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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2024 영남알프스 은화원정대-영축산/신불산/간월산(알레버스)
    등산일기 Hiker_deer 2024. 3. 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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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마지막 산행이 11월 13일 광청종주였다.
    오늘은 4개월 만의 산행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 산행을 한다고 그간 러닝도 하고 웨이트도 했다.
    물론... 운동은 제각각 담당하는 파트가 있어 이 운동을 했다고 다른 운동을 할 때 몸과 체력이 또로록 맞춰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게을리 있을 수는 없잖아.

    추위가 싫고 아이젠이 싫다고 겨울산행을 딱 접었는데
    바로 오늘!
    난 추위에 떨고 아이젠도 착용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어쩐 4개월씩이나 산행을 하지 않고 살았을까, 이 좋은 걸 어떻게 참았을까 싶을 만큼 좋고 또 좋아서 추위고 아이젠이고 행복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늦은 밤 집을 떠나기 전까지 날 붙들고 사랑을 전해준 너란 고양이

    4개월 만의 산행이자 올해 첫 산행인데 하필 무박산행이었다.
    원래는 매주 일정이 늘어지게 많은 안내산악회로 다녀오려고 일정을 다 짜놓고 예약하며 깜짝 놀랐다.
    알레버스는 무박인데 다음매일산악회는 아침에 출발해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이러면... 산행시간이 얼마나 줄어드는 거야!!!!

    오랜만의 산행에 안 그래도 긴장 가득인데 쫓기듯 다녀올 순 없었다.
    결국 다음매일 대신 알레버스 일정에 맞추기로 했다.
    12시 땡 하자마자 치열한 예매경쟁!
    이번에도 뚫었다.

    알레버스도 얼마나 오랜만인지 로고만으로도 반갑고요.
    영알 은화원정대가 그나마 제일 수월한 그리고 제알 영남알프스다운 영신간 부터 시작이라 그것도 맘에 들었지요.

    고양이 파워를 잔뜩 받고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버스 탑승.
    함께하기로 한 뽀오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난 졸지에 두 좌석을 사용하는 영광을 누렸다.

    트렁크 대신 뽀오의 자리에 가방을 놓아두니 도착하여 차에서 내릴 때도 제일 빨랐다.
    덕분에 한 칸밖에 없는 여자화장실에 제일 먼저 들어가 출발도 일찍 할 수 있었다.
    작년엔 화장실 다녀오느라 우리가 제일 꼴찌로 출발했었는데 말이지.

    귀여운 손편지의 알레간식도 그대로여서 어쩐지 뭉클하고 반가웠다.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감사랄까.


    벌써 세 번째 영남알프스였던지라 4개월 만의 산행이었음에도 간소하게 짐을 챙길 수 있었다.

    영남알프스 준비물
    스틱
    무릎보호대(사용 안 함. 하산길도 너무 완만)
    아이젠(전날 다녀온 분들의 후기를 보니 아직도 겨울왕국이라며)
    맘모스빵(삼시 세 끼 맘모스)
    깔라만시 원액을 섞은 탄산수 500ml(병아리 물 마시듯 두 모금 마심)
    장갑
    행동식
    테이블(사용 안 함)
    방석


    영신간 코스는 곳곳에 휴게시설이 많아 의자를 빼서 무게를 줄이는 대신 아이젠을 챙겼다. 올해 눈이 많이 와 만년설이 내려앉은 산 같았다는 영남알프스의 봉우리들.
    이맘때면 눈이 녹아 흙이 뻘이 되는 진풍경(!)을 보여주는 영알인지라 스패츠도 챙기라는 글들이 많았으나 스패츠는 과감히 패스했다.
    스패츠 착용해도 뻘밭에 빠져드는 신발은 못 지킨다.
    나머지 옷이야 빨면 그만이고.

    작년 알레버스를 타고 영축산을 오르며 이렇게 거저먹어도 되는 건가 깜짝 놀랐었다.
    세상 완만한 임도가 정상 500미터 지점을 앞둔 곳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왜 임도가 안 나와???
    아니 그 쉽던 영축산 가는 길 다 어디 갔어!?
    우리 길 잘못 든 거 아닐까?
    쉬운 길 두고 어려운 코스로 가고 있는 거 아닐까?

    오랜만의 야간산행에 현타가 와 징징대는 나를 M은 옳은 길로 잘 가고 있다고 달랬다.
    무박산행은 꼭... 첫 시작에 현타가 온다.

    이 새벽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작은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고개를 푹 처박고 땅만 보며 조심조심 걷고 있는 건가

    그간 운동했던 건 다 뻥게이지였나 싶을 만큼 몸이 무거운 것 같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 좋아하던 임도길이 나타났고 우리는 완만하고 곱디고운 길을 어슬렁어슬렁 걸었다.
    무릎수술을 해 다리가 불편한 M이 걱정됐었는데 그는 나보다 빨랐다.
    역시 모든 산행은 나만 잘하면 된다

    영축산의 꽃길인 임도가 끝나는 지점의 쉼터에서 잠시 멈췄다.

    작년엔 미세먼지가 가득하여 잘 보이지 않던 풍경이 오늘은 정말 또렷했다.
    오늘 영알 참 예쁘겠네!
    기대에 부풀었다.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무리를 먼저 앞세우고 우리는 천천히 걸었다.
    천천히 걸었는데도 영축산 정상에 도착하면 일출을 위해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작년엔 정상에 도착해서 딱 맞게 일출을 봤는데 올해는 왜 때문인지 느리게 천천히 걸었음에도 순간이동하듯 거리가 줄어든다.

    작년엔 뻘밭으로 변해버린 영축산 정상 인근은 반짝이는 살얼음이 덮인 채 얼어있었고

    조금 더 올라가니 눈밭이었다.
    롸?????

    하아.. 아이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겼는데 이거 찐이네.
    조심조심 올라가던 M과 나는 혹시나 넘어져 늙은 몸에 병을 더할까 우려되어 아이젠을 착용하기로 했다.
    미끄러질까 봐 덜덜 떠며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가 아이젠을 착용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
    눈밭엔 아이젠 흔적이 없었다.
    우리 앞에 가신 분들은 이 눈길, 얼음길을 대체 무슨 조화를 부렸기에 아이젠 없이 갈 수 있었던 걸까?

    아이젠을 신으며 뒤를 돌아보니 지평선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림자연극 같은 일출 직전의, 내가 참 좋아하는 풍경.

    일출 그까짓 거 등산 시작하고 수도 없이 많이 봐서 이제 별감흥이 없지 말입니다~
    입에 달고 살면서도 막상 마주하면 숨이 멎고 경건해지는 일출, 너란 마법!

    저 멀리 영축산 정상석에 우리를 앞서간 5명이 보인다.
    빨리 가면 일출 때까지 정상에서 기다려야 하잖아, 더 천천히 가자~ 했는데 칼바람이 옷감 밖으로 드러난 몸뚱이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우리 일출 보지 맙시다.
    얼른 가서 인증하고 이동하자구요.

    그리하여 오늘의 태양을 밀어 올리기 위해 타오르는 지평선을 배경으로 올해 첫 영남알프스 은화원정대 인증을 마치고 태양과의 인사는 뒤로한 채 칼바람을 피해 바삐 걸음을 옮겼다.

    곳곳에 눈이 쌓인 영남알프스 풍경.
    눈 쌓인 영알은 처음이라 생소했다.

    은화사냥으로 등산인들 사이에 그 이름 명확히 알린 영남알프스는 야간 산행자들을 위해 번쩍이는 조명도 곳곳에 설치했다.
    작년보다 좋아진 점.
    내년엔 또 어떠려나~
    매년 가다 보니 변화 찾기가 꿀잼이다.

    일출을 앞둔 신불산 가는 길.
    예쁘고 찬란하고 아름답고 뭉클하고 난리다.

    그리하여 마침내 오늘의 태양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고

    이제 갓 나온 말간 태양빛을 받은 영남알프스는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하아...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어찌 4개월이나 안 보고 지낼 수 있었는지!
    마음에 난 생채기들이 몽글몽글 치유되는 느낌이다.

    아이젠을 빼고 오솔길을 걷는다.
    추위가 여전히 매섭다.
    정확히 작년과 같은 시기인데 이 온도차는 뭐냐며.

    작년엔 뻘받이라 난리였던 바닥은 꽁꽁 얼어붙어 걷기가 수월했다.
    잠깐 기온이 올랐을 때 뻘밭에 남겨진 발자국들이 그대로 얼어붙어 울퉁불퉁했는데 볼록 솟은 흙이 발바닥을 간지럽히듯 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자연은 참말로 사람을 너그럽게 만든다

    신불산으로 가는 부드러운 능선이 주는 편안함에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작년에 간식을 먹었던 둥근 쉼터가 보인다.
    오늘 간식은 패스다.
    너무 춥다. 간식 먹다가 입돌아가겠....

    잠시 뒤를 돌아보며 영축산 정상을 가늠해 본다.
    앞으로 보고 뒤로보고 양옆으로 봐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만 가득하다.

    작년에는 신불산 옛정상석에서 인증했으니 올해는 신(!) 정상석에서 인증했다.
    정상석 아래는 꽁꽁 언 빙판이다.
    아직 추위의 기세가 대단했다.
    폰이 안 터지고 3G가 잡히는 바람에 인증이 안된다 ㅠㅠ
    한참을 서서 발을 동동 굴렀다(넘나 추워서🥲🥲)

    폰을 하늘로 들고 우주와 접선하듯 애타게 팔을 뻗길 여러 번. 겨우 인증을 하고 정상석을 뒤로했는데..
    내가 우주로 보낸 전파를 받아 외계생명체가 나타난 줄 알았다.

    눈 이불을 뒤집어쓴 공룡.... 정도? ㅋ

    3월에 이런 진풍경은 처음이다.
    상고대에 빙화까지 있네.
    눈꽃산행 안 했더니 이런 선물을 안겨주네.

    눈과 얼음을 잔뜩 인 신불산 정상을 내려가다 보니 이번엔 완전 꽁꽁 언 빙판길이 나타났다.
    등산화도 아닌 운동화를 신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 산객을 보며 대단하다고 혀를 내두르며 우리는 부랴부랴 아이젠을 착용했다.
    그리고 다시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으로 빠르게 내려... 가지 못했다.
    꽁꽁 언 얼음길은 아이젠을 착용해도 조심해야 하지 말입니다.

    눈 쌓인 둥글둥글한 산등성이가 매력 돋는다.

    그리고 저 멀리 간월재가 보인다.
    아이젠은 이길만 지나면 신을 일 없겠다.
    간월재와 간월산은 우리가 지나온 길과의 온도차이를 색으로 보여주었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간월재.
    바람도 쉬어가는 간월재.

    물을 마시지 않아도 산행이 가능할 날씨였어서 간월재 휴게소 화장실은 간월산에서 내려와 들르기로 했다.
    간월재에 도착한 시간이 9시.
    버스는 2시 출발이다.
    천천히 즐기며 왔는데도 어쩌다가....

    간월재의 눈토끼와 잠시 눈을 맞추고 간월산 인증을 위해 또 길을 오른다.

    간월재와 함께 오늘 우리가 걸어온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억에는 간월산 가는 좁은 길이 응달이라 얼음과 눈이 가득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간월산 가는 길은 지나온 길과는 다르게 봄의 시작을 알리는 뻘밭이었다.
    어휴~ 그나마도 이제 막 녹기시작한 뻘이라 신발이 푹푹 빠지는일 없이 무사통과했다.

    간월산에서 오늘의 세 번째 인증을 마치고 작년에 사진을 찍었던 곳에서 올해도 기록을 남긴다.

    작년에도 무섭다고 덜덜 떨었는데, 올해도 여지없이 오바육바 주접을 떨며 기어이 일어서 사진을 남겨본다.
    두 다리가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달달 떨고 있었음은 당연하다.

    정상을 찍고 돌아오니 10시.
    40분가량을 간월재에서 칼바람을 맞서며 쉬었다.
    쉰 건 맞겠지?
    여튼 엄청 추웠지만 좋아하는 곳이니까 오래 머물고 싶었다.

    그러다 결국 오한이 날 지경이 되어 짐을 싸고 일어선다.
    그냥 일찍 내려가서 까페에서 따뜻하게 있기로 한다.

    작년엔 수다삼매경에 빠져 하산길을 잘못 들어 엄청 고생을 했었다.
    그래서 올해는 길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신경 쓰며 천천히 걸었다.
    초반 임도길은 하산하기 참~~~~ 좋다.
    그리고 등억온천단지로 가기 위해 오른쪽 산길로 빠졌다.
    작년엔 이 산길을 잘못 들어 엄청 험난한 길을 구르듯 내려와야 했는데 제대로 찾은 길은 세상 유순한 하산길이었다.

    작년같이 급경사의 하산길이면 어쩌나 아픈 무릎의 M을 걱정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하산길엔 봄이 오는 소리로 가득했다.
    눈이 녹아 쏟아지는 계곡물이 시리게 맑고 투명했다.
    다음 주엔 좀 더 따뜻한 봄의 영남알프스가 우리를 맞이해 주길 바라면서도.... 흙이 녹아 질퍽해진 뻘밭을 걱정하는 이중성이라니....!!

    4개월 만의 등산은 역시나였다.
    내가 왜 집착하듯 매주 등산을 다녔는지 쉬어보니 그 이유를 잘 알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꽤 오래도록 등산은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2024년 첫 등산
    2024년 영남알프스 은화원정대
    시작이 참 좋다!

    🎯영축산-신불산-간월산, 영남알프스🎯
    ✔️산행거리 : 18.25km
    ✔️산행시간 : 7시간 44분
    ✔️산행코스 : 지산만남의광장-영축산-신불산-간월재-간월산-간월재-등억온천단지
    ✔️알레는 알레! 넉넉한고 여유로운 산행시간으로 산린이에게 훈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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