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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쭈의 등산일기] 두타산 가는길
    등산일기 Hiker_deer 2022. 7. 3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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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7월 30일

    가리왕산을 가기로 했었다
    전날 일기예보에 나타난 소나기.
    난, 우중산행은 싫다고.. 비가온다면 가지 않겠다고 했고 산동무들은 요즘 날씨가 워낙에 변화무쌍하다보니 좀더 지켜보자고 했었다.

    그리하여 모질게 거절하지 못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른아침 사당역이더라


    비예보는 계속 사라지지 않았지만 비를피해 가보자며 출발한다.
    일행 한명이 15분 넘게 지각을 했는데 1분 1분 지날 수록 도착 예정시각이 어마어마하게 늦어졌다.
    이 마법같은 시간흐름은 뭐지? ㄷ ㄷ ㄷ

    그리하여 6시 반 조금 넘은 시각 출발을 했고
    그로부터 9시간 후, 우리는 가리왕산이 아닌 두타산에 도착하게 된다

    도로에 차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시간이 흐를수록 소요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마법이 계속 되었고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차는 힘겹게 느리고 느리게 움직였다.

    2시간 넘게 달려 겨우 여주휴게소에 도착했고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으며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끝끝내 가리왕산에 미련을 놓지 못하던 동무들.
    계속되는 비예보에 목적지는 우선 두타산 베틀바위로 찍고 이동을 했지만 비예보가 사라지면 언제든 가리왕산으로 방향을 틀 기세였다.

    하늘이 미친듯이 예뻤다.
    대체 어떻게 엄청난 소나기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친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을만큼 파란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었다.

    이렇게 예쁜 하늘 덕분에 가리왕산의 비예보를 끝까지 믿을 수 없었다.
    휴가철 거북이 행렬에 끼어 엄청 느리게 이동하며 계속 날씨를 확인했는데...
    배가 고프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다.
    우리... 이동한지 6시간이 넘었어.
    그런데 아직도 멀...었...어....

    그래서 어처구니 없이 그 어디를 간다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을 시행하게 된다.
    휴게소에서 두끼 먹기.
    보통 아침을 먹고 이동하면 점심은 목적지 어딘가에서 먹게되지 않는가.
    산행을 하게 된다면 점심식사는 무조건 산중에서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ㅠㅠ

    어쩔수 없이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으며 오늘의 목적지는 두타산 베틀바위가 아닌 댓재코스로 정상을 찍기로 했다.
    가리왕산쪽 CCTV를 보니 비가내리고 있었고 오랜시간 이동을 하던 중에 하늘이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신기하게 떠 있던 현실감 떨어지는 먹구름

    두타산은 두타산성길이면 충분하다고 정상은 절대 가지 않겠다던 대장님께 영향을 받아 나역시 그 힘들고 힘들다던 두타산 정상은 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산동무 중 100대명산을 아주 열정적으로 찍는 동무가 있었고 어차피 처음 목표했던대로 가리왕산을 못갈 것이면 한명이라도 행복한 쪽으로 목적지를 정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목적지를 정하고 나서도 우리는 1시간 반 이상이나 이동해야했다.
    무려 1시간 반.
    그리하여 3시 반, 두타산 댓재 주차장에 도착하게 되었고 9시간이나 이동하는 동안 하늘의 엄청난 변화를 경험한다.

    그림같이 푸른하늘이었다가 먹구름이 흰 구름들 사이에 섞여 점점이 나타나더니 이내 먹구름에 뒤덮히고 안개비가 쏟아졌다. 그리고 한치앞도 안보이는 댓재에서 산행을 준비하게된다.

    가리왕산이었다가 두타산 베틀바위였다가 잠시 치악산도 생각했다가 다시 가리왕산에 희망을 가졌다가, 어쩌다 두타산 댓재에 있게됐다.

    하늘에 우유라도 뿌려놓은 듯 뿌연 가운데 안개비가 사정없이 흩뿌렸다.
    비오면 산에가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ㅠㅠ
    저는 왜 여기 서있는건가요 ㅠㅠ

    이렇게 한치 앞 분간도 어려운데, 우리 산에 올라도 되는건가요? ㅠㅠ

    9시간이나 이동하여 도착했으니 무라도 잘라야지!
    단비언니라도 행복하다면 올라가야지.
    흩뿌리는 비를 뚫고 산을 오른다.
    3시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산에 오르기 시작하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 이시간에 올라도 되는거에요???????

    댓재는 800m고도이고 이미 800m에서 시작을 하기 약 700미터만 더 오르면 되고 고도 700미터를 6km가는동안 조금씩 올라가면 되기때문에 어렵지는 않다고 했다. 깔딱고개도 두번이면 된다고.
    3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

    - 그럼 어렵지 않은 산인데 대체 왜 두타산 정상이 그렇게 어렵다고 하는거에요?
    했더니 대부분 안내버스를 타고 가게 되면 댓재에서 시작해 정상을 찍고 무릉계곡을 들러 하산을 하게 되는데 길이 좋지 않고 경사가 심해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래. 그럼 완만한 오르막! 한번 가보자!!!

    초반엔 정말 완만한 오르막이었다.

    두타산은 나무들이 매우 크고 웅장했다.
    대장님 말에 따르면 어른산이라고 했다.
    오래된 산.

    자욱한 안개와 흩뿌리는 빗방울이 해를 가려주어 어쩐지 등산하기 최고로 좋은 날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젖은흙이 진흙이 되어 미끄러운 것 빼고는 길도 괜찮았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되어 절반정도 이동하기까지 55분이 걸렸다.

    이정도 속도면 해지기 전에 내려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깔딱 고개 하나를 힘겹게 오르면 또 완만한 길이 계속됐다.
    그리고 정상까지 1.3km가 남은 즈음 깔딱 고개가 하나 더 나오는데 길지 않은 깔딱고개라 크게 힘들지는 않다.

    게다가 길이 참 예뻤다.
    울창한 숲길 그 어디에서라도 정령이 튀어나올 것 같은 신비함이 있었다.
    신나고 씩씩하게 올랐다.
    목표는 오직 하나, 해지기 전에 산행을 완료하는 것.

    하지만 산동무 한명이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퍼져버렸다.
    그래서 정상까지 2km를 남기고는 매우 천천히 이동해야했다.

    정상 오르기 직전

    두타산은 올라가는 내내 숲길이고 조망이 터지는 곳이 두곳정도 된다.
    오솔길이 참 예뻐서 오르는 내내 이렇게 예쁜 곳인데 왜 별로라고 하셨어요!! 라며 대장님께 항거했더니 이런 숲길을 오기 위해 삼척까지 오기엔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오!! 생각해보니 맞네.
    예쁜 오솔길은 가까운 산에도 많으니까.

    정상에 도착하기 직전 뷰포인트가 나타났고 엄청난 구름과 강원도의 산세가 만들어낸 풍경에 환호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정상에 올라서는 두타산에게 진정성있는 사과를 건넸다.
    두타산 정상따위 와보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것, 진심으로 사과할께!

    블랙야크 100대명산 오십번째 인증 - 두타산

    저 멀리 보이는 동해바다와 운무가 만들어낸 환상적인 풍경은 절대 사진에 담기지 않았다.

    정상에 다다르는 오솔길은 여름의 에너지를 한껏 담아낸 초록이었고 안개비를 맞아 싱그럽게 빛났다.

    여기저기 사방을 둘러보아도 멋짐이라는 것이 폭발했다.
    이렇게 멋진 정상의 뷰가 있고, 오르기도 힘들지 않은 산인데!!!! 두타산, 왜 안가요!!
    갑시다, 가!!!

    시간이 좀 늦었음에도 발길을 쉬이 돌릴 수 없었다.
    정상의 고요함과 한가로움, 그리고 웅장하게 펼쳐진 강원도의 산맥들과 산위에서 이국적으로 돌아가던 풍력발전기.
    그림처럼, 흰 구름 사이에 누가 갖다놓은 듯 외따로 떠있던 비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과 바다같이 펼쳐진 내 발밑의 구름, 머리위의 변화무쌍한 구름.

    결국 6시 반이 되어서야 하산을 시작했다.
    의도치 않은, 내 인생 일몰산행이 시작되었다.
    길이 많이 젖어 원하던 만큼의 빠른 하산이 어려웠다.

    해가 지고있다.
    붉은 노을이 구름을 뚫고 빛을 발했다.
    최소 10분은 산멍, 노을멍을 해야하는 광경이었는데 사진만 급하게 찍고 다시 발길을 재촉해야했다.

    일몰시각은 7시 반.
    7시반 이후에도 시야가 확보되어 하산을 계속 할 수 있었지만 어느순간 칠흑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헤드랜턴이 있었다면 하산이 늦어져도 느긋했을텐데 이렇게 될줄은 아무도 몰랐기때문에 당연히 헤드랜턴 따위 있을리가 없었다.

    스틱을 하나씩 접어 넣고 남는 손으로는 휴대폰 손전등을 켰다.
    하산 속도가 더욱 늦어졌다.
    야등을 안해본 것도 아니었지만 어쩐지 참 무서웠던 길이다.

    산을 오르는데 2시간 10분, 내려오는 데 2시간 5분.
    등산과 하산시간이 이렇게 비슷한 산은 처음😅
    산행 완료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왕복 12km가 길긴 기네..
    우리가, 끝끝내, 해냈다!!!!

    🎯두타산 오르기🎯
    ✔산행거리 : 12km(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 4시간 50분(쉬는시간 35분)
    ✔산행코스 : 댓재 - 두타산 정상(원점회귀)
    ✔주차 : 두타산 댓재 주차장(무료)
    ✔머나먼 삼척, 하지만 근처에 갈 기회가 된다면 추천합니다. 정상의 뷰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멋져욧😏
    👉 반바지 산행정보 :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길이 많고 풀이 높게 자라 니삭스를 신었음에도 허벅지를 많이 스쳐요. 반바지 산행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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