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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번째 베틀바위 산성길
    등산일기 Hiker_deer 2023. 6. 1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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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타산 베틀바위.
    이번엔 무려 17명의 인원의 리딩자가 되어 다녀왔습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
    내 성격에 어림도 없을 일인데....
    모임의 대장언니가 늘 혼자 애쓰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덥썩 하겠다고 손을 들었는데, 역시나 성격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도 회사 입사해서 한 일의 8할이 밥상 차리기(!) 인지라 준비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주말의 베틀바위는...
    하아.. 진짜 다시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베틀바위를 두 번 다시 안 가던지
    아니면 주말의 베틀바위를 안 가던지
    여하튼 다시는 이런 산행을 하지 않으리라 결심을 하게 만든 위대했던 오늘의 베틀바위.

    버스는 크게 밀리지 않고 10시 조금 넘은 시각 무릉계곡 주차장에 도착했다.
    적은 인원에 무리해서 버스를 대절했는데 돈값을 한 느낌.

    단체라 함은 30명 이상을 의미한다고 쓰여 있는데 우리는 왜 때문에 단체할인을 받아 17명, 17,000원의 입장료를 지불했다.

    다시 보는 베틀바위 산성길 노선도.
    가는 길에 큰 도움이 됐다 ㅋㅋㅋㅋ
    12곡 폭포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쭉 끝도 없이, 마치 하산하듯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너무 내려가다 보니 세 번째 온 나도 과연 이게 맞나 싶었는데 이 사진을 보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 길에서는 심지어 폰도 안 터져서 확인할 것은 사진뿐이었다

    오늘도 무릉계곡 주차장엔 승용차도 가득, 버스도 가득.

    다시 만난 개미핥기 같은 곰과 반갑게 인사하고 출발~!

    여름의 산은 참 예쁘다.
    그야말로 신록.
    하지만 나는 덥지 ㅋ

    그리고 조금 올라가자마자 길게 늘어선 인파의 뒤에 줄을 서야 했고 미륵바위까지 이 길고 긴... 촘촘한... 느리게 느리게 움직이는 줄이 계속됐다.

    새벽 3시, 한계령에 오르는 인파만큼 많았는데 그들보다 느린 속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길이 험하지 않으니 느리게 느리게 줄을 따라가도 괜찮았지만 정신적으로는 굉장히 피곤했다.
    그리고 이렇게나 느리게 올라가서 그런지 지난 두 번보다 훨씬 수월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베틀바위 전망대 도착.
    멀리서부터 베틀바위 전망대가 가까워짐을 알 수 있었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차고 넘쳐 멀리 아래에 있는 우리에게 까지 와닿았거든

    역시 멋진 베틀바위.
    오늘의 날씨는 맑지는 않았지만 해는 방긋 존재감을 드러내어 후끈후끈, 습도까지 매우 높아 더웠다.
    그래서 한여름의 산행같이 더위는 옴팡 느꼈는데 예쁜 사진은 찍을 수 없었던 후텁지근의 전형.

    베틀바위에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사진 찍는 길보다 더 촘촘하고 길게 늘어선 줄의 끝에 서서 미륵바위로 올라갔다.
    올 때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 그냥 스치듯이 지나갔던 미륵바위를 이번에는 제대로 봤다.

    자세히 보면 보여요.
    얼굴.
    누가 봐도 동양인이에요. 절대 예수님 아니에요.

    그리고 미륵바위에서 마천루를 향하는 길에 들어서서야 드디어 우리는 자유를 찾았다.
    교도소에서 운동하는 죄수들 마냥 줄지어 느릿느릿 빠져나갈 수 없는 길을 걷다가 벗어난 기분이었다 ㅋㅋ
    정말 극적으로 기뻤다.

    아주 완만하게 내려가거나 거의 경사도 없는 길을 걷다 보면 12곡 폭포가 나오는데..
    충격적으로 물이 없었다.
    지난 두 번..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과 흐르는 물 덕분에 맑고 깨끗해 보이던 폭포의 굽이굽이에 고인 물이 어쩐지 세상 더럽게 보였다.

    그래도 매번 이곳에서 밥을 먹느라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미리 식사를 마치고 온지라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위에서 보는 언니들이 위험하다고 식겁하는데 실은 매우 넓은 평지였던지라 무리 없이 점프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부터 쭉 내리막이다.
    내 기억에 마천루는 꽤 오른 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름에 속았던 것이리라.
    지금 우리 하산하는 거야?
    싶을 정도로 계속 내려간다.

    내려가다 보면 요런데도 나오고

    요렇게 멋진 뷰도 볼 수 있으니 천천히 두리번두리번하며 걸어야 한다.
    베틀바위 산성길은 빨리 가면 안 된다.
    구석구석 잠깐만 옆길로 나가면 이렇게 멋진 뷰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기웃기웃 시선을 돌려가며 걸어야 한다.

    지나가던 산객이 베틀바위 산성길 최고의 뷰포인트라며 꼭 들렀다 가라고 알려주신 곳에서도 사진을 찍어본다.
    크~~~ 어쩐지 맘에 드는 분위기!

    단체 등산객들이 몰려오기 전에 운 좋게 포착한 우리만의 계단.
    올리브 언니와 둘이 신이 나서 사진을 찍었다.
    혼산이 좋아지기 시작한 내가 사진 못 잃어 아쉽다고 했더니
    언니가 나에게
    나와 함께 오지 않는 정여는 혼산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ㅋㅋㅋ
    우리 둘 다 사진 못 잃는 사람들인데 어쩐지 자꾸 사진을 잃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 같다.

    옛날의 그 계곡에서 잠시 쉬어가며 발을 담그고 물에 적신 손수건을 무릎에 얹었다.
    이렇게 하면 몸이 정말 가뿐해져서 다시 처음부터 등산을 시작해도 될 것 같은 상태가 된다.
    데헷!

    오늘 첫 외출을 한 스쿠버꼬미의 사진을 찍어주고 빠르게 하산.

    올리브언니와 산행하면 얻을 수 있는 순간의 사진들

    빨리 걸으면 기립근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빨리 걷기는 중독성이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처럼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베틀바위산성길.

    이런 명필 또 없습니다 싶을 만큼 반듯한 글자가 바위에 새겨진 무릉계곡을 지나 드디어 오늘의 산행이 마무리됐다.

    초반의 지루하고 지루한 앞사람 엉덩이 보고 오르기가 끝나고 그 이후이는 내 페이스에 맞춰 신나는 산행을 했음에도 이곳이 올 때마다 그렇게 사람이 많다면... 다시는 오지 않겠다 소심하게 다짐해 본다.
    평일에 올 거야
    아니면 새벽같이 올 거야
    그렇게 못한다면 오지 않겠어!!!

    식사자리에서 동동주와 맥주를 맛있게 마시던 산동무들에 감화되어 집에 와 와인을 한병 땄다.
    요즘 와인이나 백주 아니면 딱히 마시고 싶은 술이 없어 매번 혼술을 하게 된다.
    산행 후 와인을 마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 그나저나 나 내일 경주남산 가는 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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