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산린이의 등산일기] 소백산, 너에게 보내는 연서戀書(210816)
    등산일기 Hiker_deer 2021. 8. 17. 00:00
    반응형

    너무 벅차서..
    첫 문장을 무엇으로 시작해야할까.

    지리산 만큼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산이었다.
    지리산은 우연히 보게된 정상석의 문구에 심장이 쿵 떨어지며 마음속에 품게 되었고
    소백산은 우연히 보게된 어떤 블로그 때문이었다.
    얼마나 소백산이 좋았으면 닉네임이 "소백마녀"일까.
    궁금했다.

    이렇게, 시작은 단순했는데 시간이 오래되다보니 마음속의 소백산이 점점 커져갔다.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오늘,
    소백산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대장형님께 소백산에 혼자 갈 생각인데 어떤 코스가 좋냐고 물어 코스를 짜고, 검색에 또 검색을 하며 혼자 소백산을 만나러 갈 준비를 했다.

    -혼자라도 갈꺼에요.
    하며 꿍얼거리던 내가 좀 안타까웠을까?
    대장님이 흔쾌히 산행을 만들어보겠다고 하셨다.
    우리 대장님 맘이 넘나 좋으시지~~~

    천만다행으로 치열한 경장률을 뚫고 소백산행 신청도 성공!

    8월 16일,
    소백산을 만나러 갑니다.

    소백산은 봄이랑 겨울산행으로 유명하고 여름은 땡볕때문에 힘들다고 했던 대장님의 말씀때문에, 휴게소에 들렀을때 쨍하게 뜬 해를 보고 걱정이 왈칵 밀려왔다.

    - 소백산은 여름도 예쁘대요!!!
    라고 우겼던 마음이 쭈글쭈글 쭈구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내가 괜히 우겨서 다들 너무 힘들어지면 어쩌지.
    역시 소백산은 봄이랑 겨울이야. 여름은 별로잖아~ 하며
    다들 여름 소백산을 마음에 안들어하면 어쩌지.
    괜한 걱정으로 마음이 벌렁벌렁 울렁였다.

    연휴 마지막 날이어서 내려가는 도로는 시원하게 뚫렸다.
    어휴.. 교통체증 없어서 참 다행이다.
    별게 다 걱정이고 별게 다 다행이지?
    오늘 나는 어의곡 삼거리에 도착하기 전까지 걱정을 사서하고 만들어서 하고 작은 것 하나하나에 마음이 철렁했다 안심됐다 오락가락했다.

    소백여우!!!!! 스탬프마저도 내 마음을 홀랑 가져간 소백이🦊

    소백산은 국립공원이니,
    어의곡탐방지원센터에서 국립공원 스탬프를 찍고 산에 오를 준비를 했다.

    9시 40분.
    출발합니다.

    어의곡에서 출발하는 산길은 민주지산 느낌이었다.
    나는 이런 산길을 제법 잘 오르는 편인 것 같다.
    민주지산에 이어 오늘 소백산을 오르면서 참 몸에 잘 맞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오르는 길이니 힘든 것이야 당연하지만 덥썩덥썩 보폭을 넓게 오를 수 있는 길이 참 좋았다.
    그리고 지난주 내내 이어지던 귀가막히고 코가막히던 산태기는 오늘로 완벽하게 극복했다.

    여길보고 저길봐도 요정이, 산의 정령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 것 같은 풍경이었다.
    커다란 돌과 바위, 짙고 푸른 이끼, 그들이 공중그네를 탈 것같은 가늘게 늘어진 나뭇가지들, 울창한 숲.

    이미 소백이가 이겼다.
    밀당없이 직진이다!
    난 정말 소백산 좋아!!!!!

    넌 나에게 무지개를 줬어🌈이러니 내가 어떻게 안 반해!

    그런 내 마음에 답이라도 주듯, 나에게만 선사해준 소백산의 무지개!

    초반 오르막 3km가량은 습한데다 바람도 불지 않았다.
    난 이미 소백산이 너무 좋은데 다른 산동무들에게는 덥고 습하기만해서 힘들면 어쩌지.
    하지만 이런 걱정은 발걸음을 떼서 소백이의 품에 안기면 바로 사라졌다.
    이렇게 좋기만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좋아도 되는걸까.

    산에서의 계단은 늘 은혜롭지만 오늘따라 더욱 고맙고 정겹던(?) 소백산의 계단.

    비로봉까지 2km를 남기고 넓은 평상이 나타났다.
    다들 가방을 잠시 내려두고 평상에 앉고 누웠다.
    바람이 불어왔다.
    모두에게서 바람을 환영하는 감탄사가 튀어나왔고
    그제서야 나는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

    여름의 소백산!
    틀리지 않은 욕심이었다🤩

    하늘높이 뻗어오른 나무숲을 지난다.
    한여름같은 더위에 소매를 어깨까지 걷어올렸지만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이내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점심을 먹으며 준비해갔던 얇은 바람막이를 입었다.
    때마침 아주 타이밍 좋게, 토요일날 소백산을 다녀갔던 소백마녀님의 블로그를 정독한 덕에, 소백산이 꽤나 춥다는 정보를 습득해서 각각 긴옷을 챙겼었다.

    이렇게 예쁘고 소박한 오솔길을 지나
    드디어 사진으로 보고 또 보고
    이곳에 오기를 염원하고 또 바라던
    그곳이 눈앞에 나타났다

    곰탕이어도 공사중이어도 내눈엔 너무 예쁘기만 했던 어의곡삼거리에서 비로봉으로 향하는 능선길!
    이미 이렇게 예쁜데 공사가 끝나면 얼마나 예쁠까.

    곰탕이어도 좋았다.
    거센 바람에 빠르게 움직이던 구름이 몽환적이고 신비한 느낌을 자아냈고,
    그렇게 움직이다가 잠시잠깐 멋진 뷰를 보여주기도 했다.

    더 길었어도 좋았을 것 같은 길을 지나 비로봉에 도착했다!
    (블랙야크 100대명산 20번째 인증)

    비로봉🦊, 나의 반달이🐻와 인사해

    오랫동안 바라왔던 소망, 소백산의 풍경에 내가 있다.

    아스라이 보이던 산세도 좋았고 명불허전 소백산 정상의 싸늘한 바람도 좋았다!

    어울렁 더울렁 늘어선 산세가 정겹고 즐거웠고
    그들을 향해 걸어가는 순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또올꺼야! 딱 기다려!
    다음엔 조금더 보여줘. 너의 속내를🦊

    소백산의 찬 바람덕에 오랜 기다림 끝에 받은 새 꼬까옷을 개시해서 어쩐지 더 기뻤던것 같기도 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소백산이 만들어낸 마법이지🥰
    오랜 기다림 끝에 때마침 파타고니아 풀오버를 받았고
    그 끝에 소백산의 차디찬 바람이 있어 안그래도 좋고 또 좋았던 소백산에서 꼬까옷을 뽐내며 소백산과 어우러질 수 있었던거지🤣🤣🤣
    참으로 우연찮게도 산동무들 모두 새 옷을 들고 온지라
    다들 기분좋게 꼬까옷을 개시하며 즐거워했다.
    소백이is뭔들!❤❤

    약 4.5킬로의 천동계곡 하산길은 너무 길지도 험하지도 않아 도란도란 수다를 떨며 내려올 수 있었다.

    어쩐지 소백산의 상징 같은 고목
    정겹고 따스한 느낌의 나무들이 함께해주는 하산길
    완전 쒼나😆😆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이래서 좋았고 저래서 좋았고
    그랬어도 좋았을 것이고 저랬어도 좋았을 것인
    나의 첫 소백산행이 끝났다!

    등산길의 힘듦과 더위와 습도까지도
    내가 소백산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조건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나의 첫 소백산.

    너무 들이대서 미안🙄
    그렇지만 이것은 산꼬맹이가 아주 오랫동안 품어온, 그리고 앞으로도 품어갈 소백산에게 보내는 진실된 마음, 그리고 연서(戀書)

    모든 계절에 찾아갈께.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해줘


    +) 이제는 힘들때 수학의 정석을 펴들고 수학문제를 풀기보다는 소백을 찾아갈 것 같다🙂

    [소백산 맛집-가마골 쉼터]

    식객 허영만 선생님이 찾아 유명해진 집이라고 한다.
    발로 찍은 사진이지만 ㅠㅠ 인생 찜닭이 된 가마골의 찜닭.

    바삭하고 감자의 씹히는 맛이 너무 좋았던 감자전과 고소한 들깨감자옹심이

    주메뉴들 뿐만 아니라 반찬까지 완벽하게 맛있었다.
    이집에 오고싶어서 소백산을 다시 오고 싶어질 정도!




    🎯소백산 오르기🎯
    ✔산행거리 : 12.6km(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 6시간 40분(쉬는시간 1시간 40분 포함)
    ✔산행코스 : 어의곡탐방지원센터 - 비로봉 - 천동계곡
    ✔주차 : 어의곡 주차장 (무료)
    ✔차량이동 : 내차를 부탁해
    - 어의곡탐방지원센터에서 다리안주차장까지 23,000원
    ✔어의곡-천동코스는 산초보 지인이 있다면 꼭 데려오고 싶은 코스. 크고 웅장하고 유명한 산을 접하기 딱 좋을 것 같다

    300x250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