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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린이의 등산일기] 첫 종주산행, 덕유산 영구종주(210918)
    등산일기 Hiker_deer 2021. 9. 2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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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이라 하여 덕유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네이버 지식백과]

    11시, 집결.
    구천동 주차장이 목적지다.

    나의 첫 종주 산행이 있는 날.
    종주를 하고 나면 어쩐지 더이상은 산꼬맹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고,
    또.. 오랜시간 산을 걷는 기분이 어떨까 설레기도 했다.

    출발 전날에서야 깨달은..
    오랜시간 잠자지 못하고 깨있어야한다는 생각에 목요일부터 발을 동동 굴렀다.
    금요일 휴가를 낼 수도 없고 하필 행사라 하루종일 서있어야했다.

    지난 산행들에서 깨달은 것
    1. 눈뜬지 30시간이 지나면 시간과 정신의방 행이다. 탈출없는 감금🙄(오대산)
    2. 무박산행 가는날 저녁을 부실하게 먹으면 중도포기 및 탈진이 유력하다(지리산)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울며겨자먹기로 택한것은 퇴근하자마자 침대행.
    짐은 제대로 싼것인지, 빠뜨린게 없는지,
    마음이 불안하여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느라 제대로 잠을 자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침대에서 몇시간이라도 누워 눈을감고 있어서 그런지 긴장도 피곤도 좀 풀린 느낌이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내려가는 내내 운전해주신 대장님과, 옆자리에서 말동무를 자처한 S 덕분에 뒷자리에서 편히 쉴 수 있었다.

    오전 2시가 조금 넘은시각 구천동 주차장에 무사히 도착했고, 미리 예약해둔 택시를 타고 종주의 출발점인 영각사로 향했다(택시비 7만원)

    도착해서 정비를 하고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고,
    드디어! 덕유산 영구종주(영각사-구천동)를 시작한다

    택시에서 내린 지점에서 400m정도를 더 올라가면 영각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이곳 화장실은 24시간 개방이니 여기서 마지막 채비를 한번 더 하자.
    장시간 산행을 앞두고 있어서, 화장실 가는 것에도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출발이다!!! 번쩍번쩍~

    지난 지리산에서 오랜공복으로 인한 초반 떡실신을 반면교사 삼아 저녁도 늦은시간에 배불리 먹었고 아이스크림도 왕창 퍼먹었다(이건 안했어도 되는건데 말입니다;;)
    그리고 출발전에 샌드위치까지 먹어서 그런지 매우 컨디션이 좋았다.

    남덕유산 가는길은 상당한 너덜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약이라도 먹은것처럼 힘이 솟아 덥썩덥썩 잘도 올라갔다.
    나스스로도 신기할만큼, 어두컴컴하고 울퉁불퉁 성난 산길을 거침없이 올랐다.

    쯔~~기 가서 쉬는겁니다요, 대장님!

    남덕유산 정상석 가기전 마지막 봉우리에서 산행을 잠시 중단했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이라 어쩐지 대단할 것 같은 일출이 기대됐고, 산을 오르는 도중 나무숲 밖으로 빼꼼히 보이던 믿을 수 없는 하늘빛이 있었기에 바쁜 발길을 잠시 붙들고 일출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긴 너덜길을 올라왔음에도 불타오르는 하늘 덕분에 더 빠른 속도로 산을 올랐다. 놓치지 않을꺼에효~

    그런데... 점점 구름이 몰려온다.
    곰탕이 됐다.
    이게 머선일이고!!!!

    기대를 잔뜩하고 올라와 붙박힌 발길을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고 잠시 요기를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곰탕이 옅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우걱우걱 감자를 먹는 도중 하늘이 반으로 갈라졌다.

    아래서 부터 걷힌 구름이 뭉클한 장관을 연출했다.
    기다린 시간을 보상받고도 남을만한 일출이었고 앞으로 한참 남은 여정을 접고 그만 내려가도 아쉬울 것이 하나 없을 것 같은 인생일출이었다.

    일출보며 먹는 감자는 개꿀🐶

    그렇게 한참을 머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길을 돌릴때 계속 계속 뒤돌아보게 만들었던 마성의 풍광.

    블랙야크 백두대간 인증, 두번째.


    황홀한 일출에 흠뻑젖은 상태로 남덕유산 정상석에 도착했다.
    보통 정상석을 찍으면 하산을 하기 마련인데, 쭉 가야한다.
    이제서야 종주를 한다는 실감이 난다.

    종주의 첫 걸음. 본격 덕유산으로 들어가는 느낌.

    덕유산의 산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섰다.
    다 비슷한 산맥 같지만 저마다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
    내 성격에 매번 똑같은 것을 보여줘도 탄성을 내지르며 감동하겠지만 매번 자기만의 매력을 잔뜩 품은 산세를 맞이하는 요즘, 난 참 나답지 않게 호들갑을 떨고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잦아졌다.

    곰돌이 같이 몽글몽글, 말랑한 느낌이라 쓰담쓰담 쓰담다가 포옥 안기고 싶은 산세를 가진 덕유산.
    남덕유산 오르는 길인 돌길, 너덜길을 생각하면 참으로 이질적인 산세이기도 했다🙄

    삿갓재 대피소.
    오랜시간 집나갔다 돌아온 탕아의 느낌.
    대피소에 들를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ㅋ

    대피소에 왔으니 물보충을 해야지.
    삿갓재 대피소도 음용불가 판정을 받았으면 어쩌나 걱정하며 참샘으로 내려간다.

    생각보다 한참을 내려가야하는지라 음용불가 판정을 받았다면 어쩐지 슬플 것 같았어.

    다행히 합격! 😍
    매점에서 생수를 구매할 수도 있었지만, 대피소의 식수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물통 두개 가득 물을 받았다.

    물이 참 시원하고 맛있다!

    삿갓재 대피소 도착전에 간단한 아침을 해결한 우리는 삿갓재에서는 물보충을 하고 잠시 재정비 시간을 가진 후 다시 길을 나섰다.

    대장님이 딱 내취향일 것이라 예언했던 무룡산 가는 능선길.
    아니나다를까, 능선초입에 도착하자마자 꺄르르 웃으며 달려나갔다.
    개도 아니고.. 좋은데 왜 달리니🐶🐶
    좋은 것은 천천히 즐겨야지.

    소백산, 지리산.. 내가 좋아하는 부드러운 능선길에 덕유산 능선길도 추가해본다.

    신이나 신이나 엣헴엣헴 신이나🐧🐧🐧

    능선을 지나 무룡산으로 가는 길.
    하늘이 미쳤다.
    덕유산 종주길 부분부분이 전혀 관리가 안되어
    낫을 들고 밀림 탐험하듯이 가야할 느낌이다.
    지쳐가는 몸이 깜짝깜짝 놀랄 수 밖에 없는 길이었지만
    그런 정글숲을 지나오면 이렇게 멋진 풍광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덕유산 못잃어...

    그래도... 길은 정비좀... 해주시면 을매나 좋을까유.
    바닥이 안보일만큼 무성하게 자란 잡풀들 덕분에 한발한발 내딛을때마다 여기가 길이 맞는지 신경을 곤두세워야했다.

    드디어 무룡산 도착!!
    덕유 종주인데 무룡산?
    덕유안에 다른산이 있다고요?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산린이지만..여튼 무룡산이 거기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돌아서면 배고픈 놀라운 소화력을 가진 산린이는
    종주내내 잠시라도 쉬게되면
    꼬물꼬물 간식들을 꺼내 먹었지만
    이쯤되니 배가 고파요.
    그렇게 먹었는데도 배가 많이 고파요.
    점심을 먹으려면 동엽령까지 가야한대요.
    무겁게 이고지고 온 점심 도시락만을 생각하며 동엽령까지 힘을 내 봅니다.
    다행히 배가 고프지 아직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어라? 종주.. 할만하네~
    라는 바보멍츙이똥개🐶🐶🐕🐕같은 생각을 잠시 해본다.

    밥먹으러 가는길. 이렇게 예쁠일인가🙈
    이거슨 본격 가방자랑 ㅋㅋㅋㅋ 새가방 좋으다😎😎😎😎

    덕유산은, 어쩜 안예쁜 곳이 없어.
    더웠지만 능선에 오르면 스을쩍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숨을돌릴 수 있었다.

    이번 종주에서 배운 또 한가지.
    종주할때 민소매를 입지말자😭😭
    긴 산행중에 팔이 새카맣게 타버릴 것 같아서 긴 옷을 내내 입고 다녔는데..
    더워!
    너무 더워!!!
    미치게 더워!

    그런데 옷을 벗을수가 없엉.
    하아... 민소매 챙겨입은 과거의 나색히 나와!
    호되게 혼나야함!

    드디어 동엽령 쉼터에 도착!
    점심을 배불리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이렇게 먹을 수 없다 싶을 정도로 과하게 먹었다.

    실은 일출보면서 너무 오랜 시간을 쉬었고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시간을 오래보내서
    살짝 시간에 쫓기고 있었음에도
    우리는 점심시간을 아주 느긋하게 보냈다.
    후딱 먹가 가자.
    라고 시작했지만 다들 지친 와중에 꺼내놓은 산더미 같은 음식들은 우리를 붙들어 앉히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세월아 네월아 느긋한 종주를 했다.


    배불리 먹을때까지는 좋았지.
    양껏 점심을 먹고 다시 산행을 시작하자 이제서야 종주의 힘겨움이 느껴지는 듯 했다.
    생각해보니 약 6개월간 산행을 하면서 점심을 먹고 산행을 한 기억이 없다. 점심을 먹고는 늘 하산을 했었다.
    배에 음식물을 가득담고 오르막을 오르려니 죽을 맛이었다.
    몸은 무겁고 졸음이 밀려왔다.

    10월에 예정되어있는 그렇게 가고싶었던 공룡능선이 공룡능선 따위로 전락하며 죽어도 못갈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등산따위 앞으로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 뭐하고 있는거야
    고생을 사서해도 정도가 있지.
    오만가지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와 강펀치를 날렸다.

    대장님께 징징댔더니 원래 종주를 하면 이렇게 현타가 찾아온다고 끝나면 다 잊혀질꺼라고 하셨다.
    - 난 아닌것 같아요. 이제 못할것 같아.
    힘들어 죽겠지만... 종주의 매력은(?) 중도포기할수 없음에 있지 ㅋㅋㅋ
    죽겠어도 돌아버리겠어도 꾸역꾸역 발을 옮긴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귓가를 맴도는 말을 애써 무시해본다.


    중봉으로 이동하며 우리는 시간을 걱정해야했다.
    향적봉에 오르면 해가질 것 같았다.
    곤돌라를 타고가야하나 고민을 했고 곤돌라가 과연 그시간까지 운행을 할지도 걱정이 됐다.

    그러다 중봉에서, 육십령에서부터 올라오셨다는 포스뿜뿜하는 산꾼어른들을 만났다.
    어디로 내려가시냐고, 너무 늦은것이 아니냐며 여쭸더니
    8시~9시 예상하신다고, 급할게 뭐가 있냐며 천천히 즐기며 가라고 하셨다. 당신들께서 뒤를 지켜주겠으니 너무 급하게 가지 말라 하셨다. 랜턴만 있으면 해가 져도 문제가 없다고.

    그래서 우리도, 너무 급하게 가지 않기로 했다.
    걸음을 늦췄음에도 한번 퍼진 컨디션이 쉽게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세상 무거운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올라가는데 다리가 아프지는 않다. 읭?
    그제서야 너무 많이 먹어 몸이 무겁고 심리적으로 지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걸음 한걸음 뗄 때마다
    계단오르기보다 안힘들다~~~
    5km 달리기보다 힘들지 않다~~~~를 웅얼웅얼 거렸다.
    그러다 보니 진짜 그런것 같았다.

    예쁜 능선길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앉아서 쉬었다.
    원래 산행할때는 쉴때도 거의 앉지 않는데
    철푸덕 주저 앉았다.
    쉬면서 몸을 달래고 마음을 다잡았다.
    엄살 그만피우라고 스스로를 살짝 다그치기도 했다.

    그리고 기운을 되찾았다.
    (나색히... 세상 단순하다. 길들이기 쉬운타입🙄🙄)
    이렇게 예쁜길이었어!
    지쳐있을때도 우와~~~~~ 했던 능선길이 정말 너무너무 예뻤다.
    눈에 담고 사진에 담아봐도 한 걸음걸음이 아쉽고 또 아쉬울만큼 예쁜 길이었다.

    정갈하게 단장된 돌계단과
    운치있는 나무 울타리
    가을을 한껏 담은 들풀과
    멋스럽게 자리잡은 돌무리
    파란 하늘과 몽실한 구름.

    평생 잊지 못할, 그리고 잊기싫은 풍경이었다.
    언제고 떠올리면 저런곳에 있었음을 감사할 수 있는..
    삶에 감사하고 내가 누린 시간에 감사할 수 있는
    누구라도 겸손하고 선하게 만들어 주는 곳.

    그리하여 덕이 많고 너그러운 덕유산⛰⛰

    나의 첫 종주가 끝나가고 있다

    향적봉이 가까워오자 체력도 마음도 다시 회복이 되었고
    아쉬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덕유산행이 끝나가고 있다.

    아쉽기도 했고 조금 신나기도 했다.
    조금씩 밑으로 내려오는 해가 또 색다른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향적봉 대피소에 도착!
    영구종주 중 화장실은 딱 두군데 있다.
    삿갓재 대피소와 향적봉 대피소.
    향적봉 대피소에서 긴 하산길을 준비하며 마지막 정비를 했다.

    이제는 다들 지쳐서 식수를 받으러 샘터로 내려갈 수 없었다


    매점에서 생수를 사서 식수를 보충하고 화장실에도 들르고 남겨둔 간식도 다 먹었다.

    어둠과 함께할 하산길을 든든하게 준비해본다.

    덕유산 향적봉. 블랙야크 100대명산 인증 스물다섯번째.

    출입금지 팻말이 그 어느것보다 눈에 띄던 향적봉 정상석.

    잘있어. 언젠가는 또 오겠지?

    하루종일 멋진 풍경을 선사해준 태양이 열일을 마치고 하산을 준비하며 마지막 선물을 내어 준다.
    어쩐지 조금은 쓸쓸하기도 했고 적적한 느낌이었다.

    긴 산행을 마무리하며 정상에서 볼수 있는 풍경으로 너무 잘 어울리던 너른 들판,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부드러운 산들.

    백련사로 하산을 시작.
    끝없는 계단이 이어졌고
    백련사를 지나서는 긴 임도가 계속됐다.
    걸어도 걸어도 줄어들지 않던 임도였지만 걷기쯤이야 얼마든 할 수 있쥐!!

    하산길 중반부터 어둠이 내려앉아 새벽에 사용했던 랜턴을 다시 꺼냈다.
    이렇게 긴 산행을 꾸역꾸역 해낸 우리는
    하산을 하며 앞으로 있을 또다른 산행을 이야기했다.
    하아.. 산치광이들.
    점심먹고 산을 접어야겠다고 징징대던 나색히는 알고보니 근성도 없더라 ㅋㅋ 반나절도 안가 끝난 산을 때려치겠다던 소심한 반항이었다.

    오후 8시.
    길었던 덕유산 영구종주가 끝났다.

    시작과 끝 사진도 수미쌍관 ㅋ

    나의 첫종주.
    나의 덕유.
    처음은 언제나 두렵고 또 아련하다.
    영원히 기억되고 몇번이고 꺼내어 이야기하고 되돌아볼 처음, 첫종주.

    🎯덕유산 영구종주🎯
    ✔산행시간 : 16시간 20분(쉬는시간 4시간 포함)
    ✔산행거리 : 26km(트랭글 기준)
    ✔산행코스 : 영각사에서 구천동까지.
    영각사-남덕유산-삿갓봉-무룡산-동엽령-백암봉-중봉-향적봉-백련사-구천동
    ✔교통
    - 서울에서 구천동 : 자차이용
    - 구천동에서 영각사 : 택시이용(사전예약, 택시비 7만원)
    ✔화장실 : 영각탐방지원센터, 삿갓재 대피소, 향적봉 대피소
    ✔어린시절 늘 곁에두었던 곰돌이 같이 몽글몽글한 덕유산의 귀엽고 부드러운 능선🐻🐻과
    무룡산가는 능선길, 중봉에서 향적봉까지의 능선길이 완전 취향저격! 윈도우 배경화면 요기있어요!!!
    ✔산행기록 : 대장님의 릴라이브
    https://www.relive.cc/view/vAOZzVQnmoO
    ✔허리로도 가방을 메야한다.
    는 산으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난번 지리산에서 어깨를 털리고 구매한 새가방 덕분에 살아돌아올 수 있었다.
    허리벨트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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