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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청량산-청량사가 예쁘댔지
    등산일기 Hiker_deer 2025. 3. 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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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각에 출발하는 버스를 탄지 4주째.
    시간의 흐름을 버스 앞에서 느끼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데 이것도 재밌다.
    난 어쩐지 재밌으려고 태어난 것 같다.

    오늘도 알레버스를 탄다.
    사위가 제법 밝다.
    일기예보로만 치면 오늘 산에 오를 때는 여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짐을 챙겼다.
    운전하다 들었던 라디오 디제이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 여러분. 올해는 여름이 4월부터 시작이래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봄옷 있으면 얼른 꺼내 입어요. 얼어 죽더라도 예쁜 옷 입어야 하잖아! 입고 싶잖아!
    이걸 들었을 때는 아직 매우 춥고 쌀쌀하던 3월 초였다.
    그리고 요즘 날씨의 변화를 보면 저 디제이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 생각은 여기까지!
    버스에 탔으니 뭐다?
    꿀잠!!
    떡실신!!

    경북 봉화는 참 먼 동네였다.
    기절하듯 자다 눈을 뜬 시각이 10시.
    버스는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고 있어 거의 다 왔나 보군 싶었는데 도착할 기미가 안 보인다.
    알레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니 10시 50분 도착이란다.

    구불구불한 길에 심한 멀미를 하는 나는 얼른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그리고 40분. 버스가 우리를 내려줄 곳에 정차했다.

    사람들은 버스가 움직이는 동안 내릴 준비를 다 하지만, 나는 멀미가 심해 그럴 수 없다. 버스가 흔들흔들 이동하는 동안에는 죽은 듯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아야 한다.
    버스가 완전 정차하고 나서 신발 끈을 조여 묵고 주섬주섬 준비를 한다.
    그리하여 오늘도 제일 마지막으로 버스에서 하차했다.

    오늘의 산은

    청량산도립공원

    청량산은 청량사가 워낙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게다가 청량산이라니. 이름이 너무 예쁘지 않은가.
    바람도 공기도 하늘도 청량하게 날 감싸주어 너울너울 둥실둥실 정상까지 실어다 줄 것 같은 청량산.

    그렇게 이름에 홀딱 반해 기대감 가득 품고 산행을 시작했다.
    시작고도가 약 300미터.

    등산안내도 ok!

    주의사항도 ok!

    청량사가 정상 부근에 있는 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산길에 둘러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알레버스 청량산 코스는 청량사부터 보고 등산을 시작하는 거였다. 덜 힘들 때, 꼴이 그나마 나을 때 절에 들르니 덜 민폐겠다.

    눈누난나 길을 오르는데 이 길 미쳤다.
    이 급경사 뭐야.
    간만에 기억에서 민둥산이 소환됐다.
    아니다, 이 정도 경사면 민둥산보다 심하다.
    종아리가 뻐근하게 땡기는 수준이 아니라 체중을 의도적으로 많이 앞쪽에 싣지 않으면 뒤로 자빠질 수준이었다.
    이게 웬일.
    청량사는 고도 500m에 위치하고 있다.
    약 200미터를 오르는 길은 모두 임도였다.

    이 경사도 믿을 수가 없어 계속 사진을 찍어댔다.
    덥다.
    내 빨간 아노락 사진 찍으면 예쁜데 더워서 벗어야 할 판이다.
    청량사까지만 올라가서 벗자고… 꾸역꾸역 오른다.
    이게 무슨 등산(登山)이야. 등도(登道),  등사(登寺), 등로(登路) 아니냐며 투덜투덜.

    믿을 수 없는 임도의 오르막을 올라 드디어 도착.

    구름으로 산문을 지은 절

    뭐 이렇게 로맨틱한 절이 다 있어!
    괜스레 감동스럽다.
    이 문구를 청량사 앞에 붙인 자 누구요!!!
    다른 글도 격하게 보고 싶지 말입니다.

    집요하게 빨간 아노락을 사진에 담아본다🤣🤣🤣
    처마 끝의 풍경과 뒤로 보이는 산이 멋지다

    그리고 청량사는 더 멋지다.
    절이 참 곱고 탐스럽다.
    그러면서도 소박하고 정갈한 느낌이다.

    절의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오르는 길이 아니라 하산길에 들렀다면 한참을 앉았다 갔을 것이다.
    코스가 살짝 아쉽다.

    그래도 알레버스의 시간을 믿는다.
    느긋하게 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하늘의 푸른빛이 살짝 아쉽지만 그래도 맘에 드는 풍경들.

    경남 산청에 산불이 크게 났다고 해서 이곳의 하늘까지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20여분을 청량사에 머무른 후 본격 등산을 시작한다.
    진짜 산이다.

    중간중간 부지런히 고릴라포드를 꺼내 사진을 찍어본다.

    고동무, 친해지길 바라

    임도 끝나고 산길이라고 신났다.

    그런데~ 뭐! 격하게 뻗쳐오르는 임도가 끝나고 유순한 산길이 나올 줄 알았간디?

    계단조차 가파르다고 찍어놨는데 이건 가파른 게 아니었음!
    청량산은 점입가경의 끝판왕!
    나중에는 80도에 육박하는 거의 직각으로 서있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것을 이때는 몰랐지.

    버스에서 늦게 내리기도 했고 청량사까지의 격한 오르막을 느릿느릿 오르는지라 내 뒤엔 아무도 없었고 내 앞에도 사람이 없었다.
    이미 너무 멀어져 간 알레버스 동지들.

    김생폭포 란다.


    김생굴 앞에 있으며 장마철에 여러 계곡의 물이 합류하여 폭포를 이룬다. 오산당에서 바라보면 천길 높은 곳에 흰 물줄기가 쏟아지는 것이 장관이다.
    송재 이우의 시의 한 구절인
    '옥 무지개 비스듬히 간수 마시네'
    라는 표현에서 김생폭포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사진으로 안내판을 찍으면 텍스트 복사는 껌이다.
    거참 세상 좋아~~

    옆에 있는 김생굴.
    김생굴이라고 알려주니 그렇구나 하지 아니라면 그냥 앉아서 밥 먹기 좋은 곳 정도로 알고 지나가겠어.

    청량산은 이름처럼 상콤하고 청량한 산이 아니었다.
    오히려 거친 느낌이 강했고 상남자의 느낌이랄까.
    이름에 깜박 속아 포카리스웨트 소녀인 줄 알았잖아~~

    나는 자소봉을 지나 장인봉까지 가야 한다.
    이 갈림길에서부터의 오르막 경사도 수준이 청량사까지의 임도는 그냥 뺨치는 수준으로 격해진다

    느리지만 쉬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오르는 내 앞에 슬슬 다른 산객들이 나타났다.

    다 같이 헐떡대며 오르고 있었다.
    알레버스의 좋은 점. 아니 혼산의 좋은 점을 오늘 또 하나 찾았다.
    청량산은 흙산이고 요즘 많이 가물었던지라 흙먼지가 엄청났다.
    하지만 앞사람과 가까이 붙어 이동할 필요가 없으니 앞사람의 신발이 밀어내는 흙먼지를 뒤집어쓰지 않아도 되어 너무 좋았다.

    이렇게 혼산이 좋아지는 나.

    그리고 이 표지가 나오면, 자소봉에 다 온 것 같잖아.
    🐶뻥이다!!!
    여기서부터의 길이 경사도가 미친 수준이다.

    계단 하나의 높이는 내 무릎뼈 바로 아래까지 올 정도로 높고 경사가 75도 이상인 듯하다.
    대둔산 삼선계단 저리 가라다.

    자소봉에 오르는 마지막 계단을 밟으며 으헉!! 하고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오죽 힘들어했으면 나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시던 분들이 얘 죽는 거 아냐?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 너무 힘들어하시는데 죄송해요
    라며 폰을 내미셨다.

    헐떡이는 호흡을 가라앉히고 사진을 찍어 드린 뒤, 내 사진도 부탁드렸다.

    자소봉에서의 풍경

    내 몸처럼 널브러진 가방.
    오늘은 아미노바이탈 하나 먹고 산을 올랐다.
    경사도는 어마어마했지만 그래도 추위가 없으니 공복에도 무리는 느껴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자소봉 한 구석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바람이 거셌지만 시원했다.
    산에서 먹는 음식은 언제나 감격스럽다.
    이런 풍경을 바라보고 먹는 음식은 무엇이든 감동이고 감격이다.
    오늘 내 도시락은 르뱅룰즈의 크랜베리 호두빵이다.
    느긋하게 앉아서 빵을 먹었다.
    입도 호강 눈도 호강.
    아주 천천히 모든 것을 음미하며 시간을 보냈다.
    남은 빵은 오늘 저녁식사! 가방에 잘 챙겨 넣고 다시 길을 나섰다.

    내려가려 해도 아찔한 계단이다.
    오를 때도 아찔, 내려갈 때도 아찔.

    이제 장인봉으로 가자.
    알레의 설명에 의하면 장인봉까지는 완만한 능선이라고 했다.
    이만하면 충분히 고되니 남은 길은 편히 가자며 신이 났다.

    옥수수 같이 치솟은 돌.
    신기하니 사진 찍고

    다가가니 표지석이 있다.
    탁필봉(해발 855.6m)
    그리고 또 걷는다.
    무지성으로 앞에 가는 분들을 따라간다.
    오늘 청량산 산객은 알레버스 승객이 90% 이상이다.
    아무나 따라가도 알레버스로 가게 돼 있다

    게다가 초반에는 너무 뒤처져 따라갈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고되디 고된 자소봉 오르는 오르막에서 많은 분들을 마주하게 됐다.

    자소봉 오르는 계단은 아무것도 아니었네 싶을 정도의 경사도를 가진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연적봉이 있다.
    내 앞에 가시던 분들은 청량산을 와보신 분들이 분명하다.
    그분들을 따라서 아무 생각 없이 연적봉에 오른 나,
    내려가는 길에서 보니 다들 연적봉 안 들르고 가더라.
    연적봉 오르는 계단이 범접하기 어려우니(미친 각도) 그럴 만도 하다.
    앞선 산객들 덕분에 청량산을 구석구석 들러보는 느낌이라 좋았다.

    “따로 또 같이”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알레버스 산행.
    내 안의 외향성이 불끈 도드라지기 전까지는 페플버스나 산봉우리 버스는 엄두도 못 낼 것이다. 마음 편히 알레알레!

    청량산은 방심하면 안 된다.

    어서 와! 이런 경사도 어때? 맘에 드니?

    라며 훅치고 들어오는 예술적인 각도의 계단과 등산로가 있으니 말이다.

    오르고 또 올라 청량산 하늘다리.
    하늘다리는 청량사에서 바로 가는 숏컷도 있다.
    단, 우리는 청량산에 왔으니 이 산을 두루두루 둘러볼 수 있게 멀리 돌아 마침내 하늘다리에 이르렀을 뿐.

    출렁거림은 1도 없는 하늘다리를 건넌다.
    오늘의 산객이 우리 버스 인원뿐이어서 고릴라포드로 사진 찍기 놀이를 하기에도 딱 좋았다.

    장인봉 가는 길.
    태양빛은 얼마나 대단한지!
    검정 레깅스 신은 다리가 불타오를 것 같이 뜨거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해가 닿지 않는 음지에는 여전히 눈과 얼음이 남아 있었다.
    다들 여름 같은 더위에 시달라디가 갑자기 나타난 얼음에 얼어버린다.
    조심조심 내딛는 걸음이 소심해진다.

    내려오니 또 계단.
    얘가 이겼다.
    다른 계단 싹 발랐다.
    특히 저 맨 끝, 하늘로 승천하는 고속도로 같은 느낌의 계단은 거의 90도에 가깝게 깎아지른 듯한 계단이었다.

    한 다리 한 다리를 무겁게 올리고 또 무겁게 내리누르며 계단을 올랐다.
    기본적으로 성정이 거친 산이다.
    이름에 속았다.
    아.. 물론 청량의 뜻이 한자로 풀이하면 내가 생각하는 그 청량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난 한글세대라규!! ㅠㅠ
    어쩐지 된통 속은 것 같아 억울해서 툴툴거려 본다.

    드디어 청량산 장인봉 도착.
    블랙야크 100대 명산 예순일곱 번째 인증 완료!

    잠시 숨을 돌리고 무릎보호대와 스틱을 장착한다.
    장인봉 가던 방향으로 더 가면 전망대가 있다고 하니 온 김에 전망대도 보고 가자.

    멋지고 예뻤을 풍경인데 시야도 흐리고 하늘도 뿌였다. 돌풍에 가까운 바람이 무섭게 불었음에도 하늘의 흐림을 밀어내지 못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장인봉을 지나 하산을 시작한다.
    아까의 엄청났던 계단은 내려갈 때도 엄청나다.
    발을 살짝이라도 헛디디면 진짜 골로 갈 것 같은 계단이다.

    잔뜩 긴장하고 내려와 아까 지나갔던 장인봉 갈림길로 되돌아왔다.
    장인봉과 전망대를 지나 하산하는 코스도 있는데 길이 너무 험해 다시 되돌아와 청량폭포 하산길을 택하라는 게 알레의 조언이었다.
    그래서 다들 장인봉에서 되돌아 나왔다.

    역시 산길은 예쁘다
    다음 달이면 온통 연둣빛으로 가득한 산을 만날 수 있으려나.
    생명의 태동이 느껴지는 연둣빛의 산이 제일 좋다.

    하산길 또한 범상치 않은 경사도로 내리꽂는 청량산.
    너무 어이없어서 계속 사진울 찍게 되는 매직 매직매쥑!
    아니 무슨 산이 이렇게 내내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아.

    하산길 중 거의 유일하다 싶게 완만한 구간이었다.
    냉큼 동무를 소환해 잠시 순간 포착의 유희를 즐긴다.

    산길을 다 내려왔다 싶으면 임도가 나오는데 이 임도 역시 경사가 만만치 않다.
    언젠가부터 마주해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던 산객들이 다들 임도를 지그재그로 걸었다.
    연세가 있으셔서 격한 내리막을 그냥 걷기에는 무리인 듯 보였다.

    트렌드의 변화가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알레버스의 처음부터 함께해 지금까지 왔다.
    알레버스 승객이 20대, 등산을 즐기던 젊은 층, 인스타 인플루언서 들도 꽤 있던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연령대가 꽤나 높아져서 계단을 내려갈 때도 바로 못 내려가고 내리막은 지그재그로 걸어야 하는 연령대의 사람들이 많은 버스가 되었다.

    어리고 핫한 산객들에게는 친교가 있는 페플버스가 더 매력적일 수도 있겠다.

    내내 긴장했던 산길을 다 내려오면 갑자기 너무 문명의 것이 나타나 버린다.
    차도를 따라 난 인도를 한참 걷고 나서야 오늘의 산행이 끝났다.

    산행의 끝은 커피 한잔인데… 도립공원임에도 앞서갔던 금오산이나 모악산과는 꽤 차이가 나게 상업시설이 거의 없었다.
    얼른 도민들의 친구가 되어 번창하시게. 청량산.

    🎯청량산 오르기🎯
    ✔️산행거리 : 10.46km
    ✔️산행시간 : 4시간 5분
    ✔️산행코스 : 청량산도립공원 정류장 - 청량사 - 김생굴 - 자소봉 - 탁필봉 - 연적봉 - 하늘다리 - 장인봉 - 장인봉 전망대 - 장인봉 - 장인봉 갈림길 - 청량폭포 - 안내소 - 상가 주차장
    ✔️목요일 PT 받으며 탈탈 털린 내전근 때문인지 고작 10km였다고 느껴지지 않는 산행이었다. 종주하는 줄🙄
    ✔️룰루레몬 미스트오버 원드브레이커 필드테스트 : 여름에는 스쿼미시보다 두 시원하게 입을 수 있을 옷! 허리라인이 들어가지 않고 일자로 떨어졌음 더 취향저격이었을 텐데 ㅎㅎ
    ✔️청량사가 예쁘댔지, 청량산이 예쁘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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