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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방암 간병일기] 병원 결정
    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25. 2. 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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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두 번째로 예약이 잡힌 강남 세브란스에 가는 날이고 첫 번째 예약 잡혀 다녀온 이대목동병원에서 추가로 시행한 MRI 등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이다.

    예약 시간은 세브란스 9시 10분, 이대목동병원 4시 15분.

    세브란스 정준 선생님이 이대병원 갔었는데 왜 여기 또 왔냐고 물으시기에 집이 가깝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대병원은 왜 갔냐고 또 물으신다

    그래서 둘째 딸 집이 그 근처라고 했다
    거짓말은 아님매. 사실임매!

    세브란스에서 수술을 할 거면 오늘 추가검사를 받고 가면 되고 이대에서 수술받을 거라면 그리하라고 진료실 밖에서 고민하고 알려달라셨다.
    세브란스 수술 가능 날짜는 3월 말 혹은 4월 초.

    정준교수님, 살짝 까칠하다고 들었는데 오늘 진료 보면서의 느낌은 까칠보다는 명석(?)하신 느낌이었다 ㅎ

    느낌은 좋았는데 엄마는 집에서 가까운 이대가 편하겠다며 이대병원에서 하기로 결정.

    그렇게 병원을 빠져나와 눈 오는 도로 위를 차를 타고 달렸다.
    이대병원 예약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평일의 코스트코에서 요즘 나의 저녁메뉴를 책임지고 있는 후무스를 구매하기로 한다.
    가는 길에 동생이 점심사주겠다고 해서 동생에게 들러 점심을 얻어먹었다.

    그리고 예정대로 코스트코에 들러 아주 여유로운 평일 쇼핑을 즐겼다.
    본가에 짐을 두고 다시 이대병원으로 이동.
    예약시간이 한참 지나서까지 대기해야 했다.
    답답한 공기가 가득한,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대기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이 쏟아졌다.
    오늘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피곤할 수 있나..

    드디어 우리 차례.
    안세현 교수님 만나기 전까지 꽤 긴 시간 진료실을 지키는 다른 쌤께 결과를 듣고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우선 엄마의 암타입은
    호르몬수용체 양성, HER2 음성.
    고령의 환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유방암 타입이며 그나마.. 다른 타입보다는 나은 암이라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엄마가 드디어 한숨을 쉬며 미소를 지었다. 긴장이 풀린다며...

    2.1cm라던 암 크기는 MRI를 해보니 2.5cm라고 했다.
    수술은 전절제가 아닌 암만 절제하고 림프도 몇 개 떼서 전이가 있는지 본다고 한다.
    항암여부도 수술을 하고 결정.
    만약에 하게 된다면 전이가 없을 경우 3개월, 전이가 된 경우는 6개월의 항암기간을 예상한다고 함.

    Q. 혹시나 림프 전이가 있으면 전절제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A. 전이와는 상관없이 부분절제

    Q. 브라카유전자 검사는 안 하나요?
    A. 유전자 검사 대상이 아니라 하려면 200여만 원의 비용을 들여 따로 해야 함

    Q. PET CT는 안 찍어도 되나요?
    A. 수술 후 림프 전이가 됐다면 그때 촬영 예정

    수술은 3월 4일로, 입원은 3일 날 하기로 했다.
    퇴원은 빠르면 수술 한 주 금요일, 아니면 그다음 주 월요일.

    그리고 벼르고 벼르던 질문을 했다
    - 선생님, 가벼운 운동은 해도 되죠?
    - 그럼요. 전신마취하고 수술 후 회복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하니 운동하는 게 좋죠
    - 엄마가 움직이면 암세포가 움직이고 커지는 것 같다고 운동을 안 하시려고 해서요
    - (빵터진 쌤) 운동하는 게 좋으니 꼭 하세요
    라며 내가 원하는 답을 들려주셨다.

    설 연휴 마지막날 엄마를 끌고 가 PT샵에서 20회를 등록시켰는데 한번 가더니 수술 앞두고 무슨 운동이냐, 암세포가 움직이는 것 같다, 커질 것 같다며 오만가지 핑계를 대고 운동을 안 가겠다던 엄마.
    드디어 딱 걸렸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안세현 교수님이 들어오셨고, 내 평생 이렇게 짧은 진료는 처음이야 싶게
    - 폐기능 검사에서 수술 가능하다고 나왔습니다. 수술 날 봐요
    - 네

    진료가 끝났다.
    솔직히... 안교수님 만나기 전에 다른 의사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 안 나눴음 빡쳤을 뻔했다.
    아빠와 오랫동안 병원을 다니며 여러 쌤들을 만났지만 이렇게 짧은 대화로 끝내는 것은 처음이라 당황

    이제는..
    림프 전이 없이, 다른 기관 전이 없이 깔끔한 암이라 큰 걱정 덜기를...
    그리고 항암도 안 해도 되기를..


    나에게 암이란...

    아주 오래도록 이약 저 약을 쓰며 항암을 하다가 결국은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이 없습니다
    라는 말을 듣는 병
    이항암 저항암을 하며 하얗게 말라가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되어 굶어 죽는 병

    이다.

    그래서 암보다 항암이 더 무섭다.
    이번에는 꼭 이겨보자.
    그래서 암에 대한 나의 공포를 좀 덜어내고 싶다.

    어젯밤 엄마와 함께갔던 치즈룸의 치즈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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