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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린이의 등산일기] 지리산 바래봉(정령치~바래봉)
    등산일기 Hiker_deer 2021. 5. 9.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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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천왕봉에 오르면 볼수 있다는 글귀.
    읽자마자 가슴이 웅장해졌다.

    그래서였다.
    지리산에 가고 싶었다.

    지리산 산행글이 올라왔을때 덮어놓고 신청을했다.
    산꼬맹이가 갈 수 있는 산인지,
    내 체력으로 가능한 산인지,
    거리는 어느정도고 난이도는 어떤지는 상관없었다.
    난 지리산에 가야했다.
    (그리고 늘, 모든 산앞에서 난 몰라서 용감하다. 용감하기 위해 무지를 택하는 것 같기도 하다 🤭)

    신청하고 하나하나 알아보니
    천왕봉의 글귀는 볼수 없는 코스였지만
    한국인의 기상이 시작되었다는 그곳에 발이라도 들여놓고 싶었다😳

    토요일 7시.
    양재에서 출발한 우리는 출발하자마자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집돌이 집순이도 뛰쳐나온다는 꽃피는 5월 아니던가. 게다가 오늘은 어버이날!
    효자효녀들의 효도차량과 꽃놀이 차량의 물결속에서 정령치 주차장까지 무려 6시간이나 걸렸다.
    (휴게소에서의 아침식사 30분 포함)

    게다가 가는 내내 시야에 가득하던 노오란 황사와 짙은 미세먼지. 가까운 산세조차도 안보였다.
    -우리 근처 아무산이나 갈까?
    진심인듯 진심아닌 진심같은 말이었다.

    그렇게 걱정을 가득안고 정오가 훌쩍 지난 시간에 지리산에 도착했다. 동네 뒷산인 대모산말고 야등말고 이렇게 늦은시간에 산행을 시작해보는 것은 처음이다😂

    함께한 산동무의 제안으로 국립공원 스탬프투어 여권를 받았다. 어쩐지 블랙야크 100대명산보다 더 가슴뛰는 스탬프북😍

    게다가 지리산국립공원의 반달곰 스탬프좀 보라지!!!!!
    꺅! 저제상 귀여움🙈🙈🙈🙈🙈

    스탬프북을 월출산에서부터 시작했음 좋았겠지만 우리 월출이는 또 보러갈꺼니까~ 괜찮아 괜찮아😻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정령치 표지석을 마주하니
    나 어쩐지 조금은 성장한 산꼬맹이가 된 느낌이다, 데헷!

    간단하게 산에오를 정비를 하고
    오후 1시, 긴 여정을 시작했다.

    <정령치 - 세걸산 - 세동치 - 부운치 - 팔랑치 - 바래봉삼거리 - 바래봉 - 용산리>
    무려 6시간 20분, 14.5km의 산행이었다.

    여전히 먼 곳의 시야가 좋지 않았지만 그나마 하늘은 조금씩 제색을 찾아가고 있었다.

    지리산은 넓게 펼쳐진 산세와 능선이 정말 멋질것 같았는데 멀리까지 보이지 않는 것이 너무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늘 그렇듯,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곳에 다시 올 것이라 이 또한 괜찮았다.

    봄의 연두와 연한 하늘 빛, 이정도의 색감만으로도 정말 감사했다. 내려오는 길에 가득했던 황사를 생각하면 역시 운이 좋구나 생각될 정도였으니까😀

    오늘의 코스는 철쭉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진달래랑 비슷한 꽃, 어쩐지 조금은 촌스러운 색감.
    이정도로만 생각했던 철쭉이 얼마나 예쁜 꽃인지, 철쭉 군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 14km 내내 이어졌다.

    가는 길 곳곳에 양쪽으로 늘어선 철쭉 나무가 어쩐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고, 그들의 비호를 받으며 한발한발 내딛을 때마다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철쭉꽃이 만개한 이곳에서, 철쭉꽃보다 철쭉나무의 처연한 아름다움에 반해버렸다. 희고 가는 가지들이 화사한 꽃보다 더 눈에 와 박혔다.
    여린듯 하지만 강인하고 힘차게 뻗은 가지들. 강한 바람에 유연하게 흔들리면서도 굳건하게 뿌리내린 철쭉나무는 지리산과 참 잘 어울렸다.

    철쭉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들고 왔는데 철쭉이 드문드문 피어있었고, 아직도 봉우리만 맺힌 나무들이 많았다.
    -아직인건가?
    조심스럽게 떠오르던 물음이 부운치를 지나며 보이는 꽃무리에 사라지며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꽃길이 펼쳐진다.
    앞서가던 산꾼님들이
    -꽃길만 걸으세요~
    라며 기분좋은 인사를 건네신다.

    꽃길을 걷자
    저 뒤의 능선을 넘어넘어 이곳에 왔다니, 봐도봐도 믿기지 않더라

    철쭉의 핑크와 연두는 어쩐지 안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팔랑치에서 완전히 깨져버린 고정관념.
    자연에서는 그 어떤 색상도 참으로 조화롭다는 것, 그래서 자연은 위대하다는 것!


    철쭉 꽃이 팔랑팔랑 예쁜 팔랑치를 지나고 눈호강은 다했다고 생각한 순간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은 호젓한 숲길이 나타났다.
    바래봉 삼거리!

    사진에 절대 담을 수 없는 싱그러움과 신비로움이 공존하는 바래봉 삼거리.
    끝까지 눈과 오감의 집중력을 놓아주지 않던 정령치~바래봉 코스였다.

    해가 조금씩 내려앉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조금씩 조금씩 바람이 거세졌다.
    부지런히 오르고 또 오른다.

    드디어 바래봉 도착!
    긴 산행이었다.

    기온이 떨어지고 몸이 비틀거릴만큼의 강풍을 뚫고 계단을 오르느라 살짝 피로가 더해졌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뛰어본다.

    바래봉뜀틀녀🤣🤣🤣🤣🤣

    한국인의 기상이 시작된 지리산에,
    나도 올랐다😆

    배려만랩, 최고의 사진작가, 언제나 든든한 대장형님
    산에서의 니가 참 좋아, 그런데 산이 아닌 곳에서의 너도 당연히 좋을꺼야. 남도산행에 이어 장거리 산행에서는 어쩐지 늘 옆에 있어줄 것 같은 H.
    무쇠팔 무쇠주먹 무한체력, 그 체력의 끝이 있기는 한거냐며~~ 오늘의 막내 J님

    몇번씩 함께 산행을 했던 산동무들이라 마음이 편했고
    지리산의 기운 덕분인지 넷의 주파수가 잘 어우러져 정말 유쾌하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게다가 어버이날이라 그랬을까? 원래 철쭉 시즌에는 사람이 엄청 많다던데, 오늘은 "여기에 우리만 있소~"라고 해도 될만큼 사람이 없었다. 좋고 또 좋고 좋기만 했던 산행에 좋음을 더해주었던 우리만의 지리산 바래봉.

    그리고 나에게 오늘의 코스는, 거리도 난이도도 최고로 만족스러웠다. 너무 힘들지도 너무 수월하지도 않은, 기분좋게 열심히 마음을 다하여 내몸의 모든 근육을 정성껏 움직이며 제대로 운동한 느낌😁

    등산은! 오랜시간 습관처럼 해온 운동, 생활체육인의 일상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온 체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취미생활이 되었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그간 심심해서, 딱히 할일이 없어서🙄 무념무상 운동을 해온 나녀석이 점점 사랑스러워진다. 간만에 날려보는 격한 셀프칭찬, 궁디팡팡😎😎😎

    산꼬맹이는 오늘도 아주 조금 성장했다.
    대모산이 낳고 구룡산이 키운 산꼬맹이를 "산"사회화 시켜주시는 산동무들, 늘 고마워요🤩


    ⛰등산정보 요약⛰
    🎯 정령치 휴게소 주차장 : 종일 주차비 13,000원
    🎯 등산거리 14.5km, 시간 6시간 20분(점심식사 등 쉬는시간 약 1시간)
    🎯 난이도 : 고저가 심하지 않은 능선길이라 등린이 산린이도 충분히 즐길수 있는 코스.
    하지만 긴 거리 때문에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 회귀 : 택시 이용
    바래봉 삼거리를 내려오며 택시기사님께 전화를 하면 용산리에서 픽업해주심.
    정령치 휴게소 주차장까지 택시비 27,000원

    🐷바래봉 맛집-황산토종정육식당🐖
    원래 산채 정식을 먹으려다가, 이렇게 에너지를 쓴 날은 고기를 먹어야지~로 의견이 모아졌다.
    미리 알아둔 집이 없어서 정령치로 돌아가는 길의 택시기사님께 추천 받은 황산토종정육식당!

    두번가세요, 세번가세요, 열번가세요!

    45,000원 매운갈비찜.
    남자둘, 여자둘. 넷이 아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첨엔 양이 너무 적다며 순댓국을 추가로 시켰고, 다먹고 나서 후식 국수를 먹자며 시작했지만.
    저 갈비찜. 진짜 고기만 실하게 가득한 갈비찜이다.
    야들야들한 고기와 적당히 매콤한 양념, 밥없이도 계속 먹을 수 있는 딱 좋은 간!

    산에서 내려오면 뭘 먹어도 맛있다는 것이 진리이긴 하지만 진짜 맛있는 집이어서 참 맛있게 먹었던 저녁식사.

    갈비찜 만으로도 너어어어어무 배가 불러,
    흑돼지 갈비수육 못먹어봐서 넘나 아쉽더라.
    또 와야할 이유를, 이곳에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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