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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설악산 서북능선_20220917
    등산일기 Hiker_deer 2022. 9. 1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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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일기는 늘 매번 버라이어티 하다.
    https://jinnia.tistory.com/m/666

    [산린이의 등산일기] 드디어, 설악산

    걷는다. 따릉이 탄다. 아니면 자차다. 이런식으로 최대한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던 내게 고터란.. 먹거나 쇼핑하라고 있는 곳인줄만 알았지. 버스타는 곳이라는걸 새삼 깨닫게 되는 오늘. 속초행

    jinnia.tistory.com

    https://jinnia.tistory.com/m/746

    [산쭈의 등산일기] 드디어 공룡능선_20220625

    산을 다니는 사람들이 "산,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대화를 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공룡능선"이다. 산으른들이 공룡능선에 대해 어쩐지 으스대듯(;;;;) 이야기하고 자랑을 늘어놓을 때 대

    jinnia.tistory.com

    설악산 일기를 쓰려면 심호흡을 크게 훕훕훕 세 번은 하고 시작해야 한다.
    늘 나에게 커다란 이벤트를 안겨주는 설악산.

    첫 설악산에서 호되게 당하고 설악은 엄두도 못 내다가
    공룡능선의 화려한 네임밸류에 끌려 다시 가본 설악산은 인생 최고의 산이 되었다.
    그리하여 내 사랑 설악산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 도전한 나의 세 번째 설악산, 서북능선 코스.

    전날 비 소식이 있었지만 정오 즈음에는 맑게 갠다는 일기예보가 우리에게 설렘을 더해주었다. 비에 젖은 길은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왜 때문에 정오부터 맑게 개인다는 예보만 보이는 것 같은 느낌.

    한계령 삼거리를 지나 대청봉에 가다가 살얼음이 깔린 무시무시한 바윗길에서 무한 넘어짐을 반복하던 나는 비에 젖은 바위가 너무나도 걱정됐지만, 이미 늦었다.
    게임은 시작되었다.

    지난밤 서울은 폭우 수준으로 장대비가 쏟아졌고, 4시 반에 모여 출발한 우리가 설악산으로 향하던 중에도 비가 왔다.
    이쯤 되면 아몰랑~의 정신세계로 무장해야 한다.
    걱정해봤자 머리만 지끈지끈.

    무거운 몸을 이끌 수 없어 차에서 대충찍은 장수대 분소 ㅋㅋㅋ

    설악산 장수대 분소에 도착.
    아침을 먹고 정비를 마친 후, 택시를 타고 한계령 휴게소로 이동했다.
    5명인 우리를 흔쾌히 한차에 태워주신 기사님!
    물론 아이오닉에 낑겨진 성인 5명은 괴로웠지만 10분 정도의 거리라 괜찮았고, 한편으로는 그 10분이 구불구불 구토를 유발하는 산길이라 난 숨고 못 쉬게 낑긴 가운데 급발진한 멀미 덕에 이미 몸과 마음이 가출을 해버렸다.

    오늘 산행의 시작점, 한계령 휴게소

    한계령 휴게소는 자욱한 곰탕이었고 매우 습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빗속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공기 중의 수분이 엄청났다.

    첫 설악산, 해도 뜨기 전인 새벽에 도착한 이곳에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있었고 국립공원 설악산의 출입이 허해지는 시간이 되자 헤드랜턴을 낀 그 인파가 줄을지어 산을 올라 마치 옛날 옛적 봉화를 올라는 모습이 재현되는 것 같았었다.
    그때의 신기함과 신비로움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신성한 축제같았던 어둠속의 설악산.

    한계령, 진~~한 곰탕으로 우려내지는 중

    이른 아침의 한계령은 한산했다.
    줄을 설 필요도 없이 우리의 속도로 오를 수 있었지만 어쩐지 다들 지친 모양새로 매우 느리고 힘겹게 산행을 시작했다.

    호된 추위에, 어둠 속의 산행을 해야 했던 지난 한계령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한계령 삼거리까지의 오르막이 너무나도 힘들었고 그 때문인지 가도 가도 나오지 않는 것 같았던 한계령 삼거리였다.

    드디어 도착!!!

    이즈음 오늘 무박 버스를 타고 지인들과 같은 코스를 먼저 오르기 시작한 장비벌레슨생님 임뀨뀨양에게 온 카톡을 발견했다.
    (실은 밤에 비가 왔어서 산행을 포기했겠거니 생각했는데 이 대단하신 분들은 어둠 속의 우중산행을 거쳐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임뀨양이 우리에게 주겠다던 물건이 있었는데 "먼저 간 귀때기청봉에 숨겨두면 찾아갈까?"라고 장난으로 던진 말이 현실이 되었다.

    이미 한계령 삼거리에서 지쳐버린 몸이라 하산이 강렬하게 하고 싶었지만 귀때기청봉까지 어떻게든 가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었다.
    러블리한 보물찾기

    한계령 삼거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청봉 쪽으로 올랐고 우리는 반대편의 길을 택해 귀때기청봉으로 향했다.

    갑자기 등산로가 원시림의 어드메쯤인 것처럼 변했다.
    울창하고 우거진, 좁은 길을 잘 헤치며 걸어야 했다.


    - 오기 전에 후기를 딱 하나 찾아봤는데 설악산 서북능선이 '대한민국 최악의 너덜길'이래요
    라던 나의 말에
    - 너덜길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데? 그냥 너덜길의 돌이 아니고 거기 있는 바위들은 차 만해
    라던 대장님.
    바위가 차 만하다굽쇼? 빵빵 붕붕~ 이 자동차 말씀이십니꽈?
    라며 이게 또 웬 산으른의 허풍인가 싶었는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원시림의 길을 지나 갑자기 눈앞에 바윗 더미가 펼쳐졌다
    바위가 차 만했다
    바위가 집채만 했다.

    그리고 공기 중 습도는 더욱 심각해져 안개비가 내리는 수준이 되어 우리는 비를 맞듯 젖어갔고, 커다란 바위들은 이미 새벽에 내린 비와 계속되는 습도 99.9%의 상태에 아주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래, 이 길은 너덜길이 아니다

    이런 길은 그냥 우리가 흔히 쓰는 너덜길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안된다.
    다리를 한껏 찢듯이 벌려야 오를 수 있는 대왕 너덜길
    몸과 마음을 거덜내는 거덜길
    정도로는 표현을 해주어야 한다.

    곰탕이 아니었다면 이 역시도 매우 이국적이고 생경한 풍경이 되어 아름다울 수 있었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자욱하게 내려앉은 구름인지 안개인지 구분이 안될.. 여튼 눈앞을 가로막은 짙은 장막 덕에 한 치 앞 분간이 어려웠던 우리에게는 묵묵히 밟고 조심히 지나가야 할 길일뿐이었다.

    저 아래까지 펼쳐진 대왕 너덜길은 얼마나 신비로울까
    설악산의 첩첩산중을 배경으로 한 이 거덜길은 얼마나 위대해 보일까

    아쉬웠다.

    아쉬움에 남긴 사진에도 아쉬움이 잔뜩 묻어있네🤣🤣🤣

    설악산 서북능선 등산로를 한마디로 정리해보자면
    대왕 너덜길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원시림의 좁은 길이다.
    자고로 국립공원이라 함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아주 잘 정비된 등산로가 상징이지 않습니꽈!!
    서북능선의 길은 설악산이 누가 손댈까봐 꽁꽁 숨겨둔(응.. 혹은 버려진;;) 등산로가 분명합니돠!!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원시적일 수가 없... 쿨럭!!

    귀때기 청봉까지 가는 길은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대왕 너덜길을 정복하기 위한 무한반복 훈련을 받는 것처럼, 시간 감각이 무뎌져 전후를 구분할 수 없는 비슷한 대왕 너덜길이 끝없이 펼쳐졌다.
    그때마다
    - 아까 그 길 아냐?
    라며 비명에 가까운 감탄(?!)을 쏟아내는 D언니 덕분에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귀때기청봉에 도착!!!!
    시간과공간의방에서 호된 훈련을 마치고 대왕너덜길을 정복하여 귀때기청봉에 도착했다.

    한계령에서부터 10km는 온 것 같은데 고작 3.9km

    -자, 이제부터 보물 찾기를 시작하지

    빼꼼히 보이는 임뀨양의 숨겨진 보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했고 지친 몸과 마음에 팡팡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
    이렇게 귀여운 이벤트라니!!!
    산행을 같이해도 좋지만 같이 안 하면 이리 설레니 늘 한 발 먼저 보내드려야 할까 봐요~ 장비벌레슨생님!

    보물찾기!
    로맨틱!
    성공적!!!

    귀때기 청봉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긴긴 길을 나섰다.
    일기예보대로라면 이쯤이면 원래 해가 반짝 나오고 위대한 설악산의 장엄한 풍경이 나타나야 하는데 틀렸나 보다.
    오늘은 곰탕 속의 허우적댐으로 끝날 산행인가 보다.

    거덜길에서 거덜나고 너덜길에서 너덜너덜해진 우리는 이미 희망 따윈 버렸다.
    그리고 중탈의 너그러움 따윈 없는 서북능선 코스인지라 무조건 끝까지 가야 했다.

    또다시 너덜~

    미끄러지지 않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돌밭에 발을 내딛는다
    그러다 내가 무엇을 발견했냐면!!

    임뀨뀨양의 가방에서 떨어진 드림캐처!!!!
    세상에나 신기하게 먼저 간 그녀가 잃어버린 드림캐처를 우리가 발견했다.
    오늘의 설악산은 참 신기하고 정감 있는 이벤트로 가득하네~
    임뀨양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우린 다시 길을 나선다.

    잠시 하늘이 열리는 듯했다.
    정말 아주 짧은 찰나. 순식간에 희뿌연 구름이 아주 옅어지며 드러난 듯하다가 사라졌다.
    선명하지도 않게, 이렇게라도 잠시 하늘이 열릴 때면 서북능선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끝끝내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너, 서북능선.

    계단조차도 귀하디 귀한 서북능선 코스에서 계단이 나오면 넙죽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렇게나 편한 길을 내려주시다니요~~

    예전에 어디선가
    설악산을 흐린 날 가게 되어 설악산의 장엄한 풍경을 볼 수 없다면 그것은 고된 행군이나 다름없다는 설악산 후기를 보았는데 그 고된 행군을 우리가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험한 길이 비에 젖어 우리를 비롯한 모든 등산객들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의문인 게 비에 젖지 않았던들 이런 길에서 속도를 낼 수 있을까 싶었다.

    날아가면 안돼~ 반달이🐻🐻🐻

    흰 배경을 인위적으로 깔아놓은 듯한 1408봉에 도착!
    후다닥 반달이를 얹어 사진을 찍고 다시 길을 나선다.

    1408봉 부터는 대왕너덜길은 없고 아주 조금씩 길이 편해질 것이라 했지만 그래 봤자 서북능선 ㅋ
    사방으로 뻗어 나온 나뭇가지들이 옷과 가방에 걸려 나의 발길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고 팔과 얼굴을 할퀴고 때려 비명을 자아냈다.

    그래도 설악은 설악이어라.
    높은 산에 핀 야생화들은 아름다웠고
    붉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설악의 가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아주 잠깐씩 짙은 구름 사이로 나타난 명불허전 설악산의 날카롭고 웅장한 풍경은 아마도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을 것 같다는 예언을 하는 듯했다.

    내내 곰탕속을 걷다 보니 오늘의 베스트 포토는 날카롭게 솟은 설악산의 암봉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 아닌 태곳적 신비를 보여주는 것 같은 원시림 속의 커다란 나무와 찍은 사진이었다.

    오늘 유난히 컨디션이 안 좋은 산동무가 있어 우리의 산행속도는 계속 느려졌다.
    자주 쉬고 자주 기다렸고 덕분에 나는 덜 지쳤다.

    대승령에 가는 길,
    한계령에서 부터 8.3km를 왔다는 표지판이 있었고
    그 앞에서 산동무 하나는
    - 우라지게 걸은 것 같은데 8.3km 밖에 안왔대!!!!
    라며 비명을 질렀다.
    서북능선길은 이러한 육두문자가 난무할만한(?) 길이긴 했다.
    영원 속을 걸어온 기분인데 고작 10km도 안 걸었고 걸음수도 15,000보 정도였다.
    이것이야 말로 매쥑.

    그리고 곧, 또 다른 마법이 펼쳐졌다.
    하늘이 파랗게 ... 아주 파랗게 열렸다!
    이미 너무 지쳐 뷰를 보기위해 어느 바위엔가 올라가는 것은 할 수 없었지만 그냥 이렇게 탐방로에 서서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

    오는 내내 이렇게 환상적이었을 풍경을 우리는 다 놓치고 걸어왔다
    어쩐지 억울하면서도 리벤쥐매치를 위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계단 -즉, 현대 문명의 은혜- 이 거의 없는 서북능선인데 간혹 계단이 있어도 이렇게 심각하게 가파르거나 심지어 덜덜 흔들리는 계단도 있어 계단마저도 긴장하며 조심히 가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의심스럽다.
    이 코스를 날씨 좋은 날 다시 온들, 속도를 낼 수 있을까?
    궁금증 해결은 다음 기회에!!

    멋진 하늘을 배경으로 별다른 뷰가 없는 대승령마저도 이렇게나 예뻤다.

    사랑스런 내 반달이

    이제 진짜 하산이다.
    길었는데 길지 않았습니다.
    많이 걸었는데 많이 걷지 않았습니다.
    마법의 시간이었던 것 같은 서북능선 산행을 끝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승폭포 전망대

    하늘은 붉게 타오르는 석양으로 또 다른 마법의 시간을 선사해주었고

    이내 짙은 어둠으로 마법의 문이 닫혔다.
    그리고 우리는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돌아왔다.

    설악산 서북능선,
    리벤지 매치를 준비합니다.


    🎯설악산 서북능선 오르기🎯
    ✔산행거리 : 13km(트랭글 기준. 진심 믿을 수 없는 13km ㄷ ㄷ ㄷ 체감상으로는 20km 이상)
    ✔산행시간 : 11시간
    ✔산행코스 : 한계령휴게소 - 삼거리 - 귀때기청봉 - 1408봉 - 대승령 -대승폭포 - 장수대
    ✔주차 : 설악산 장수대분소(무료), 한계령까지 택시이동(2만원)
    ✔설악산 서북능선 등산로는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어려운 등산로 같았고, 등산을 이제 1년 반 다닌 나에게는 가장 어려운 산행이었다
    서북능선, 뤼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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