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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장태산 단풍산행
    등산일기 Hiker_deer 2024. 11. 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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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나도
    다녀옴
    장태산

    작년?
    재작년부터 인스타 피드에 엄청 뜨던 장태산.
    뾰족 뾰족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의 울긋불긋한 단풍에 가슴이 설렜다.
    하지만 시즌을 잘 맞춰 가야지 볼 수 있다 하고 인스타 핫플이 돼 버린 바람에 주말에는 사람이 엄청 많다고... 그래서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날 잡았지.
    휴가를 얻은 나.
    이직하며 일주일 쉬는 임뀨
    잠시 쉬고 있는 심뀨
    셋이 오랜만에 모여 등산을 가기로 했다.

    나의 꼬꼬마 산린이 시절, 등산 원년멤버.
    그때는 정말 까마득히 커 보이던 선배님들이었는데
    이제 맞먹음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이런 것.
    롸???

    한라산 다녀와 또 한참 지났으니 오랜만의 등산.
    휴...
    이렇게 띄엄띄엄 등산을 하자니 다 괜찮은데 그동안 사들인 장비들이 너무 아깝다.
    그... 그래도 어쩔 수 없지 ㅠㅠ
    다양하게 삶을 채워가고 있는 중이라고 위안 삼아야지.

    무려 3시간을 꽉 채워 장태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했다.
    슈퍼파워 J임뀨가 있어서 난 자발적으로 P가 되기로 했다.
    이런.. 못된 심보.
    임뀨에게 짐을 다 넘기고 텅 빈 뇌로 따라나서면서도 운전기사의 본분을 잘하기 위해 주차장만 찰떡같이 기억했다
    4 주차장.

    도착하자마자 당황.
    오늘도!!!
    또!!!!
    나 몰래 공휴일 선포된 거야?

    주차장을 가득 매운 차들.
    8시에 출발해 11시 다되어 도착했는데...
    먼 길, 오랜시간 꾸역꾸역 겨우 도착했더니 주차장을 가득 채운 차들과 조우.
    와... 진짜 깜짝 놀랐다.
    인파를 피한다고 평일 휴가까지 내서 왔는데 이럴 거면 주말에 올....
    껄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주말에는 주차장 자리 찾기 조차도 어렵다고 하니..
    우리는 순조롭게 주차를 마쳤다.

    우선은 그 유우우우우명한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한 포토스팟에서 사진을 먼저 찍고 장태산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처음에는 포토스팟을 어떻게 찾아갈까 걱정했는데 4주차장에서 내리면 그냥 알 수 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인파가 향하는 곳으로 발을 내딛으면 된다.

    꽤 가파른 계단을  계속 올라가면 포토스폿이 나온다.
    토요일 스쾃 500개의 여파가 오늘에서야 밀려오는지 허벅지 뒤쪽과 엉덩이가 장난 아니게 뻐근하다.
    나들이 복장으로 예쁘기 차려입고 온 사람들 가운데 세상 산악인처럼 차려입은 우린 상당히 느린 속도로 계단을 엉금엉금 올랐다.

    실은 배낭도 필요 없는 코스였는데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뜨거운 물을 넣은 보온병, 패딩까지, 든든하게 방한 준비를 하느라 배낭을 준비했지.
    스틱을 빼놓은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장태산에서 나만 홀로 이질적인 생명체가 될뻔 했지 뭐야.

    인스타에서 본 새빨간 단풍은 아니었지만 노랑과 주홍색을 적당히 섞어놓은 내가 좋아하는 색의 단풍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

    실은 빨간 아노락을 입으려다 빨간 단풍에 동화되어 버릴까 다른 옷으로 착장을 바꾼 나는 예상과 다르게 노란빛을 띄운 메타세쿼이아의 단풍덕에 한껏 보호받으며 은폐엄폐 산행을 했다.

    줄을 서는 지점까지 올라와서는 기다림이 시작됐다.
    주말에는 이곳에서 사진 찍는데만 2시간 정도 소요된다는데 우리는 40여분 기다렸다
    그나마도 앞에서 정말 수십 장 넘게 사진을 찍어대는 여자 두 분 때문이었다

    그 사람들만 아니었음 생각보다 짧았을 기다림.
    그들이 얼마나 사진을 오래 찍었냐면 정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질 정도였는데 오히려 당당하게 별로 찍지도 않았는데 난리라며 투덜거리던 그들.
    하아.. 님아.. 양심 좀..

    임뀨가 영알에서 봤던 분들 소환이 시급하다며 사투리 찐하게 흉내를 내서 깔깔 한참을 웃었다.
    - 마!!! 다 똑같다!!! 그만 좀 찍으라!!!
    라며 수십 장 사진을 찍어대던 사람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셨다던 그분을 소환하고 싶었던 그들의 사진 찍기.

    증말 다 똑같겠더만!!!

    우리는 우리 바로 뒤에서 있던 꼬마와 아빠, 부자에게 먼저 사진을 찍으라고 순서를 양보했다.
    아이가 너무 지루해하는 게 눈에 보여 얼른 찍게 해 주고 싳었다.
    사진빌런들이 사진 찍는 걸 보더니
    - 왜 저렇게 오래 찍는 거예요?
    라고 물어 앞뒤로 공감을 자아내던 똑똑한 꼬마.
    - 그러게, 나도 궁금하다. 궁금해.
    마!! 똑같겠고만!!

    두 부자의 폰을 받아 사진까지 찍어주고 보낸 후 마침내 우리 차례

    우와 아아아 아!! 예쁘다 예뻐!
    정말 예쁘다.
    찍히는 사진도 예쁘지만 저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정말 예술이었다.

    셋이 빠르게 개인사진을 찍고 정말 죄송하다며 단체사진을 부탁드렸더니 뒤에 계시던 분이 쿨하게
    -엄청 빨리 찍으셨는데요 뭐
    하시며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신다.

    자, 그리고 어디로 가면 되냐고요?
    우선 오랫동안 운전해서 온 데다 포토스폿 사진을 찍기 위해 또 오래 오래 기다렸잖아요.
    화장실을 가야겠쥬?
    화장실을 찾으면 거기서 또 인파의 흐름이 보인다.
    그냥 따라 걸으면 감동적으로 예쁜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휴양림을 실컷 즐길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차장을 지나면 화장실을 발견할 수 있다

    주차장이 이렇게 예쁠 일이냐며...


    노란 기둥이 떠받친 길을 따라 걸으면 휴양림 전망대로 갈 수 있다
    노란 기둥과 노란 단풍이 완벽한 제짝을 이룬다.
    화장실 가려고 했는데 풍경이 너무 예뻐서 자꾸자꾸 멈춰서 사진을 찍게 된다.
    화장실 따위, 참아본다.

    길게 늘어진 출렁다리 밑을 걷는다.

    다들 걷는 쪽으로 걷다 보면 하늘로 올라가는 데크길에 오르게 된다.

    동네 사람드으으으을!!!
    장태산 꼭 가세요!
    단풍 미쳤어요.
    인스타에서 본 새빨간 색이 아니어도 너무 아름답던, 눈물 나게 곱던 단풍.

    함께걸어요

    뱅글뱅글 도는 데크길을 따라 전망대에 올랐다.
    아래서 본 풍경들도 이미 충분히 충격적으로 아름다웠기 때문에 위에 올라가서 본 풍광은 별 감흥이 없었다.
    단지 추웠던 오늘, 하늘로 올라갈수록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내려 추위가 덜했다.
    전망대에 오르니 따스함이 날 기다리고 있더라-
    라는 감성 터지는 감상만 남기고 다시 돌아내려 온다.

    동네 노는 형님 둘

    전망대를 내려와서는 장태산을 작게 한 바퀴 돌았다.
    오르막 또 오르막을 오르니 평범한 산길이 나왔다
    동네 뒷산 같은 느낌.
    메타세쿼이아길이 보이지 않게 되자 정말 평범한 산행이 되었다.

    메타세쿼이아 단풍잎이 떨어져 초록과 어우러졌다. 보색조화가 이렇게 예쁠일이냐며

    느릿느릿 오르막을 계속 올랐는데도 땀이 나지도 않고 더워지지도 않았다.
    오늘 정말 추운 날 맞네.

    아래에서는 경피 보느라 눈이 정신없이 사방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었다면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다들 폰을 집어넣고 대화를 시작했다.
    진짜 엄청 오랜만에 모인 셋이었는데 격조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대화와 산행.

    완연한 가을산에서 보호색으로 은폐엄폐 제대로 이용하며 사진을 찍고 나를 누끼뜰때 나무까지 한 번에 붙어 나오면 너무 웃기겠다고 마구 웃어본다.

    장태루 가는 길에 나온 귀여운 느낌 물씬 나던 탑 위에 옹기종기 쌓여있는 작은 소원 돌무더기 위에 나도 돌을 살포시 얹는다.
    -백.수.기.원.(돈.많.은.)

    장태루에서는 평범하게(!) 무르익어가는 가을산과 저수지를 볼 수 있다.
    올해 단풍은 그냥 이렇게 적당히 물든 상태에서 맹추위에 끝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산길에 만난 또 다른 포토스팟.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스머프 마을인 듯 요정들의 마을인 듯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4km가 조금 넘는 거리의 둘레길이었다.
    소담소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걷기에 딱 좋은 코스였다.
    조금만 집중을 못하면 바로 넘어져버리는 내가 이야기를 마음껏 나누며 걸었음에도 넘어지지 않고 수월하게 걸을 수 있는 길.

    내려오니 우리를 반겨주는 다시 만난 메타세쿼이아 단풍길.

    가보지도 않은 캐나다 느낌 물씬 풍기는 마지막 데크길을 걷는다.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
    부담 없이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가볍게 찾아도 좋을 산.

    다음에 온다면 나도 나들이 복장으로 올..
    아.. 내 나들이 복장은 곧 고프코어룩. 그냥 등산복이었지? ㅋㅋㅋㅋ
    다음에 온다면 가방 없이 빈손으로, 더더욱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찾아도 좋을 것 같다.
    대신.. 다음에도 꼭 평일에!!

    가을엔 꼭 가세요.
    뾰족뾰족 울긋불긋 물든 메타세쿼이아가 반겨주는 장태산으로!!!
    인스타 핫플 가보면 실망하는 곳도 많은데 이곳은 찐이었다!
    찐찐찐찐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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