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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쭈의 등산일기] 쫓비산 + 청매실농원_20220320
    등산일기 Hiker_deer 2022. 3. 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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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때쯤 모임 사진첩에 올라온
    광양에 매화를 보러 다녀왔다는 사진을 보고 병이 시작됐다.
    가보고 싶다 병.

    친구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호들갑을 떨었더니
    나의 훌륭한 친구는 쿨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홍쌍리 여사네잖아

    그렇게 해서 이곳이 어딘지 알게 되었다 ㅋ

    언젠가는 꼭 가봐야지 하며 마음에 갈무리를 해두었는데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꿈에서나 볼법한 풍경을 보게 되었다.

    원래는 지리산과 통영 미륵산의 조합이었던 1박 2일 산행이 매화 절정기에 맞추어 쫓비산으로 변경되었다.
    늘 유연하게 산행 스케줄을 운영해 주시는 대장님께 무한 감사!!!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몽롱함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7시 반, 사량도에서 나가는 첫배를 탔다.
    1시간가량을 달려 광양에 도착.
    일행 중 일부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둘째 날 산행을 포기했지만 다행히도 산행지가 유명 관광지여서 청매실 농원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덕분에 우리도 들머리 날머리를 달리 한 산행을 편히 할 수 있었다.

    토끼재에서 산행을 시작.
    대장님은 이런 길이 옛 등산로라고 했다.
    좁고 가파른 흙길에 솔잎과 나뭇잎이 폭신하게 깔려있었다.
    굉장히 운치 있었던 길

    빼곡한 상록수 사이로 진달래나무가 무성했다.
    잎을 갖지 못한 진달래나무는 백발마녀를 연상케 했다

    분홍 꽃이 피면 180도 달라질 백발마녀진달래 군락지

    쉼 없이 오르막이 계속됐다.
    삼거리까지는 쭉 오르막.
    아주 잠깐씩 완만한 길이 나타나지만 그 외에는 쭉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
    하지만 길이 정말 기분 좋게 폭신하고 예쁜 데다가
    나무들이 정겨워서 즐거운 산행이었다.
    벌레의 공격이 없고 춥지도 않은, 딱 등산하기 좋은 찰나의 봄이었다.

    빠르게 뛰는 심장이 피를 돌게 해 몸이 따뜻해졌다.
    싸늘하게 식었던 마음이 조금은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섬진강과 매화마을의 뷰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오른 쫓비산은
    삼거리에 가기 전까지 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거의 없다.
    아스라이 보이는 섬진강은 빼곡하게 엉켜있는 진달래나무 등에 가리어 잘 보이지 않는다.
    삼거리에서도 울창한 나무 사이로 슬쩍 보이는 정도.
    원래는 삼거리만 찍고 하산할 생각이었지만 계획보다 산행이 빠르게 이루어져 쫓비산 정상을 찍고 다시 돌아 하산을 하기로 했다.

    데크가 있는 정상석은 증말증말 오랜만!

    길게 펼쳐진 섬진강을 따라 옹기종기 작은 마을이 조성되어 있었다.
    동화 속 풍경 같았다.

    윤후아빠 윤민수님의 레게머리를 연상케 하는-나무가 울창한 밭고랑 같은 산자락이 길게 뻗어 내려왔고
    그 아래 작은 마을들이 군락을 이루고
    평화로운 섬진강 물줄기와 모래사장, 그 건너편의 산간마을까지.
    누군가가, 예쁜 풍경 만들어 주세요!
    라는 부탁을 듣고 정성 들여 만들어 놓은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왔다.
    하산은 좀 완만할지 알았는데 꽤 경사가 가파르다.
    쫓비산, 은근 빡센 산이었네 ㅋ
    하산길 내내 두근거렸다.
    꿈결 같은 매화가 언제 눈앞에 나타날지 몰라
    계속 설레는 길이었다.

    어쩐지 갑자기 눈앞이 확 열리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듯 매화농원이 나타날 것 같았고
    갑자기 매화마을 전경이 눈앞에 뙇! 하고 나타나면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고장 난 로봇처럼 그 앞에서 멈춰버릴 것 같았다.

    나무들 사이로 멀리 흰 매화가 보이는 것 같았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눈앞에 매화가 만발한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알고 있었지만
    예상하고 있었지만
    산쭈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아닌
    상상을 뛰어넘은 현실이 되어 나타난 청매실 농원의 풍경

    매화군락과 섬진강은 세계 어느 절경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매화시즌에 청매실농장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1시간에 0.5km를 거북이처럼 이동해야 하는 1차선 도로 위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산행을 통한다면 기다리는 시간 대신 열심히 두발을 움직여 찾아갈 수 있음 ㅋㅋ)
    사는 동안 한 번쯤은 꼭 찾아가 보길 권하고 싶은 곳이었다.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아요.
    열심히 하산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매화밭을 마주했을 때,
    이 풍경을 사는 동안 또 보게 된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죽을 때까지 영영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가고 싶은 곳이 참 많은데
    그곳에 진짜 가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운이 좋은 삶이다.

    🐷쫓비산 맛집🐷
    광양은 아니지만 서울에 올라간다면 이동경로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하동에 있는 삼미식당을 매우 매우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동네맛집! 찐맛집!

    두부돼지찌개 한상. 1인분 8천 원!


    🎯쫓비산 오르기🎯
    ✔산행거리 : 6.1km(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 2시간 30분
    ✔산행코스 : 토끼재-삼거리-갈미봉-쫓비산-삼거리-청매실농원
    ✔다시 못 본다 해도 평생을 못 잊을 풍경. 눈에 가슴에 머리에 한가득 담아 돌아온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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