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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일기] 모악산등산일기 Hiker_deer 2025. 3. 8. 16:55반응형
올해 첫 등산.
거의 반년을 칩거한 후의 등산그런데 전날 이런 문자가 왔다.
비라니요 ㅠㅠㅠㅠ
지난주에도 날이 흐리더니 이번 주는 한 술 더 떠 비라니요!!!
그래도 노빠꾸다!
우산을 챙기고 가방을 덮을 방수덮개를 챙기고 등산화는 캠프라인 산티아고를 챙겼다.
코오롱은 너무 흰 녀석이라 빗길의 더러움을 감당 못할 것 같고 스피드고트는 가랑비만 맞아도 축축해질 터이니… 선택지는 하다나. 답정너, 캠프라인.
6시 50분.
사당역 6번 출구에서 알레버스가 출발했다.버스에 타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다.
그리고 완전 숙면. 꿀잠!휴게소도 거르고 떡실신, 모악산 도착해서야 겨우 일어났다.
이쯤 되면 우등버스가 체질.날이 잔뜩 흐리고 출발 전부터 빗방울이 떨어졌다.
가기로 결정한 자, 이제 아무것도 날 막을 수 없다.빗줄기는 거세지지 않고 이내 잦아들었다.
물이 참 많고 맑은 산이었다.
임뀨가 전해준 깨알 정보로는 이곳 물로 하이트맥주를 만든다고 한다.대원사를 지나 본격 산길로 들어선다.
청계산 정도의 난이도라고 하더니 정말 비슷한 느낌이었다. 길도 잘 정비가 되어있다.그렇게 1시간쯤 오르다가 어제저녁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아 공복이 길어진 내가 백기를 들고 휴식을 외쳤다
- 배가 고프오. 밥을 먹어야겠소.
실은 12시까지… 아니, 정상에 오를 때까지는 참아볼까 했는데 너무너무 힘들었다.
별것 아닐 것 같은 경사도의 길을 한걸음 한걸음 가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오랜만의 등산이라 그런 것인지 아님 밥을 안 먹어서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둘 중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공복을 해결하기로 했다.
우걱우걱, 도시락으로 준비해 간 키토김밥을 배불리 먹는 동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날은 안 추운데 눈이라니!
이게 웬일이야.춥지 않은데 내리는 눈은 선물 같았다.
예쁘고 포근한 느낌으로 세상을 덮어주고 있었다.
이런 눈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게다다가 비가 올 줄 알았는데 눈이라니 더더욱 신난다.
비 오면 땅 질척이고 옷이 젖지만 이만한 눈에는 그럴 일이 없으니까!
수왕사 가는 갈래길을 지나쳤다.
시간 많으니 내려오는 길에 들르자고 했는데 내려오는 길이 다를 줄이야… ㅎㅎㅎ3월의 눈 내린 산길!
어쩐지 로맨틱올해는 설산 못 봤네 싶었는데 이렇게 또 눈 쌓인 산을 보게 되네!
드디어 정상에 도착!
커~~~ 다란 KBS송전탑이 있다.
참 보기 싫네 싶다가도 어쩐지 우주에 온 느낌도 난다 ㅎㅎㅎ블랙야크 100대 명산, 예순다섯 번째 인증.
얼마만의 신규인증인지 모르겠다.
늘 가던 산, 좋은 산만 다니니 정말 인증할 일이 없더라니까~~~
잠깐 맑은 하늘이 드러났었는데 또 흐려졌다.정상까지 왔으니 송전탑 전망대에 올라본다.
날이 좋았음 정말 경치가 좋았을 텐데 아쉽다산세가 멋진 전라도~
미래와 접선하는 듯한 임뀨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은 끝없는 계단과 임도로 이루어져 있다.
내려가는 일 내내 계곡이 함께한다.
졸졸졸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얼마만인가!
너무도 오랜만이 방구석에서 뛰쳐나온 나에게 모든 것이 감동이었다.모악산은 물이 풍부해 여름에 오면 발 담그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산이었네, 우리 모악이.
아니 최소한 좀 더 따뜻한 봄에 왔다면 계곡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리라.임도라고 슬퍼말아요
걷기 좋은데 계곡 덕분에 기분이 상쾌하니까.게다가 이렇게 쭉 뻗은 편백나무도 있고요.
조금 더 가면 대나무 숲도 나와요.
대나무도 편백도 오랜만이라 한껏 반가움.우리가 걷는 길이 순례길이라는 안내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이름 없는 순례길.
소박하고 겸손한 느낌이다.그리고 돌담길이 나오면 금산사에 도착한 것이다.
입구에서 발견한 목련 꽃망울은 솜털이 보송보송, 깜찍하고 귀여웠다.
목련, 넋놓고 보는 중 이름 없는 순례길처럼 금산사도 소박한데 웅장하고 겸손한데 사람을 압도하는.. 정말 큰 절이었다.
문 옆에 있는 거북이가 귀엽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걸어놓는 것일까 싶었는데세상에나 마상에나!
알고 보니 창문이나 문을 열어 고정해 두는 장치였다.
이렇게나 귀엽고 섬세할 일인가!거북이에 마음이 뺏겨 한참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리니 빛바랜 탱화가 멋스러운 3층 목조건물이 보인다.
멋스럽다.법당 입구에
“사진촬영 금지, 촬영 시 부처님께 108배 해야함”
이라는 경고가 붙어있는데, 그 문구가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어버리고 싶었다.
사진 찍으면 108배라니!!
거북이부터 108배까지 예사롭지 않은 센스가 가득한 금산사.한 바퀴 빙 둘러 촬영하고 떠나려다가 보리수와 함께한 절의 풍경이 발을 놓아주지 않아 사진 한 장을 더 남겨본다.
금산사를 지나 관광단지(?)에 들어섰음에도 물이 여전히 맑다. 하류까지 이렇게 물이 맑다니!
다시금 해가 나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니 풍경이 소담스럽다.흐렸고, 비가 왔고, 눈이 왔고, 맑기도 했다.
이렇게 버라이어티 했지만 기온 자체는 산타기 딱 좋은 날이었다.
아주 잠시나마 우천산행이라니 취…ㅅ…ㅗ?
라는 생각을 했지만 끝끝내 감행하기로 한 나, 아주 칭찬해!지방등산러의 친구 이디야에서 라떼 대짜(!)와 함께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진짜, 본격적으로, 시즌 ON!!
🎯모악산 오르기🎯
✔️산행시간 : 3시간 40분
✔️산행거리 : 10.80km
✔️산행코스 : 모악산 관광단지-대원사-무제봉-정상-금산사-금산사주차장
✔️동네 사람들이 야등 하는 산이라던데… 모악산이 동네 뒷산이면 정~~~~ 말 좋겠다! 부럽❤️300x250'등산일기 Hiker_de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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