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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일기] 2025 공룡능선 2등산일기 Hiker_deer 2025. 10. 25. 23:47반응형
딴생각하지 말고 비에 젖은 낙엽처럼 딱 붙어 있어
어느 드라마에선가 들었던 말이 오늘 산행하는 내내 머리를 맴돌았다.
비에 젖은 낙엽.
오늘 하루 종일 내가 제일 많이 본 것이다.
비에 젖은 낙엽!
게다가 바위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뭐 하자고 1년에 공룡을 두 번이나 가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올해 오색-대청-봉정암 코스를 가고 싶었는데 알레버스와 시간이 안 맞아 못 타고 공룡만 한번 다녀왔으니 설악에 대한 갈증이 있을 법도 하다.
같은 힘듦이라면 훨씬 유려하고 아름다운 공룡을 타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하지만.. 날씨가 구렸다.
설악에는 내내 비가 왔다. 어제도 비가 왔다.
대체 폭우가 쏟아진 돌산에... 돌찔이는 무슨 마음으로 간 것일까.
망했다-가 세 번이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기온 8도, 습도 93%에 대비하여 내가 챙긴 옷.
토렌쉘, 신칠라, 스쿼미시, 경량패딩
옷을 하나 줄일까도 했지만 혹시 몰라 다 챙겼다.
여기까지는 훌륭하다.
그런데... 하의를 레깅스를 입었다.
출발 전 버스에서 최근 공룡 인스타를 보니 다들 바지다. 레깅스를 입어도 니삭스를 신어 보온성을 더했다. 게다가 꽤 많은 사람들이 담요를 두르고 있잖아. 이게 뭔 일이래!!!
나만 정신 나갔나 봐ㅠㅜ 얼어 죽으려고 아주 그냥 ㅠㅠ
게다가 버스 안이 너무 추워서 덜덜 떨며 오늘 감기 당첨이겠구나 했는데 다행히 뒷좌석 남자들이 "추워 죽겠다"라고 항의를 했다. 남자들이 추워 죽겠을 정도였으니 난 정말 입 돌아가기 직전이었다.
그렇게 1망함을 끌어안고 차에서 내리니.. 우와... 바닥이 흠뻑 젖어있다. 비선대까지 가는 길에도 졸졸 흐르는 시냇가를 몇 번이나 만났다.
공룡을 다섯 번 오는 동안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
심지어 산타는 12시간 내내 비가 내렸던 우중산행 날에도 말이다.
며칠 동안의 비예보를 보고서도 오늘 아무 생각 없이 스피드고트를 신은 나.
2망함.
마등령 삼거리 도착했는데 비가 왔다.
망했다.
3망함.
망트리오와 함께한 2025년 두 번째 공룡능선, 나의 다섯 번째 공룡을 만나보자.
처음 타보는 반더룽 산악회.
처음 만나는 산동무들(리딩님은 산을 몇 번 같이 갔으나 서로에게 없는 사람이었다)
늦은 밤, 인사도 못하고 탄 반더룽 산악회 버스는 알레버스만 타고 다니던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 밤이니 주무셔야 하니까 옆사람과 대화는 낮은 소리로 해주세요.
라니....
알레는 대화금지 숙면모드인데.. 대화를 허용하는구나.
안내산악회 신세계네 ㅎ
설악산의 모든 코스를 다 포함한 안내버스여서 한계령, 오색을 지나 소공원이 마지막이라서 30분 간격으로 잠에서 깨야했다. 설악산은 안 그래도 이동시간이 짧아 잠을 제대로 못 자는데.... 중간중간 깨느라 정신이 몽롱.
맨날 등산로에 있는 코스사진 찍다가 인쇄본 받으니 좋네 그렇게 도착한 소공원 주차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주차장 관리담당자들과 버스 기사들이 목소리를 높여 자기주장을 했다. 처음 시작부터 이러더니 나 정말 공룡능선에 사람이 많다 많다 이렇게 많은 건 첨 본다.
지옥 같은 소공원 주차장을 지나 산행을 시작한다. 이미 한참들 앞서 가셨거나... 아니면 뒤에 계신다.
이렇게 한가한 모습 다시는 없었던 오늘의 등산로.
다른 코스 사람들을 다 내려주고 소공원에 도착해서 출발하자니 3시 반이었다. 공룡만 가는 알레는 2시 반 정도면 소공원에서 출발할 수 있고 종료시간도 4시, 반더룽은 5시인데 다른 코스 사람들을 픽업하러 승차지점 여기저기를 돌게 된다.
확실히 시간 효율을 높이려면 한 코스만 운영하는 버스를 타는 게 낫다.
비선대 도착.
비선대는 무슨 수를 써도.. 러닝을 하지 않는 한 40분이다.
무조건 무조건 40분.
비선대까지 계곡물소리가 이렇게 우렁찬 것은 또 처음이다. 천둥 같던 계곡물소리.
비선대 도착하기까지 이미...
신발 바닥에서 물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은 축축한 느낌이 전해졌다.
잠깐!! 스피드고트!! 고어텍스가 아닌 것은 신발 윗부분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바닥을 타고 올라오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ㅠㅠ
다행히 1망함인 레깅스 입어 망했네는 비선대까지 빠르게 걸으며, 그리고 마등령삼거리까지의 고난의 업힐을 오르며 싹 잊혔다.
춥기는 개뿔.
긴팔 티 대신 반팔 티를 입은 것은 신의 한 수였으며
첫 시작은 반팔티에 신칠라를 입고 딱 좋은 기온을 느끼며 비선대까지 갔고 이후 마등령 삼거리까지는 반팔티에 스쿼미시를 입고 반 정도 오르다 이후에는 반팔티만으로 운용해도 딱 좋은 날씨였다.케데헌 등산
며칠 전 출근길에 누군가 "드디어 케데헌의 계절이 왔네. 사계절옷이 다 섞여 중구난방이야"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오늘 등산도 딱 그랬다.
나처럼 반팔티를 입고 오르는 사람부터 포동포동한 패딩까지 아주 다양한 사계절의 등산복을 다 만날 수 있었다.
혹시 몰라 챙겨갔던 경량패딩과 토렌쉘은 꺼낼 일 없이 반팔+스쿼미시+신칠라+레깅스로 다 해결되었던 기온 5~8도, 습도 93~98%였던 10월의 공룡능선.
돌아보니 강원도의 시티뷰가 보이고

돌아보면 하늘이 붉게 물들려고 했던 마등령 삼거리까지의 공룡능선 최고의 난코스.
사람이 많아 계속 줄을 서서 올라야 했고 앞사람 궁둥이가 디폴트 배경이었다.
그리고 물을 잔뜩 머금은 흙은 뻘밭이 되었고 물을 잔뜩 머금은 돌은 미끄러워 돌아버릴 지경이었으며 시냇가가 형성된 듯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 곳이 꽤 있었다.
아이고 내 신발....
처음에는 신발이 젖으면 날이 추워 동상 걸리는 거 아니야 했지만..
응 아니야.
반팔 입고 산행하는 날씨에 무슨 동상이야(물론 반팔은 마등령삼거리까지의 최고 힘든 코스에서만 입을 수 있었다. 그 이후는 그렇게 열나게 올라야 하는 코스가 없어 무조건 반팔+스쿼미시에 멈출 때마다 신칠라를 꿰 입었다)
마등령 올라가는 길에 잠시 쉰다고 사람 안 다니는 길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며 1꽈당을 시전 했다.
산에서 넘어져보는 거 오랜만이네.
저세상 미끄러움.
한번 미끄러지자 몸이 굳고 마음이 다람쥐 발톱만 해졌다.
지병이 있는 쫄보의 장점이자 단점.
장점 조심한다.
단점 너어어어어무 조심한다
마등령을 향한 계단이 나오고 드디어 설악산이 위용을 드러낸다. 파란 하늘 아래의 설악은 유쾌하고 기세 좋다면, 구름 잔뜩 낀 하늘 아래의 설악은 음침하면서도 묵직한 위압감이 장난 아니다.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해 아침식사를 한다.
이곳은 아침식사의 성지.
바로 옷을 껴입고 샌드위치를 꺼내 한입한입 오물오물 씹어먹는다.
오늘 설악산의 끼니는 르뱅룰즈의 샌드위치 두 개와 치아바타. 치아바타는 비선대에서 야금야금 행동식으로 먹었다. 치아바타의 힘으로 마등령 삼거리에 온 거지.
한동안 산행도시락이던 뚜아뚜아의 샌드위치는 여름도 딱딱해서 씹으려면 턱이 아팠는데 싸늘한 가을에는 영 못 먹을 음식이 될 것 같아 내년까지 만나지 않기로 한다.
산동무 한분이 과일을 엄청나게 싸오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잘 얻어먹었다.
산에 과일 싸 오는 사람 젤 좋아.
그럼 너는 왜 못해.
무...무거엉....

마등령 삼거리의 포토스팟1 
마등령 삼거리의 포토스팟2
식사를 하고 본격 공룡의 등에 올라타려는데... 비가 왔다.
비.... 비다!!!!!!
내 신발 ㅠㅠ
산동무 두 명에게 비가 오면 내 신발로는 무리이니 나는 다시 소공원으로 하산하겠다고 했다. 내 걱정은 절대절대 할 필요 없이 산행하시라고.
난.. 이미 찐하게 12시간 동안 비를 맞으며 공룡을 탔어서 더 이상의 우중 공룡은 사양한다며.
리딩님이 15분만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리고 어쩐지 실망스럽게도(?) 비가 그쳤다.
실은 썩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 오늘은 예쁜 설악의 모습을 보기 틀렸는데... 풍경 없는 설악 등산은 고난의 행군이란 말이지.
내가 또 설악 행군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란 말이지.
어쩔 수 없이(?) 비가 그쳤기 때문에 공룡 능선에 오른다.
신발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던 나는 공룡 능선에 들어서며 나처럼 고어텍스가 아닌 트레일러닝화를 신은 산객들을 보거 2망함의 우울함을 떨쳤다.
간사하디 간사한 사람.
나 같은 사람이 많다 생각하니 큰 위로가 되면서 저 사람들도 가니까 나도 가야지.
라며.... 날씨로 인해 실망 가득했던 산행에 당위성이 부여됐다.
3망함은 비가 그치며 사라짐.
그래서 망트리오는 산행 초반에 모두 떨쳐버릴 수 있었다.
구름은 걷히지 않았지만 멋진 운해가 깔렸고, 가시거리가 좋아 (사진으로는 확인 불가지만) 저 멀리 구름의 바다 말고 물의 바다(?)도 보일 정도였다.
햇님만 반짝 나오면 너무 좋을 텐데...
두텁디 두꺼운 구름 사이로 해가 잠시 나올라 치면 공룡능선이 들썩들썩했다.
-해 뜬다!!!!!
웅성웅성 기대감 가득한 소란스러움.
하지만 햇님은 그리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늘의 등산로는 너무 당연하게도 늘 줄을 서야 했으며 정체가 꽤 심했다.
나.. 이렇게 정체 심한 공룡은 처음인데.. 이렇게 좋지 않은 날씨에 이 많은 사람이 공룡을 보겠다고 모이다니..;;;
이런 생각을 하며 가고 있는데, 지나가는 산객들끼리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공룡은 보통 이렇단다.
어라??? 그동안 내가 왔던 공룡은???
생각해 보니.. 나는 휴가를 내고 주중에 왔었구나.
첫 공룡은 1박을 하기로 했기에 남들보다 아주 느리게 산행을 운용해서 인파를 피했고 두 번째 세 번째 공룡은 금요일 휴가를 내고 왔다. 올 6월 알레버스를 타고 왔던 공룡은 폭염이 사람이 적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산행 내내 사람구경 실컷 했다.
야속한 구름이 걷히지 않고 태양은 힘을 쓰지 않아 내내 흐리고 어둑했지만 단풍은 설악산에 내려앉았다.
단풍철이면 볼 수 있는 너무 아름다운 자연의 꽃꽂이(나무꽂이). 올망졸망 츄파춥스처럼 각기 다른 색을 가진 나무들이 조화롭고 아름답게, 낯익으면서 또 낯설게 산등성이를 장식한다.
울산바위, 멋쩌♥♥♥ 6월에 혼자 와서 사진을 못 찍었더니 좀 아쉽더라고요. 오늘 사진 많이 찍어주세요!
라고 리딩님께 부탁했으나, 날씨가 어둑하여 사진 찍을 의욕이 그냥저냥이었다. 하지만 어색하면서 편한 사이였던 것처럼 따로 사진찍자고 안하고 요리조리 사진을 찍어둔 걸 전해준 리딩님!!
이집 사진 잘하네!! 나 단골할래!!!
자세가 어정쩡하다고 웃으면서도 열심히 찍어준 리딩님 쌩유 그래도 사진이 너무 칙칙하니 앞으로 올리는 사진은 보정을 좀 해보겠다.

킹콩 안녕!
오늘은 킹콩이 인기가 별로 없었고 킹콩 뒤쪽의 배경과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매우 길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훗훗.
보정하니 좋구나. 급격히 기억이 미화된다.
내가 이렇게 아름답고 환한 풍경을 보고 왔다고.
나한봉 큰 새봉을 지났다.
난간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가파른 내리막은 줄이 길게 늘어졌지만 모두 느긋하게 기다렸다.
공룡은 이렇게 타서 안 힘든 거라며!
빙고!
1275봉 도착.
1275봉은 원래도법정탐방로가 아니었다. 지난 추석에 사망사고가 생겨 이제는 출입이 금지되었다고 하지만..
난 봤다.
올라간 사람.
밑에 있던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핀잔을 했다.
하지 말라면 하지 말지.
난 1275봉에 올라가 본 적이 없지만 전혀 아쉽지 않다.
어차피 돌찔이에게는 갈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가지 말라는 지령까지 떨어졌으니 더더욱 안 가야지!
가지 맙시다 쫌!!!
1275봉 아니어도 설악은 충분히 멋지고, 설악의 멋진 뷰는 꼭 1275봉이 오르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요
1275봉 오면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잖아.
산행 다 한 느낌.
신선대만 오르면 된다. 큰 거 하나 남았다는 큰 위로.
오늘 우리는 리딩님의 리드에 따라 정말 많이 쉬고 정말 많이 먹었다.
길이 빙판(!!!)처럼 미끄럽지 않고 사람이 로또명당 줄 서는 거처럼 붐비지만 않았어도 산행을 빨리 끝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산행 운영이 인상적이었다.
힘들지 않고 시간이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어머 벌써 여기야!?라는 느낌이 들었다.

촛대바위 가는 길도 난생처음 본 광경이다.
물이... 어휴. 계곡인 줄.
촛대바위 뒤쪽 비경을 보러 들어가다가 여기서 또 2 자빠링을 했다.
물이 졸졸졸 개울처럼 흐르는 데다 경사가 가팔라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드 비명을 질렀지만 너무 다행히도 손바닥만 살짝 까지고 말았다.
하.. 진짜 물에 젖은 돌. 지긋지긋하고 공포스럽다 ㅠㅜ
넘어지기까지 했으니 꼭 들렀다 가야 했던 촛대바위의 뷰포인트.
다들 저 바위 끝에 서서 사진을 찍는데 나는... 저기까지가 최선이었다.
그것도 걸어가지도 못하고 엉덩이와 두발 두손을 사용하 찔끔찔끔 엉덩이로 이동.
돌찔이는 어쩔수 없긔 ㅠㅜ
그나마 위안이라면 함께간 산동무님은 저기를 보더니 몸서리를 치며 사진 안찍겠다고 했다.
음.. 나보다 더 돌찔이님은 오랜만!
한번은 나도 정체의 원인이 되어본... 오늘의 미끌미끌 부들부들 공룡능선의 돌길.

산에 걸려있는 구름이 멋져 가슴이 철렁했지만.. 뷰를 즐기려면 잔뜩 긴장을 해야 한다.

모든 길이 축축한 바위에 찰싹 달라붙은 젖은 낙엽으로 뒤덮여있어 한 발짝 한 발짝 잔뜩 긴장해야 했다.
정말 돌이 어찌나 미끄럽던지 걷는 내내
- 어떡하지. 어디를 밟아야 한담
을 연발했다.
정말 막막한 순간이 너무 많았다.
셀 수도 없어.

신선대 오르는 길의 상징.
쓰러진 커다란 고사목.
이렇게 뿌리만 찍어도 멋지네!

신선대 오르던 중, 드디어 하늘이 열렸다.
정말 잠깐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흐림 연속이었으니까.
사람들이 환호했다.
기나긴 산길을 걸어온 보답을 공룡능선의 끝에서 몰아 받는 것 같았다.
고마워. 끝까지 외면하지 않아 줘서.
기어이 힘을 내서 구름을 밀어내줘서.

태국에서 온 원숭씨도 신선대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긴다.
대한민국 국립공원 제1경을 첫 산으로 경험한 바나슝.
신선대에서 하산을 시작한다.
원래 공룡능선 하산은 쾌속하산 이어야 하는데 오늘은 바닥이 너무 미끄러우니 조심하자고 서로를 다짐시킨다.
오늘 공룡능선의 산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지가 더럽게 더러웠다 ㅎㅎㅎ
넘어진 사람도 태반이 넘는 듯 엉덩이 부분이 엉망인 사람도 많았다.
울긋불긋은 아니더라도 차분하게 내려앉은 색이 참 고왔던 하산길의 풍경.
신선대에서 희운각 대피소까지 세 번 정도 나오는 안전지지대 난간을 잡고 뒤돌아 내려가야 하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같은 내리막길(마치 레펠하듯 말이다-군대 경험자 🤣🤣🤣)
난 이 길을 꽤 좋아한다.
돌찔이인 나도 즐길 수 있는 도파민 뿜뿜한 절벽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
그 어디에도 발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주르륵... 미끄러진다.
거의 팔힘으로 난간에 매달려 질질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평소엔 자신 있게 턱턱 발을 디디며 스릴을 즐기던 곳이 이렇게 공포로 변할 줄이야.
게다가 내 얼굴을 발로 밀듯 바짝 붙어서 뒤따라 오던... 놈.
진짜 예의를 차릴 수가 없음.
정말 나쁜 놈이었다.
거리를 벌려달라고 하면 해코지를 할까 봐 무슨 말을 못 했고 앞서 보내고 싶어도 난간이 연속으로 이어진 절벽길이라 비켜줄 수가 없었다.
등산하려면 기본 매너는 갖추자 쫌.
배움은 무엇을 하든 필요한 것임을 모르는 모자란 인간아!!!
공룡능선 단풍은 아직 부족하지만 천불동의 단풍은 예쁘다는 피드를 많이 봐서 기대를 하며 천불동 계곡이 나오기만을 기대했다
노랗게 물든 나무가 나오면 온 세상의 조명이 노란색으로 바뀐 듯했고 빨갛게 물든 나무가 나오면 눈 주위가 붉게 물드는 듯했다.
따스한 색감을 즐기며 내려가다 느닷없이 나타난 초록빛 나무가 가득한 길에서는 세상이 초록색 필터를 낀 듯 보이며 눈이 청량해졌다.
왜 초록색이 눈에 좋은 색이라는지 격하게 경험한 순간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하산길의 개울..
물가 위로 드러난 돌을 징검다리 삼아 밟으며 몇 번을 건너야 했던 하산길의 난관.
오늘 하산은 미끌미끌한 돌 때문에 넘어지는 사람이 속출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정말 조심조심 내려갔기 때문에 어쩐지 수월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계단과 다리가 나타나고부터는 정말 미끌미끌 지긋지긋한 돌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고무와 망고매트가 깔린 다리와 계단을 마음 편하고 신나게 걸었다.

하산길도 정체가 엄청났다.
정말.. 엄청났다.
한걸음 한걸음이 이렇게 더딜 수 있나 싶은 순간도 여러 번이었다.




압도적인 천불동 계곡의 수량과 조만간 절정으로 달려갈 것 같은 천불동 계곡의 단풍 뽐내기.
단풍이 들면 천 개의 불이 켜진 듯하여 천불동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언젠가는 꼭 단풍철에 천불동을 걷고 싶었다.

너무 아름다웠던 하산길을 줄줄이 늘어선 사람들 사이에 끼여 내 속도가 아닌 인파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다 보면 풍경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줄에서 잠시 빠져 풍경을 감상하다 줄의 뒤쪽으로 다시 들어가곤 했다.
내 속도로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오늘 새삼 깨닫는다.
양폭대피소에 사람이 이렇게 많는 것도 처음본다. 세상 신기한 구경거리 벌써? 싶게 양폭대피소가 나타났다.
오늘 습도는 높았지만 날이 덥지 않아서 나는 양폭대피소까지 물을 세 모금만 마셨다.
화장실 걱정이 가장 큰 등산이 공룡능선이다.
마침내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양폭대피소에 도착해 세 모금 마시고 남겨두었던 500ml 물통에 남은 물을 한 번에 다 마셨다.
이 순간 넘나 행복!!!!
밀려오는 구름 사이로 살짝 숨어버린 산봉우리들이 너무 신비로웠던 양폭대피소와 마주한 풍경.

양폭대피소를 떠나며 다시 한번 뒤돌아보고 그림 같은 풍경에 인사를 건넨다. 수분보충 하게 해 줘서 고마워!




멋진 천불동 계곡 사진자랑.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하산행렬.
이런저런 난관이 있었음에도 산행이 수월했고 얼마 안 걸렸다고 생각한 것은 조금 어색하면서도 편안했던 오늘 처음 만난 산동무들의 덕이면서 정말 훌륭한 리딩 기술을 가진 리딩님 덕이다.

알레버스를 제외한 안내산악회버스들이 대부분 같은 타임테이블을 가지고 있어서 하산하고 나니 설악동 C지구까지 가는 게 문제였다.
알레는 이 버스들보다 한 시간 빠르게 운행을 해서 버스를 타고 C지구에 가는 게 이렇게 힘든 미션일지 상상도 못 했고 C지구에 도착해 식사를 하는 것도 전쟁이었다.
모든 등산객이 여기 다 모여있었네.
설악동 C지구 가는 버스는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타려면 줄이 어마어마할 수 있으니 조금만 더 걸어 내려가보자. 켄싱턴 호텔이 나오면 그 길 건너편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여기서도 버스를 탈 수 있으며 셔틀버스를 타면 무려 무료이다.
우리는 C지구까지 걸어가려다가 켄싱턴 앞 버스 정류장을 발견하고 셔틀버스를 탈 수 있었다. 식당 도착해서도 주문이 줄줄이 밀려있어 밥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나는 결국 식사를 포기했다.
오늘의 교훈. 공룡능선은 알레버스 아니면 자차로 오자.
오늘 공룡은 다섯 번 통틀어 가장 공포스러웠다.
덕룡산보다 더 공포스럽고 무서웠던 공룡 ㅠㅠ
발 디딜 곳을 찾기 힘든 곳이 많았던 등산로 덕에 다섯 번이나 와서 길을 눈앞에 그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공포스러웠고 그 익숙함이 오히려 더 멘탈 털리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다음엔 꼭 마른땅으로 맞이해 줘.
꼭이요!!!!
🎯공룡능선 오르기🎯
✔️산행거리 : 24.97km
✔️산행시간 : 11시간 40분(뛰뛰빵빵. 서울 교통체증 저리 가라인 공룡능선의 인간체증)
✔️산행코스 : 소공원 - 비선대 - 마등령 - 나한봉 - 큰새봉 - 1275봉 - 신선대 - 무너미고개 - 희운각대피소 - 양폭대피소 - 천불동 계곡 - 비선대 - 소공원
✔️등산은 날씨가 8할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9할 10할이더라. 빙판 같은 바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아300x250'등산일기 Hiker_de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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