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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두 번째 계룡산
    등산일기 Hiker_deer 2025. 4. 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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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계룡산은 뀨뀨들과 함께였다.
    푸르디푸른 날, 푸르름 속에 힘든 줄 모르고 걸었던 산이었다.
    아무 천천히, 아주 느리게…
    계룡산의 모든 것을 보고 느끼며 산에 스며든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찾은 계룡산.
    토요일은 오랜만에 본가에 가서 딸의 도리(…)를 다하였다.

    식구들 모두가 좋아하는 어복쟁반을 포장해 갔는데.. 엄마는 항암 부작용이 너무 심해 버섯 몇 개 드시고는 이내 수저를 놓았다.
    이제 첫 항암인데….
    항암약은 온몸을 괴롭히다가 다음 항암 할 때쯤 되면 몸에서 빠져나간다.
    독기가 빠져나갈 즈음 엄마가 좋아하는 치즈룸을 가던지 어복쟁반을 다시 사가던지 해야겠다.

    그렇게 오롯이 하루를 본가에서 보내고 밤에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일요일이 러닝이나 할까 싶었는데 푸르른 봄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계룡산행을 신청했다.
    벚꽃이 피어있을 것이라 해서…
    벚꽃은 집 근처 양재천도
    본가 근처 안양천도
    다른 곳 못지않은 명소인데…. 굳이 굳이 먼 곳까지 벚꽃을 찾아다닌다.
    아니다. 벚꽃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봄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늦은 신청이라 혼자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원래.. 어쩐지 지방산행 혼자 가면 유류비도 아깝고 톨비도 아까워 늘 망설이게 되는데 이번만은 그냥 가고 싶었다.
    영등포나 금천에서 출발하는 차량에 한자리가 남아있었는데 새벽에 거기까지 갈 엄두가 안 났다.
    1시간씩이나 걸려 집결지로 이동하고, 돌아올 때도 서울에 도착해 또 집까지 한 시간 걸려 돌아올 생각을 하니 암담…. 그냥 편히 가자는 마음에 혼자 가겠다고 했다.

    우와 쫄보 나샛기, 많이 컸다!!

    새벽… 대전 동학사까지의 길은 뻥 뚫렸다.
    오랜만의 장거리 운전이 즐거웠다.
    일찍 출발한지라 시간도 마음도 매우 여유로웠다.

    다른 차량에서 찍어준 사진! 나도 찍고 싶었는게 운전하느라 못찍었더니만.. 역시나 함산은 좋으네

    계룡산 벚꽃문화축제.
    벚꽃의 꽃망울이
    한껏 부풀었고 이미 상당히 꽃을 피운 상태였다.
    운전도 수월했고 매우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예쁜 길을 여유롭게 달려~
    동학사 소형주차장 도착!

    주차비 4,000원. 선불이다.

    주차장에서 보이는 산과 벚꽃에 흥이 절로 난다.
    20여분을 기다리니 일행들이 도착했다.

    개인정비를 마치고 출발!

    벚꽃이 반쯤 개화했다.
    하산할 즈음에는 활짝 꽃을 피울 거라고.. 함께산을 오르는 산형님들이 말했다.

    동학사로 들어간다.

    계룡산 국립공원 안내도도 그냥 한번 찍어본다.
    진심 노룩사진.
    나… 쫌 충실한 블로거

    올봄 다시 등산을 재개하고 워낙에 험하고 가파른 산만 다녀서 그런지 국립공원의 곱디고운 길이 너무 귀엽고 귀하다.

    연두는 덜 하지만 꽃이 왔다.
    봄인 듯 봄이 아닌 듯 하지만 꽃이 활짝 피어 아직 오지 않은 연둣빛 천지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준다.

    여윽시 국립공원 클래스!!!
    어느 산을 가건 여항산의 등산로를 생각하면 모든 길이 참 수월해 보일 것 같다.

    아직은 황량한 등산로를 올라 남매탑에 도착했다.
    그러고 보면 산에는 대부분 형제*이 많은데 계룡산에는 남매탑이 있네.
    지천에 형제봉이 널린 이 나라에 남매탑이 새삼스럽게 낯설다.

    남매탑

    살짝 쌀쌀했는데 움직이면 더웠다.
    얇은 바람막이 하나 입고 등산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아직은 뾰족하게 날이 선 찬바람이 등산의 더위를 덜어주었다.

    남매탑에서 간식을 나눠먹으며 한참을 머물렀다.
    오늘 산행인원이 14명이나 되어서 선두부터 후미까지의 시간차가 꽤 되었다.
    느리게 가도 좋다는 마음에 참석한 함산인지라 후미가 더해주는 여유가 기분 좋았다.

    남매탑에서 500미터 더 올라가면 삼불봉이 나온다.
    누군가가 어떻게든 큰 웃음을 주는 함산.
    뭐가 저리 좋은지 함박웃음의 순간!

    나는 주로 혼자 걸었다.
    동무님들이 애써 옆에 와서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지 않아서 마음 편히 걸을 수 있었다.
    어쩜 이렇게 나이가 들수록 낯가림이 심해지는지… 정말 별로다.

    이미 다들 둘 혹은 셋씩 단짝이다.
    아직도 그런 짝을 못 만난 내 성격이 이상한가 싶다가 아니다, 이런 걸로 스스로를 탓하지 말자. 내가 노력하지 않았을 뿐이다. 먼저 손을 내미는 노력, 자주 참석하는 노력.
    그래서 결국 못한 게 아니고 안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 탓이오”하며 깊이 고민하지 않고 저 멀리로 가볍게 던져버렸다.

    실은 함께인 사이에서 혼자인 것이 불편하지 않은데 가끔 이런 나를 불편하게 혹은 딱히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 괜히 짐이 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자꾸 혼산을 하는 것일지도…

    삼불봉에서부터 오르락 내리락 하며 길을 걷다 조망터가 나와 뒤돌아보니 삼불봉이 딱 보인다!!!
    나 원래 이런 거 진짜 잘 못 찾고 구분도 못하는데 너무도 명확하게 사람들이 모여있는 봉이 보이니 신기했다.

    걸어가야 할 방향으로는 멋들어진 봉우리들이 야무지게 늘어서 있다.
    초록이 덮인 산이 느므느므 그립다.
    초록이 올라오면 어쩐지 너무 더워질 것 같은 마음에 조바심이 난다.

    오랜만에 만난 사진 잘 찍어주는 형이 지난 며칠간의 음주로 힘겹게 산행하는 중이어서 사진이 얼마 없다.

    뷰포인트에서의 단체사진. 아마도 지브리 버전이겠지?
    스스로 만들지는 않지만 누군가 건네준 사진은 어쩐지 정감 있어 보여 슬쩍 넣어본다.

    기운이 매우 좋다는 계룡산.
    단체로 온 산객들이 꽤 많았다.
    오래간만에 줄을 지어 산행을 한다.

    딱 내 수준에 맞는 돌길.
    이 정도는 걷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다.
    흙산보다는 돌산. 아주 쪼꼼만 무서운 돌산이 좋아!

    자, 관음봉까지는 저 까마득한 계단을, 천국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저 또한 여항산 버프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여항산 영향력 최고네!!!

    하늘도 맑고 날씨도 좋고 산세는 멋지고!!
    초록만 아쉬울 뿐, 모든 것이 완벽한 산행이었다.
    월요일이 부담스러워 일요일 산행은 되도록이면 안 하려 하지만… 시시각각 다가왔다 지나가는 봄을 한껏 느끼려면 한주가 아쉬웠다.
    일요일, 장시간 운전이라는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관음봉 도착!
    다 왔다~~
    관음봉 다 와서 발견했다.
    손목에 손수건 묶다가 워치 운동이 정지되었다는 것을.
    기록덕후는 울었다 ㅠㅠ
    계룡산이 두 번째라 다행이지 증말 울었을 거야 ㅎㅎㅎㅎ

    관음봉에서 점심을 먹었다.
    푸짐하게 싸 온 음식을 나누었다.
    늘어지게 쉬고 맛있게 배를 불렸다.

    약간의 너덜길이 있었지만 하산길 또한 국립공원 클래스 어디 가냐며 매우 훌륭했다.
    곳곳에 핀 진달래가 푸른 하늘과 매우 잘 어울렸다.

    진달래는 한데 뭉쳐있으면 어쩐지 촌스럽다.
    이 정도가 딱 좋아.

    잠시 은선폭포도 보고 가실게요


    은선폭포

    쌀개봉과 관음봉으로 둘러싸인 동학사계곡 상류의 옥처럼 맑은 물을 받아 46m의 암벽을.
    비류하는 은선폭포는 동학사계곡의 유일한 목포이다. 폭포 앞의 기암절벽은 아름다움의 극치이고 절벽 가로 멀리 보이는 쌀개봉의 위용이 경이로우며, 이토록 아름다운 경치 속에 아득한 옛날 신선이 숨어 살던 곳이라 하여 은선폭포라 불린다.


    진달래와 은선폭포.
    폭포 물줄기가 너무 가늘어서 잘 안 보인다.
    하늘과 산봉우리와 진달래가 잘 나온 사진인 걸로…

    다시 하산.
    동학사로 내려가는 길.

    하늘이 눈부시다.

    설악산 서북능선 하산길의 계단에서 보이는 풍경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설악산 상사병 걸렸네.
    얼른 올해의 설악산을 가야겠다.

    그냥 봐도 터가 좋을 것 같은 동학사.
    배산임수가 아주 훌륭하다.

    하산 끝났어요.
    산동무 형들의 예언이 딱 들어맞아 벚꽃이 아침보다 훨씬 화사하게 피었다.

    이제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꽃동산이다.
    벚꽃축제의 현장으로 들어간다.

    산행 시작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고 인파가 엄청났다. 주차장 빠져나가는 게 가장 빡센 귀경길이었다.
    장복산에서 아쉬웠던 벚꽃, 실컷 봤다.
    이제 얼른 서울로 올라와.
    벚꽃런 준비하고 있을게.

    🎯계룡산 오르기🎯
    ✔️산행시간 : 놀멍쉬멍 5시간
    ✔️산행거리 : 12.3km
    ✔️산행코스 : 동학사주차장 - 천정탐방지원센터 - 큰배재 - 남매탑 - 삼불봉 - 자연성릉 - 관음봉 - 은선폭포 - 동학사 - 동학사주차장
    ✔️주차 : 동학사 소형 주차장, 4천 원 선불(카드결제 가능)
    ✔️역시 우리나라 국립공원 클래스, 최고시다!
    ✔️잡았다! 벚꽃의 찰나!

    +) 무례한 사람에게 -무례하시네요! 라고 한마디 못해서 병이 날 것 같다. 한마디 쏘아붙이면 산행하는 모두가 불편해할 것 같아 참았지만 곱씹을 수록 불쾌하네. 무례하지 맙시다,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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