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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쭈의 등산일기] 첫사랑, 월출산_20220402
    등산일기 Hiker_deer 2022. 4. 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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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하고도 2주 전이었다.
    생판 처음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사람들이 가는 1박 산행을 겁도 없이(?) 신청하고
    (걱정인형인 나의 친구들은 신원도 확실하지 않은 사람들이랑 그 먼 곳을 왜가냐며
    한시간에 한번꼴로 나의 생사를 확인받길 원했었던 그시절 ㅋㅋㅋㅋ)
    난생 처음 가보는 머나먼 남쪽지방으로 떠났다.

    처음만나는 사람들과 어색하지 않기위한 친밀감 높이기 전법을 활용하여
    어색어색 열매가 잠시도 침범할 틈을 내주지 않는데는 어느정도 성공했지만
    기와 에너지가 쪽쪽 빨린 힘겨운 하루였다.
    (증말 그땐 그랬지~~~네)

    그리고 그다음날 월출산을 오르고 산치광이가 되었다고 한다.

    산치광이 1주년 기념!!
    은 아니고 ㅋㅋ 어찌어찌 저찌저찌하여 올 봄에도 봄맞이 산행으로 월출산을 다시 찾게 되었다.

    작년과는 달리 이제는 모두 가족같아진 산동무들과 사이좋고 편안한 마음으로 찾은 월출산!
    사람과의 친밀감도 있지만 1년 사이 산과도 참으로 편안하고 익숙한 관계가 된 성장한 산꼬맹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산성대탐방로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원래 산성대 탐방로에는 국립공원 여권 스탬프가 없었다던데 워낙에 찾는 사람이 많아 스탬프를 장만(?)했다고 하셨다.

    날짜 스탬프 큰 것 좀 보소~ 월출산 클래스~~~~!!!

    옛날에야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자랑했지만 나이가 드니 기억도 가물가물하다고 서글퍼했었는데
    그런 한탄이 무색할정도로 작년 월출산행의 기억이 너무나도 또렷하게 한장면 한장면 모두 생생하게 소환됐다.

    다시왔어. 반가워!

    그런데 작년의 기억과 사뭇 다른 것이 있었으니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내 후각을 괴롭히던 묘하고 강렬한 냄새.
    병원생활을 오래하면 알 수 있는 병원냄새 같기도 했는데 산에서 병원냄새가 날리는 없지않은가.
    풀이나 나무에서 나는 냄새인가 싶어 모든 나뭇가지들에 코를대고 킁킁대기 시작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로 괴로워하며 산을 올랐다.
    산꼬맹이 시절에는 오감이 모두 오롯이 산에 집중되어 다른 것이 침범하지 못했는데
    이제 산을 오르는 것이 일상처럼 편안해져서 산을 오르는 동시에 이런 냄새의 공격도 알아챌 수 있게 되었구나 싶기도 했다

    산행 중반즈음, 시골생활을 했다는 산동무들이 알려주어 알게된 냄새의 정체는 비료(퇴비) 냄새였다.
    이즈음이 논밭에 비료를 뿌릴 시기라고 한다.
    4월 초는 산 아래로 드넓은 호남평야가 펼쳐진 월출산이 비료냄새로 가득한 시즌이었다.
    작년과 고작 2주차이일 뿐인데...농업은 정말 시간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군이구나 라는 뜬금없는 깨달음을 얻게된 산행이었다.


    여러겹 껴입었던 옷은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한겹씩 벗어야 했고 드디어 반팔을 입고 운행해야 하는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꽃이 피었다. 태양빛이 찬란하다. 봄이다!

    몸이 달궈질 정도로 짧은 시간 산을 올라 한숨 돌릴 때가 되면 발 아래로 펼쳐지는 드넓은 평야를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푸른 평야와 위풍당당한 월출산의 산세를 함께 볼 수 있고

    더 위로 올라가면 이전에 보이던 풍경에 더해 호수와 월출산의 명물 출렁다리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1년 동안 많은 산을 찾았지만 월출산처럼 기세등등 위풍당당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돌산은 보지 못했다.

    힘차게 솟아오른 암릉은 그 끝이 뾰족하지 않고 동글동글한 느낌이라 누구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포용력과 따스함을 보여주는 듯하고
    봄의 기운을 한껏 받아 연두옷을 입기 시작한 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어준 너그러움이 산세에 그대로 담겨있다.

    한참을 걷다가 돌아보는 산성대 코스의 백미. 월출산의 암릉 능선(?!)은 남해의 공룡능선이라 불릴만큼 장쾌하고 멋지게 뻗어있지만
    이 역시 뾰족하게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지라 굳이 공룡으로 치자면 따뜻하게 부드러운 둘리엄마의 등 같다고나 할까 ㅋ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 시선을 돌리면 깍아놓은 얼음조각처럼 매끈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세가 눈에 들어온다.
    시선이 정신없이 이곳을 훑고 저곳을 훑었다.
    지루함 없이 다채롭고 흠잡을데 없이 따뜻하고 유쾌한 아름다움을 가진 나의 월출산이었다.

    조금일찍 찾아온 봄 덕분인지
    작년에는 미처 피지 못했던 진달래가 개화해 우리의 재방문을 환영해 주었고
    진달래는 촌스럽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하던 나도 진달래가 더해져 알록달록해진 산의 색감에는 배시시 미소를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산의 모든것이 신기하고 낯설고 어렵기만 했던 나에게 사진찍을 곳이 많았던 월출산은 쉴시간이 많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오롯이 사진촬영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모든 빛을 가려버린 인간개기일식😎

    작년에는 오르지 못하거나 오르더라도 덜덜 떨며 가까스로 평정심을 유지해야 했던 곳을 여유있게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세상 여유로움 뿜뿜

    -선생님들, 먼저 가세요ㅠㅠ 저는 어떻게 가야할지 몰라서 조금 생각좀 해볼께요 크헝헝ㅠㅠ
    아주 짧은 밧줄이 늘어져 있던 돌길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맞은편에서 오는 산객 두분을 만났었다.
    먼저 가시라고 해도 나를 돕겠다며 이 줄을 이렇게 잡고 요기요기 밟고 내려오라고 알려주시는데
    그럼에도 얼음이 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심각하게 고민을 더 해봐야겠으니ㅠㅠ 먼저 가셔도 된다고 하자 힘내라는 응원을 남기며 유쾌한 웃음과 사라지셨던 분들.
    그곳에 다시 선 나는 정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두다리로 터벅터벅 돌을 밟고 지나갔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 볼 수 있는 마음이 뻥 트이는 것 같은 풍경도

    정상에 도착하기 위해 올라야하는 힘겨운 계단도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장엄한 풍경도 작년과 그대로 나를 반겨주던 월출산.

    산꼬맹이였던 나는 무럭무럭 자라 마음이 이따만하게 넓은 산주니어가 되었고
    월출산에 목매던 마음을 조금씩 나누어
    가야산, 대둔산, 도락산, 소백산 등에도 놓아두고 왔는데
    역시나 첫사랑은 첫사랑인지라 오르는 내내 혼자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다가 부농부농 애틋했다.

    하산길의 칼바람도 여전했는데
    작년에야 남쪽지방에 태풍이와서 그랬다지만 올해는 뭐지?
    원래 이 구간은 칼바람이 부는가 싶고요.
    -산에는 늘 4계절이 공존한다
    는 산 으른들의 말을 실감한 하루였다.

    작년에는 부끄러워 부탁하지 못했던
    흔들다리에서 사진찍기도 성공!
    모든것을 이루고 간다. 으하하하하!

    작년의 기억에서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그 자리에 새 사람들과 두번째 찾게된 월출산에 대한 새 기억을 가득 채웠다.
    몇번이고 다시 찾게될 월출산의 기억에 가지를 덧붙여 점점 더 풍성하고 따뜻한 나만의 월출산 스토리를 만들어 갈 예정!

    🎯월출산 오르기🎯
    ✔ 산행거리 : 7.32km(트랭글 기준)
    ✔ 산행시간 : 5시간 58분(쉬는시간 1시간 20분)
    ✔ 산행코스 : 산성대입구 - 산성대 - 천황봉 - 사자봉 - 구름다리 - 천황사
    ✔ 주차 : 산성대 주차장 무료 / 천황사-산성대 택시비 약 7,000원
    ✔ 나의 첫사랑, 찐사랑 월출씨. 4월초 비료냄새 심각함 주의😑😑 내년에는 4월초 피해서 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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