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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일기] 가리왕산-여름이었다, 뜨거운 여름이었다등산일기 Hiker_deer 2025. 8. 23. 23:55반응형
혹한기, 혹서기 등산 안 해요!
선언한 지 2년 차인데, 혹서기 등산을 하게 됐다.
산생아인 SS는 공사다망하여 먼 산에 가기 힘들다 보니 내가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지는 산행 계획도 찰떡같이 갈무리해서 다시 꺼내놓곤 한다.
-가리왕산은 언제 가는데??
언젠가 여름 가리왕산이 좋으니 시간 맞으면 가자!
라고 했던 내 말을 기억하고 주섬주섬 내어놓은 말.
그렇다면 가야지!
알레버스 스케줄을 살펴 오늘의 가리왕산행 버스를 찾았고 2주 전 월요일 예약을 했다.
오래간만에 알레버스 예약전쟁을 맞닥뜨리니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알레버스로 갔던 산행들이 다들 예약이 수월했었는데 가리왕산은 12시 땡~치고 들어가자마자 몇 자리 안 남아있었다.
휴우! 여름이네, 여름.
계절에 맞는 산에 가는 것도 산쟁이들의 기쁨이자 즐거움이지.
6시 50분. 사당역.
더... 덥다!
후우.. 요 며칠 더위가 다시 기승이었던지라 덥겠거니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등산 배낭을 짊어지고 더위를 마주하니 살짝 암담하다.
하지만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꿀잠을 잤지.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꿀잠스팟, 알레버스.
미리 알레버스 가리왕산의 후기들을 읽었다.
요즘 바빴던지라 다른 글을 못 찾아보고 알레버스의 가리왕산 가이드에 있는 후기만을 겨우 확인.
언제 생겼는지 모르지만 알레를 이용한 산객들이 남겨준 짧은 후기가 매우 큰 도움이 됐다.
얼음물 1.5리터를 준비했고, 들머리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을 체크하고 횡성휴게소에서 미리 화장실을 다녀왔다. 보통은 알레버스에서 들머리 도착할 때까지 꿀잠을 자곤 하는데 오늘은 휴게소 도착했다는 안내에 발딱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왔다(장구목이 들머리에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아주아주 재래식이라고 함)
주차장도 없고 차세울만 한 곳도 없다.
도로 한편에 잠시 버스가 멈췄섰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내려서 등산화를 제대로 신고 선크림을 바르고 아미노바이탈을 하나 털어 넣고 산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목요일 급성 인후염 진단을 받았고, 성대가 너무 부어서 금요일부터는 목소리가 안 나올 거라고 했다. 항생제와 약을 한 보따리 처방받았음에도 예정된 산행은 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컨디션이 천마산 갈 때보다 괜찮아서 올라갈 때 스틱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더웠지만 느릿느릿 올라가니 숨도 가쁘지 않고 수월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가리왕산은 정말 뽝!!!!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빡센 오르막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초입은 생각보다 완만해서 심리적으로 안심이 됐달까.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햇살을 막아주어 습하긴 했지만 뜨겁지는 않았다.
오늘, 여름산으로 유명한 가리왕산에는 산객이 참 많았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던 곳에서 우리도 잠시 쉬며 사진을 찍고 가기로 했다.
얼마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예쁜 계곡이 나오다니, 너무 좋잖아!!!
게다가 계곡 근처로 가면 참 시원해서 땀을 식히고 가기 딱 좋았다.

정상까지 3.3km.
실제 애플워치에 찍힌 것은 6킬로가 넘었던 것 같다.
그래서 킬로수는 믿지 않고 올라가는 내내 고도를 보며 얼마나 왔고 얼마나 더 가야 할지를 가늠했다.
원시림을 간직한 가리왕산.
풀내음, 나무내음이 습한 공기에 섞여 묵직하게 다가왔다.
사람의 접근이 쉬운 계곡을 두세 개 지나 마침내 "이끼계곡"이라는 이름표를 딱! 붙여줄 만한 환상적인 계곡이 나타났다.
너무 아름답잖아!
너무 신비롭잖아!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손을 씻고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겼다.
친구의 간식공세가 다시 시작되었다.
더우니까 물 많이 챙기고 샌드위치 말고는 아무것도 싸 오지 말라고 했건만 어머님이 이것저것 준비해 주셔서 다 가져왔단다.
현실감 떨어지는 이끼계곡을 보고 시원한 방울토마토를 아작아작 먹었고 떠나기 싫은 발을 억지로 이끌고 다시 등산로로 나왔을 때....
에어컨 켜놓은 실내에서 찜통더위가 한창인 야외로 나오는 기분이었다.
마치 묵직한 출입문이라도 있는 양, 어쩜 이럴 수가 있다.
올라가는 내내 한켠으로 계곡이 있었고 계곡 가까이 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양치식물이 활~~~~짝 펼쳐졌고 곳곳에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고 있어 쥬라기공원에 온듯한 느낌이었다.

아까 잠시 쉬었던 이끼계곡이 웅장한 느낌이었다면 이번에 만난 이끼계곡은 세상 아기자기했다.
잔돌에 이끼를 잔뜩 얹고 곳곳이 흩어진 돌을 타고 물줄기가 흘렀다.
물의 정령이 흐르는 물 위로 톡-튀어나올 것 같았다.
찬구의 첫 장거리 산행이었던 소백산과 거리는 같지만 1.5배 혹은 두 배정도 힘들 것이라 했더니 산행후기를 열심히 읽고 온 SS.
임도를 지나면 깔딱 고개가 나온다고 했는데 임도 지나기 전부터 명지산ST 길이 이어졌다. 대충 얹어진 커다란 바위들이 선사해 준 가파른 오르막. 이거 말고 깔딱 고개가 또 나온다는 거지?
나는 항생제 투혼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날이 더운 건지 모르겠지만 태어나서 가장 많이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져 보기는 처음이었다.
팔에도 몽글몽글 땀이 올라왔다.
세상에... 사람이 이렇게 땀을 흘려도 죽지 않는구나.
그럼에도 호흡과 발걸음은 오히려 다른 산행 때보다 수월한 느낌이었다.
땀으로 몸의 독소가 다 빠져나가 몸이 가벼워진 걸까? 🤣🤣
이 정도 땀을 흘리면 온갖 노폐물이 다 빠져나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드디어 장구목이 임도가 나왔다.
임도는 가로로 나있고 우리는 세로로 난(?) 산길을 올라야 한다.
임도를 지나 올라가는 초입부터가 만만치 않다.
그렇게 시끄럽게 산을 오르던 자**산악회 멤버들의 입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아.. 증말 너무너무 시끄러워서 산악회 이름도 뇌리에 박혔다. 볼 때마다 반면교사 삼게 되는 세상 시끄러운 아줌마 아저씨들. 난 저 나이 돼도 저러지 말아야지 ㅜㅜ)
가파르고 너덜너덜한 길이 쭉 이어졌다.
친구가 본 후기에는 깔딱 고개가 400미터 이어진다는데... 400미터는 개뿔!
1km 이상은 깔딱 고개를 올라야 한다.
600m 인지 700m인지 남았다는 안내표지가 나올 때까지는 쭉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졌다.
그리하여 우리도 말없이 오르고 자주 쉬었다.
원래 나는 느리게 오르고 거의 쉬지 않는데 오늘은 느리게 오르며 자주 쉬었다.
물도 많이 마셨다.
땀으로 배출하는 게 많다 보니 물을 마셔도 화장실이 필요하지 않았던 가리왕산.
정상으로 갈수록 길이 좁아졌고 수풀이 우거져 내 팔을 사정없이 스쳤다. 내 피부가 무던한 편이라 다행이지 피부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울퉁불퉁 피부 발진이 생겼을 것 같은 좁디좁은 수풀길.
그리고 마침내 하늘이 열렸다.
내내 우거진 수풀에 하늘볼일이 없는 등산로였는데 드디어 하늘이 보였다.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꽤 걸어가야만 정상이 나온다.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멀고 또 멀게만 느껴지던 가리왕산의 정상.
계곡에서 간식 먹고 올라오는 길에 점심까지 먹고 약 3시간 만에 도착한 정상이었다.
1561m 가리왕산 정상. 오랜만에 블랙야크 100대 명산 리스트에 새로운 산을 더했다.
예순여덟 번째 인증 완료!
가리왕산 등산로는 대부분 전화가 안 터지는 곳이라 오죽하면 올라가는 길에 "전화통화 가능한 곳"이라는 안내판이 나올 정도이다. 그럼에도 정상에서 인증은 가능해서 신기했다. 하긴.. 인증이 안 됐으면 100대 명산에서 빠졌겠지.

맑은 듯 하나 흐릿해서 ㅎㅎㅎㅎ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쪽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과 다른 편에 떠있는 먹구름이 대조를 이뤄 멋있었다.
꽤 넓은 정상부에 사람이 많았고 너무 시끄러워서 오래 머물 생각이 안 들었다
가자 가자 내려가자!
내리막 초입도 좁고 풀이 우거져있었다.
가리왕산은 반바지 산행 안 되겠네.
게다가 잔돌이 많고 가파른 길이었다.
쾌속산행이 어려운 하산길.
친구는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하며 균형을 잡았다.
잔돌이 많은 길은 비브람 메가그립 할배가 와도 어쩔 수 없다.
어려운 하산길이 한참 이어졌다.
보폭을 한껏 줄여 잔발로 조심조심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타난 완만한 길을 걷던 중 지도를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갈림길 없이 하나의 길이었던 것 같지만 혹시나 싶었다. 길치에 방향치인 나는 늘 스스로를 믿지 못하지.
알레버스의 가리왕산 가이드에서 네이버지도를 열어 확인해 보니 우리는 루트를 벗어나있었다.
당황스러웠다. 길이 하나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잠시 멈춘 사이
오르는 내내, 정상부에서도 아주 요란스럽고 시끄러웠던 자** 산악회 사람들이 우르르 지나갔다.
- 우리.. 루트에서 벗어난 것 같아.
라는 내 말을 믿고 싶지 않았던 친구는(다시 되돌아가려니 암담하지 뭐 ㅎㅎㅎ) 우르르 내려가던 사람 중 한 명을 붙잡고
-휴양림 매표소로 가는 길 맞나요?
라고 했더니 그분들이
-네. 우리도 휴양림 매표소 가요. 우리 안내판도 봤잖아. 이쪽 맞아.
라면서 우리에게 답하며 스스로의 확신을 얻는 듯한 말투였다. 머뭇거리는 친구를 이끌고 우리는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나는 길을 잘 잃어서 나를 못 믿으니 알레에서 제시해 준 길로 가자며 친구를 끌고 돌아가다 보니 우리가 못 보고 지나친 안내표지가 나왔다.
마항치 삼거리.
보지도 못하고 지나쳐 직진직진. 우리는 마항치 사거리 쪽으로 가던 중이었다.
휴양림 매표소 방향으로 들어서니 드디어 지도맵의 우리가 가야 할 길 위에 얹어졌다.
친구는 갈림길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어쩜 지도 볼 생각을 했냐고 신기해했다.
가리왕산이 대부분 휴대폰 신호가 안 잡혔는데 때마침 신호가 잡히는 곳이었고 나는 지도를 봐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우리는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내려가던 길에 소음제조기 자**산악회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중 한 명이 통화를 하고 있었다.
- 휴양림이 16km라고 나온다고요? 잘못 간 거야. 어쩔 수 없어요 택시 타세요.
아마도 아까 되돌아가던 우리를 스쳐 지나가던 사람들 같았다.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지도를 확인한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네!
하산길도 울창한 나무숲이라 태양을 피할 수 있었지만 기온 자체가 매우 높았던지라 하산하면서도 땀은 계속 흘러나왔다.
대체 인체에는 얼마나 많은 물이 있는 거야....
한참을 내려가니 계곡물소리가 들려왔지만 계곡은 나타나지 않았다.
얼른 발 담그고 놀고 싶다.
너무 덥다.
세수하고 싶다.
가리왕산 물이 차가워서 발 담그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고 해서 속옷까지는 안 챙겨 왔는데 오늘 정도의 더위라면 입수를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첫 번째 계곡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끼가 너무 많아 앉아서 쉴만한 바위가 안보였다.
두 번째 계곡을 지나고 세 번째 계곡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올라갈 때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내려올 때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아서 계속 의아했다.
하지만 우리가 자리를 잡고 물놀이를 하는 동안 사람들이 계속 내려오더니 우리가 쉬고있는 계곡에 자리를 잡았다.
친구 어머님은 방울토마토에 이어 두 번째 간식으로 복숭아와 오이, 당근을 싸주셨다.
계곡에 발 담그고 달달한 복숭아와 아삭한 오이, 당근을 먹자니 이곳이 무릉도원, 지상낙원이었다.
산행하며 피로했을 발을 담그고 실컷 놀았다.
점심 먹을 때 반만 먹고 남은 샌드위치도 마저 먹고 여러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다가 지나가기를 반복하기까지 우린 계곡에 오래오래 머물렀다.
어차피 일찍 내려가봤자 버스에서 에어컨 바람에 의존하며 더위를 피하겠지.
자연휴양림 매표소에서 2킬로 남았다는 안내를 보고도 꽤나 내려온 곳에 있는 계곡이었다.
그러니 거의 다 내려왔다는 생각이었고(폰 신호가 안잡혀 지도앱으로 정확한 위치확인은 불가했다) 버스 출발시간이 5시 40분이어서 4시 25분까지 놀다가 출발했다.
계곡을 낀 길을 따라 쭉 내려와 심마니교를 건너 자연휴양림 매표소 근처 화장실에 들렀다.
문명이다!!
물을 많이 마셨지만 땀도 많이 흘려서 화장실에 대한 간절함이 크진 않았다. 그렇다고 눈앞에 나타난 화장실을 외면할 필요는 없지.
버스가 서있는 곳과 매표소 입구가 거리가 좀 된다고 했고 화장실은 자연휴양림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해서 버스 있는 곳에는 화장실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너무너무 옷을 갈아입고 싶지만 참았다가 휴게소 들르면 그때 갈아입자고, 다시 자연휴양림 화장실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기에는 우린 너무 지쳤다고.
그렇게 미리 위로를 하며 버스가 세워진 곳에 갔더니 화장실이 있다!!
샤워티슈로 몸을 시원하게 닦고 옷을 싹 갈아입었다.
샤워한 것과 비교는 안될지라도 개운하고 상쾌했다.
완벽했다.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화장실이 나타나 옷을 갈아입으니 오늘의 모든 것이 만족스러워졌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꿀잠.
잠시 일어나 휴게소에서 요기를 하고 또다시 내 몸을 버티게 할 항생제를 투여했다.
이 더운 날, 땀을 엄청 흘리면서 하루 종일 샌드위치 하나와 과일밖에 안 먹었음에도 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더위 먹은 건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몸은 의지대로 잘 움직여줬으니 대만족이다.
여름에는 여름산!
이제 여름산 중 남은 것은 대야산이네.
대야산 도장 깨기 하러... 갈 수 있을까?
역시 여름등산은 너무 더운데 말입니다.
🎯혹서기 가리왕산 오르기🎯
✔️산행시간 : 6시간 40분(식사, 간식, 물놀이 포함 / 알레버스에서는 7시간 30분을 준다)
✔️산행거리 : 15.23km
✔️산행코스 : 장구목이 입구 - 이끼계곡 - 장구목이 삼거리 - 정상 - 마항치 삼거리 - 어은동 계곡 -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 자연휴양림 입구
✔️여름산은 여름에 가야 좋은 건데, 여름등산은 어찌나 힘든지요....300x250'등산일기 Hiker_de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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