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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경축! 첫 원정혼산 - 용문산
    등산일기 Hiker_deer 2023. 6. 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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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원정혼산이라고 쓰고 보니...
    그냥 첫 혼산이지 싶다.
    동네 뒷산인 대모구룡산 말고는 혼자 등산하는 것은 처음이니... 인생 첫 혼산이 맞을지도!

    용문산 정상석 사진을 처음 보자마자, 용문산은 내게 숙제가 되었다.
    꼭 올라아하는 산, 가서 꼭 저 정상석의 은행잎이랑 사진을 찍어야 하는 숙제를 해야 하는 산!
    대체 왜 이런데 의미를 부여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내 성격이 좀 이상한 걸로...

    그래도!
    은행잎대학교 출신의 산치광이라면 용문산 정상석에서 꼭 사진 한 장 찍어줘야 하는 거 아닙니꽈? 중기선배!?!?

    나의 숙제, 용문산은 산을 알아가면 갈수록 욕 나오는 산이라 하여 욕문산으로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최단코스가 참으로 유명한 산.
    용문산행이 있는 모임이나 소셜을 기웃거렸으나 다들 최단코스로 정상석만 찍는다 하여 어쩐지 가슴이 웅장해지는(대체 왴ㅋㅋㅋ) 용문산은 어쩔 수 없이 나의 첫 혼산으로 당첨되었다.

    정상석을 보고 숙제를 품는 성격 못지않게 최단코스도 썩 좋아하지 않는 성격.
    이런저런 이유로 용문산은 운명인 건가?


    혼산을 앞두고 긴장을 엄청 많이 했었다.
    알레버스나 안내산악회로 혼산을 가면 가끔 혼자온 사람들과 말벗을 할 수도 있다는데 나는 오늘 자차로 출발하는 거라 완벽하게 확신의 혼산이었기 때문이다.

    산동무, 가방씨와 반달씨... 그리고 바람막이씨?? 🤣🤣

    그렇지만 혼산. 처음부터 엄청 좋아짐.
    계획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지만 미안해야 할 사람도 없고 지각비도 없다.
    먹고 싶은 아침을 느긋하고 배부르게 챙겨 먹고 고양이랑 잠시 놀았다.

    콜비잭 치즈토스트!! 눙물나게 맛있음♥❤❤❤❤❤

    도로로 나갔더니 도로 정체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목적지에서 날 기다릴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느긋하다.
    창문을 열고 음악 볼륨을 한껏 높이고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며 용문산으로 가는 길.
    혼산- 생각보다 좋은걸?
    이라는 생각이 몽글몽글 자리 잡았다.

    용문산관광단지 소형차량 전용 주차장에 주차했다.
    주차장은 매우 여유 있었다.
    내 생각보다 많이 늦은 산행이라 마음이 쪼꼼 급했다.
    보통 6시간 걸린다는데 너무 늦게 내려올까 봐... 그나마 안심이었던 것은 여름이라 해가 늦게 질 테니 그전에는 내려오겠지 싶었다.

    10시 45분. 산행을 시작한다.

    관광단지 답게(?) 귀엽네

    자타공인 길치. 심각한 직진본능으로 시야가 좁은 나는 넓고 환하고 평화로운 관광단지 길에서부터 긴장을 잔뜩 했다.

    용문사까지 가는 길은 누구도 길을 잃지 않을 것 같았는데 나만... 긴장하고 움찔움찔 걸으며 수시로 지도앱을 확인했다.

    그리고 보이는 지도는 다 소중히 찍어 갈무리했다.
    용문산이기에 다행이지 길고 긴 산행이었으면 어쩔 뻔.

    혼산인지라 가기 전에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그중 상세한 블로그 하나를 여러 번 읽었는데
    1. 친구를 데려갔다 친구에게 손절당했다 함🤣🤣
    2. 시작고도가 매우 낮아서 정상고도까지 거의 맨땅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함
    3. 등산과 하산코스를 달리해서 장군봉을 지나 상원사로 내려오는 코스도 있으나 길눈이 어둡다면 절대 왔던 길로 내려오라고 당부함
    위의 내용을 가슴속에 곱게곱게 담아두고 산을 올랐다.

    용문사까지 조금 올라가다가 체크한 고도. 208m이다.
    등산코스 중 상당히 밑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맞긴 하다.

    용문산 정상까지는 4.5km!!

    용문사까지는 아주 잘 포장된 편하고 예쁜 길.

    은행나무 근처까지 오면 다른 길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게 등산로 입구라는 커다란 안내표지를 만날 수 있다.
    ❤고마워요~ 길치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용문사의 큰 은행나무도 만난다.
    은행잎대학교에도 엄청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는데 성상이 좀 다른 것 같다.
    그나저나 은행나무님, 살짝 토끼같이 생기셨넹

    용문사 은행나무를 지나자마자 정상이 3.4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개꿀! 1km를 거저먹은 느낌이다.

    본격 등산이 시작되었다.
    악명이 자자한 것과는 다르게 아직까지는 순한 길이고
    옆에는 엄청 깨끗한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계곡 산행은 보통 엄청 습하고 뜨겁기 마련인데 오늘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계곡을 걷는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요정도의 길도 계곡이라면 당연한 거잖아요? ㅋ
    명지산과 우열을 가르기 힘들 만큼 악명이 자자한 용문산이었는데 아직 나에게는 명지산 발끝에도 못 미친 유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길도, 명지산과 비교하면 꿀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길이다!
    물론 설악산 서북능선등과 비교하면 완죤 베이비 돌길이다.
    하지만 오늘 욕문산과 대결할 산은 명지산!

    우렁찼던 계곡물소리가 졸졸졸 귀엽게 바뀌었고 깊은 숲 속에서 들을법한 예쁜 고음의 새소리가 나를 따라왔다.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오늘의 산동무 용문산 지형지물님께 부탁해 사진을 찍어보았다.
    똥손이다. 그래도 하늘은 예쁘네!

    엄청 가파른 돌무더기 길이 나타났다.
    그래도 역시나 명지산보다 나은 점이라면 사람의 손길이 닿았다는 것이다.
    옆에 안전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어 줄을 잡고 돌을 오르니 한결 수월했다.

    등산로에 사람도 없었고 산마다 성황당처럼 줄줄이 늘어져있는 등산동호회 띠지도 없었다.
    몇 번을 길을 잃을 뻔했다. 그나마 가끔 보이는 산불조심 띠지를 따라 올라가다가 저 울타리들 덕분에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서너 번 길을 헤매고 나서는 장군봉으로 돌아서 하산하려던 계획을 접어버렸다.

    역시나 똥손인 지형지물 산동무의 사진. 그래도 숲은 싱그럽다.

    용문산 등산로는 올해 보수공사 예정이라고 한다.
    아마도.. 계단이 생기지 않을까?
    용문산의 얼기설기한 바윗길은 더 이상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고 욕문산이라는 별명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르겠다.

    평상이 세 개 정도 늘어서 있는 곳에 도착했다.
    계속 계곡이 함께한 숲길이다 하늘이 나타난지라 정상인가??? 싶었는데, 응! 아니래! 정상까지 아직도 900미터 더 남았다.

    올라오면서 본 사람이라고는 동네바이브 가득한 아주머니(마당바위에서 하산하심)와 험한 돌밭을 올라가는 나를 지나쳐 하산하는 산객 두 명이었다.
    돌밭에서 길을 잃어 하산하시는 두 분께 길을 물으려 돌아본 순간.. 그분들이 아주 듣기 싫은 감탄사(!)를 내지르며 계곡물에 볼일을 보고 있어 길을 물어보지도 못했고 내려가며 물놀이를 하려던 계획도 꾸깃꾸깃 접어버렸다(개 짜증!!!)

    여튼 그렇게 사람이 드문 산길을 오르는 내내
    용문산이 진짜 인기가 없는 산이긴 한가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등산객이 없을 일인가 싶었는데 정상을 900미터 앞둔 곳에서 머리 위로 하늘이 나타나며 등산객들도 함께 나타났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유쾌했고 파란 하늘에 그림같이 떠있는 구름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 정상까지 900미터인데 이게 한 시간 걸린단다!
    라는 산객들의 대화를 뒤로하고 묵묵히 산을 올랐다.

    여기서부터 아직도 한 시간이라고요?
    대체 길이 얼마나 험하다는 거야 싶었지만 별 수 있나? 올라야지.
    다행히 뒤를 돌아보면 예쁜 풍경이 있어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진짜 900미터를 오르는데 40분이 걸렸다.
    계단이 있으면 한 칸 한 칸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았고 바위들은 설악산처럼 차채만 하지는 않았지만 오르기 쉽지 않은 경사도와 모양을 가지고 있어 느릿느릿 갈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천천히, 느릿느릿 한걸음 한걸음을 더해 드디어 정상 도착!

    상승고도는 949m-그 어느 높은 산도 부럽지 않은 상승고도 ㅋ

    은행잎대학교에서 놀러왔습니다~

    은행잎!!!
    내가 이거 보자고 올라왔잖아!
    숙제 다 했다

    산객님이 찍어주신 사진! 역시 사람손이 최고시다. 블랙야크 100대명산 59번째 인증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시는 산객분들의 다정함에 마음이 몽그르르 부드러워졌다.

    정상에서 조금만 내려가서 왼쪽으로 살짝 틀어 들어가면 최고의 휴식장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야겠다 결심하고 산동무 셀카봉에게 사진을 부탁해 봤다

    역시 똥손이다 ㅋㅋㅋ

    똥손이라기 보다는 똥각(!)인가 ㅋㅋㅋ
    셀카봉과 친밀감은 차차 쌓아가기로 하고 점심으로 싸 온 떡을 주섬주섬 꺼냈다.

    오늘도 뷰맛집에서 늘어지게 쉬었다.

    사진을 찍고 싶다는 산객들이 오시기 전까지 산멍을 때리다가 자리를 바꿔드렸다.

    - 여기 뒤태 맛집이더라고요!!
    라고 유쾌하게 웃으시며 내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폰을 건넸다.

    자! 이제 진짜 하산하자.
    다행히 하산길엔 산객 몇 분 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해서 길을 모를 때마다 잠시 기다렸다 따라가면 되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계곡이 나와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발을 담그고 싶었는데 아까.. 올라가는 길에 본 계곡에서 볼일 보던 아저씨 두 명 때문에(비록 그 찌꺼기들이 다 흘러갔다 하더라도) 그럴 마음이 안 생겼다.
    그냥 앉아서 계곡물을 바라보며 물멍의 시간을 즐겼다.
    - 님들아 젭알!! 등산할 때도 개념을 꽉 붙들어 매 주세요 쫌!!!

    오르는 것만큼 내려가는 것도 수월하지 않은 길이었지만 역시나 계곡길 하산이 이렇지~라는 생각이었다.
    딱히 애정하는 산이 되기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욕문산이라고 욕먹을 만한 산도 아니지 않은가~라는 마음으로 산행을 마무리했다.
    명지산은 등산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올랐고, 그것도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어서... 다시 가지 않는 한은 영원히 내게는 - 싫어하는 사람 생기면 꼭 데려가고 싶은 산!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ㅋㅋ

    지금의 나는 꽤 많은 산을 갔고 힘들다는 길도 많이 걸어본지라 용문산 정도는 좋은 운동이었다!로 마무리 할 수 있는걸~
    절대 은행잎대학교랑 연결해서 그러는 것은 아님!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넋을 빼앗기는 듯한 명지산과 욕문산 중... 여전히 나에게는 명지산이 더 거지같...은걸로!


    🎯용문산 오르기🎯
    ✔️ 산행거리 : 12.5km
    ✔️ 산행시간 : 4시간 40분(사진 찍고 밥 먹고 물 멍한 시간 포함)
    ✔️ 산행코스 : 용문산관광단지 - 용문사 - 마당바위 - 가섭봉 - 원점회귀
    ✔️ 주차 : 용문산관광단지 주차장(주차비 3,000원)
    ✔️ 용문산, 괜찮아유~ 계곡산행이 다 그렇쥬 뭐~ 꽤 높은 고지까지도 계곡이 이어져 물놀이하기엔 최고의 산일 듯!

    주차비 외, 용문사 입장료는 없어졌드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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