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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드디어 나도, 봉.정.암_230729 설악산
    등산일기 Hiker_deer 2023. 7. 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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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배님, 저 산에 한번 데려가주세요.
    - 진짜? 갑자기?
    - 얼마 전 봉정암에 다녀왔는데 이렇게 예쁜 산길을 오르는 게 등산이라면 등산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하여 후배님은 나와 소백산에 다녀왔고 하산길에 사지가 풀려 춤을 추듯 내려온 후 등산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다고 했지만 그날 소백산 가는 길에 들은 후배의 봉정암 가는 길 이야기는 참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나도 언젠가는 봉정암에 꼭 가봐야지-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설악산은 워낙에 유명한 코스들이 있으니 봉정암 가는 길을 함께할 동무를 찾기 힘들어 혼자 다녀와야겠다고 다짐하던 즈음 산모임에 올라온 산행글을 보고 매우 기쁜 마음으로 동행하게 되었다.

    남설악탐방지원센터는(a.k.a. 오색) 오늘도 사람이 바글바글.
    너무나 익숙한 설악산의 새벽.
    - 등산도 오픈런이야?
    라며 웃던 한 산객의 말이 길게 여운을 남겼고 오전 3시 들머리 입구가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썰물 빠지듯 쑥 빠졌다.
    우리는 준비를 하느라 10분 정도 늦게 출발하여 줄 서지 않아도 되겠거니 싶었는데, 나의 빠름 빠름 산동무들은 어느새 줄의 후미에 도달했고 곧이어 요리조리 앞서나갔다.

    해가 뜨지 않았음에도 더웠다.
    울창한 숲길을 계속 올라야 하는 오색코스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고 습도는 90%에 육박하는 듯 땀이 솟았다.
    땀이 나는 건지 공기 중의 물이 몸에 머무는 것인지 모를 정도였다.
    처음으로 머리에 손수건을 헤드밴드처럼 둘렀다.
    흘러내리는 땀을 잡아야 했다.
    평생 이렇게 땀을 흘려본 건 처음이다 싶을 정도로 땀이 났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나의 산동무들 중 절반이 선발대가 되어 사라졌다.
    대청봉 일출을 보겠다고....

    해가 빨리 뜨는 여름엔 대청봉에서 일출 보는 것은 어려워요

    지난번 설악산행 시 햄스트링 통증 때문에 느리게 산에 오르던 내가
    - 죄송해요. 저만 아니었음 일출 봤을 텐데ㅠㅜ
    라고 하자 산동무들이 건넨 말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
    그들이 눈앞에서 사라졌어요.
    그리고 단톡방에 사진이 올라왔다

    한여름, 설악산 대청봉을 2시간 만에 올라가 일출을 보고야 만 대단한 나의 산동무들!

    그럼 본대인 우리는요?
    중간중간 쉬었고, 먹깨비인 나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동무들보다 조금 더 쉬며 간단히 요기를 하기도 했다.

    오색코스에서 대청봉 가는 길에 이렇게 뻥 뚫린 뷰가 나타나면 산행이 끝났다고 보면 될 것 같...지만 이런 길을 꽤 걸어야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름다운 설악산.

    대청봉의 쾌감을 맞이하기 전 잔잔한 감동을 마주해 본다.

    내가 속한 본대는 딱 6시 설악산에 도착했다.
    산행시간 2시간 50분!
    지난번 햄스트링 부상투혼 때는 3시간 15분.
    작년 언젠가 쇼트트랙 김아랑 선수가 대청봉을 2시간 40분 만에 올랐다고 역시 국대 클래스라며 다들 놀라워했었는데 나의 산동무들은 국대 클래스였다.

    게다가 우리는 엄청난 인파의 기나긴 줄을 요리조리 빠져나오며 오르는 산행을 했으니 이쯤에서 칭찬 한판 해주고 대청봉을 느껴보자!
    우쭈쭈쭈쭈

    해가 막 떠오른 대청봉은 커다란 돌들로 뾰족뾰족 날카로운 표면을 가졌음에도 참 따스한 풍경을 보여준다.

    올해, 세번째 설악산

    떠오르는 태양빛에 둘러싸인 대청봉은 어디를 둘러봐도 가슴이 뭉클한 풍경이다.

    동해바다와 그 위로 떠오르는 오늘의 태양, 그것을 맞이하는 설악산 대청봉의 우리!
    헤헤!!! 오늘의 시작 최고로 행복하다!!!!

    내가 참 좋아하는 중청목장 가는길

    해는 이제 막 떠올랐지만 우린 오늘 하루 할 일을 다 한 기분이었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던 대청봉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중청대피소로 내려간다.

    중청대피소 가는 길은 여느 목장 못지않게 푸르른 초원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는 명불허전 설악산 암봉들의 위엄이 위풍당당하다.

    한여름 설악산엔 고운 빛깔의 꽃이 피었다.
    아직은 시선을 멀리 던지며 설악산의 위용을 보기에만 바쁜 나와는 다르게 아주 오랜 시간 산에 오른 산동무들은 설악산의 작은 꽃에도 마음을 쏟았다.
    덕분에 나도 하산 후 느낄 수 있었던 설악산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

    오늘 리딩을 한 대장형님은 사진 찍어주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
    - 여기 서봐, 응! 거기서 내가 신호를 주면 걸어가-
    라는 등 여러 디렉션으로 멋진 사진을 남겨주었다.
    오늘 같이 예쁜 하늘을 품은 날, 오빠와 함께해서 담을 수 있었던 설악산의 멋진 풍경은 아주 오래도록 설악산 앓이를 하게 만들 것이고 아마도 조만간 또, 내 발걸음을 설악산으로 이끌 것이다.

    중청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대청봉 오르기 전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약과 하나를 먹어서인지 크게 배가 고프지는 않아 빵 몇 조각으로 아침을 마무리했다.

    내사랑 중청목장❤

    -우리 너무 빨리 올라왔어. 이러다가 뒤풀이만 5시간 해야 할 것 같은데!!
    느린 게 아니라 빠른 속도 때문에 걱정이었던 오늘 우리의 산행은 안내산악회 버스를 이용했다.
    소공원, 한계령에 거쳐 오색에서 우리를 내려준 버스는 소공원 한계령에서 일행을 태우고 마지막 백담사에 우리를 태우러 오는데 그 시간이 오후 5시 반이었다.
    오전 6시 대청봉에 도착했고 13km의 하산길만 남겨둔 우리는 무려 11시간 이상의 시간을 가지게 된 셈이다.

    또올께 중청목장

    천천히 내려가자고 했건만, 등산도 그렇게 빨리 한 사람들인데 하산은 오죽하겠어요?
    천천히 해도 개🐶빠름 주의!

    예뻐 죽겠는 멋있어 미치겠는 나의 설악, 우리의 설악산.
    소청으로 내려가는 길-오늘의 미션을 이미 완수하고 아침까지 배불리 먹은 우리의 수다가 터진다.

    워낙 대규모 산모임이라 한번 본 사람을 영영 다시 보기 힘들 수도 있지만 오늘의 동무들은 다들 긴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또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당장 9월 덕유산 육구 종주에서 다시모일 사람들.
    그래서 예의를 갖추고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 봅니다.

    소청대피소 도착.
    사람들 한가득이었던 중청대피소와는 달리 우리만 있었던 소청대피소.
    새 단장을 해서 화장실도 깨끗 쾌적!
    물론 화장실 냄새는 어쩔 수 없었지만 다른 설악산 대피소들과는 비교불가일 정도로 깔끔했다 ㅋ

    설악의 정석인 대청을 지나는 코스는 서북능선이나 공룡과는 달리 화장실 걱정 없는 산행을 할 수 있어 정말 좋다!!
    하지만 오늘은 땀을 얼마나 많이 흘렸던지 그 어느 누구도 화장실을 찾지 않았다능-
    인체가 이렇게나 신비롭습니다~~

    이제 진짜 실감 나는 나의 봉정암행!!
    꺄! 나도 봉정암 간다!!
    이 많은 이정표 중 봉정암 가는 길을 걷는다규~

    그리고 봉정암 도착!
    이른 아침 봉정암은 고요했다.
    고요하고 웅장한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준 봉정암.

    이렇게 아름다운 봉정암엔 공짜 커피도 있습니다.
    다들 커피를 마시며 조용한 봉정암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난, 사리탑 보러 가자는 리딩형님의 제안에 벌떡 일어나 따라나섰다.
    참 쉬운 사람

    실은 봉정암 가기 전 찾아본 후기에서 사리탑 가는 길이 진짜 힘들지만 예쁘다는 내용을 봤어서 살짝 긴장했는데..
    아닙니다!!!
    아니라구요 여러분!!
    진짜 엄청 짧고 수월해요.
    무조건 가야 해요.
    봉정암에 갔다면 사리탑에 들르는 것은 국룰인 걸로!!!

    사리탑

    사리탑을 뒤에 두고 조금만 더 오르면
    국립공원 제1 경이라는 공룡능선을 씹어먹을 만한 설악산의 풍경이 펼쳐진다.

    용아장성이 거대하고 웅장한 장벽처럼 펼쳐지고요

    설악산의 봉우리들이 세상을 가득 채운 듯 펼쳐집니다.
    잠시 설악산과 나만 남겨진 듯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리딩형님이랑 나는 신이 나서 사진을 수백 장 찍었다.

    이렇게 멋진데! 사리탑 안오르십니꽈?

    텐션이 맞으니 이렇게 신날 수가 없다!

    잘 봐요. 자세히 봐주세요. 토끼있음 ㅋ

    사리탑의 세상 다소곳한 토끼바위(유교토끼) 옆에서 토끼도 되어본다.

    사리탑에서 내려다본 고즈넉한 봉정암.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 일행과 합류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 중에도 불쑥 나오는 멋진 풍경에 잠시 멈춰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라도 안 했으면 너어어어어무 빨리 내려가서 뒤풀이하며 술배만 채웠을 거야.
    과도한 음주를 막아주는, 이렇게나 훌륭한 나의 설악.

    길디긴 하산을 여러 번 해보아서 아무리 힘들고 지루하다고 해도 그래봤자 지가 하산길이지 싶었다.
    길고 긴 하산의 대명사 오대산 소금강.
    그에 못지않게 길지만 끝내주는 풍경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설악산 천불동.
    오늘,
    백담사로의 하산은 무려 13km였다.

    그렇지만 설악산이잖아요.
    내려가는 내내 폭포와 계곡이 끝내준다.
    하늘은 쾌청했고 구름은 온화했으며 우렁찬 폭포소리는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었다.

    시원한 계곡을 보며 잠시 쉬어간다.
    넓은 바위에 자리를 잡고 간식을 먹고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서 시간 많은 자들의 여유를 만끽했다.

    널부렁 누워 한쪽을 바라보면 계곡이 다른 한쪽을 바라보면 성벽 같은 산봉우리가 배산임수의 완벽한 지형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낮잠 자면 배산임수의 에너지를 잔뜩 받으려나?

    하산 길 내내 우리의 탄성을 자아내던 설악산성!
    -우와!!! 저거 뭐야?
    -비탐!!!!
    이라는 외마디에 웃음이 터진다.
    그래~ 이 형님들이 모르고 안 가본 곳이면 비탐이 분명할 것이다.
    비경이고 절경인 설악산의 비탐산성을 바라보며 하산을 계속한다.

    그리고 영시암에 도착.
    백담사, 영시암, 오세암, 봉정암을 거치는 설악산 4 암자길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오늘 오세암을 제외한 3 암자를 거쳤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오늘이 폭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높은 곳에 있어 미처 몰랐던 오늘의 더위가 하산길의 복병으로 대두되었지만 등산할 때 인생 최고의 더위를 겪었던지라 이 정도 더위쯤이야~ 싶었다.
    산에만 오면 세상 최고의 긍정이가 되는 나.

    계곡길은 바람이 적고 습해서 산행하기 썩 좋은 길은 아니지만 예쁘다.
    예쁘면 장땡이지.
    그리고 몸이 편한 하산인데 뭐~
    이 정도 눈호강이면 감지덕지!

    그렇게 놀멍쉬멍 백담탐방지원센터에 도착!
    정오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 오늘 할 일을 다 해부렀네.

    그리고 진짜 날머리인 백담사에 도착했다.
    저 멀리 백담사가 보이고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얕은 계곡에 즐비하게 늘어선 돌탑을 보고 발이 멈춘다.
    이렇게 가득한 소망이라니
    이렇게 절박한 마음이라니
    누군가의 간절하고 애절한 마음이 담긴 돌탑을 보면 늘 울컥한다.
    마음을 얹어 돌을 쌓으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길.

    푸른 하늘아래 참으로 고왔던 백담사
    다급하게 내 이름을 부르더니 얼른 앉아보란다.
    뜨거운 돌 위에 털썩 주저앉았더니 이렇게 예쁜 사진이 선물로 따라왔다.

    오늘 산행, 최고였다.
    우리의 산행은 진짜 끝났고 이제 5시 반, 버스가 올 때까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일만 남았다 ㅋ

    백담마을과 백담사를 오가는 버스.
    공사 중인 구간이 곳곳에 있는데
    -저 길을 버스가 갈 수 있는 거야?
    싶은 길을 아주 기술적으로 편안하게 운전하시는 기사님들.
    기인열전과도 같은 운전실력을 구경하며 마을로 내려왔다.

    그리고 한 식당에서 그곳의 맥주를 거덜 낼 때까지 뒤풀이를 즐기고 버스를 만나러 가는 길.

    잘 가라고
    또 오라고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풍경으로 작별인사를 건네는 백담마을에게
    또 오겠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설악산 봉정암🎯
    ✔️ 산행시간 : 8시간 40분
    ✔️ 산행거리 : 19km
    ✔️ 산행코스 : 남설악탐방지원센터-대청봉-중청봉-소청봉-봉정암-수렴동계곡-영시암-백담사
    ✔️ 난이도 : 설악산 코스 중 하(!!!)하하하😝😝😝
    ✔️ 국립공원 제1경은 공룡능선이 아니고 봉정암 사리탑인 듯, 사리탑의 풍경에 숨이 멎을 뻔했다.
    ✔️설악산은 무조건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였는데 오늘 처음으로 마파테스피드를 신어봤다. 괜찮다. 편안하다. 쾌적하다. 골라신을 수 있겠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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