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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세번째 가야산
    등산일기 Hiker_deer 2025. 4. 2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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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 지리, 소백, 덕유는 크고 큰 산. 너무도 사랑하는 산.
    그리고 그들보다는 작지만 늘 마음속의 애정도는 위에 언급한 큰 산 못지않은 산이 월출산과 가야산이다.

    좋아하는 산들은 매년 찾아야지 결심했는데 그게 또 녹록지 않더라.
    가야산은 작년에 가지 못했고 너무너무 아쉬워 올해는 등산 시작하자마자 가야산 일정을 내내 살피고 있었다.
    알레버스 일정도 매달 체크하고 모임에 올라오는 산행도 눈여겨보았다.
    모임에서 가는 산행의 경우 버스산행은 어색어색 오그리토그리해서 가고 싶지 않으니 패스.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찾아낸 것이 오늘의 가야산행이었다.

    그런데유.....
    일주일 전부터 윈디날씨를 계속 확인했는데 비구름이 사라지지 않는다.
    망.했.다.
    알레버스였음 페널티를 내더라도 취소했을 텐데 이번이 고작 두 번째 참석인데 산행취소를 하기가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

    지난 두 번의 가야산이 너무너무 멋졌으니...
    가야산이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든 가자!!
    고 마음을 굳혔다.

    가야산 백운동지구 주차장.
    오늘 하루 중 날씨가 가장 좋은 순간이었다.

    첫번째 가야산행 시 묵었던 가야호텔.
    가야산을 가야 하고 가야산을 느긋하게 즐기고 싶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일 수 없는 가야호텔.

    합천은 역시나 서울서 가기는 멀고 먼 곳이라 가야산 올 때마다 인근의 다른 산과 묶어 1박이나 2박을 하곤 했었다.

    반가워. 매우 어려움!!!

    이산 저산 다녀봐도 흔히 보기 힘든 "매우 어려움" 난이도 안내.

    계단 몇 개를 올라가기가 무섭게 안개가 짙게 깔리기 시작했고 시야가 좁아졌다.

    ㅋㅋㅋㅋㅋ
    이게 뭐얔ㅋㅋㅋㅋㅋㅋㅋ
    가야산 만물상 코스는 올라가는 내내 조망 터지는 곳들마다 사진 찍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산이다.
    첫 가야산을 오를 때 모든 포인트에서 다 멈춰 사진을 찍는 내게,
    - 올라가면 이 사진을 왜 찍었나 싶을 정도로 멋지다
    라고 했던 대장형님.

    그럼에도 더 멋짐과 더더더 멋짐
    더 아름다움과 더더더더 아름다움
    일 뿐 모든 풍경이 예쁘고 놀라울 정도로 수려한 가야산인데...
    와.. 아무것도 안 보인다.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서 힘듦을 감수하고 가는 매우 어려운 코스인데 곰탕이 걸리면 그것은 행군에 불과하다. 극기훈련일 뿐이다.
    라고 대장형님이 말했었지.
    설악산 서북능선의 곰탕, 비 오는 공룡능선, 그 기록에 가야산 곰탕+비를 더해본다.

    이 정도만 보여도 기뻐.
    아니 이게 웬일이야.
    만물상은 만물을 모아둔 듯 다채롭고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곳인데..
    이 정도만 돼도 감지덕지.

    어휴. 흐릿흐릿 아른아른해도 됴쿠나.

    저 하얗디 하얀 곳이 얼마나 수려한지는 꼭 눈으로 봐야만 한다.
    오늘 함께한 산동무 9명(나를 포함) 중 가야산이 처음인 동무들이 7명이었다.
    다음에 꼭 다시 오셔야 한다고. 가야산은 정말 이렇게 지나치면 안 될 산이라고 다짐을 받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아무 말 못 함.

    어디서나 눈에 띌 형광옷을 입은 산동무도 흐릿하게 만드는 무거운 안개와 구름이 만든 곰탕은 물을 머금고 또 머금다가 기어이 그 물을 뚝뚝 떨궈내기 시작했다.
    비 인듯, 비가 아닌 듯 한 공기 속에 짙고 무겁게 스며든 수분이 온몸을 적셨다.

    기어이 우중산행까지 연출해 내는 가야산.
    내가 이렇게나 좋아하니까 기어이 곰탕에 우중산행까지 하게 만들어주는 가야산.
    날씨가 참 좋았던 가야산
    단풍이 참 예뻤던 가야산
    그리고 비 오고 곰탕을 진하게 우려내는 가야산
    내게 자신의 모든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가야산이었다.

    화려하고 수려한 만물상이 끝나고 서성재를 지나면 서정적인 오솔길이 나온다.
    이곳도 내가 참 좋아하는 길이다.
    곰탕 속에서도 그나마 차분한 위안을 주는 길.

    드루이드들!! 언제 나올 거야?
    이 정도로 푹 우려내고 있는데 슬쩍 나타나줘도 되는 거 아니냐며.

    오솔길을 지나면 또 기암괴석이 멋지게 늘어진 길이 칠불봉까지 이어지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슬쩍 보이는 풍경
    이것도 일행아 아니었던 산객분이
    - 여기 멋진 풍경이 보여요!!
    라며 우리를 애타게 부르셨다.
    그래서 가보니 보인 풍경.

    오늘의 제일 멋진 풍경이었다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칠불봉은 패스했다.
    굳이 가서 칠불봉 정상석을 찍기에는 이번이 세 번째인걸.

    칠불봉 정상석 사진 따위 이번엔 패스하겠어!!

    다시 서성재로 돌아와 용기골 방향으로 내려간다.
    서성재 쉼터에 있던 노각나무.
    다른 날이었다면 가야산의 다른 아름다움에 눈에 띄지 않았을 노각나무다 오늘은 마음에 콕 와서 박혔다.

    오늘 본  풍경 중, 노각나무가 으뜸이네.

    하산길 안개가 조금은 걷히는 느낌이어서 연두가 보이기 시작했다.
    안갯속의 흐릿한 연두가 초봄의 여리한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는 느낌이어서 좋고 설레더라.
    봄이 왔다고.
    진짜 봄이 왔노라고.

    봄을 건너뛴 여름이 바로 올 거라고, 기상학자들의 예상이 분분한 가운데 봄이 나에게 다가왔다.
    봄의 가야산, 폭싹 속았수다.

    🎯가야산 오르기🎯
    ✔️산행거리 : 12km
    ✔️산행시간 : 5시간 25분
    ✔️산행코스 : 백운동→만물상→상왕봉→용기골→백운동 원점회귀
    ✔️올해 한 번 더 가고 싶다. 또 갈래 또 갈래 가야산. 오늘 꽁꽁 숨겨놨던 만물상, 그날은 보여줘 ㅠㅠ
    ✔️오늘 서울날씨 너무 좋았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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