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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11. 17일 아침 출근길
    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16. 11. 1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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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많지않아 늘 평화롭고 조금응 지루한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저녁 먹고 백화점 가서 세일하는 치아바타를 사고 문화센터가서 무명회 행사비를 결제하고 요가 가면 되겠다

    저녁 뭐먹지
    를 생각하고 있던차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았는데 말이 없어 엄마 전화기가 또 잘 못눌려서 전화가 왔구나 싶었다. 두서너번 여보세요를 반복하자 엄마의 거친숨소리와함께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빠가 이상하다고
    아빠가 쓰러졌다고
    얼른 동생들에게 알리고 오라그랬다.

    사무실에 얘기하고 부랴부랴 짐을싸서 나왔다
    5시 50분
    택시를 타도.. 운전을해도.. 어찌해도 빨리갈수 없는 시간이었다.
    지하철을 타기로 하고 현정이와 현호에게 얼른 출발하라고 했다.
    둘다 가까운 여의도에 있어 다행이다.

    지하철역에서 다시 엄마에게 전화해 서울대 병원 가기엔 차가 너무 밀리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엄마가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로디에게 전화해 급히 물으니 무조건 가까운 곳으로 가라 그랬다 

    이대병원 응급실로 목적지를 바꿨다.

    2호선을 타고 가는 시간이 그렇게 길고 또 길수 없었다. 
    가는 내내
    아빠. 봄까지는 있어준다고 했지마. 가지마. 주말에 광화문도 같이 가기로 했잖아..

    내내 되뇌었다.

    아빠가 의식을 찾았는데 암 걸린 기억이 없다고 현호에게 카톡이 왔다.
    순간 뇌전이.. 뇌척수전이.. 섬망.. 등 온갖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암까페를 검색해도 딱히 맞는 상황이 안나왔다.
    난 지하철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버스를 타고 병원에 내려 응급실 보호자대기실에가서 동생들과 인사를 하고 보호자 배지를 받아 응급실로 들어갔다.
    아빠~를 부르는 소리에 이미 울음이 가득했는데 엄마 아빠가 동시에 울지 말라고 했다.

    아빠는 이제 기억도 다 나고
    괜찮다고 했다.

    엄마가 놀러나간 사이 아빠는 운동을 가려다 택배가 온다그래서 집에있었고
    엄마가 좀 늦는것 같아서 쌀을 씻어두고 5시 넘어 소파에 앉아 아이패드 충전선을 정리하고 티비를 틀었다고 한다. 근데 손끝이 저리면서 마비가 와서 엄마에게 전화를 하려고 폴더를 열고 1번이 눌리는 것까지 봤는데 그 이후로 기억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거의 그즈음 엄마가 집에 들어왔고 아빠가 소파에 늘어져있어
    또 엄마를 놀리려나보다 하며 부엌에가서 저녁준비를 하려하는데 뭔가 이상해서 다시 보니 아빠 핸드폰이 열려있고 조명이 들어와있더란다.
    얼른 아빠를 흔들었더니 입에서 거품이 나오고 있어 119에 전화를 하고 나에게 전화를 한거였다.
    그리고 적십자에서 배운대로 심폐소생술을 했더니 숨을 쉬고있지않던 아빠가 숨을 훅 내쉬었단다.

    시간을 맞춰보니 얼추 아빠가 쓰러진 시간과 엄마가 들어온 시간이 거의 비슷했다.
    천만 다행이었다.

    응급차에서 의식을 조금 찾은 아빠
    그리고 엄마는 구급요원에게 아빠가 폐암이고 전이 내용도 얘기해주는데 아빠가 갑자기
    내가 암이야? 내가 암이라고?
    했다고 한다..
    아빠의 그때 심정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너무 무섭고 슬프다...


    아빠는 마비가 와 쓰러지면서 살겠다고 발버둥 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단다.
    이렇게 죽는구나. 이렇게 죽는다면 다행이겠다 싶었다고..
    가족들에게는 안됐지만 난 이렇게 가는게 좋구나.. 라고 생각했단다.

    아빠가 늘 얘기하던 고통이 적은 죽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난 지금도 언제나 아빠의 웰다잉을 간절히 바라고있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늘 생각하지만 불치병 환자를 둔 가족들이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진짜 준비가 되지 않는 것을.. 어쩔 수 없이 그리 되는 것 같다.
    가족의 죽음은 절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는다.

    아빠는 작은 소리로
    그냥 두지 그랬냐며..
    그리고 내손를 꼭 잡으며 이래서 가족이 필요한거라고... 꼭 결혼을 해야한다고 했다.

    뇌와 가슴씨티를 찍었는데 씨티상에는 별게 안나왔나보다.
    아빠는 아이패드 충전선을 정리하던 기억이 있어 이게 감전이 아닌가 하며 의심을 했고
    나는 진심으로 차라리 이게 감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6일 서울대에서 마지막 씨티를 찍고 12월 1일 종양내과 주치의에게 마지막 진료를 보고 집에서 가까운 이대병원으로 옮기고 연계된 서남병원 호스피스까지 신청하려했던 아빠는 응급실에 오늘부터 이대병원에서 진료를 하면 안되겠냐고 물었는데 병원에서는 안된다며 지금 상태로는 씨티만 봐서 판단이 안된다고 서울대응급실로 바로 옮기라고 했다.
    아빠는 그렇다면 어차피 내일 병원에 가야하니 오늘은 집에가서 쉬고 내일 가겠다고 했고 병원에서는 안된다고 했다.

    소견서를 받고 영상자료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9시가 훌쩍 넘어 의사가 서울대 응급실로 전화를 하니 지금와도 할수있는게 없으니 내일오라 그랬단다.
    아빠는 어지럽지도 아프지도 않다고 했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의 통증이 심해지고 엄마는 이달초 일을 그만두었다.

    십수년만에 다시 전업주부로 돌아왔다. 아니 거의 이십년만인것 같다. 그리고 아빠는 녹즙요법을 시작했고 체중은 점점 줄었다.
    그러다가 10일부터 체중이 조금 늘었다. 근 한달만에 체중이 다시 늘었다. 그리고 통증도 덜해졌다고했다.
    아빠는 요즘 기분이 좋았다.
    유언을 하실때만해도 체중이 무섭게 줄고있던터라 아빠는 올해도 못넘기겠구나 싶었는데 요즘 몸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기분에 좋았다고한다. 진통제를 줄여야겠다는 생각도 하셨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일이 일어나서..
    아빠는 기력이 갑자기 쇠한것 같았다.
    그냥... 죽게 내버려뒀음 좋았는데 그럼 한번에 끝나는데 이제 두번 죽어야하는구나 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 서울대병원 가서 어제일의 원인을 알아봐야한다. 부디... 부디.. 큰 일이 아니길..
    아무것도 아닐수 없다면 부디 큰일 아닌 작은것이 원인이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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