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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쭈의 등산일기] 고대하던 월악산인데....(20220409)
    등산일기 Hiker_deer 2022. 4. 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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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 내내 몸이 안좋았다.
    휴가를 쓰고 싶었는데 후배님 두명이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 휴가도 못쓰고 회사에서 내내 골골.
    그럼에도 화요일 걷뛰를 했고
    수요일은 그 여파로 퇴근하자마자 쓰러지다시피하며 운동을 패스했다.
    그리고 좀 괜찮아진듯 하여 목요일 러닝복귀전을 하며...
    울었고 울면서도 기어이 달리기를 마쳤던 독한 나.
    그래서 탈이 났나보다.

    아침부터 몸이 무겁더니...
    배려를 받아 조수석에 탔음에도 멀미를 했다.
    멀미로 말미암은 어지럼증이 하루종일 지속돼
    열에 달뜬 듯 머리가 멍했고
    발은 땅을 짚고 있되, 몸이 흔들흔들 공중에 떠 걷는 기분이었다.

    그런 상태로 다른산도 아닌 월악(!)산을 오르게 됐다.
    덕주사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덕주사 도착하기 30분전 콜택시에 전화해 픽업을 요청.
    덕주사에서 보덕암까지 35,000원으로 요금이 정해져있다.

    덕주사 주차장은 매우 쾌적했다(특히나 보덕암에 비하면!!!)
    이미 멀미를해서 몸이 부유하는 느낌으로 택시를 타고 보덕암으로 향했다.
    보덕암 가는길의 악명은 대장님께 들었는데 직접경험한 보덕암 가는길은 들은 것보다 더 심각했다.
    내가 직접 운전해서 왔으면 들머리 가기도 전에 포기각

    좁은 외길은 차 한대의 바퀴 네개가 오롯이 굴러가기도 버거운데 수시로 맞은편에서 오는 차와 마주쳐야하고
    겨우겨우 도착하더라도 주차할 자리가 있다는 보장도 없는 등산 시작하기까지의 난이도가 최상급이라 하겠다.

    좁은 외길이 끝나는 보덕암. 주차는 혼돈의 카오스!

    기지개를 쭈욱 펴며 멀미가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몸을풀고 들머리로 파워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이런 산 봤어요?
    들머리 시작부터 계단이야.
    나 보통이 아니라고 언질을 주는 듯 시작부터 고도를 확 올려버리는 계단이 쭉 이어졌다.

    "매우 어려움"
    이라고 입구부터 겁을 단단히 주던 가야산 만물상 코스가 떠오르는 길이었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고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됐다.
    몸이 안좋아 늘어지거나 퍼질까 싶어 속도를 줄이지 않고 꾸역꾸역 움직임을 계속했다.

    시간이 얼마되지 않았지만 워낙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되다보니 금세 조망이 터졌다.
    제비봉, 옥순봉, 구담봉에서 맛보기로 경험했던 아름다운 청풍호의 풍경이 내려다보였고, 두근두근 가슴을 설레게 했던 웅장한 월악산의 자락에 내가 올라있었다.

    이른 새벽 서울을 떠날때 흩뿌리던 빗방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잠시 나타났던 월악산의 비예보도 사라졌지만 미세먼지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내 시야가 흐린건지 대기가 흐린건지.. 여튼 둘다 좋지 않고 흐렸다.

    긴 바람막이를 벗지 않고 산행을 해도 될지 알았다.
    이번주 내내 출근길이 스산하고 추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오늘날씨 여름. 털썩.....

    전망대와 데크가 조성되어있는 하봉도 중봉도 아닌 어딘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다 옆을 보니 월악산의 깃대종인 산양에 대한 정보가 나와있었다.
    때마침 같은날 장비벌레 선생님이 울진의 산불때문에 산양의 먹이가 다 불타버린 산에 산양의 사료를 뿌리기 위해 녹색연합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가했기 때문이 산양이 매우 친숙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산양이들! 이렇게 예쁘게 생겼다니!!!!

    경사사 급한 바위가 있는 험한 지대를 좋아한다는 산양이 살기에 월악산은 최적의 장소였다.
    증말...증말 험했거등 🤣

    산에 무선충전기가 있는걸 첨 봐서 매우 신기했음

    식사를 하고 좀 나아졌나 했던 몸이 얼마가지 않아 또 늘어지고 퍼지기 시작했다.
    하아... 오늘은 틀렸어.
    초반에 그렇게 힘들었던 지리산도 중반 이후에는 괜찮아졌었는데...
    하물며 설악산 마저도 내려올때는 팔랑팔랑해져 내려왔었는데 오늘은 시간이 지나도 몸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다.
    망해쪄...

    그래도 사진은 포기할수 없어!
    라기 보다는 사진찍으며 쉬는찬스 획득!!!

    지나온 길도 나아갈 길도 수려하고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월악산.

    정말 크고 장엄한 월악산 줄기의 산들을 오를때마다 느꼈던 벅찬 감동을 정말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월악산.

    영봉이 올려다 보며.우와- 드디어 끝났다 또르륵

    험한 바위와 절벽으로 산세를 보니 저곳 어딘가에 산양이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정말 심장이 쫄깃해지던 아찔한 절벽들.

    블랙야크 100대명산 마흔세번째 인증 - 월악산

    반은 이 세상에 있고 반은 저 세상에 있는 듯한 정신상태와 몸상태로 드디어 영봉에 도착했다.

    정상석이 있는 곳보다 뒤로 펼쳐진 바위와 곳곳이 설치된 벤치에서 사람들이 쉬고있는 모습이 참 평화롭고 한가롭고 유쾌해보였다.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

    이제 하산을 시작하지-

    월악산 줄기!!! 정말 너무 좋아!!!!

    다 끝났다는 마음에 심리적 안정감이 찾아왔다.
    몸이 더 노곤노곤 풀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크나큰 착각!
    하산마저도 녹록치 않은 월악산 되시겠다.

    가파른 계단과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졌다.
    방심할뻔 했다. 휴.

    헬기장까지 내려와 뒤를 돌아보면 범상치 않은 영엄한 기운이 가득한 영봉이 보인다.
    어쩐지, 꽤나, 놀라운 영봉의 모습과 위엄이
    힘들다고 낑낑끙끙대던 나에게 위안을 건네주는 듯 하다.
    이렇게 대단한 봉우리였다고
    이렇게 위엄가득한 산이었다고
    그러니 힘들었을만 하다고.

    내려가는길에도 양쪽으로 펼쳐진 산세는 대단했다.
    가파른 계단과 너덜길에 신경을 잔뜩 곤두세워야 했지만
    두리번두리번하며 시선을 멈출 수 없었다.
    어쩜 이래!!!!
    어쩜 이렇게 멋있어~~~

    하산길에 잠시 들른 마애불.
    자애로운 부처님을 우러러보며 목을 잠시 축일까 했지만 날이 너무 가물어 감로수도 말라버렸다 했다.
    신체적 재난과 자연의 재난이 동시에 일어난 날이었다 ㅋ

    마애불. 자애로운 부처님 다음에는 감로수 나눠주세요😀

    마애불을 지나면 하산길이 완만해지고 길 역시 장비가 잘되어 있어 비로소 빠른 하산이 가능해진다.
    산동무들 모두 지쳤고 시원한(!!!) 물 한모금이 간절했다.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 핀 진달래.
    군락을 이루지 않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진달래 나무는 꽤 아름다웠다.
    촌스러움이라고는 1도 느껴지지 않고 작고 아기자기한 전구장식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듯 했다.

    그리하여 간만에 찍어본 진달래 사진

    계곡에 발 담그고 싶다.
    시원한 물마시고 싶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맥주 마시고 싶다.
    온 신경이 시원하고 싶다 시원하고 싶다 시원하고 싶다로 귀결되던 성급하게 찾아온 여름(!)이 안겨준 신속한 하산의 동인.

    그리하여 마침대 보덕사 도착!
    우와!!!! 끝났다!!!!!

    산행 종료가 이렇게 기뻤던 적도 거의 없었다.
    해냈다.

    엄청 오고싶었던 월악산이었고
    -언니가 좋아할 산이 분명하다
    고 장비벌레선생님도 장담을 하던 산이었는데
    내게 오늘의 월악산은 멀미같았다.

    안좋은 몸이 녹아버리다시피 무너져
    월악산은 산인생 1년 중 가장 힘든 산행이 되었다.
    도락산과 구담, 옥순, 제비봉에서 이미 느꼈던 월악산의 황홀한 산세는 역시나였고
    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청풍호는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웠으나....
    오늘 미세먼지 무엇 ㅠㅠ

    그래서 다음에
    컨디션 좋은 날 또 가야겠다!
    그때는 분명 하늘도 쾌청할꺼야....또르륵..

    +) 덕유산 영구종주보다 더 힘들었....쿨럭!

    🎯월악산 오르기🎯
    ✔산행거리 : 8.1km(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 5시간 30분(쉬는시간 1시간 포함)
    ✔산행코스 : 보덕암 - 하봉 -중봉 - 영봉 - 송계삼거리 - 마애불 - 덕주사
    ✔주차 : 덕주사 주차장(무료)
    ✔덕주사에서 보덕암 택시이동(정액 35,000원)
    ✔보덕암은 차댈곳이 많이 없는데다 가는길이 매우 좁은 외길이라 운전하기가 만만치 않아요🤧 덕주사에 주차하고 택시를 이용한 것은 신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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