없구나.
균형 잡힌 삶, 균형 잡힌 체력,
원해요!!
PT와 PT 사이에는 러닝을 했어야 하는데 엄청난 미세먼지+황사 때문에 홈트로 대신함.
대신 엄청난 홈트 프로그램을 골라서 스스로와 타협 없는 50분을 유지한 덕에 눈앞에 별이 반짝반짝. 구토가 울컥.
개.뿌.듯.
3.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내어주신 덕에 정말 의지가 됩니다.
감사하고 감동받고 따스했지만 거기에 감화되어 떠벌떠벌 마음속에 있는 말을 다 꺼내지 않았다.
그 밤.. 나는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았다.올 들어 정말 돌아버릴 것 같은 1분기를 보내고 있고
나답지 않게-
퇴근하고도, 주말에도 업무 생각만 했으며 근무시간 외에 떠오르는 일 생각을 바로바로 동료들과 공유하지 않고 다시 출근하여 얼굴을 마주할 때까지 기다리느라, 인내를 한껏 끌어올려야 하는 어이없는 시간을 보냈다.
일은 회사에 두고 퇴근해야 한다.
근무시간에 최선을 다하였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그럼에도 마무리하지 못한 일은 회사에 두고 퇴근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몇 달을 살았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씩 적응이 되는 건지 드디어 회사일을 회사에 두고 퇴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세브란스적 인간이 되기 위해 애써온 시간이 드디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그동안(아.. 물론 회사생활에 인이 박힌 어느 시점부터…) 아무리 회사가 힘들고 거지 같아도 징징거림과 불평불만도 회사에서만 입에 올리고 몸이 회사를 벗어나면 회사와 연결된 정신도 두고 퇴근하며 마음의 건강을 챙기려 애쓰는 삶을 살았다.
여기에 큰 도움을 준 것이 달리기와 등산이었다(그래서 내가 이 둘에 그렇게 연연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랬는데 올해 갑자기 근무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회사와 나를 분리하지 못하고 24시간 내내 안달을 하며 스트레스 속에 살았다.
시간이 약이라고….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내가 적응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말도 안 되게 돌아가는 회사꼴은 맘에 안 들지만 이 거대한 폭풍우 속에서도 부족한 나에게 큰 힘을 주는 실원들이 있으니 늘 감사한 마음이다.
실은 초반에는 너무 고마운 마음에 그들이 나 때문에 힘들어지지 않도록, 그들의 노력이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에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의욕이 앞섰던 몇 달이었다.
하지만 의욕과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게 이 조직이라는 것을 오랜 세월 동안 참 아프게도 배우지 않았던가.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나도 부단히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최선을 다하여 발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단, 단시간에 들들 볶으며 안달복달하기에는 너무 긴 레이스를 앞두고 있으니 슬기로움을 좀 장착해 볼까 한다.
건강한 회사생활을 위해서 중요한 거리두기! 세브란스적 삶을 꼭 체화시키리!
4. 매주 등산을 가지 않으면 마음을, 정신을 보듬을 에너지를 얻을 곳이 없어 집착적으로 등산을 다니는 요즘.
그런데 또 사람들과 부대끼고 싶지는 않아 동호회 산행은 꺼려지고
나와 꼬박꼬박 산에 가줄 산동무가 옆에 있을 만큼 훌륭한 인품도 못된다.
그리하여 큰 결단을 내렸다.
그래. 이제 진짜 혼산이다.
평소 사진을 안 찍지만 좋아하는 산속에 있는 내 사진은 꼭 남기고 싶다. 인생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는 산에서의 시간은 꼭 기록하고 싶다.
산을 함께 가주는 동무는 함께 오르는 산에 대한 감사함과 감동을 나누는 마음 공유자이기도 했지만 산에서의 내 시간을 기록해 주는 조력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부덕의 소치로 환상의 짝꿍을 만나지 못하였으니 자본주의 짝꿍을 구하기로 했다.
짜잔!!산동무 고릴라포드를 소개합니다.
휴대폰 전용, 가볍고 저렴한 고릴라포드도 있었지만 두 번 돈 쓰지 않기 위해 조금 더 스펙이 좋은 1K로 구매했다.
1kg의 무게를 지지할 수 있는 버전으로 휴대폰 거치대까지 들어있는 스마트킷을 구매했다.첫 산행, 잘 부탁할게.
고릴라포드와 내가 찰떡궁합이라면 환상의 산동무를 만나지 못한 나의 부덕함과 운 없음을 어느 정도는 위로받으며 호젓한 등산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
떨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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