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일기] 한량의 강원도 여행-강릉내가 있던 그곳 2024. 8. 31. 21:55반응형
그냥, 문득,
무척이나.
강릉 바다가 보고 싶었다.
영진해변 앞에 있는 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향 같은(?..이라고 하지만 한번 가봤을 뿐) 게스트 하우스 베드 하나를 예약했다.
하지만 업무 일정은 밀리고 밀려 그날 야근을 해야 하게 되넌 상황이 됐다.
게하를 취소하면서 극에 달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너무나도 많이 남은 휴가를 소진하고 위해 다른 일정으로 휴가를 내고 결국 강릉에 오게 됐다.
뭐.. 구구절절 설명하자면
동생이 이직을 하게 되어 전 직장의 마지막 복지혜택으로 숙소를 예약했고
엄마, 동생과 함께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지만...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강릉에 왔다.
7시 50분 서울에서 출발했는데
강릉에 도착한 시간은 1시.주말 버프에 추석에 앞서 벌초객이 몰려 도로가 지옥이었단다.
그런 지옥 같은 고속도로에서
운전면허를 어떻게 딴 건지
렌트한 차로 깜빡이도 없이 칼치기를 하는 차를 만나 나의 차는 롤러코스터마냥 좌우로 흔들흔들 곡예하듯 움직여 겨우 사고를 피하는 사건도 겪었다.
와.. 이런 몰상식한 짓을 해놓고도 가해 당사자가 창을 열고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길래
곡예운전을 하느니 차라리 받혀서
- 인생 실전이다 ㅈ만아!!
를 실현해 줄걸.. 후회했다.
어린 커플이던데...
시비지심의 ㅅ도 모르는 무식하고 인면수심의 똑같은 둘이었다. 끼리끼리는 과학이다
면허 압수 당하길.. 부디...!!!도착 한 시간 전에 테이블링으로 예약했던 동화가든은.... 대기순위 200....
한 시간 동안 딱 100팀이 줄었다.
결국 동화가든은 포기하고 미리 검색해 두었던 감자적 본부로 향했다.
지인이 고양이를 입양해 옹심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고 머릿속을 맴돌던 옹심이를 드디어 먹으러 갔지.감자옹심이와 장칼국수, 그리고 감자전.
너무나 배고파서 받자마자 먹어버린 묵사발의 사진은 없다.
감자적은 감자전의 강원도 표현이라고 한다
감자전이 6천 원
요즘 같은 시대에 웬 말인가 싶은 가격.
5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올린 지 얼마 안 됐다.
6천 원이어도 하늘을 찌르는 가성비를 자랑하는 메뉴이다.
옹심이는 간이 세지 않고 슴슴해서 끝없이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면과는 다른 옹심이만의 특징인지 모르겠는데 끝까지 식지 않고 열기를 간직하고 있어 장칼국수를 다 먹고 옹심이를 먹을 때도 입안이 델 것 같은 열기가 여전히 남아있었다.잘게 채쳐진 감자를 뭉쳐서 만든 옹심이 같았다
아주아주 가는 감자채의 결이 그대로 남아있으면서도 쫄깃쫄깃한 옹심이가 감동이었다.
어느 휴게소에서인가 감자옹심이를 먹고 그 쫄깃함에 반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 옹심이는 대량생산된 공장출신 옹심이었던 것 같다.
꾸덕하기보다는 맑은 쪽에 가까운 장칼국수의 국물, 그리고 놀랍도록 쫄깃한 면발이 탱글탱글 춤을 추는 장칼국수도 대만족.
감자전은 말해 뭐 해.
진짜 쫄깃하다.
진짜 탱글 하다.
진짜 감자스럽다.
진짜 진짜 부드럽고 담백한 감자맛!!
감자적 본부 또 올래!!!!!
옹심이 8,000
장칼국수 8,000
묵사발 8,000
감자전 6,000
30,000원. 믿을 수 없다는 느낌이 들만큼 저렴했던 가성비 최고의 음식!
담에 또 봐요.여행 오기 전부터 동생과 엄마에게 말했다.
아무 계획도 짜지 않겠다고..
바닷가에 앉아 책이나 읽겠다고
그러니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해달라. 동참하고 협조하겠다.
하지만 요즘 다들 빡센 인생을 살고 있는지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번 휴가 컨셉을 다들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휴가의 첫 끼니를 훌륭하게 마무리하고 동생이 찾은 카페로 이동했다.
경포호를 따라 쭉 걷는 루트여서 차를 호텔에 두고 걸어가기로 했다.호텔 옆에 있는 경포 관광 나이트. GYEONG PO TOUR NIGHT CLUB.
건물의 부조 조각들부터 진지한 궁서체 같은 영문 타이틀에 두 번 세 번 다시 돌아봤다.
- 하. 관광나이트잖아!!!
설마 그럴 리가 하는 마음으로 다시 보고 또 봤는데 관광나이트였어기나긴 시간 운전을 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던 구름 때문이었다.
라디오 디제이들은 연신 드디어 가을이 왔다고 완연한 가을하늘이라고... 가을하늘이 이렇게 높고 파랗고 구름이 예쁜 이유는 대기의 건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너나 할 것 없이 흥분해 드디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경포호 위에 둥실 떠 있는 구름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얼마나 힘들었냐며 푸근히 감싸주는 것 같았다.하지만 다른 쪽에는 어두운 먹구름이 자리 잡았고 우리 뒤에 있던 먹구름은 빠르게 이동해 어느새 우리 머리 위였다.
하지만 뜨거운 햇살에 익어가던 우리는 떨어지는 빗방울이 반갑기도 했다.
여름비는 맞아도 괜찮은 것.
어쩐지 기분 좋기도 한 것.그렇게 도착한 강릉 오버웨이트
타르트 맛집으로 알고 왔는데 커피도 찐이었다.
버터향이 물씬, 보들보들하면서도 탄탄한 식감을 자랑하던 감자타르트.
여기도 다시 와야지!!
실내자리는 없고 실외자리만 있으니 지금부터 두어 달 간이 오버웨이트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일 것이다.경포호를 걷는다.
다들 오롯이 쉬자고..
사진 따위도 찍지 말자고!
세상 편안하고 조금은 추레한 모습이었지만 그리하여 엄청나게 편했다는 것.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알지~~~다시 호텔 근처로 돌아와 체크인하기 전, 호텔 바로 앞 경포해수욕장에 들렀다.
내가 강릉에 오고 싶었던 것은
그것이 영진해변이건 안목해변이건 경포해변이건..
속초도 고성도 양양도 아닌 강릉의 바다를 보고 싶어서였다.테바 스포츠 샌들을 산 것은 오늘을 위해서였다
(응.. 실은 계곡산행 가자고 산 것이었는데... 넘나 더워서 포기함)
파도가 도착하는 곳에서 파도를 기다렸다.
발목까지만 찰랑, 하려고 했는데
바다는 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고 몇 번이고 거센 파도를 던졌다.
흠뻑 젖으면서도 좋다고 깔깔 웃었다.이러려고 강릉 바다에 왔다.
속초 양양 주문진 고성.
모두가 사랑하는 강원도의 바다지만 오늘은 어쩐지 강릉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한껏 강릉에 스며들었다.바지가 다 젖고 상의까지 젖을 만큼 거센 파도가 연이어 몰려왔고 엄마와 나는 신나서 꺄르르 웃었다.
돌아가는 파도에 혼이 쏠려가는 것 같은 어지러움을 느끼면서도 두발이 굳게 모래에 뿌리내렸으니 나는 건재하리라. 그러니 마음껏 즐기고 웃으리라.
강릉, 강릉이었다.오늘의 숙소는 하이오션경포의 복층룸.
생활형 레지던스인데 생각보다 훌륭했고 창 밖 저 멀리 바다가 보여 더욱 맘에 들었다
비수기 평일이라면 6~7만 원에 예약 가능! 오늘은 초초초초성수기라서 20여만 원에 예약했지만 만족스러웠다.
위치가 너무 좋아서 다음에는 비성수기때, 저렴한 가격에 와서 놀다 가야지 싶었다.
무엇보다 경포 해수욕장도 경포호도 바로 앞이라 환상적인 러닝코스를 품고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하루종일 웃고 떠들다가 짜증도 내고 슬쩍 다투기도 했지만 금세 화해하는 사이.
모녀. 자매.
그렇게 하루를 보낸 우리는 생선회를 주문하고 와인을 마시며 느긋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더없이 풍족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은 양양!
가자규-300x250'내가 있던 그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일기] 한량의 강원도 여행 (10) 2024.09.02 [여행일기] 한량의 강원도 여행_베짱이모녀여행 (2) 2024.09.01 [여행일기] 추석맞이 속초&평창 여행 3 (2) 2023.10.04 [여행일기] 추석맞이 속초&평창 여행 2 (0) 2023.10.03 [여행일기] 추석맞이 속초&평창 여행 1 (0) 2023.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